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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에서도 가장 남쪽에 자리한 도시 통영은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바다로 유명해요. 동양의 나폴리라 불릴 만큼 수려한 항구도시인데요. 통영항과 푸른 바다가 훤히 내다보이는 동피랑 마을은 예쁜 벽화로도 입소문이 나있어요. 볼거리 많은 아름다운 도시 통영 여행에 대해 소개해드릴게요.

현관을 나서자마자 커다란 동백꽃 그림이 반기는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의 낭만을 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낡은 담벼락 그림 위로 삶의 희로애락이 스며들어 있는 곳. 한 마을을 품은 벽화 사이로 내딛는 걸음마다 이곳의 지난 시간이 묻어납니다. 예술의 아름다움은 덤이죠.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싶다던 어느 가수의 노랫말처럼 그림 같은 마을이 있다면 경상남도 통영시 동피랑마을이 아닐까 싶어요. 동피랑은 동쪽의 ‘동’과 비탈을 가리키는 통영 사투리 ‘비랑’을 합쳐 지은 이름인데요. 

통영항을 끼고 중앙시장 뒤쪽으로 가파른 언덕을 오르면 동피랑으로 향하는 시작 지점이에요. 벽화가 하나둘 나타나는 경사로로 2~3분 정도 움직이면 마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삼거리에 닿아요. 동피랑마을 입구임을 알리는 표지석이 서 있어요.

벽화 명소답게 마을 입구를 시작으로 닿는 길목마다 그림이 수놓아져 있는데요. 푸른 통영 앞바다와 어우러진 모습은 야외미술관 풍경 못지않습니다. 연신 감탄사가 나오는 이곳도 한때는 보존과 개발의 갈림길에 선 낙후 동네였어요. 

일제강점기에 항구 노동자들이 동피랑마을로 모여들면서 마을은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소위 달동네가 됐는데요. 바다로 남편을 보낸 아내는 배가 돌아올 때면 동피랑 꼭대기에 올라 어떤 색 깃발이 나부끼는지 가슴 졸이며 지켜봤다고 해요. 사고가 났다는 뜻의 하얀 깃발이면 너나 할 것 없이 포구로 달려 나가야 했으니까요.

그 시절을 지나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통영시는 달동네를 대신할 공원 조성 계획을 세웠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떠나야만 했어요. 그러자 시민단체가 나선거예요. 푸른통영21추진협의회를 중심으로 몇몇 단체들이 삶이 남아 있는 동네를 꿈꾸며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가동했습니다. 2007년 벽화공모전 ‘제1회 통영의 망루, 동피랑의 재발견’이 그것인데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동피랑 곳곳에 그림을 그렸고 이는 바닷가 언덕마을이 벽화마을로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되었어요.

마을의 변신을 알리는 입소문은 빨리 퍼졌어요. 벽화를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동피랑마을을 보존하자는 여론이 주를 이뤘습니다. 결국 통영시는 이순신 장군이 설치한 통제영이 있던 동포루(東砲樓) 복원에 필요한 마을 꼭대기 집 세 채만 헐기로 하고 철거 계획을 접었습니다. 그렇게 동피랑마을은 통영의 숨은 보석으로 지난 10여 년을 이어왔어요.  

어린아이가 칠했을 법한 그림부터 꽤 정교한 기술이 들어간 그림까지, 동피랑 벽화는 예술에 대한 조예나 학식을 요구하지 않아요. 마을을 찾는 누구나 가벼운 걸음으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 벽화 작가들의 노력이 깃든 덕분이에요.  

커뮤니티 디자인(Community Design) 개념이 더해진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커뮤니티 디자인은 그곳 주민의 의견을 바탕으로 이를 분석한 디자인을 접목하는 거예요. 단순히 벽화를 그리고 보는 행위를 넘어 지역 사람들이 스스로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얻는 또 하나의 가치 부여가 이뤄집니다.  

비도 눈도 맞으며 색이 바랬을 만도 한데 벽화들은 참 또렷한 모습이에요. 첫 벽화공모전 이후 2년마다 낡은 벽화를 지우고 새로운 벽화를 채워와서인데요. 동피랑을 한 번 들렀던 사람도 동네를 다시 찾는 건 이 때문일 거예요. 올해는 지난 9월부터 한 달여 동안 ‘다 같이 동피랑’이란 주제 아래 벽화 새 단장을 끝냈습니다.  

주기적으로 바뀌는 벽화들 속에서도 한결같은 그림이 하나 있으니 바로 ‘천사 날개’예요. 동피랑에 다녀왔다면 이 그림을 배경으로 한 기념사진 한 장쯤은 남겼을 건데요. 요즘말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감성샷을 찍기에 제격인 터라 주말이면 죽 늘어선 촬영 대기 행렬을 볼 수 있습니다.  

여럿으로 갈라진 골목을 따라 벽화를 발견하는 재미만큼 벽화를 따라 골목길 곳곳을 거니는 재미도 큰데요. 꼬불꼬불 구부러진 오르막길은 달동네 특유의 옛 감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독특한 운치를 풍기고 있어요. 다만 마음껏 즐기되 집 안을 기웃거리거나 큰 소리로 떠드는 등의 행동은 삼갈 것을 당부합니다. 여전히 많은 주민이 생활하고 있는 터전일뿐더러 방문자로서 예의이기도 해요.  

연이은 벽화 나들이가 지루해질 때면 마을 꼭대기 동포루로 가보세요. 동포루에 올라 한눈에 담는 통영 앞바다의 전경, 작은 골목 사이사이로 보이는 건넛마을 풍경은 결코 놓쳐선 안 되는 것 중 하나. 이들 경관은 통영이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데 한몫했을 정도입니다.  

11월의 찬 기운에 서늘해진 몸을 쉬일 작은 공간들도 있어요. 앉아서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카페를 비롯해 입석 형태의 노천카페 등 30여 개의 카페에서 만나는 여유도 제법 낭만적이에요. 따뜻한 차 한 모금과 디저트의 조화는 어디서나 꿀맛이라지만 바다 빛이 더해지니 더할 나위 없이 달콤합니다. 특히 이름부터 감칠맛 나는 통영 명물 ‘꿀빵’은 별미에요. 각종 앙금을 꽉 채운 반죽을 기름에 튀기고 겉면에 꿀을 칠한 빵이죠.  

달콤함을 머금은 채 마을 한 바퀴를 돌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에 옅은 웃음이 번져요. 그 미소 사이로 동피랑의 아픈 시간이 씻겨 나가고 수많은 사람의 온기로 채워집니다. 푸른 바다 그리고 구름 만개한 파란 하늘도 동피랑 벽화마을의 벗이 돼주는 듯합니다. 

일제강점기 양곡 창고로 쓰였던 곳이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곳이에요. 미술관과 디지털아트관, 소극장, 책공방 등으로 구성됐으며 각종 상설 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요. 지역 주민들에게는 소통과 상생의 공간으로, 관광객들에게는 보고 즐길 수 있는 문화의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예술가들이 모여 만든 이곳은 창작, 전시, 교육 등이 한곳에서 가능한 종합문화예술마을이에요. 갤러리, 박물관, 서점, 레스토랑 등 모든 건축물은 국내외 유명 건축가들이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려 설계했어요. 헤이리의 길은 자연스럽게 굴곡진 게 특징. 이 길을 따라 느리게 걷는 게 헤이리를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색색의 예쁜 동피랑 벽화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추억과 인생샷도 남길 수 있는 통영으로 여행 떠나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