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주간지 공감

지난해 12월 10일 시작된 '예술인 고용보험'. 시행 두 달째를 지나고 있는 지금, 제도 시행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어떨까요? <공감>이 문화예술노동연대 고용보험위원장 이씬정석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살펴봤습니다. 아래 내용으로 함께 알아볼까요?

예술인 고용보험제도가 2020년 12월 10일부터 시행됐습니다. 잦은 실업과 고용 불안으로 지속적인 창작 활동이 어려웠던 예술직업인들에게 고용안전망이 갖춰진 것이죠. 제도화에 오랜 시간 목소리를 보탠 뮤지션유니온 소속의 음악노동자이자 문화예술노동연대 고용보험위원장인 이씬정석 씨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과거 “계속 음악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을지 두렵다”고 말했던 그는 이제 “일은 멈춰도 예술은 멈추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예술인 고용보험에 희망을 걸었습니다. 다음은 음악노동자가 들려주는 희망가예요.

2020년은 내 음악활동으로 치면 ‘삭제하다(delete)’였어요. 그러나 그 과정에서 언제가 될지 몰랐던 ‘예술인 고용보험’이 만들어졌죠. 새로운 가능성과 상상력이 여러 부분에서 열렸어요.

6개월 준비 기간을 두고 급하게 현실 조건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시행’에 큰 의미를 두고 있어요. 2020년 12월 예술용역으로 계약된 것부터 2021년 1월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 

우리도 역시 기대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40% 정도를 제외하고는 구두계약조차 맺지 않았던 현실을 처음부터 바꿔나가는 게 녹록지는 않을 거예요. 왜냐면 예술인 고용보험법은 사용자가 아닌 예술인에게 유리한 제도예요. 근데 행정 지원이나 처리는 사용자가 해야 하죠. 

초반엔 이 부분이 현실에서 작동이 쉽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일반적으로 문화예술계 활동 계약이 3~4월에 시작합니다.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의 공모지원 사업 시작에 맞춰서죠. 9개월 지나야 실수급자가 처음 발생하니까, 그때까진 신고·납부 등 과정을 확인하면서 조정하는 과정으로 보입니다.

1시간 공연이든, 30분 공연이든, 10분 공연이든 계약됐을 때 준비 기간을 며칠 자동 산입하게 되어 있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연습, 준비기간을 계약서에 넣기가 어렵습니다. 이 부분은 표준 사례를 만들어야 해요. 공공기관과 사회단체 등에서 앞장서 줘야 합니다. 계약서를 체결하는 활동과 계약 과정에서 연습과 준비 기간을 산입하게 하는, 모범 사례를 발굴하는 작업을 상반기에 집중하면 의미 있는 진전을 볼 것으로 기대해요.

시행령 처음 논의 당시 정부 안은 ‘월 산입조건’ 등 몇 가지 쟁점 사항이 있었습니다. 저소득이거나 고용이 불안정한 예술인에게 필요한 제도인데, 계속 불안정한 예술인들의 생계 조건들을 제외시키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시행령 싸움이라고 말했던 것이죠. 어느 정도까지 조정을 해서 불안정한 예술인들을 들어갈 수 있게끔 하느냐가 관건이었습니다. 

아쉬운 대로 월 산입조건을 조금 개선했어요. 처음엔 월 산입조건이 80만 원이었는데요. 그것도 건당으로. 이는 일반적인 노동자 조건에서 출발한 기준이에요. 예술인들이 얼마를 받고 활동하는지 알지 못하니까 내린 판단입니다. 이 조건으로 못 들어가는 예술인들이 많아요. 그래서 합산 조건으로 하자고 설득했고, 그 결과 월 합산을 50만 원까지 가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너무 지나칩니다. 예술인 수급액은 일반 노동자보다 훨씬 적어요. 기여 조건이 월 50만 원 이상이라고 했지만, 80만 원 기준으로 보험료를 냅니다. 그중 60%를 예술인이 받아요. 액수가 크지 않죠. 그럼에도 예술인에게는 절박하고 의미 있게 작동한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기여를 해서 고용보험을 받는 거죠. 소득이 있을 때 보험료를 내고 그에 따른 수급 조건이 됐을 때만 수급하는 것입니다. 또 예술인들은 고소득자도 많고, 잘사는 사람도 많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그런 분들은 굉장히 극소수에 불과해요. 

그런 면이 있어요. 그래서 다른 일반 노동자처럼 6개월로 요청했는데, 특혜 논란에 부딪혀 9개월로 정해졌습니다. 기여 조건이 낮아졌기 때문에 우리가 들어갈 수 있긴 하지만, 띄엄띄엄 일하는 예술인 입장에서 9개월을 채운다는 게 2년을 해도 못 채울 경우가 많아요. 굉장히 어려운 일이죠. 공연을 했다, 단기 예술인 11일을 채우라고 했지만 못 채웠다, 다음 날로 또 다음 달로 넘어가요. 그걸 22로 나눠 월 계산을 해요. 이렇게 24개월 이내에 9개월을 채울 수 있겠나, 하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고용보험법에서는 예술인복지법에 근거해 가입 대상을 잡고 있어요. 근데 예술인복지법에서 현재 예술인에 대한 정의나 예술인의 범위를 협소하게 보고 있죠. 그러다 보니 제외되는 문화예술 분야가 발생합니다. 분야별로 보자면, 출판 분야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나 편집자 등 외주 인력은 모두 제외 대상이에요. 방송 작가의 경우 드라마나 예능 분야는 적용 대상인데, 보도 분야는 제외시켰습니다. 그리고 활동 영역의 문제인데, 문화예술교육 영역이 아예 대상이 아니에요. 상당수 예술인들이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그럼에도 예술활동에서 제외되어 대다수 예술 강사를 사업자 관계로 보고 자영업자로 가입하라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또 근본적으로 고용보험법 예술인 특레조항에서 문제 될 수 있는 사항이 있어요. 문화 예술 용역계약으로만 한정하다 보니 예술활동 소득이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대상이 안 됩니다. 대표적으로 작가들과 화가들인데요. 1인 창작자들은 전혀 대상이 안 돼요. 창작을 할 때 의뢰를 받아 용역계약을 맺은 경우만 대상이 되죠. 출판사와 인세 계약이나 매절 계약을 맺은 경우 대상이 아닌 건데요. 이것이 또 하나의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이전엔 어디 협회 소속 정도 말고는 증빙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점점 예술인 실태가 객관화되어 가는 중이죠. 특히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더욱 어려워진 예술인들이 예술활동 증빙을 많이 신청했다고 합니다. 등록하고 증빙해가는 과정에서 예술인의 실태와 존재 증빙 자료가 드러났어요. 또 3년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예술인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2021년이 다음 차례입니다. 

예술인에 대한 시혜적 조치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현대사회는 누구나 불안정 노동과 고용 속에서 살고 있어요. 특정 공간에 가서 시간 딱 맞춰 칼같이 ‘나인투식스(9to6)’로 일하는 사람만 노동자가 아니죠. 이 부분부터 개선되면 바뀔 수 있는 여지가 굉장히 크다고 봅니다. 

근로기준법 자체의 근로계약의 관계를 넓히는 작업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당사자 목소리가 제도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얼마나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지 중요해요. 예술인 고용보험뿐 아니라 지금 청원되어 있는 예술인권리보장법도 계속 기다려만 왔습니다. 예술인 당사자들이 현실 제도나 정치 안에서 권리 주체로서 참여하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책임을 질 수 있는 길이 과감히 열렸으면 해요. 

- 적용 대상은?

- 가입 방법과 보험료는?

- 지원 사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