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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 심야책방에서 '책맥'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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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드디어 즐거운 금요일이 돌아왔습니다. 동네서점들이 '2018 책의 해'를 맞아 매월 마지막 금요일 밤마다 심야영업을 한다고 합니다. 이번 달 마지막 주 금요일에는 심야책방에서 '책맥' 어떠신가요?

2018은 책의 해!

직장인이 손꼽아 기다리는 ‘불금’에 동네책방이 합류했어요. ‘2018 책의 해’를 맞아 전국의 동네서점들이 6월부터 매월 마지막 금요일 밤 심야영업에 나섭니다.


‘심야책방의 날(이하 심야책방)’로 불리는 이 행사는 정규 영업시간보다 연장해서 문을 열고 서점과 독자의 즐거운 소통을 모색하자는 캠페인이죠.


서점은 보통 밤 9시 전후로 문을 닫지만 이날만큼은 밤 12시까지 예외 없이 문을 열고, 그 이후에는 서점 자율로 운영됩니다. 올나이트를 하는 서점도 있죠.


2018 책의 해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에서 참여 신청을 받은 결과, 6월에 심야책방 행사를 신청한 서점은 서울 24곳, 광주 9곳, 제주 5곳을 포함해 전국 77곳이에요. 


7~12월에 참여 의사를 밝힌 서점을 포함하면 120곳이 넘죠. 이 중에는 1~2회 참여하는 서점도 있고, 5회 이상 참여하는 서점도 많습니다.


매월 추가 접수를 받기 때문에 참여하는 서점은 올해 전국에 걸쳐 200여 곳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에요. 


다양한 이벤트도 함께

심야책방의 날에는 서점 고유의 개성을 살린 다채로운 이벤트도 열렸습니다. 문학 전문서점인 서울 해방촌의 ‘고요서사’는 마루야마 겐지의 <봄의 아수라>를 낭독한 후 책과 어울리는 와인을 마시고 감상을 나누는 행사를 진행했죠. 


여행 전문서점인 서울 관악구의 ‘여행마을’ 은 ‘나만의 여행 가이드북 만들기’ 수업을 준비했어요. 참석자가 책방에 비치된 여행서를 읽고, 자신만의 여행 가이드북 내용을 제작한 뒤 참가자들끼리 가이드북 브리핑을 하는 것이죠. 


전남 광주의 ‘연지책방’은 ‘연지책방의 기적’이라는 행사를 열었습니다. 독자가 고민편지를 책방 내 우체통에 넣으면 책방지기, 작가, 상담 전공자 등으로 구성된 고민편지팀에서 독자의 집으로 답장을 발송하죠. 


책방 측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심야책방 행사 기간에 책을 산 사람들은 특별 제작한 굿즈(Goods)도 받을 수 있어요. 굿즈는 메모를 할 수 있는 볼펜 겸용 고양이 책갈피와 어디서건 책을 읽을 수 있는 북쿠션, 휴대용 독서등 등이 준비돼 있습니다.


조직위는 전국에 흩어진 서점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공통의 미션을 제시하기도 했어요. 서점을 찾는 손님이 ‘책, 밤, 서점’ 가운데 선택한 키워드로 카피를 만들어 서점 주인에게 제출하면 그중 좋은 카피를 뽑아 책으로 낼 계획이죠.


이른바 ‘심야의 원고 청탁’입니다. 공통 미션 이벤트는 독자가 작가에게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작가에게 이야깃거리를 주는 존재라는 것을 환기하는 차원에서 기획됐습니다.


불금의 홍대거리를 책으로 밝힌 ‘땡스북스’

금요일 밤 10시의 홍대 거리는 화려하게 빛났습니다. 홍대 앞 서점 ‘땡스북스’의 불빛도 그중 하나였죠. 네온사인으로 번뜩이는 홍대에서도 심지 굳은 초처럼 단단한 빛을 뿜고 있었습니다. 


유흥의 거리에서 진행되는 책방 행사라 혹여 외면받지 않을까 하는 염려는 기우에 불과했어요. 늦은 시간에도 여덟 명 정도의 사람들이 앉거나 선 채로 책을 보고 있었죠.


땡스북스에서도 심야책방의 날 행사를 맞아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땡스, 페이퍼’는 책의 인상적인 구절을 적어둔 것이에요. 


