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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가 되고 나서야 알게 된 단순한 연애와 복잡한 결혼의 법칙

조회수 2020. 11. 9. 20: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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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보니 연애에 집착할 필요가 없었다

싸이월드가 완전히 세상에서 사라지는 날, 나는 박수를 쳤다. 드디어 내 흑역사가 영원히 침묵하겠구나. 싸이월드는 오랜 시간 나에게 난파선 같은 존재였다. 스쿠버다이빙을 하다 보면 가끔 난파선을 만나는데, 예쁜 곳에 자리 잡아 바닷속 지형과 어울려 명소가 된 곳이 있는 가 하면 까만 바닷속에서 기괴한 모습으로 자리 잡아 흉물이 된 것도 있다.


싸이월드는 내게 후자 같은 존재였다. 오글거리는 민낯을 드러내고 있는데도 거대해서 치울 수도 없어 똥이 된 존재. 가끔 그 오물을 열어볼 때면 낯이 뜨거워지고 그날 밤은 이불을 찰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있는 20대의 나는 마치 폭죽 같은 존재였다. 감정을 ‘펑펑’ 터트려대는 데에만 집중하는 질서 없는 폭죽. 특히, 연애는 그 폭죽이 터지게 하는 큰 원인이었다. 연애로 인해 늘 가슴 아프고 상처 받고 전전긍긍하는 내가 있었다.


이를테면 “그 사람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행동은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내 말은 어떻게 비쳤을까”, “그는 나를 사랑하기나 할까?” 사랑받고 싶어서 몸부림치지만 그럴수록 더 수렁으로 빨려 들어가는 형국. 끝이 좋았다고 기록된 연애는 없다. 심지어 지금 기억에 남는 연인도 없다. 지금의 내가 과거로 거슬러 갈 수 있다면 나에게 단호하게 말할 것이다. “사랑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지 않는 사랑이 좋은 사랑이다. 그렇게 애써보았자 망치기만 한단다.” 그리고 알밤을 쾅 먹일 테다.


정말 그랬다. 20대 때 뜨거운 열병이 수차례 지나고 비로소 어느 정도 침착해졌던 30대에 했던 연애가 대체로 기억에 남는다. 좋았던 연애는 정말로 ‘지나치게 많이 생각하지 않는 사랑’이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솔직히 표현할 수 있을 때
훨씬 더 좋은 사랑이다.

출처: 영화 <연애의 온도> 스틸 컷

첫 번째,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고 솔직히 표현할 수 있을 때 훨씬 더 좋은 사랑이다. 내가 더 상대방을 좋아할까 봐 겁내지 않는, 아니 아예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 사랑이 좋았다. 사랑하는 내가 좋았고, 사랑하는 순간이 그저 감사했을 뿐. ‘사랑은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것도 30대에서야 알았다. 20대에는 사랑은 무조건 처음부터 크고 거대한 줄로만 알았다. 


사랑에 빠지는 계기도 중요하지만, 공들여 예쁘게 다듬고 만들어 나가야만 사랑이 점점 이뻐졌다. 때론 희생할 줄 알고 상대방을 위해 과감히 포기하는 것도 있는 사랑이 역사가 된다는 것도 알게 됐다. 나도 어떤 누구를 나보다 더 사랑할 수 없는데, 누군가가 나를 자신보다 사랑하길 바라는 건 모순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사랑이 우선 시 되지 않아야
더 좋은 사랑이다.

출처: 영화 <좋아해줘> 스틸 컷

두 번째, ‘지나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랑’이라는 건 사실 사랑이 우선 시 되지 않아야 더 좋은 사랑이라는 의미다. 사랑은 우리 삶의 일부분이며 전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때 비로소 괜찮은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 삶의 이유를 오직 사랑에 두면 내 존재는 너무 하찮아지고 하찮은 사람이 하는 사랑은 괴롭기만 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좀 더 일찍 깨달았다면 더 멋진 사랑을 할 수 있도록 현실의 나를 더 멋있게 만드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을 것이다. 


그 하찮은 사랑을 지키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어차피 한 사람과의 연애가 길어지면 심장은 더 이상 뛰지 않는다. 연인을 볼 때 심장이 두근거려서 미칠 것 같은 증상이 몇 년이고 이어진다면 그건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봐야 할 일이다. 


무조건적이고 한결같은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부모님 외에는 세상에 없다. 처음에 뜨거운 사랑도 어차피 다른 형태의 사랑이 되거나 식어버린다는 것을 알았다면 초반에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은 어차피 외롭고 궁극적으로는 홀로 살아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일찍 알았다면 좋은 사람을 만날 기회는 더 많지 않았을까?

여자보단 남자가 사랑에 대해
훨씬 이성적이고 단순하다.

출처: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 컷

세 번째, (남녀를 가르는 이분법을 싫어하지만) 사랑에 대해 더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는 건 여자인 경우가 더 많다. 생각보다 남자는 이성적이고, 단순하다. 다만, 사랑을 시작할 때 적극적인 게 남자일 경우가 많을 뿐. 시간이 지나면 더 그렇게 된다. 그러니까 그 남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하는 것 자체가 때론 불필요할 수 있다. 그저 느껴지는 대로 보이는 대로 좋아하고 그게 아니라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버리면 그만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나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랑’이 더 좋은 사랑이다.


하지만, 너무 이성적이기만 하면 사랑에 빠지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한 연애전문가는 “이성적인 남자와 감성적인 여자가 사랑하는 게 이상적인 연애”라는 말을 한 적 있다. 그러니까, 여자가 남자를 더 좋아해야 행복한 연애가 될 수 있다는 다소 일반적이지 않은 논리다. 이성적인 성향을 가진 남자다운 남자(?)가 감성적인 성향의 여자를 보완해줄 수 있고, 반대로 이성적인 부분에 집중된 남자를 여자가 감성적으로 터치해줄 수 있다는 의미다. 


한쪽이(특히, 남자가) 감성에 치중한 나머지, 현실적인 부분을 외면하게 되는 연애는 결국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조언이었다. 일부는 이해가 간다. ‘지나치게 많이 생각하지 않는 사랑’은 훨씬 낫지만 지나치게 생각이 없을 경우에는 사랑 자체가 성립되기 어렵다.  

남녀가 결혼에 이르는 건 연애와는 또 다른 문제다. 물론, 연애를 해야 결혼에 이를 수 있지만, 좋아하고 사랑하는 감정만이 행복한 결혼의 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없이 많은 우연과 너무나 많은 조건이 겹치고 겹쳐 결혼이라는 거대한 이벤트를 만들어낸다. 


심지어 행복하게 사는 건 제 2막이며 아예 다른 페이지다. 애쓴다고 되는 것도 아니지만, 애쓰지 않아도 되는건 아닌게 결혼이다. 이 말을 반대로 풀어보면 결혼이 연애보다 더 큰 목적이라면, 연애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는 게 불필요하다는 의미다. 이 글을 쓰면서 생각했다. 인간은 어째서 이다지도 복잡한 생물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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