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위에 빌딩주? 마천루의 저주

조회수 2018. 3. 28. 14: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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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키워드

마천루의 저주란 초고층빌딩 건설 붐이 일어나면 경제파탄이 찾아온다는 속설로 많은 사람들이 언급하고 있습니다. 

도이치뱅크의 분석가 앤드류 로렌스는 1999년에 발표한 ‘마천루 지수'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새로운 주장을 합니다. 이 주장에 따르면 경기순환 성장이 느려지고 경제가 침체 직전에 있을 때 초고층 빌딩 건설투자가 최고치를 기록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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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마천루 지수’는 다소간 장난스런 의도로 발표되었고 사람들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내용이 발표되고 10년 후 두바이에서 같은 현상이 발생하자 사람들은 ‘마천루의 저주’라 부르기 시작했고, 마천루의 저주는 곧 사람들의 뇌리에 박히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빌딩숲인 뉴욕에 들어선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1929년)과 크라이슬러빌딩(1930년) 건설이 1930년대 대공황의 시발점이 되었고, 1970년대 미국의 세계무역센터가 완공된 이후 오일쇼크가 터지면서 경제위기가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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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가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를 완공한 1990년대 후반엔 아시아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했습니다. 

또한 2009년 828m 높이의 세계 최고층빌딩 부르즈할리파를 필두로 초고층 건물 건설에 나섰던 두바이도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을 선언하는 등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했는데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마천루의 저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마천루의 저주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의 저주’가 들어있습니다. 

그 옛날 바벨로니아 사람들은 거대한 탑을 쌓아서 신들이 사는 천국에 닿으려고 생각했습니다. 하늘에 닿는 거대한 탑을 쌓아 사방에 이름을 날리려고 한 겁니다. 그렇지만 신은 인간의 오만함에 분노했고 하나의 언어로 소통했던 사람들의 언어를 여러 개로 나눠버렸습니다.

결국 서로 언어가 달라진 인간들은 바벨탑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바벨탑 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간은 높은 건물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알쓸신잡2에 나온 유현준 교수가 강조했듯이 높은 건축물은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곧 자신의 권력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기회만 있으면 높은 건물을 올리고 또 가장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살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높은 건물을 올리자면 큰돈이 들어갑니다. 

그 돈은 결국 경기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수중에 들어오게 되니 건물을 모두 올리고 나면 경기가 하강하게 되어 마천루의 저주가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는 겁니다. 

비단 마천루의 저주는 한 나라의 경기 전체를 가늠하게 하기도 하지만, 그 건물을 소유한 사람의 흥망에도 영향을 줍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의 상징이었던 63빌딩의 경우 1999년 빌딩 소유주였던 신동아그룹의 계열사 대한생명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어려움을 겪었고, 같은 해 최순영 전 그룹 회장까지 구속되면서 해체 수순을 밟았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마천루의 저주가 새삼 다가오는 것은 바로 잠실에 들어선 롯데월드타워 때문입니다. 

이 건물은 지하 6층 지상 123층 규모로 높이는 555미터에 달합니다. 현재까지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건물입니다. 이 건물이 완공되고 나서 과연 우리나라 경제나 아니면 롯데그룹의 운명이 마천루의 저주에 빠지느냐 그렇지 않으냐를 가지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겁니다. 

사실 롯데월드타워 완공이후 전체적인 경기는 조금은 좋아지는 모습이지만, 롯데그룹은 총수일가가 비리혐의로 법정에서 법의 심판을 받는 등 아직은 마천루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천루의 저주는 이론적으로 증명된 것이 아니고 하나의 가설에 불과 하다는 것입니다. 가설이란 이론적인 검증이 필요한 겁니다. 

마천루는 이름에서 주는 느낌과 같이 하늘을 찌를 듯 높은 건물입니다. 그런데 이를 바꿔놓고 보면 한 지역의 랜드마크 즉, 그 지역의 대표적인 상징물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좋은 장소가 될 수 있습니다.

경기순환의 측면에서 본다면 초고층건물이 들어서고 나면 경기측면에서 마천루의 저주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저주를 기회로 만들 수 있습니다. 

높은 건물이 반드시 나쁜 이미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터넷이 일반화되기 전에는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보험회사들이 제일 꼭대기에 광고판을 걸었습니다. 높은 건물에 걸린 광고판은 그만큼 신뢰의 상징이 될 수 있었던 겁니다. 바로 신뢰도와 광고효과를 동시에 잡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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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효과 이외에도 관광객 유치에도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100층 이상의 마천루가 들어서면 하루 중 이동인구가 약 5만 명 정도 발생한다고 합니다. 

건물에 와서 영화도 보고, 수족관도 구경하고 또 밥도 먹는 등 여러 가지 체험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드웨어인 건물을 이용해서 소프트웨어인 관광 프로그램을 잘 만든다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은 소프트웨어가 중요한 때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경영학 박사 강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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