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리가 보여준 혼자 아이 낳을 수 있는 용기

조회수 2020. 11. 24. 10: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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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리 씨, 출산 축하해요!

방송인 사유리 씨가 ‘비혼모'가 되어 출산을 한 일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며칠이 지난 지금도 SNS 피드에 계속 뜨는 걸 보면 놀란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비혼모라니, 나조차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입양도 화제가 되는 판에 유명인이 심지어 여자 연예인이 이러한 일을 혼자 해내고 공표하는 일이 흔치 않아 더욱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 같다. 사유리 씨는 최근 방송에 출연해 “한국에서는 결혼한 사람만 시험관이 가능하고 모든 게 불법이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줬으면 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엄밀히 말하자면 불법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비혼 여성이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낳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이 자의로 비혼모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사유리 씨가 총대 메고 경험해서 알려주기 전까지는 결코 알 수 없었다.

출처: 유튜브 <사유리TV> 캡처

사유리 씨가 ‘비혼모'를 선택했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사람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게 흥미롭다. 그녀는 흔히 말하는 ‘정상적인 가정', 즉 결혼을 한 부부가 아이를 가지는 일반적인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자를 배제하여 결혼을 건너뛰고 ‘자주적’으로 임신과 출산이라는 과제를 해결했다는 점이 어떤 이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그들은 ‘아빠 없이 자란 아이는 행복하지 않다', ‘아빠 없는 아이는 서러움을 느끼면서 자란다' 등의 논리를 펼치고 있다. 한 기독교인은 ‘순리를 어기는 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의견을 표하는 건 본인 마음이겠지만 그런 의견을 듣는 것이 썩 편하지는 않다. 그녀가 아이를 키우는 데 어떤 환경과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 모르면서 자기 기준으로만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유리의 선택을 부정하는 이들의 논리를 보면 ‘편부모 밑에 자란 아이는 불행하다’는 편견이 깔려있다. 그렇다면 소위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무조건 행복하고 외로움을 느끼지 않으며 잘 자란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출처: 유튜브 <사유리TV> 캡처

물론, 결혼은 분명 아이를 낳아 기르기 좋은, 인류가 증명해낸 확실한 시스템이다. 결혼의 의미가 시들해지고 선택지가 다양해진 지금, 결혼의 마지막 남은 순기능이 ‘육아’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해본 적 있다. 인류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결혼이라는 제도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의견에도 동의한다. 실제로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 결혼의 무게가 훨씬 무거워지는 것만 봐도 그렇다. 어떤 이들은 결혼의 무게가 싫어서 내려놓고 싶어도 “아이 때문에 이혼을 못한다”라고 할 정도이니. 좋은 환경에서 아이가 자랄 수 있도록 부모는 기꺼이 희생을 감내한다.  

출처: 사유리 인스타그램 (@sayuriakon13)

다만, 결혼도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이 시대에 ‘다른 형태’의 가족을 부정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 정부에서 출산을 적극 장려하지만 결혼을 전제로 하는 출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소위 ‘정상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만을 환영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주택 구입 등 안정적인 주거를 위해서 남녀의 결혼 및 출산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도무지 정부 지원을 받기 어렵다는 것도 차별의 요소다. 


사유리 씨로 인해 이전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 문제가 되었다. 이제 누구든지 어떤 형태로든 자신이 원하는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인정해야 하고 가능한 법적으로도 보살펴야 하는 게 맞다. 다행인 건 가정을 이루기 위한 더 많은 선택지가 주어져야 한다는 의식이 생겼다는 것이다. 앞으로 다양한 논의가 오갈 테고 현재는 ‘비정상’으로 취급받는 가정도 앞으로 ‘정상 가정'으로 인정받을 날이 올 것이다. 


남의 인생이나 아이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은 자기 인생이나 잘 살았으면 좋겠다. 사유리 씨, 출산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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