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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맛 아이스크림'으로 농장 다시 일으킨 부부

조회수 2021. 5. 11. 11: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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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진짜 고기를 넣은 아이스크림의 폭발적 인기에 잠시 장사를 중단했다.
출처: 모든 사진: 티보 고데 / VICE
돼지고기가 들어간 아이스크림을 파는 파트리스 리아우테(왼쪽)와 부인 캐서린

돼지고기로 만든 아이스크림이 있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다. 콘 위에 갈색의 끈적이는 덩어리가 놓여 있고 그 위에 말린 베이컨 몇 조각이 얹혀 있지 않을까. 그런데 실제로 보니 매우 평범했다. 흔한 흰색 아이스크림이었다. 맛은 그리 강하지 않았고 달면서도 짭짤했다. 지방을 먹었을 때 풍기는 향이 조금 났다.


돼지고기 맛 아이스크림을 부인과 함께 판매하는 파트리스 리아우테는 “어떤 손님은 아이스크림에서 바닐라 맛이 난다고 말하지만 바닐라는 전혀 들어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부인 캐서린과 함께 프랑스 북서부 페이드라루아르주의 시골 마을에서 암탉과 젖소를 키우고 낙농장을 운영하면서 연간 우유 약 35만ℓ를 생산한다.


부부는 2018년 돼지고기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판매해 국내외 언론의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파트리스는 “전화가 3일 연속으로 울렸다”며 “정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부부는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하지만 점점 언론의 관심이 버거워졌다. 캐서린은 “시간이 갈수록 우리가 서커스 광대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부부는 결국 최근 식지 않는 관심에 지쳐 몇 달간 아이스크림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부부가 판매하는 돼지고기 맛 아이스크림

사실 돼지고기 맛 아이스크림은 2017년에 탄생했다. 부부는 메뉴를 고민하다가 이 제품을 생각했다. 하지만 부부가 조리법을 개발한 건 아니다. 이 아이스크림 조리법을 포함해 몇 가지 맛의 조리법을 기업으로부터 구매한 거다.


부부가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 배경이 있다. 2009년 프랑스에 우유 가격이 급락하는 우유 위기가 발생해 생계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부부는 어쩔 수 없이 가축을 팔려고 했다. 그런데 아들이 팔지 말라고 간청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다른 방법을 궁리하다가 기존 우유에서 확장해 여러 유제품을 팔기로 했다.


결정적으로 사업을 전환하게 된 계기는 2015년에 일어났다. 유럽연합(EU)이 그해 4월 농가 한 가구가 벌금 없이 판매할 수 있는 우유 생산량인 ‘우유 할당량’ 제한을 풀었기 때문이다. 제도는 1984년 농가가 우유를 너무 많이 생산한 뒤 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농가들은 2015년 전에는 시장 수요에 상관없이 우유 정가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 2015년 이후에는 규제가 풀려 우유 생산량을 늘릴 기회가 생겼지만 동시에 가격 변동도 심해졌다.

돼지고기가 들어간 아이스크림을 파는 파트리스 리아우테(오른쪽)​와 부인 캐서린

이때가 부부가 아이스크림을 만들기 시작한 때다. 이 특별한 아이스크림을 단순히 참신한 별미 이상으로 만든 비밀은 돼지고기에 있다. 부부는 아이스크림 안에 이 지역 정육점 주인 세바스티앵 프레토가 정성스럽게 만든 돼지고기 리예트를 첨가한다. 리예트는 고기를 잘게 잘라 지방과 함께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삶은 음식이다.


VICE가 올 초 정육점을 찾았을 때 세바스티앵은 돼지고기를 대형 냉장고에서 꺼내 리예트를 만들고 있었다.

돼지고기 리예트

돼지고기 리예트는 고기를 지방에 녹여 만든다. 세바스티앵은 “돼지고기에서 떼어낸 지방을 기름에 두 세시간 볶으면 치즈처럼 부드럽게 녹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돼지고기를 녹인 지방에 넣고 나무 주걱으로 으깬다”고 덧붙였다.


