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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들도 상처받는 보통 사람일 뿐이다.

조회수 2020. 5. 14. 18: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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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의 리더십 코칭]⑭ TTimes=신수정 KT 부사장

10여 년 전 대학원에서 강의할 때 가르쳤던 한 제자가 찾아왔다. 스승의 날이라고 작은 선물까지 준비해왔다. 나와 나이 차이도 별로 나지 않는 회사의 경영자이지만 아직도 나를 교수님이라고 부른다. “뭘 바쁜데 여기까지”라고 했지만 내심 마음이 뿌듯했다.


1. 가끔 다른 회사의 임원들이나 벤처 대표들을 만나면 구성원들로 인해 마음 아파하고 서운해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한 벤처 대표로부터는 정말 믿어주고 훈련을 시켰던 직원이 다른 회사로 옮기면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당장 다음 주 옮기겠다고 말할 때 좌절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그 직원도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또 한 벤처 대표는 이런 말을 했다. 한 직원에게 공부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도 배려해주고 지원도 해주어 중요한 시험에 합격하였다. 자기 같으면 와서 “대표님 그동안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표님 덕분에 합격했습니다”라고 했을 텐데 한마디 말도 없이 응시료 청구만 하였다는 것이다.


또 다른 벤처 대표는 자신이 바쁘면 “대표님 혹 제가 도울 일이 있나요?”라고 말하는 직원이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다들 자기 일 외에는 돌아보지 않는 것에 대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단 한 번도 월급 날짜 어기지 않고 조금이라도 잘해주려고 챙겨주는데도 감사의 말 한마디 없이 대기업이나 실리콘밸리 회사와 비교만 하는 것에 서운함이 많았다.


2. 나는 사실 ‘쿨’한 편이라 잘 주지도 않고 잘 받지도 않기에 그리 괘념치 않지만 그래도 구성원들이 감사를 표시하면 힘이 난다.


몇 개월 전 나와 만날 일이 거의 없던 한 직원이 출산 휴직을 하며 찾아와서 내게 손편지를 건네주었다. 입사 후 10년이 되었는데 나 덕분에 회사 다닐 맛을 느낀다고, 휴직으로 잠시 돕지 못해 미안하고 안타깝다고, 돌아올 때까지 꼭 회사에 남아(?) 계시라고 썼다.


이런 말을 들으면 힘이 난다. 자주 보는 직속 임원들의 아부는 그렇게 힘이 나지 않지만 이런 직원들의 감사에는 힘이 난다. 겉으로는 “뭐 이런 편지를 썼어요”라고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이렇게 자랑하고 있는걸 보면 뿌듯함이 분명하다.


가끔 자신이 만든 지갑이나 빵, 집에서 만든 차를 슬며시 가져다 놓는 직원들도 있다. 내게 메일로 감사를 표하는, 이름도 잘 모르는 직원들도 있다. 이런 때도 겉으로는 '뭘 이런…"이라고 말하지만 감동스럽다. 때로 힘이 빠져도 이런 직원들을 보면 다시 힘이 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3. 리더들도 힘들고 상처받는다. 자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만, 구성원들이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아무 표현도 하지 않을 때 힘이 빠진다. 변화를 이루기 위해 분투하는데 호응의 모습이 없으면 “내가 뭘 얻겠다고.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현상 유지나 하며 직원들에게 대충 좋은 사람으로 보이며 살자”라는 생각도 든다.


4. 나도 마음은 있었지만, 표현을 참 못했다. 그렇게 안 하는 게 아부나 정치를 안 하는 것이고, 소신 있고 쿨하며 당당한 것처럼 나를 정당화했다.


그래서 과거 상사분들, 교수님, 나를 도와주셨던 분들께도 참 미안해진다. 그러나 최소한 악한 리더가 아니라면 상사나 CEO 혹은 선생님들, 여러분들이 무언가 배우는 리더나 코치들에게 감사할 것을 찾아보시라. 그리고 소소한 것이더라도 진심으로 적극적으로 감사를 표현하시라. 말이 어렵다면 문자도 좋고 메일도 좋다. 쑥스러워할 필요도 없고 그게 아부라고 여겨 제한할 필요가 없다. 표현하시라.


감사와 인정이란 리더가 구성원들에게만 하는 것이 아니다. 구성원들이 리더에게도 하는 것이다. CEO나 상사의 피라고 차가운 게 아니다. 다 똑같이 따뜻하다. 그들도 감사와 인정이 필요한 보통 사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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