다양한 글을 적은 쪽지를 유리병에 담아두었는데, 뽑기 하듯 아무것이나 꺼내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 있으면 해당 책을 찾아보는 것이죠. 책을 만나는 과정을 색다르게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기획한 행사입니다. 


<힘 빼기의 기술>을 읽고 있던 대학생 이준우(23) 씨는 “진로 문제로 고민이 많은 때라 그런지 한 구절만 읽었는데도 그다음이 궁금해져서 끌린 듯 잡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책과 맥주와 함께! '책맥'하기 

땡스북스에서는 책을 읽으며 맥주를 마시는 ‘책맥’도 가능해요. 서넛은 벌써 맥주를 홀짝이며 책을 뒤적이고 있었죠. 회사원 송정인(27) 씨는 평소에도 책맥을 즐긴다고 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술을 마시면 책 내용에도 취하고 술에도 취하는 느낌이 든다”며 ”이중으로 취하는 그 느낌이 너무 좋다”고 소감을 밝혔죠. 


땡스북스에서는 심야책방을 운영하는 기간에 책 모서리나 띠지가 손상된 도서를 5% 추가 할인해 판매하고, 책을 구매한 사람들에게 제비뽑기로 맥주, 에코백, 볼펜 겸 책갈피 등의 선물도 제공했습니다.


땡스북스는 평일에는 150여 명, 주말에는 300~400여 명이 방문하는 곳이에요. 


이기섭 대표는 “이 시간에는 서점을 열어본 적이 없어서 어떨지 가늠이 안 됐다”며 “오늘 보니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반응을 계속 살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책을 좋아한다’는 말이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으로 한정되는데 안타까움을 나타냈어요.


건강한 도서 생태계를 위해서는?

책을 좋아한다는 말 안에는 책이 있는 풍경과 분위기, 디자인과 내용의 조화를 살피며 고르는 즐거움 등 책과 연관된 행위가 내포된 말로 다양하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내가 읽지 않고 사둔 책이 몇 권인데…’ 하면서 책 구매를 주저하시는경우가 많아요. 책을 다 읽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읽지 않은 책에 대한 죄책감이 너무 큰 거죠. 그런데 입지 않는 옷이 있다고 해서 옷을 사는 일을 멈추진 않잖아요?”


이기섭 대표는 책을 아날로그 문화상품으로 인식하고 좀 더 가볍게 접근해야 책을 소비하는 행위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했어요. 


지금처럼 동네마다 다른 서점이 있고, 대형서점과 동네서점이 함께 공존할 때 소비자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이 둘의 균형이 맞을 때 문화적으로 다양하고 건강한 도서 생태계가 완성되는 것이죠. 


와인과 함께 책 읽기

심야책방 행사가 첫발을 뗀 가운데 2016년부터 심야책방을 운영해온 ‘고요서사’의 행보가 눈길을 끕니다. 고요서사는 문학 전문서점이에요.


이미 한 달에 한 번 심야책방이라는 이름으로 세 군데 서점이 밤 12시까지 문을 여는 행사를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심야책방 행사에서는 야근을 하는 회사원들이 작은 서점의 분위기도 즐기고 갑니다.


이렇게 운영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해방촌이라는 지역 안에서 연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요서사의 오픈과 함께 몇 달 간격으로 네댓 개의 서점이 문을 열었고, 다들 특정 분야의 책을 파는 서점이라 자연스럽게 해방촌 내 서점 투어를 하듯 동선을 맞출 수 있었죠.


고요서사는 문학서점답게 소설을 주제로 기획을 하는데 이곳의 시그니처 프로그램 중 하나가 ‘북스앤코르크’입니다. 차경희 대표가 소설 한 편을 고르고 와인 소믈리에를 초청해 소설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도록 하죠.


보통 여덟 명 정도의 참가자들이 돌아가며 소설을 짧게 낭독하고, 소믈리에는 그 소설을 읽고 선정한 와인에 대해 설명하며 와인을 음미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책에 국한하지 않고 다른 콘텐츠와 접목해보고 싶었어요. 책만큼 많은 스토리를 가진 것이 술이었고, 술 중에서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와인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죠.”


책 구입을 유도하거나 독서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북스앤코르크’ 행사의 성격을 ‘책을 읽고 오지 않아도 되는 흥미 있는 독서 모임’으로 규정했습니다.


보통은 단편소설을 선정하고 길어도 한 시간 내에 읽을 수 있는 소설을 고르죠. 행사에서는 차 대표가 고른 대목에서 낭독을 하기도 하고, 참가자가 직접 고른 대목을 읽기도 해요.

