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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해

결혼 후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면 '이것'을 사자

부부도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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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에서 곧 결혼을 앞둔 남자와 트레이너가 하는 대화를 옆에서 들었다.


“저는 좀 걱정돼요. 살다 보면 종종 혼자 만의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나 : '그럼 그럼.')

“제가 아는 형은 따로 오피스텔을 구했더라고요. 와이프도 안대요.”

(나 : '오, 돈이 많은가?')


옆에서 들으며 혼자 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트레이너 말에 공감했다. 오피스텔을 구했다는 형의 집은 '전세일까? 월세일까? 에어비앤비를 하기도 하나?' 등을 궁금해하다 한마디 전하고 싶은걸 참았다. 오피스텔 말고 책상을 하나 두는 것도 괜찮다는 말.

우리는 거실과 작은방이 하나 있는 18평 복도식 아파트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남편과 나는 작은 집에 꼭 필요한 것들로만 예쁘게 집을 꾸몄다. 함께 누울 큰 침대를 샀고 식탁으로 사용할 테이블을 두었다. 마음 같아서는 장식장과 소파도 두고 싶었지만, 침대와 테이블 만으로 거실이 가득 차 다른 가구는 넣을 수 없었다. 작은 방은 옷방으로 사용했다. 옷장과 보기 싫은 잡동사니는 모두 작은방에 두었더니 아무도 들어가고 싶지 않은 창고가 되어버렸다. 옷을 갈아입을 때를 제외하고는 들어가지 않았으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로 큰 방에서만 활동했다.

출처JTBC <우리, 사랑했을까> 스틸 컷

사랑하는 사람과 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행복한 일이지만, 서로가 휴식을 취하는 방식이 다른 건 조금 힘들다. 남편은 무엇이든 옆에서 같이 하는 것을 좋아하는 자상한 사람이다. 내가 테이블에서 책을 읽고 있으면 테이블로 오고 침대에서 유튜브를 보고 있으면 침대로 온다.

반면, 나는 퇴근 후에는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야 충전이 되는 사람이다. 남편과 한집, 같은 공간에 있는 건 좋지만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 그래서 남편이 테이블에 앉아있으면 침대로 슬그머니 옮겨 자리를 잡고, 남편이 나를 따라 침대로 오면 물 마시기 위해 일어나는 척 다시 테이블로 이동한다. 남편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혼자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장소와 시간이 중요하다. 그래야 내일을 시작할 수 있으니까.

남편을 피해 요리조리 돌아다녔지만, 작은 집에서 마땅히 내 공간이다 싶은 곳은 없었다. 침대, 테이블 모두 같이 사용하다 보니 혼자 있게 해달라고 말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정말 혼자 있고 싶어질 때는 부엌 싱크대 앞에 기대앉아 있거나 씻는 척하고 욕실에 들어가 욕조에 앉아 있었다.

좋아하는 물건으로 예쁘게 꾸민 집. 하지만 모든 것이 함께여야 하는 이 집에서 묘한 불편함과 불안감을 느낄 때쯤, 이케아에서 접이식 책상을 하나 구매했다. 가로, 세로 1m가 안 되는 작은 책상이지만, 책상이 주는 마음의 위안은 컸다. 퇴근 후, 남편과 시간을 보내고 잠들기 전에는 책상에 앉아 하루를 마무리한다. 일기를 쓰거나 책을 읽거나 혹은 달력을 보며 내일 할 일을 정리하는 정도지만 결혼 후, 붕 떠 있던 일상이 비로소 제자리를 찾아가는 안정감을 느꼈다.

함께 산지 2년이 지났다. 이제 우린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안다. TV는 없어도 된다던 남편은 사실 퇴근 후, TV를 보는 게 삶의 낙이 되었고, 집이 좁으니 책상은 필요 없다던 나는 책상이 안식처가 됐다. 첫 신혼집을 꾸몄을 때 서로 없어도 된다며 양보했던 것들이 알고 보니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것이었다.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면서 서로에게 꼭 필요한 것을 구매했다. 지금 우리 집에는 벽의 2/3을 차지하는 TV가 있고, 내 키보다 긴 책상이 있다. 우리는 이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은 더 길어졌지만, 우리가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이유는 각자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는 공간이 확보되었기 때문이다.


며칠 전 만난 친구 부부는 집에 있는 동안 몸의 일부가 꼭 닿아있어야 한다고 말해서 웃었다. 닿지 않으면 누군가 화가 나있다는 신호라나. 사람마다 사는 게 참 다르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르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거겠지.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다. 나와 비슷할지, 아니면 내 친구 부부와 비슷할지. 하지만, 만약 당신이 나와 비슷한 사람이라면 작더라도 책상을 하나 두는 걸 제안해본다. 온전히 나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주는 위안은 생각보다 크다. 물론 오피스텔을 하나 구하는 것보다 싸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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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y. 이룰 Contributing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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