세바스티앵은 아이스크림을 위해 조금 다른 방법으로 돼지고기 리예트를 만든다. 그는 “보통 지방 50%, 살코기 50%를 넣는데 지방 70%, 살코기 30%로 만든다”며 “다른 리예트보다 덜 짜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만든 돼지고기 리예트 몇kg을 매주 보내면 유제품이 더해져 아이스크림이 만들어진다. 세바스티앵의 부인 카린은 “아이스크림을 처음 먹는 순간 혀에 닿는 맛은 우유 맛이고 그다음은 고기 맛이 난다”고 전했다.

정육점
정육점 주인 세바스티앵 프레토

부부는 기자를 아이스크림 공장으로 초대했다. 공장은 젖소 목초지가 늘어선 길 끝에 있는 별다른 설명이 따로 없는 건물에 있었다. 이곳은 부부가 연간 우유 2500ℓ를 50가지 맛의 아이스크림으로 바꾸는 공간이다. 캐서린은 “판매량 면에서는 돼지고기 맛 아이스크림이 제일 잘 팔리지는 않는다”며 한쪽에만 쏠리는 관심을 부담스러워했다.


돼지고기 맛 아이스크림은 어떻게 만드는 걸까. 부부는 조리법이 기업으로부터 구매한 것이기 때문에 세부 내용을 공개하면 벌금 15만유로(약 2억원)를 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대략적인 조리 과정을 소개해줬다. 


먼저 박테리아 제거를 위한 저온살균 과정이 필요하다. 지방 800g당 우유 9ℓ를 가열한다. 그다음 아이스크림 기계에 뜨거운 우유와 돼지고기 리예트, 계란을 넣어 섞는다. 그리고 혼합물을 얼려 최종 제품을 만든다.

캐서린 리아우테가 기계에 재료를 넣고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있다.

부부는 다른 농축산인처럼 걱정이 태산이다. 언제까지 농축산업을 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유럽 최대의 농업 생산국이다. 하지만 농가 수는 지난 30년간 절반으로 줄었다. 위기를 겪는 건 프랑스뿐이 아니다. EU 모든 국가의 농업이 위기에 놓였다. 2005~2016년 EU 농가 4분의 1이 문을 닫았다. 농업은 EU의 막대한 지원을 받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EU의 자금 대부분이 정작 지원이 필요한 작은 농가가 아닌 대규모 농가로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파트리스는 날이 어두워지자 고민을 털어놓았다. 


불투명한 미래를 얼마나 걱정하는지, 사람들이 농업에 지닌 편견과 평가하는 태도에 얼마나 지쳤는지 말했다.

돼지고기가 들어간 아이스크림을 파는 파트리스 리아우테와 부인 캐서린의 아들이 젖소를 돌보고 있다.

파트리스는 농업인들을 위해 투쟁하는 전국농업조합연맹(FNSEA)의 회원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과 같은 축산업자가 대기업으로 인해 우유 생산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얼마나 힘든지를 설명했다. 


예컨대 치즈회사 벨은 우유 공장을 뒀는데 2015년 ‘우유 할당량’ 제한이 풀리자 지역의 우유를 저렴한 가격에 사들여 이득을 보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FNSEA와 파트리스는 이 회사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눈여겨 본다고 했다.


부부는 어려움으로 가게를 닫을 생각도 했다. 하지만 당분간 돼지고기 맛 아이스크림 덕분에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을 전망이다. 캐서린은 “제품을 판매하면 30분 안에 바빠진다”며 “아직도 손님들이 제품을 찾는다”고 말했다.

정육점 주인 세바스티앵 프레토의 주방
정육점 주인 세바스티앵 프레토가 대형 나무 주걱을 들고 있다.
정육점 주인 세바스티앵 프레토가 대형 나무 주걱으로 고기를 으깨고 있다.
보통 빵에 발라먹는 돼지고기 리예트
돼지고기가 들어간 아이스크림을 파는 파트리스 리아우테와 부인 캐서린이 기르는 젖소
돼지고기가 들어간 아이스크림을 파는 파트리스 리아우테
부부가 기르는 젖소
부부는 연간 우유 3만5000ℓ를 생산한다.
부부가 젖소로부터 우유를 짜내고 있다.
돼지고기가 들어간 아이스크림을 파는 파트리스 리아우테
돼지고기 아이스크림
돼지고기 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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