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쇼핑하듯 국회 입법안 둘러보고, 쉽고 재미있게 정치에 참여해요!
우리 생활에 밀접한 법의 필요성을 느끼더라도 높은 장벽 탓에 어떻게 정치에 참여하고, 해결 방법을 찾을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누구나 쇼핑하듯이 쉽게 입법정보를 파악하고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있어요. 꼭 필요한 국회 입법안을 발굴하고 공론화하는 정치 스타트업 '투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정치적 무관심’을 이야기할 때면 2030 세대가 함께 언급되곤 합니다. 정치 참여도가 낮은 세대로 대표돼서인데요. 하지만 2030 세대는 항변합니다. 절실함을 대변할 수 있는 창구가 너무 좁다고, ‘대변자’라고 일컬어지는 일부 주체는 맡은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다고.
정치 스타트업 ‘투정’의 출발점은 여기에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가 정치 과정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플랫폼이 되려 합니다. 무엇보다 그 과정이 쉽고 즐거울 수 있도록 말이죠.
‘투정’은 다섯 명의 구성원을 둔 소규모 스타트업이자 소셜벤처입니다. 국회 입법안을 발굴하고 그것을 공론화하는 게 이 회사의 활동이에요. 2017년 여름 프로그래밍 동아리에서 만난 초기 멤버 세 명이 프로젝트 형태로 진행해오다 지난 4월부터 법인으로서 성격을 갖추게 됐습니다.
여느 조직이 그러하듯 투정은 회사 이름에 활동 방향을 내포하고 있어요. 첫 번째는 ‘정치에게 말한다’는 의미의 to정, 두 번째는 ‘투정 부리는 것처럼 정치 이야기를 쉽게 꺼내보자’라는 뜻이에요.
인터넷 쇼핑하듯 둘러보는 입법안
'투정'의 구성원은 김예인 대표부터 박진영 서비스 개발자, 안경진 콘텐츠 크리에이터, 임동진 기술 책임자, 박선후 디자이너까지 구성원 모두 20대 청년입니다. 여러 세대 중에서도 밀레니얼 세대를 서비스 제공 주요 타깃으로 설정한 이유예요. 가장 깊숙이 파악하고 공감할 수 있는 세대의 지원책이 되고 싶다는 판단에서 입니다.
초기 구성원을 프로그래밍 동아리에서 꾸린 건 투정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주효했어요. 이 동아리는 웹 개발 기술을 배우고 플랫폼, 서비스 등을 만드는 곳인데요. 덕분에 투정은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용자들은 평범한 쇼핑을 하는 것처럼 국회 입법안을 살펴볼 수 있어요.
나아가 투정은 특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입법안, 특히 국회에 계류 중인 입법안을 찾아내 그 내용을 디자인 상품에 표현해 판매하는데요. 상품 수익금은 해당 법안 심사가 지연되고 있음을 알리는 지하철 역사 광고비용으로 쓰입니다.
그렇게 진행된 첫 프로젝트가 ‘데이트 폭력 피해자 보호법 공론화’예요.
데이트 폭력 피해자 보호법은 데이트 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조명될 때마다 발의됐지만 심의절차를 거치지 못하고 오랜 기간 계류 상태입니다. 투정은 이 법안을 상징하는 일러스트를 휴대폰 케이스와 타투 스티커에 새겼어요.
이들 상품으로 모인 수익금은 1000만 원. 지난 7월 한 달 동안 서울 지하철 강남역 안 한편에 스크린 광고를 게재할 수 있는 금액이었어요.
투정의 활동은 유독 입법 과정에 집중되고 있어요. 대다수 사회문제는 법이 개정돼야 궁극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입니다.
김예인 대표는 “국회 입법 절차 내용은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되기 전까진 잘 다뤄지지 않는다”면서 “입법안은 사회문제 설루션이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굉장히 높은 콘텐츠”라고 말했어요.
프로젝트 주제(입법안)를 선정하는 기준은 명확합니다. 우선 우리 일상,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제를 중심으로 합니다. 이와 함께 정량적 요소를 평가하는데 ‘입법안이 얼마나 오랫동안 계류됐는지’, ‘계류 기간 동안 회의는 몇 번이나 진행됐는지’, ‘국회 자료에 치명적인 결함은 없는지’ 등을 확인합니다.
첫 주제 선정 때만 해도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모든 안건을 직접 살폈는데요. 한 번은 읽어봐야 투정만의 기준을 세울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에요.
최근에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제보도 받고 있어요. 제보자의 문제 중 해결 가능한 입법안은 서둘러 통과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거예요. 현재 물망에 오른 주제는 가정폭력, 유기견 보호 등이 있어요. 김 대표는 이르면 9월 초에 두 번째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자생력 갖춘 정치 스타트업 돼야
투정은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한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막바지 작업에 한창인 공식 플랫폼 재단장은 그중 하나예요. 기존 모금 절차는 다른 사이트에서 이뤄졌는데, 이젠 투정 플랫폼에서도 할 예정이에요.
또 이용자들은 ‘법안 구매하기’를 선택하면 해당 상임위원회 의원들에게 청원 전자우편을 전송할 수 있고 ‘내 인생으로 배송하기’를 누르면 입법 현황 구독 서비스와 디자인 상품을 수령할 수 있어요.
일종의 ‘법안 쇼핑몰’ 개념으로 이해하면 되는데요. 투정은 계류 기간, 심사 주체 등의 조건을 붙여 각 입법안을 검색할 수 있는 자체 시스템도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직원 외에 일반 이용자들도 사용하는 방법을 고려 중이에요.
김 대표는 투정이 스타트업인 만큼 실시간 사회 트렌드에 발맞추고자 다방면의 인력을 채용했어요. 얼마 전 합류했다는 안경진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대표적인데요. 색다른 콘텐츠의 영향력이 날로 커져가는 흐름을 반영한 거예요. 안경진 크리에이터는 국회의원이 법안을 설명하는 콘텐츠, 입법 과정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유쾌하게 풀어낸 콘텐츠 등을 제작했어요.
정치를 근간으로 한 스타트업은 비단 투정만이 아니에요. 과거에도 존재했고 최근 들어 속속 등장하고 있어요. 다만 재정 측면에서 자생력 갖추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김 대표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정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꽤 활성화된 편이에요. 단순히 입법안을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한 수준의 시스템임에도 많은 투자가 이뤄집니다. 탄탄한 투자에 힘입어 법안이 통과됐을 때 영향력이 얼마나 되는지 분석하는 기업도 생겼다고 해요. 김 대표는 이러한 구조가 국내에도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습니다.
정치 참여 유도하는 통로 역할
한편으론 정치 스타트업이 꾸준히 출현하는 게 그리 달가운 현실은 아님을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국민이 기존 정치 과정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에요.
박진영 개발자는 쌍방향 소통을 중요시하는 분위기도 한몫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청와대 국민청원 과정에서 정부가 내 목소리에 응답한다는 것만으로 위안을 얻는다”며 “소통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정치 스타트업도 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정치 스타트업을 두고 편중된 성향을 우려하기도 해요. 이에 대해 투정 측은 확고한 입장을 밝혔어요.
투정은 ‘정치’가 결코 어려운 분야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정치는 생활의 일부일 뿐 특정 층만이 주도할 수도, 주도해서도 안 되는 영역이라고. 그렇기에 더 많은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해야 한다고 해요. 그중 하나가 ‘투정’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내 삶에 필요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참여할 수 있는 소셜 플랫폼 '투정'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정치에 참여하는 방법을 통해 밀레니얼 세대뿐 아니라 더 많은 일반인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