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의료진 지휘하는 의사

조회수 2020. 3. 23. 00: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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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를 소중히 여겨야 해요. 한국과 중국의 경험이 국제 기준이 될 거예요."
출처: 연합뉴스 YONHAP / AFP
(왼쪽) 명지병원 이왕준 이사장. 명지병원 제공 (오른쪽) 병원 의료진이 지난 9일 코로나19 환자를 옮기고 있다.

전 세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6일 기준으로 16만9000명, 사망자가 6500명을 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대구와 경북의 일부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한국에서 자연재해가 아닌 감염병으로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된 건 처음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최근 코로나19 확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세계적 대유행을 뜻하는 '팬데믹'을 선언했다.

하지만 고무할 만한 일도 있다. 한국은 최근 일주일을 기준으로 코로나19 치사율을 0.6~0.9%로 유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독일과 함께 가장 낮은 수준의 치사율을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의 치사율은 7%가 넘고 미국도 2%가 넘는다. 한국의 치사율이 낮은 이유로 일선에서 활약하는 의료진의 공을 빼놓을 수가 없다.

VICE는 최근 코로나19의 최전선에서 의료진을 지휘하고 있는 명지병원 이왕준 이사장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이 이사장은 대한병원협회 코로나비상대응본부 실무 단장을 맡고 있다. 한국에서 코로나19를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이 이사장이 운영하는 명지병원은 일반 병실과 분리된 국가지정 음압격리병실을 9개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코로나19 환자 8명 이상이 이 병원에서 완치해 퇴원했다.

Q.

VICE: 코로나19를 다루는 핵심은 무엇인가요?

A.

이왕준: 치료(의료) 접근권과 체계적인 관리가 관건이라고 생각해요. 코로나19 치사율이 아직까지 1% 미만으로 높지 않아요. 최대 특징 중 하나는 치사율이 비교적 낮지만 전파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는 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환자들이 과거 다른 환자들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얼마나 신속하게 치료받고 체계적으로 관리되는지가 중요해요.

Q.

코로나19 환자들이 보통 어떤 증상을 호소하나요?

A.

증상은 환자들의 나이와 기저질환 유무에 따라 다를 수 있어요. 하지만 보통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보여요. 일반 폐렴에서 보이는 고열과 가래가 많이 나타나지 않아요. 열이 보통 38도를 조금 넘는 정도로 나와요. 39도가 넘어가는 환자는 많지 않죠. 경미한 열과 마른기침이 전형적인 특징이에요. 코로나19 환자를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하면 '간유리음영(ground-glass opacities)'이라고 하는 흰색 원형이 폐에 다초점으로 보여요. 코로나19 환자의 특징이에요. CT 사진을 찍으면 가장 명확한 진단이 가능해요.

출처: 명지병원 제공
명지병원 이왕준 이사장이 지난달 중순 퇴원하는 17번 환자를 안아주고 있다.

Q.

명지병원에 입원했던 17번 환자가 퇴원할 때 '생각보다 심각한 질병이 아닌 것 같다'라며 '초기에 치료를 잘 받으면 심한 독감 느낌 정도'라고 말하더라고요.

A.

통증이 못 견딜 정도로 심하지는 않아요. 17번 환자도 코로나19 중간단계를 거쳤던 환자이니까 최소 폐렴을 앓은 셈이죠. 하지만 참을 만했다는 거예요. 검사를 안 하면 감기랑 분명히 구별이 안 될 수도 있어요.

Q.

환자들이 입원하면 어떻게 치료와 관리를 했나요?

A.

환자마다 모두 다른 단계 중에 병원에 오기 때문에 치료도 다르게 해요. 회복 단계 중에 오는 환자들은 모니터링 정도만 해요. 28번 환자가 그런 경우였어요. 병원에 왔을 때 미미한 양성 반응이 나와서 별로 해준 게 없어요.

17번 환자는 입원 전에 폐렴을 4~5일 정도를 심하게 앓았어요. 본인은 단순히 심한 독감이라고 생각했다고 해요. 그런데 싱가포르 출장 중에 만났던 말레이시아 사람이 확진 판정이 나왔다고 해서 병원에 찾아온 경우였어요. 이 환자에게는 최소한의 치료만 해줬어요. 특별히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지 않고 타이레놀과 부루펜(엔세이드)과 같은 대중적인 해열제를 사용했어요. 혈액 검사와 실시간 유전자 증폭검사(RT-PCR) 검사를 해서 바이러스 반응을 확인했고요. 모니터링하고 기본적인 치료만 해준 셈이죠.

3번 환자는 병원에서 코로나19 초기부터 치료까지 모든 과정을 겪었어요. 초반에는 항생제를 썼어요. 폐렴 진행을 CT로 확인하고 항바이러스제와 '칼레트라'라는 에이즈 치료제를 퇴원할 때까지 투여했어요. 이 환자는 초기부터 치료까지 전 과정을 치료했기 때문에 과정을 국제학술지 대한의학회지(JKMS)에 상세하게 보고했어요.

출처: 명지병원 제공
코로나19 완치자가 퇴원 준비를 하고 있다.

Q.

코로나19 대응하면서 무엇이 중요하다고 느꼈나요?

A.

중국 데이터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중국이 한국보다 한 달 먼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많은 환자의 빅데이터가 있기 때문이에요. 얼마 전 중국이 WHO와 공동으로 종합 보고서를 냈어요. 실제로 그 보고서 내용이랑 한국이 겪고 있는 상황이 다르지 않아요.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를 겪는 80%가 가벼운 증상에서 중간 정도 증상을 앓고 13.8%가 심한 증상, 6.1%가 극심한 증상을 앓아요. 한국 환자들도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코스를 따르는 것 같아요. 모두가 극심한 증상을 앓는 게 아니라는 거죠.

이런 데이터가 치료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또 앞으로 한국의 데이터가 국제적으로 중요할 거예요. 중국은 환자가 너무 많아서 PCR 검사를 전수로 하지 못했어요. 모두 환자라고 친 채로 치료한 거죠. 그런데 한국은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100% 전수 검사를 하고 있어요. 중국의 데이터 양이 한국보다 거대하다면 한국의 데이터가 더 정교하다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한국에서도 곧 의미 있는 데이터가 나올 거예요.

또 의학적인 지원뿐 아니라 심리, 정서적 지원이 굉장히 중요해요. 환자들이 작은방 안에서 몇 주씩 고립돼 있으면 굉장히 답답해해요. 어떤 사람들은 '코로나 올드보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영화 '올드보이'에서 주인공이 15년간 갇혀 있는 걸 빗댄 거죠. 고립감이 심해서 심리적인 지원이 중요해요. 환자들에게 심리치료, 컨설팅, 아트 힐링 프로그램을 제공해 줬어요. 격리 병실로는 못 들어가니까 바깥쪽에서 음악회를 해줬어요. 화상으로 환자들이 들을 수 있게'배드 사이드 콘서트'를 해준 거죠. 예컨대 3번 환자에게는 매일 심리치료와 면담을 해줬어요. 신경 안정제와 수면제를 주고 아트 힐링 프로그램과 응원 메시지와 같은 지원을 해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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