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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에 가족 잔소리 피하고 싶다면?

조회수 2018. 9. 25.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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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속담이 있죠? 이처럼 추석은 모든 것이 풍요롭고 즐거운 명절인데요. 하지만, 이렇게 즐거운 명절이 오면 부담스러운 마음 때문에 오히려 명절을 피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다고 해요.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들이나 결혼을 미루고 있는 청년들은 오랜만에 만나는 친지들의 걱정과 안부가 오히려 부담으로 느껴지는데요. 이런 추세를 반영해 명절에 고향에 방문하지 않고 오히려 취업 준비 등을 할 수 있는 '명절대피소'가 생겼다고 해요.


맘껏 연휴를 즐기지 못하는 안타까운 이런 현상은 왜 생겨났는지 추석 명절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제약회사에 다니는 최 모(31) 씨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시력 교정 수술을 받을 예정이에요. 지난겨울 휴가 때도 기회가 있었지만 일부러 이날로 수술을 잡았는데요. 명절 때마다 마주쳐야 하는 친척을 피하기 위해서예요.


수술 후 눈을 가리고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핑계로 아예 고향에 내려가지 않을 생각인데요. 최 씨는 “지난 설 때 ‘그런 작은 회사 다녀서 어디 장가나 들겠느냐’, ‘언제 대기업으로 옮길 거냐’고 묻는 친척들 때문에 마음고생을 했다”며 “다음 명절 때도 어떻게든 핑계를 대고 친척 집에는 발길을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해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김 모(29) 씨도 추석 명절이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예요. 그는 추석 기간 중 오전 10시에 집을 나와 오후 9시가 넘어서야 귀가할 계획이에요. 집에 있으면 “무슨 시험을 보냐”, “올해는 붙을 것 같으냐”는 친척들의 질문을 받을 게 뻔해 자리를 피하는 거예요.


김 씨는 “명절날 카페에서 보내자니 기분이 우울했는데, 지난 설날에도 뜻밖에 카페 1·2층이 공부하는 사람들로 꽉 차 있어 정신이 번쩍 들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어요.  

명절 피해 탈출, ‘버그아웃족’

떨어져 있던 가족들이 반갑게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명절에 오히려 가족들을 피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어요. 선물 준비와 집안일, 웃어른의 참견과 훈계에서 오는 ‘명절 스트레스’를 피해 도망치는 일명 ‘명절 버그아웃족’인데요. 버그아웃(Bugout)이란 전쟁이나 재난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탈출하는 것을 말해요.


지난 2월 8일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성인 남녀 19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명절 스트레스’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66.3%가 설을 앞두고 명절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특히 대학생·취업준비생들은 ‘취업에 대한 친척들의 잔소리’(45.2%)를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꼽았어요.


취업과 관련된 잔소리 중 ‘누구네 자녀는 어떤 회사 다닌다 하더라’(31.2%),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얘기다’(26.7%)를 가장 견디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안타까움을 건네지만, 취준생은 이해받지 못해 공허하기만 해요. ‘명절대피소’가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귀결인 것 같아요.

친척 잔소리 피해 ‘명절대피소’ 찾는 청춘들

이런 분위기를 보여주듯 학원가엔 ‘추석 특강’이 줄을 잇고 있어요. 파고다어학원은 2015년 추석부터 연휴 기간마다 학습 공간과 간식 패키지, 인터넷 강의(이하 인강) 프리패스를 제공하는 명절대피소를 개설하고 있어요. 인강 연휴 프리패스는 취업과 승진에 필요한 토익, 토익스피킹, 오픽, HSK 과목을 연휴 기간 동안 무제한 수강할 수 있는 상품이에요.


파고다어학원은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인 2월 15~18일까지 사흘간 ‘파고다 명절대피소’를 운영해 버그아웃족들의 사랑을 받았는데요. 명절대피소 방문객에게 학습 공간을 비롯해 샘표 질러 크리스피 연어와 스낵 등의 간식 패키지와 인강 연휴 한정 프리패스를 제공했어요.


파고다어학원 관계자는 “따뜻한 학습 공간과 함께 간식과 어학 학습 체험 기회를 제공해 취준생과 대학생 등 젊은 층 사이에서 명절 연휴 기간 안식처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각종 취업 정보 사이트에도 추석 연휴 기간 함께 공부할 ‘단기(短期) 스터디’ 모집 글이 줄을 이었어요. 한 취업준비생은 커뮤니티에 “집에서 눈칫밥 먹지 말고 차라리 영어 면접을 대비하자”는 ‘추석 스터디’ 회원 모집 글을 올렸는데요. 취업준비생 커뮤니티에는 명절을 이용해 취업에 성공한 친척을 만나 취업 조언을 받았다는 후기도 심심찮게 올라왔어요.


