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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맨에서 드래그 퀸이 되기까지, 특별한 퇴사 이야기

조회수 2020. 5. 16. 11: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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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했던 회사원이 회사를 때려치우고 풀타임 드랙그 퀸이 되다.
출처: 모든 사진: 크리스털
드래그 퀸 크리스털.

패션 기업에서 영업맨으로 살다가 퇴사하고 드래그 퀸이 된 사람이 있다. 드래그 퀸 서바이벌 프로그램 '루폴 드래그 레이스' 영국판 참가자 크리스털의 이야기다. 크리스털을 만나 드래그 퀸이 된 이유와 지금 삶이 어떤지 물어봤다.

Q.

안녕하세요. 전에는 무슨 일을 하셨나요? 


A.

패션계에서 다양한 영업 일을 했어요. 사업 개발이랑 관리 일도 했어요. 대학 시절은 캐나다에서 보냈어요. 의상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영국 런던으로 갔어요. 작은 패션 브랜드에서 패션위크를 준비했어요. 결국 더 많은 월급에 이끌려서 패션계에서 더 큰 기업으로 이직하게 됐죠. 그렇게 그동안 여러 회사를 거쳤어요.

Q.

어떤 점이 싫어서 관두게 된 건가요?

A.

자본주의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상품을 팔았어요. 제 생각에는 좋은 상품도 아니었고 사람들에게 필요한 상품도 아니었어요.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소비를 과하게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 그런 구조 속에서 하는 일이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물론 모든 현대인이 사회생활을 위해 어느 정도 양심을 팔죠. 특히 대도시에서는. 하지만 매일 사람들에게 쓰레기 같은 물건을 파는 일에 지쳐갔어요.

Q.

그럼 퇴사하고 한 일은 무엇인가요?

A.

전문 풀타임 드래그 퀸이요. 그리고 '루폴 드래그 레이스' 영국판에 참가했어요.

Q.

퇴사를 결심한 순간은 언제였나요?

A.

특별한 계기는 없었어요. 영업 일을 하면서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어요. 그래서 드래그를 취미 삼아 했어요. 카바레 쇼 제작에 참여하면서 그때 봤던 풀타임 드래그 퀸들이 부러웠어요. 그들에 비해 저는 낮에는 정장을 입고 밤이 돼야 드래그 퀸으로 변신할 수 있었죠. 시간이 흐르면서 두 일을 병행하는 게 버거웠어요. 두 정체성 사이에 균열도 커졌고요. 일상이 불편했어요. 때마침 회사에서 퇴사 권고를 받았어요. 속으로 '잘 됐다'고 외쳤죠. 회사가 돈을 주면서 싫증 나는 일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거예요. 어쩌면 운명이라고 생각했어요. 옆에 놓인 반짝 구두를 발로 차면서 '안녕히 계세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갔죠.

Q.

지금 일의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A.

공짜 술이요! 저급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어서 기뻐요. 관심을 받을 수 있어서 좋고요. 다양한 일을 해볼 수 있어서 좋아요. 드래그 퀸으로 일하면 정말 다양한 일을 해볼 수 있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헤어 스타일리스트, 모델, 감독, 마케터, 대행사, 연예인, 이벤트 기획자. 드래그 일에는 이 모든 게 다 들어있어요. 물론 힘든 점도 있죠. 그래도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창의성을 자극한다고 할까요. 예쁜 물건을 가지고 놀 수도 있고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드래그퀸들과도 어울릴 수 있어요.

Q.

단점도 있나요?

A.

