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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아웃은 '나'답게 살고 싶어 하는 것", 유튜브 '채널 김철수'

조회수 2020. 8. 13. 14: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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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손장호 커플은 유튜브 '채널 김철수'에 '커밍아웃 페이지'를 개설해 성소수자의 커밍아웃을 응원한다.
출처: Aaron Choe
유튜브 '채널 김철수'의 김철수(왼쪽)와 손장호씨.

내가 누구인지 자유롭게 말하고 싶다는 것, 있는 그대로 차별받지 않고 살고 싶다는 것, 가족 친구와 삶의 일부를 공유하고 싶다는 것. 자신의 성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밝힌다는 의미의 커밍아웃 속뜻을 풀어 보자면 이렇다. 어떻게 보면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자연스러운 일이 어떤 사람들에겐 삶의 전부를 걸어야 하는 일이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책 '커밍아웃 스토리' 추천사에서 "혐오세력이 '다 좋은데, 내 눈에만 띄지 않으면 좋겠다'며 성소수자의 '비가시화'를 요구한다면, 커밍아웃은 자신의 존재를 '가시화'하겠다는 선언"이라고 설명했다.

누구에게는 인생 최대의 과제이기도 한 커밍아웃을 돕고 응원하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김철수(31)씨와 나중에 합류한 연인 손장호(29)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김철수'다. 2016년 만들어진 채널은 구독자 수가 20만명에 달한다.

커플은 실시간 방송을 하거나 삶과 사랑 관련 영상 콘텐츠를 주로 제작해 올린다. 그런데 1년 전쯤부터 커플은 '커밍아웃 페이지'라는 목록을 만들고 영상 제보를 받았다. 쉽게 말해 커밍아웃하고 싶은 사람들이 영상을 보내면 채널에 대신 올려주는 프로젝트. VICE는 최근 서울 은평구의 한 공원에서 두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

'채널 김철수' '커밍아웃 페이지'의 규칙

누구나 원하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 성소수자뿐 아니라 이성애자도 가능하다.

커플이 채널에 써놓은 아래 4가지 규칙만 지켜 영상을 보낼 수 있다면 말이다.

  • 5분 이내 영상
  • 얼굴 감추지 않기
  • 닉네임이 아닌 실명 말하기
  • 성정체성과 성지향성 말하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일은 자연스럽고 떳떳한 일이니까요. 보통 우리가 사람을 만날 때 그렇게 하잖아요. 닉네임 쓰지 않고 얼굴 가리지 않고. 감추지 않는 일만으로도 편견의 벽을 허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김철수)

10일 기준으로 10명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필리핀, 호주, 스위스에서도 커플에게 커밍아웃 영상을 보냈다. 참가자 중에는 자신을 동성애자라고 밝힌 사람뿐 아니라 양성애자, 이성애자라고 밝힌 사람도 있다.

성소수자가 아닌 성다수자의 커밍아웃은 낯설다. 그러나 철수씨는 이성애자도 커밍아웃할 수 있고 편견을 깨기 위해선 그들의 커밍아웃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철수씨는 "우리가 정상이라는 걸 넘어 어울려 사는 존재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성다수자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그래서 반드시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성애자만의 사랑 이야기가 있을 수 있고 그들만의 고충이 있을 수도 있다"며 "물론 성소수자와 상황이 다르지만 본질적인 공감은 형성된다"고 덧붙였다.

커밍아웃 참가자들의 진심 어린 메시지

출처: Aaron Choe
유튜브 '채널 김철수'의 김철수(왼쪽)와 손장호씨.

장호와 철수씨는 모든 영상을 인상 깊게 봤다. 또 이들이 커밍아웃을 아직 못 했거나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줘서 고맙다고 전했다. 장호씨는 기억에 남는 영상 한 장면을 들려줬다. 한 참가자가 친구한테 편지를 써서 커밍아웃했는데 내용이 비유적이라서 특별히 더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가끔 길을 걷다가 신발 속에 작은 모래가 들어왔을 때 같이 걷고 있는 친구의 발걸음을 맞추려 그걸 무시하고 걸을 때가 있잖아. 허리를 굽혀 신발을 고쳐 신을 시간을 피하려다 여기까지 온 듯싶다. 아무도 모르지만 혼자 찔끔찔끔 그 순간의 고통을 참다 보니 이젠 참고 숨기는 일이 무뎌졌어…거슬리는 신발 속의 작은 돌멩이를 이제 빼버리고 너와 발맞춰 힘차게 다시 걷고 싶다."