와인과 함께 흥미를 돋우고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도우미 역할을 하는 것이 북스앤코르크의 장점입니다. 6월 마지막 금요일에 진행된 심야책방에서는 마루야마 겐지 <봄의 아수라>에 ‘셀그로브 캣킨 쉬라즈’ 와인이 선택됐어요.


소믈리에 김승완 씨는 “찬란한 봄이지만 마음은 아수라인 시인을 표현하기 위해 봄처럼 젖은 흙냄새 향이 나면서 드라이하고 무게감이 있는 상반된 성격이 조화를 이룬 와인을 골라봤다”고 말했습니다. 


차경희 대표가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은 고요서사만의 콘텐츠를 쌓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북스앤코르크 참가비는 3만 원 정도로 와인과 진행비를 제하면 수익이 거의 없는 편이지만, 참가자가 단골이 될 가능성이 높은 행사라 의미가 있죠. 


새로운 사람들도 찾아오지만 시간이 지나면 단골들이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얼굴을 보는 시간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심야책방 행사 때는 새로운 손님과 단골들로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기 때문에 그 달 또는 그 주의 최고 매출을 기록합니다.


하지만 체력적으로 힘든 만큼 한 달에 한 번으로 고정하고 있죠. 차 대표는 역설적으로 한 달에 한 번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것이라고도 해석했어요. 


“심야책방을 하더라도 낮에 문을 열어야 하니 거의 열 시간 이상 서점을 오픈하게 됩니다. 앉아서 일하는 것과 사람을 기다리는 건 달라서 체력적으로 무척 힘들죠.


이벤트에 대한 부담이 있겠지만, 그 시간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벤트니까 너무 큰 공력을 들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작은 동네책방들은 힘이 약합니다. 하지만 해방촌의 경우처럼 서로 연대해서 경쟁력을 키워나가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행사로 발전할 것입니다. 연대하라, 그럼 동네서점의 길이 열릴 것입니다! 


동네서점이 살아야 독서 생태계도 산다

도시가 문화적으로 풍부해지려면 그 안에 있는 동네의 개성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문화적 다양성이 살아나죠. 문화적 다양성은 동네서점뿐만 아니라 동네빵집에서도 감지되고 있어요. 


프랜차이즈 빵집이 즐비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개성 있는 동네빵집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압축성장을 이루면서 문화도 자본과 대기업이 이끄는 대로 끌려갔었죠. 


하지만 문화적 다양성이 살아나면서 획일화된 대형 프랜차이즈 문화에서 다양한 로컬문화로 변환돼가는 시점입니다. 문화적 다양성이 살아나고 있는 것이죠. 


이처럼 독특한 개성과 기획력을 갖추고 동네에 자리잡기 시작한 전문서점들은 과거 서점들과 질적으로 달라요. 과거 동네서점에서는 주로 중·고교용 참고서와 대중잡지, 베스트셀러 등을 팔았어요. 


하지만 최근 홍대, 신촌 등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거리에 생겨나는 서점에는 그런 책들은 거의 없죠. 상암동의 ‘북바이북’은 술 파는 책방으로 유명하고, 신촌의 ‘위트 앤 시니컬’은 시집 전문서점입니다.

고양이 책만 모아놓은 대학로의 ‘슈뢰딩거’처럼 저마다 개성을 가진 공간이 늘어가고 있어요. 이곳들이 20~30대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면서 서점은 새로운 문화의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책에 대한 다양한 관점은 동네책방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날마다 세계 각지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책 가운데 서점 주인의 기준에 부합한 책만 서점 서가에 놓이죠.


동네책방을 찾는 이는 신간의 홍수 속에서 놓치고 지나가버린 책을 새롭게 소개받을 기회를 얻게 됩니다. 서점의 개성에 따라 필터링의 기준이 달라 같은 상황과 감정에도 저마다 다른 책을 소개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문화의 다양성이죠. 책방 이외에도 개성 있는 콘텐츠를 가진 상점이 많다면 상권 전체를 문화 콘셉트로 만들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도 있어요.


동네책방에서 추천한 소설책에 나오는 빵을 동네빵집에서 그대로 구현한다든지, 공간이 부족한 동네책방 대신 인근의 카페나 바에서 독서모임을 한다든지 책을 매개로 동네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는 효자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참에 심야책방 행사를 계기로 지역 서점들이 마을 공동체에서 문화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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