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형부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게 당연한 건가?

조회수 2020. 12. 22. 15:15 수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나로 인해 가족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아

“형부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게 당연한 건가?”


친구의 질문을 받았을 때 솔직히 조금 당황하기는 했다. 누군가는 “무슨 소리야 당연히 가족이지~”라고 하겠지만 요즘은 또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은 시대이지 않은가. 전통적으로 당연하게 여겼던 것에 대해 새삼 의문을 던지면서 새롭게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고, 좋지 않은 점이 있었다면 개선이 되는 것 아니겠나.


친구는 친언니가 결혼한 사람, 즉 형부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데 대해 상당한 갈등을 겪고 있었다. 언니와 결혼을 하고 법적으로 가족이 된 셈이지만 마음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 언니는 형부와 수년간 교제를 해서 익숙하겠지만, 친구에게는 결혼식 전 몇 번, 결혼 후 식구들과 같이 몇 번 식사를 한 게 전부다. 대화는 오며 가며 조금씩 해왔지만 아직 남보다 못한 사이나 다름없고 언니와 결혼했다고 해서 진심으로 가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연례 가족 모임을 여행으로 대체하기로 한 날, 친구는 형부가 당연히 모임에 껴야 한다고 가족들이 생각하는 것도 이상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출처: MBC <저녁 같이 드실래요?> 스틸 컷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먼 옛날 옛적, 나의 친언니가 형부를 남자 친구라며 소개했을 때가 번뜩 생각났다. 남동생과 함께 넷이서 만난 그날의 공기는 역대급으로 어색했다. 당장, 엘론 머스크와 독대를 한 데도 그렇게 쑥쑥 한 분위기는 아닐 것이라고 장담한다. 밥이 어디로 넘어가는지 모를 만큼 나를 긴장시키던 그 사람과 결혼까지 하겠다고 언니가 선언했을 때의 당혹스러움이란….


형부는 내가 살면서 만났던 어떠한 사람과도 비슷하지 않았다. 전혀 새로운 분류표에 포함해야 하는 사람이랄까. 언니가 결혼을 하고 나서도 몇 년 간은 형부가 가족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물론, 불편한 티는 내지 않았고 그렇다고 친하려고 노력도 하지 않았지만. 형부와 단 둘이 한 공간에 있게 되는 일만은 없기를 바랐던 적도 있었다. 그만큼 불편했고 결코 가까워질 일 또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출처: MBC <봄밤> 스틸 컷

그런데 달라지기로 마음을 먹었던 건, 다름 아닌 가족들 때문이었다. 내가 그를 불편해하면 내가 사랑하는 언니가 슬퍼하고 부모님도 속상해하시는 걸 알아버렸다. 내가 가족으로 그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도 없지만, 앞으로 평생 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일 사람인데 기왕 이렇게 된 거 마음을 바꿔보자고 생각했다. 


그러던 찰나 조카라는 큰 연결고리가 생기면서 내가 그를 생각하는 마음이 많이 달라졌다. 오히려 내가 편견을 가지고 그를 대했다는 걸 알게 됐고 좋은 마음으로 노력하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관계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우리 사이에 담을 쌓고 있었던 건 형부가 아니라 나였다. 어릴 때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건 끝까지 옳다고 말해야 직성이 풀렸는데, 나이가 들어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구렁이 담 넘듯 대치상황을 넘기는 지혜와 노하우도 생겼다. 가족 내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면, 그까짓 꺼 뭐 대수인가 싶다. 

출처: tvN <이번생은 처음이라> 스틸 컷

20대에는 가족이 크게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사회에서 제 몫을 다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는 시간이 길었던 데다가 노는 것도 연애도 불같이 하느라 가족은 늘 뒷전이었다. 가족보다 친구가 더 가족 같았던 때가 있었다. 계속 나이 타령을 해서 그렇긴 하지만, 30대 중반을 넘어 정말 달라진 건 내가 어느 때보다 가족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됐다는 것이다. 


친구들이 20대의 폭풍 같은 시절을 보내고 시집, 장가를 가며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것처럼 나 역시 철새처럼 제 고향을 찾아간 느낌이랄까? 힘들 때, 어려울 때 가족이라는 존재가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포근함과 안정감이다. 그런 소중한 가족의 울타리에 새로운 구성원이 들어왔을 때, 진심으로 환영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것 또한 기존 가족의 의무인 것 같다. 이 글을 쓰고 보니 나 좀 많이 어른이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해당 콘텐츠의 타임톡 서비스는
제공사 정책에 따라 제공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