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굿즈 뺨치는 '국립 굿즈' 흥행 비결은?
예전의 촌스럽고 투박했던 박물관 기념품을 생각한다면 오산! 요즘 국립박물관 굿즈는 세련된 디자인에 실용성까지 갖춰 20~30대 사이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소장가치도 있고 선물하기도 좋은 ‘국립 굿즈’.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와 흥행 비결은 뭘까요?
왜 ‘국립 굿즈’를 살까?
1. 훨씬 다양화된 품목
국립중앙박물관 굿즈는 이미 온라인상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굿즈계 강자인데요.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과 회화 등을 모티브로 세련되면서도 실용성까지 갖춘 게 특징이에요. 이전에는 문구 사무용품에 그대로 사진을 얹는 형태였지만 훨씬 다양화된 품목에 감각적인 디자인을 입혔어요.
대표적으로 ‘초충도 시리즈’는 신사임당의 8폭 병풍 속 ‘초충도’를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해 심플함과 여성적인 색감을 강조했어요. ‘초충도’ 자체를 입히기보다 에코백과 트레이, 파우치 등 다수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물건의 특성에 맞게 디자인했어요. 영조와 정순왕후의 가례가 기록된 <영조정순왕후가례도감의궤>를 모티브로 한 ‘의궤 시리즈’도 있어요. 의궤 넥타이, 의궤 손수건, 의궤 3단 우산, 의궤 금속 명함집 등 여러 생활용품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2. 심미성과 실용성을 두루 갖춘 제품
굿즈를 사기 위해 박물관을 찾는다는 사람도 많아요. 지난 4월 11일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상품점에서 만난 60대 주부 김 모 씨는 “SNS 게시물을 보다 국립 굿즈를 알게 됐는데 그중에서도 보석함이 유독 눈에 들어와 직접 확인하고 구매하러 왔다”며 “일반 매장에서 판매되는 보석함과 비교했을 때 외관상 전혀 뒤처지지 않음에도 가격은 훨씬 저렴하다”고 했어요.
20대 직장인 이 모 씨는 “별 헤는 밤 유리컵을 구매하겠다는 일념으로 박물관에 왔다”고 했어요. 윤동주 시인의 대표작 ‘별 헤는 밤’을 모티브로 한 ‘별 헤는 밤 시리즈’는 주요 시구들이 떠다니는 듯한 모습으로 유명한 굿즈예요. 특히 이 씨가 언급한 유리컵은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 굿즈 판매 순위 6위를 기록했을 만큼 큰 인기를 얻었어요.
지난해 판매 순위 1위는 ‘왕과 왕비 수저 세트’였는데 사람들이 식사를 할 때마다 사용할 수 있는 굿즈라는 점에서 높은 실용성을 자랑해요.
3. 합리적인 가성비
가성비 측면도 놓칠 수 없죠. 문화재단 관계자는 “가격 책정에 다양한 요인이 반영되지만 공공기관이 만드는 제품이기 때문에 마진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하고 있다”며 “선물로 주고받기에도 부담 없는 가격대가 되도록 신경 쓴다”고 설명했어요.
두 손 가득 국립 굿즈를 들고 다니는 외국인 방문객의 모습도 꽤 흥미로웠어요. 한 프랑스인은 “한국 고유의 문화를 기념품에 아름답게 녹여낸 것 같다”며 “엽서 말고도 종류가 굉장히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어요. 또 다른 외국인 방문객은 국립 굿즈를 본 소감을 묻는 질문에 “생각보다 가격이 저렴한 것은 좋지만 정확히 어떤 유물인지 알 수 없는 점은 아쉽다”고 답변했어요.
국립 굿즈 열풍 이유는?
1. 최신 유행 반영
평창 굿즈와 국립 굿즈가 흥행할 수 있었던 건 ‘정부가 만든 기념품은 촌스럽다’는 편견을 깨뜨린 덕분이에요. 일례로 평창 롱패딩은 국내 최신 패션 트렌드를 크게 반영한 결과물이었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모을 수 있었고, ‘핑거하트 장갑’은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만드는 유행을 감안해 장갑을 낀 채 엄지와 검지를 겹쳤을 때 하트가 될 수 있도록 해 인기를 끌었어요.
2. 온라인 매장 운영
온라인 매장을 운영함으로써 다양한 연령대를 잡을 수 있다는 점도 주효했어요. 문화재단 공개 자료를 보면 오프라인 매장은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아 자녀가 있는 30~40대의 구매 비중이 높은 한편, 온라인 매장의 경우 10~20대의 구매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요. 문화재단 관계자는 “최근 4~5년 전부터 온라인 중심 구매가 활성화되고 있다”며 “매출로 따지면 10배가량 증가한 수준”이라고 설명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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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입소문 효과
입소문 효과도 빼놓을 수 없어요. 평창 팝업 스토어 관계자는 롱패딩 대란 당시 “기존 마케팅 채널을 통해 다양하게 홍보를 했지만 이 패딩이 과연 될까 하는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착용해본 고객들의 바이럴 마케팅(누리꾼이 자발적으로 홍보하는 방법)이 급물살을 타면서 대란이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어요. 문화재단 관계자 또한 “생산자가 제품을 잘 만들었다고 해서 히트 상품이 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이용하고 스스로 알려야 한다”며 “국립 굿즈의 인기 배경에는 이용자 자체 홍보의 힘이 컸다”고 말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