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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부터 '기생충'까지.. '한국 냄새'에 반응 뜨거운 이유는?

조회수 2021. 3. 11. 10: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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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 공식 누리집

한인 가족의 미국 정착기를 그린 영화 '미나리'. 재미동포 2세인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내용을 소재로 다룬 영화인데요. 최근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받기도 했죠.


영화 '미나리'의 흥행 외에도 '기생충', '김씨네 편의점' 등 한류 콘텐츠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어요. 날로 늘어나는 한류의 시너지 효과, 문동열 콘텐츠산업 컬럼니스트의 '또 다른 한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함께 살펴봐요.



어릴 적 해외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가끔씩 한글이 보이거나 한국이 배경으로 등장하면 아주 신기해했던 기억이 나요. 물론 누가 봐도 동남아인 배경에 태극기랑 한글 간판을 붙여놓고 한국이라고 우기거나, 한국 사람도 알아듣기 힘든 어눌한 한국어를 하는 동양인 배우의 연기에 분노한 기억이 더 많긴 하지만, 그래도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고는 있구나 하는 생각에 어디선가 용솟음쳐 오르는 애국심을 느끼곤 했어요. K-콘텐츠가 세계를 휩쓸고 있는 지금도 할리우드의 유명 프랜차이즈 초대작(블록버스터) 영화나 드라마에서 한국이나 한국인이 등장할 때면 여전히 반가운 마음이 드는 걸 보니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라는 걸 새삼 느껴요.


요즘 해외 콘텐츠를 보면 확실히 과거에 비해 한국을 다루는 비율이 많이 늘고 있어요. 내용적인 면에서도 전쟁이나 빈곤 같은 다소 부정적 이미지가 많았던 과거와는 달리 정보기술(IT) 강국이나 문화 선진국 등의 이미지가 많아졌죠. 한국 문화나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인 측면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도 기쁜 일이에요. 이는 그동안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규모와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해요. 놓치면 안 될 시장의 호감을 사는 건 제작자들에게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에요.

자신의 이야기 담는 한국계 제작자들

이런 가운데 최근 눈길을 끄는 대목이 바로 한국계 제작자나 창작자(크리에이터)들에 의해 ‘한국’을 소재로 한 콘텐츠나 한국인 배역이 늘고 있다는 점이에요. 최근 미국에서 유력한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상) 후보로 거론되며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미나리'는 재미동포 2세인 정이삭 감독이 자전적 내용을 소재로 제작한 영화입니다. 한 평범한 이민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선댄스 영화제 관객상과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2월 26일 현재 26관왕을 달성 중이에요. 아카데미 수상도 유력시되면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또 한 번 ‘코리아 붐’을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는 중입니다.

▶캐나다 CBC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

이보다 앞서 어릴 때 캐나다로 이민 간 극작가이자 연극연출가인 인스 최(한국명 최인섭) 감독이 제작한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도 캐나다로 이민 간 한국 가정의 이야기입니다. 아직 한국적 관습과 가치관이 남아 있는 이민 1세대 부모와 캐나다식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이민 2세대 자녀들의 관계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 이야기는 캐나다에서 큰 인기를 끌어 2021년 시즌 4까지 제작됐어요.


미국 드라마에서 한국인 배역이 신기하게 느껴진 과거에 비해 최근엔 해외 드라마에서 한국인 배역을 찾는 것이 더 쉬워졌는데요. 


2000년대 중반 김윤진이 출연해 화제가 된 미국 드라마 '로스트'에서 남편 역으로 나온 대니얼 대 킴을 시작으로 미국에서 대흥행한 아포칼립스(대재앙) 드라마인 '워킹 데드'에서 매우 용감하고 동료와 유대를 중요시하는 글렌 리 역의 스티븐 연, 영화 '서치'에서 잃어버린 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한국계 이민자 아빠 데이비드 킴 역의 존 조, 영화 '메이즈 러너'의 리더 민호 역할을 맡은 이기홍 같은 한국계 배우들이 이미 많은 활약을 하고 있어요.


재미있는 점은 이전까지 보통 한국계 배우에게 주어지는 역할은 아시아계 갱(범죄 조직)이나 스테레오 타입의 뻔한 모범생 역할, 그것도 중국인이나 일본인 배역이 많았어요. 한국이 점점 성장하고 국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극 중에서 한국인을 연기하는 일도 많아지고 그 역들이 그냥 스쳐 지나가는 역할이 아닌 극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일도 많아지면서 '메이즈 러너'의 이기홍 경우에는 한국 이름을 그대로 크레디트(영화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을 소개하는 자막)에 올릴 정도로 스스로 한국계임을 자랑스러워하는 배우들도 늘고 있습니다.

국가 브랜드가 꾸준히 상승한 효과

이들 한국계 제작자와 배우, 창작자는 대부분 이민자 출신의 재외동포나 2, 3세예요. 이들은 국적은 한국이 아니지만 한국계임을 숨기지 않아요. 제작 현장에서 자신의 뿌리인 한국 문화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죠.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에서 한국계 주인공이 침대 위에서 신발을 신고 뛰는 장면이 있는데 한국계 작가가 문화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신발을 벗고 뛰게 했다는 일화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의 노력으로 더 긍정적인 의미로 한국 문화가 전달될 수 있게 된 점은 고마운 일이죠. 어떻게 보면 이들은 또 다른 의미로 한류를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이렇게 ‘한국’이라는 소재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한국인·한국계 배우, 제작자가 점점 늘어가는 일면에는 한국의 국가 브랜드가 꾸준히 상승했다는 점과 더불어 한류가 그동안 뿌려온 씨앗들이 서서히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류가 세계 곳곳에 퍼져나가며 꾸준히 세계인의 생각을 바꿔온 결과라는 것이죠. 이미 한류로 인해 한국적 정서에 익숙해져가는 상황이 이들의 콘텐츠가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이번 영화 '미나리'의 흥행 역시 '기생충'으로 한국 영화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 상황이 분명 좋게 작용했을 거예요. 그야말로 ‘한류의 시너지’ 효과가 아닐까 합니다.


개인적인 반성이긴 하지만 그동안 한국의 많은 제작자가 현지화에 연연해한 적이 있었어요. 해외의 유명 트렌드(흐름)를 무작정 따라가려 하고 ‘한국 냄새’를 가급적 피하려던 시절의 일이에요. 돌이켜보면 가장 경쟁력 있는 요소를 스스로 버린 행동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히려 한국적인 소재가 밖에서는 더 신선하고 흥미롭게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지금의 많은 한국계 제작자나 배우가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문동열 콘텐츠산업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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