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 모르는 31년 전 톈안먼 광장 뒷이야기
지금으로부터 31년 전인 1989년 6월 5일. 한 남성이 중국 톈안먼(천안문) 민주화 시위 때 맨몸으로 정부 진압군 탱크 행렬을 막아섰다. 톈안먼 사태를 상징하는 이 장면은 중국 정부의 잔혹했던 폭력 진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진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은 사진의 강렬함 때문에 시위가 비폭력 평화 시위였다는 사실을 잠시 잊곤 한다.
세계적인 사진작가 그룹 매그넘의 패트릭 자크만은 중국 정부의 무차별한 진압이 이뤄졌던 몇 주간 베이징에 있었다. 작가의 말과 사진으로 그날을 돌아봤다.
1989년 5월 13일 베이징에 도착했습니다. 후야오방 전 공산당 총서기가 죽고 한 달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습니다. 그때 후야오방은 열린 정부를 지향했던 청렴한 개혁가로 추앙받고 있었습니다. 그의 죽음으로 중국에서는 민주화 시위의 물결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제가 베이징에 도착했을 때쯤에는 시위가 수그러들고 있던 시점이었습니다.
사실 전 베이징 청년들의 사진을 찍으려고 중국에 갔습니다. 시위를 취재할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공항에서 호텔로 가는 길에 사람들이 톈안먼 광장에 모여있는 걸 봤습니다. 광장으로 나갔더니 학생들이 단식투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날부터 열흘가량을 광장에서 보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 광장에 있었던 건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시위가 다시 발생할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초기에 광장에 있던 몇 안 되는 서양 사진작가였습니다. 하지만 이틀 뒤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베이징에 오면서 전 세계에서 수많은 언론인이 베이징으로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당시 광장에서 카메라와 취재용 발판 사다리, 휴대용 무선 송수신기를 들고 나온 많은 기자들을 목격했습니다. 사진기자는 보통 취재 기자들과 함께 입국했습니다. 일부 기자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현장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베이징에 도착하자마자 일이 발생한 탓에 사태 파악이 부족한 듯 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일부 기자들은 사람들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정신 없이 사진만 찍어 댔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기자들을 반갑게 맞았습니다. 영웅으로 대접했습니다.
광장에는 기쁨과 긴장이 끊임없이 교차했습니다.
바로 눈앞에서 청년들이 새로운 방법으로 저항하고 열망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광장의 한 귀퉁이에서 작은 워크숍을 열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조합를 결성하기도 하고 플래카드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은 사람들을 조직하는 방법을 빠르게 습득했습니다. 시위를 주도하고 있던 청년들은 수천 명 앞에서 연설했습니다.
긍정적인 흐름이 계속되고 있었지만 시위자들은 여전히 불안해했습니다. 특히 밤이면 베이징을 탱크들이 둘러쌓고 있다는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열흘을 광장에서 보내면서 사람들이 점점 긴장하고 초초해하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편집증 수준으로 불안해했습니다. 나중에야 이들의 우려가 과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저는 5월 23일 광장을 떠났습니다. 계엄령이 선포되고 3일 뒤였고 진압이 시작되기 10일 전이었습니다.
30여 년 후 당시 찍었던 사진을 들춰보면서 사람들이 중국 정부의 진압 전에 품었던 용기와 터무니 없던 희망, 자유를 향한 열망이 떠올랐습니다.
아래에서 사진작가 패트릭 자크만의 사진을 더 확인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