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의 평범한 일상 만나봐요! '사는 거이 다 똑같디요' 展
북한 사람들의 일상생활은 어떤 모습일까요? 북한 아이들은 어떤 놀이를 하며 놀고 연인들은 어디서 만나 데이트할까요?
혹시 북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와 많이 다를 거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으셨나요? 그동안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아서 더 궁금했던 북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의 모습을 사진과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했던 임종진 사진작가의 사진전과 진천규 특파원이 펴낸 저서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를 통해 우리와 다를 바 없는 북한의 모습을 확인해보세요.
손을 잡고 계단을 걸어 내려오는 아빠와 아이,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 특별할 것 없는 사진 속 일상이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사진을 보며 서 있는 이곳은 남한, 사진 속 저곳은 북한. 공간의 ‘다름’에서 비롯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에요.
공간이 주는 이질감은 오랜 시간 우리 마음속에서 커왔습니다. 그것이 외부 요인에 의해서든, 저마다 스스로 판단에 따른 결과이든 ‘북한’ 하면 우리와 상반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게 지배적이었어요.
임종진 사진전 <평양의 일상 “사는 거이 다 똑같디요”>의 출발점은 여기에 있습니다. ‘북한의 이미지를 바꾸는 북한 이미지’ 임종진 작가는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북한의 모습을 전합니다.
북한의 평범한 일상을 사진으로
임 작가는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사진기자로 여섯 차례 북한 땅을 밟았는데요. 당시 촬영한 2만여 점 중 50여 점이 이번 사진전의 주인공입니다. 50여 점의 공통점은 지극히 평범하다는 거예요. 북한 주민들의 평범한 모습을 그대로 비추고 있는데요. ‘얼마나 다른지’가 아닌 ‘얼마나 같은지’ 보자는 것이 임 작가의 의도입니다.
그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북한 모습에 취해 카메라가 춤을 추었다고 회고합니다. 장을 보는 엄마, 자전거에 자녀를 태우고 가는 아빠, 이제 막 결혼식을 올려 상기된 신혼부부 등 임 작가의 시선을 좇아 마주한 그곳엔 밝음이 가득한데요. 과거 국내외 매체가 공개한 북한과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다를 것 없이 같거나 비슷한 형상들 속에는 가슴 뭉클한 것에서 느끼는 무언가가 있었어요. "그게 민족의 동질성에서 오는 일체감의 기운인 것임을 곧 알 수 있었다”고 임 작가가는 사진 설명으로 직접 썼어요. 이런 이야기를 통해 전시 관람객들이 저마다 해석하길 바라고 있어요.
그가 전시회를 기획하게 된 것은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고 판단해서입니다. 실제로 두 달 전 그가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한 사진 몇 장이 화제가 되자, 미술관 측에서 먼저 사진전 개최를 제안해 성사된 거예요.
‘일상의 같음’이 주는 반가움
이데올로기적 요소가 배제된 것도 이번 전시의 특징이에요. 북한을 대표하는 동상 대신 배지 정도가 담겨 있어요. 임 작가는 처음 평양을 찾았을 때 자신이 느꼈던 그대로를 전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모든 것이 낯설어야 할 그곳이 마치 잘 아는 동네인 듯한 기시감이 반가웠어요. 무엇을 보게 될지, 어느 순간에 셔터를 누르게 될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지만 직감했다고 해요.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과 다른 것을 볼 것이라고.
비록 20년 전이지만 그가 이야기하는 북한은 우리와 그리고 지금과 다르지 않아요. 전시 사진 모두 ‘어제의 사진’이 아니라 ‘이제야 만나는 오늘의 사진’이라고 표현하는 이유입니다.
‘흔하디흔함’을 연신 기록하던 작가에게 북한 안내원이 농 섞인 질문을 던졌다고 해요.
그의 사진이 하고픈 이야기입니다.
평양의 일상 “사는 거이 다 똑같디요” 전
(오전 11시~오후 6시, 월요일 휴무)
장 소 : 서울 종로구 청운동 113-3 류가헌갤러리
문 의 : 02-720-2010
진천규 평양 순회 특파원의 저서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도 마찬가지예요. 그는 취재 기간 동안 보고 느끼고 경험한 평양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담아냈는데요.
작가는 한 사람으로서 그들을 만나 대화하고 그들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고 싶었을 뿐, 구경꾼이 되고 싶진 않았어요. 외국 기자라면 소통의 어려움 탓에 관찰자 입장에만 머물 수밖에 없지만 그는 그 한계를 깰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1992년 제6차 남북고위급회담, 2000년 평양 6·15 정상회담 취재 이후 17년 만에 다시 밟은 평양은 그에게도 놀라웠어요. 가장 최근이라 할 2017년 10월부터 2018년 7월까지 북한 사람의 생활방식은 상상 이상의 속도로 변화하고 있었어요.
어디서든 휴대폰을 당연하게 사용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대기행렬을 마다하지 않으며, 퇴근길 가볍게 술잔을 기울이는 그곳 일상은 우리네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었어요.
진 작가는 저서에서 북한의 일상에 대한 놀라움을 연거푸 드러냅니다. 원산농업종합대학교 강의 현장을 예로 드는데요.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교수는 강의 중 파워포인트로 자료를 설명했고 노트북엔 윈도우와 MS 익스플로러가 설치돼 있었어요. 또 평양 시내 고려항공 대리점에서는 항공권 예약 업무에 여러 대의 HP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었어요.
그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도 흔히 상상할 수 없는 북한의 요즘 일상이에요. 진 작가는 그래서 북한에 대해 더 많이,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우리가 몰랐던 요즘의 북한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에서 확인할 수 있는 먹거리 문화의 변화도 인상적인데요.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주요 관심 대상 중 하나였던 옥류관 평양냉면에 관한 이야기예요.
작가는 평양냉면의 맛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동시에 옥류관 고기쟁반국수를 먹는 사람들, 옥류관에 입장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의 사진을 덧붙였어요. 소위 맛집을 찾아다니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모습이 겹쳐 보입니다.
평양 시민들의 꾸밈새도 지난 시간의 변화와 속도를 가늠하게 합니다. 짧은 스커트와 하이힐, 화려한 무늬의 양산, 각양각색의 헤어스타일. 작가는 미용실과 이발관에서 만난 시민의 모습을 고스란히 전했어요.
작가는 수많은 사진을 통해 끊임없이 말하고 있어요. 그곳과 이곳이 닮아가고 있다고. 도서 제목도 그렇듯 북한과 서울의 시간은 함께 흐르고 있다고. 이건 사실이기도 합니다.
북한은 2018년 5월 5일을 기점으로 표준시를 변경했어요. 30분 앞당겨 써왔던 표준시를 30분 늦춰 서울 시간과 맞췄어요. 그렇게 평양의 시간과 서울의 시간은 동시에 흐르고 있습니다.
지난 남북정상회담일에 두 정상이 옥류관 평양냉면을 먹고 있을 때, 우리 국민들도 평양냉면을 먹고자 길게 줄을 섰다고 하죠. 이처럼 평양 시민들과 우리의 삶이 많이 닮아 있는 모습을 직접 사진으로 보니 남북 간의 거리가 좀 더 가까워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차츰 거리를 좁혀가다 보면 우리도 옥류관 평양냉면도 먹고 대동강 둔치에서 같이 운동할 수 있는 날이 곧 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