커플도 프로젝트 시작 전에 우려가 있었다. '참여율이 저조하면 어떡하나' '아무도 참여를 안 하면 어떡해야 하나'.

하지만 진행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섬네일(미리보기)을 참가자 얼굴로 설정해요. 그 모습 자체가 멋지고 상징적이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신청받고 있으니까 그것도 의미가 있어요. 다양한 성정체성, 인종이 영상을 공유하니까요." (김철수)

"친구들한테, 안녕. 나 게이야…내가 14살 때부터 게이인 걸 자각하고 커밍아웃하기까지 19년 동안 셀 수 없이 속으로 많이 울었고, 많이 날 미워하기도 하고, 아팠었거든? 근데 지금 이 영상을 찍는 이 순간은 많이 행복해. 그러니까 너희가 응원해줘."

이런 메시지가 담긴 첫 참가자의 영상이 올라온 후 응원 댓글 650개 이상이 이어졌다. 커플에 따르면 첫 참가자는 영상을 부모님에게도 보여주면서 커밍아웃했다고 한다.

커플은 커밍아웃 영상 밑에 달린 댓글을 보면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과 외국 구독자 대부분이 프로젝트를 응원했지만 방법이 조금 달랐다. "한국 구독자분들의 댓글은 진지한 편이에요. '정말 힘드셨겠구나. 용기에 손뼉을 쳐 드리고 싶다'는 식의 응원 댓글이 많았어요. 반면 외국 구독자분들은 적극적인 편이에요. '넌 최고이고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보석이야.' 이런 식의 찬사와 축하가 많았어요."

가족과 친구에게 하는 커밍아웃의 의미

두 사람은 이미 친구와 가족에게 커밍아웃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반드시 커밍아웃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커밍아웃을 장려한다. 커밍아웃이 있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해서다.

"커밍아웃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과 동시에 날 주변에 알리는 '언젠간 해야 할 숙제'라고 생각했어요. 어머니랑 동생, 친구한테 했지만 아버지한텐 아직 못했는데 기회가 된다면 아버지에게도 조만간 할 생각이에요." (손장호)

"처음 커밍아웃했을 때 가족들한테 했어요. 그때 마치 죄인이 된 것처럼 했어요. 사회적인 인식이 너무 두려웠거든요. 그런데 사실 날 말하는 것일 뿐이잖아요. 그럴 필요가 없었죠." (김철수)

특히 한국에서 커밍아웃은 더욱더 어려울 수 있다. 한국은 성소수자에 관한 사회적인 관용도가 아시아에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차별금지법도 아직 제정되지 않았다. 차별과 혐오 표현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공개적으로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히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출처: Aaron Choe
유튜브 '채널 김철수'의 김철수(왼쪽)와 손장호씨.

두 사람은 커밍아웃이 외국에서도 쉽진 않지만 한국에선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이 게이가 주변에 없다고 생각해요. 하루는 아버지랑 티브이를 보다가 (커밍아웃한 배우) 홍석천을 봤어요. 아버지께 '내가 게이면 어떨 것 같으냐'고 물었어요. 그러니까 '저 사람은 특이한 사람이고 넌 그럴 리가 없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손장호)

"커밍아웃을 못 해서 평생을 이성애자인 척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또 그런 분 중에는 더러 자기 인생을 비관해 자살하는 사람도 있어요." (김철수)

한국 LGBTQ 커뮤니티에 보내는 메시지

'커밍아웃 페이지'의 또 다른 미국 참가자는 9년간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참가자는 보수적인 기독교 집안에서 게이로 자라는 게 얼마나 힘든지 털어놨다.

"어렸을 때부터 게이는 죄라는 말을 듣고 자랐어요. 게이는 결국 지옥에 갈 거라고요. 그래서 수년간 절 미워하면서 지냈어요. 그래서 커밍아웃해야겠다고 다짐했죠… 왜 우리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 안 되죠?"

커플은 이런 사람들에게 힘이 돼주고 싶었다.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먼저 커밍아웃한 사람으로서 응원하고 싶어요. 저희 어머니도 초반엔 굉장히 힘들어하셨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생각보다 별거 아니었고, 하고 나면 든든한 조력자가 곁에 생기는 일이에요." (손장호)

"커밍아웃의 본질을 놓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두려워도 커밍아웃하려는 이유는 '나'답게 살고 싶어서잖아요. 커밍아웃은 결국 날 위해서 하는 거예요. 상대방의 반응은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죠. 상대방이 싫어한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인생은 한 번뿐인데 중요한 선택을 내릴 때 남에게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김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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