드래그 일을 하는 동안 폭삭 늙는 기분이에요. 몸과 피부에 정말 안 좋을 수 있어요. 육체적으로 고된 일이에요.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일할 때는 퇴근하면 쉴 수 있어서 자유시간이 많았어요. 하지만 드래그 퀸 공연은 정말 끝이 없어요! 그렇지만 저는 일을 사랑하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가끔은 드래그 퀸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해요. 드래그 퀸 관련 TV 프로그램이 나오고 나서 점점 많은 사람이 이 일을 하려고 해요. 과연 지속 가능한지는 의문이에요. 저희끼리 항상 '드래그 퀸이 너무 많아'라면서 푸념을 해요. 사람들이 드래그 퀸이 되는 방법을 물어보면 농담 삼아 이렇게 말해줘요.

지금 만원이에요. 한 명이 관둬야 한 명이 들어올 수 있거든요.

Q.

예명 크리스털은 무슨 의미인가요?

A.

영화 '쇼걸스'(1995)에 나오는 드래그 퀸 캐릭터 이름에서 따왔어요. 제 롤모델이거든요. 저는 제가 정말 크리스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둘 다 반짝이고 눈부시기도 하지만 다가가기 쉬운 스타일이기도 하거든요.

Q.

일하면서 어떤 재미있는 일이 있었나요?

A.

한 번은 미술관에서 공연한 적이 있어요. 영화 '베트맨2'의 배우 미셸 파이퍼처럼 캣우먼 연기를 하던 중에 음향이 완전히 안 나오는 거예요. 드래그 쇼에서는 음향은 정말 중요해요. 없으면 정말 어색하고 난감한 상황이 되죠. 한 마디로 무대 위에서 고양이 옷을 입은 채로 뻐금뻐금 입만 움직였어요. 상상만 해도 손발이 오그라들어요.

Q.

외모 관리를 위해 무엇을 가장 신경 쓰나요?


A.

과하면 과할수록 좋아요! 눈썹을 밀고 5cm 정도 높이 그리는 거예요. 즉석 성형이죠.

Q.

일을 시작하기 전에 알았으면 좋았을 게 있다면.


A.

하이힐이 허리에 얼마나 안 좋은지 알았다면 좋았을 것 같아요.

Q.

영업 일을 하면서 겪은 최악의 사건 중 하나만 고른다면.


A.

직원 20명이 속한 팀 전체를 해고해야 했던 순간이요. 제가 관리하던 팀이 해산해야 했거든요. 그래서 모든 팀원에게 한 명씩 직장을 잃게 될 거라고 통보해야 했어요. 아이가 있는 사람도 있었고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던 사람도 있었어요. 정말 끔찍했어요. 그 일을 겪고 나서 다른 일들이 무감각해졌어요. 자본주의는 정말 엉망이에요.

Q.

과거와 현재 삶은 10점 만점에 몇 점인가요?

A.

과거에는 일상생활이 가능했어요. 자유시간이 많았고 친구도 자주 만났어요. 하지만 좋아하는 창의적인 일을 거의 할 수가 없었죠. 6점. 요즘은 훨씬 나아졌어요. 9점이요. 삶의 주인이 됐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돈과 명예까지!

Q.

따분한 일을 하는 친구를 보면 우쭐하나요?

A.

단지 친구들이 안쓰러워요. 특히 개똥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자각하지 못하는 친구들을 보면 더 그래요. 역겨운 회사에서 빌어먹을 일을 하면서도 자신이 최고의 삶을 살고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에요.

Q.

본인 일을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면 어떤 조언을 해주나요?


A.

지금 하는 일이 싫다면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고 말해줘요. 그리고 그 일에 에너지를 쏟아부으라고요. 그리고 회사에서는 야동이나 보면서 시간을 때우라고요.

Q.

드래그 퀸이 돼서 얻은 최고의 교훈은 무엇인가요?


A.

'자신을 사랑하라!'. 성소수자 중에는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도 10대 때는 게이라는 이유로 힘들었어요. 하지만 드래그 일을 하면서 트라우마를 많이 치유했어요. 난관을 극복해내고 자아실현을 했어요. 나쁜 기억을 잊고 멋진 역할을 오랫동안 연기하면 결국 그게 제 정체성이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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