네이버 취업 및 공기업 준비 사이트 ‘스펙업’, 공준모(공기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에는 추석 연휴 기간 번개 스터디를 모집하는 글이 수두룩해요. 공무원 준비생 박 모(30) 씨는 “시험이 바로 다음 달에 있어 연휴에만 함께하는 스팟스터디를 구했다”며 “가족들 눈치 보지 않고 부족한 토익스피킹을 집중적으로 보완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적지 않아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 모(33) 씨는 추석 연휴를 맞아 고향 가는 기차표 대신 친구들과 함께 일본 홋카이도 항공권을 끊었는데요. 며칠 전 “이번 추석 명절에는 남자 친구를 집에 데려올 거냐”는 어머니 전화를 받고서 마음을 바꿨다고 해요.


이 씨는 “고향 집을 갈 때마다 결혼 문제를 걱정하는 부모님의 잔소리에 지쳤다”고 해요. 이런 ‘도피성’ 해외여행객까지 더해져 이번 추석 연휴 동안 해외 출국자 수는 늘어날 전망이에요. 


<트렌드 코리아 2018>이 소개하는 케렌시아 이야기

출처: © Engin_Akyurt, Pixabay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출간한 <트렌드 코리아 2018>은 명절 기간 동안 질문 공세와 잔소리 폭격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명절대피소’를 설명하고 있어요. <트렌드 코리아 2018>은 나만의 ‘케렌시아’로 탈출을 권하는데요. 케렌시아(Querencia)는 투우장의 소가 마지막 일전을 앞두고 홀로 잠시 숨을 고르는 자기만의 공간을 의미해요.


인생이라는 매일매일의 전투에서 지쳐가는 현대인들에게 안식처로서 케렌시아의 공간이 절실하다는 거예요. 간단하게 ‘패스트 힐링’을 하고, 자기만의 아지트를 꾸미며, 집이나 직장이 아닌 제3의 공간을 찾아 힐링의 시간을 마련하기도 하는데요. 또 온라인에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추구하고 있어요.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는 케렌시아의 다양한 형태로 도심 속 패스트힐링(수면카페, 만화카페, 한방카페), 창조적 체험공간으로서의 케렌시아(DIY카페, 소셜 액티비티 플랫폼), 취준생들을 위한 명절대피소(어학원에서 명절 연휴 때 스터디 공간 개방) 등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트렌드 코리아 2018>에 따르면, ‘1코노미 시대(혼자만의 소비생활을 즐기는 사람)’에 나홀로족의 최적의 케렌시아는 다름 아닌 집이에요. 신경건축학(Neuroarchitecture)이 강조되는 시대에 집 공간을 푸르른 식물로 꾸미려는 플랜테리어 트렌드가 인기를 끌고 있어요.


외부에서 하는 여가 및 사회활동을 집 안으로 옮겨오는 코쿠닝(cocooning)은 물론, 맨케이브(man cave, 주택의 지하, 작업장, 창고 등 남성이 혼자 공구를 사용해 작업할 수 있는 공간)는 남성들에게 심리적 위안과 안정을 주는 자기만의 사적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어요.


이제 케렌시아는 오프라인을 넘어서 온라인 공간까지 확장되고 있는데요. 사람들은 온라인의 케렌시아에서 ‘익명’이라는 가면을 쓰고 억압당했던 마음을 풀어헤치며 억눌린 감정을 해소하고 있어요. 그 예로 서울대 한 학생이 ‘임금님 귀는 당나기 귀’에서 착안한 익명 게시판 ‘대나무숲(익명 소통앱)’ 등이 있어요.


직장인은 케렌시아에서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찾고 있어요. 전화 송수신과 9개 번호만 저장이 가능한 더라이트폰(the light phone)이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어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관계자는 “제3의 공간인 케렌시아에서 사람들은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전장으로 나갈 준비를 한다”며 “케렌시아는 단순한 수동적인 휴식을 넘어 ‘책맥카페’처럼 신선하고 창의적인 문화콘텐츠로 변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출처: © mrleecanburn, Unsplash

이번 추석 명절은 대체휴일로 연휴 기간이 무척 긴 데요. 주변을 보면 이 시간 동안 여행을 떠나거나,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단순히 가족의 모임에서 벗어나고 있는 명절의 모습이 조금 낯설어지기도 하지만, 앞으로는 점점더 이렇게 자신을 위한 명절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 같습니다.


늘상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휴일은 자신을 추스리는 날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새롭게 변화해가는 트렌드와 문화 속에서 좀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여유를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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