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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합이 맞아도 사랑에는 흥망성쇠가 있다

조회수 2018. 12. 18. 17: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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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Times=폴 킴 칼럼니스트

사랑은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진정 영원한 사랑은 없는 것일까?


답은 Yes이다. 사랑도 생명의 준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끝없는 변화를 거칠 수밖에 없는 것이 생명이다. 남녀 관계도 생명의 범주에 속하니 흥망성쇠의 과정을 피할 수 없다. 관계가 좋았다 나빴다 다시 되돌아오는 흐름을 부득이 겪는다.


흔히 말하는 궁합이라는 것을 구조적으로 살펴보자. 남녀 관계에는 두 가지 조화도가 있다. 고정적인 조화도와 시기에 따라 변화하는 조화도이다.


기계와 기름, 바늘과 실과 같이 물질구성에 기본적인 조화도가 있듯이 남녀 사이에도 고정적인 조화도가 있다. 궁합이라는 것이 고정적인 조화도이다. 이런 고정적인 영역은 물의 깊이에 비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얕은 물에 다이빙을 하면 머리를 다치는 것처럼 조그마한 변화에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다. 수심이 깊고 낮음이 그런 원인을 주는 것이다. 고정 조화성이 좋으면 관계가 오래가고 약하면 관계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20개월 정도 간다.


그런데 나와 고정 궁합이 잘 맞는지 아닌지는 첫 만남에서 느낄 수가 있다. 예로 내가 좋아하는 가수는 그 목소리가 나와 배합이 잘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마다 좋아하는 가수가 다 다르다. 탁하고 차가운 허스키한 목소리에 꽂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왜 꽂힐까? 이 기운이 필요해서 그렇다. 이것이 고정적인 궁합 개념이다. 남녀가 만나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할지 아닐지는 사실 1분 안에 결정이 된다. 만나보면 몸이 안다. 실물로 풍기는 냄새와 목소리 느낌, 피부색 등 정보가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이다. 반면 사진은 이미지이다. 픽셀정보로는 알 수가 없다. 그저 1차 필터링일 뿐이다.


사실 고정 궁합의 조화도에 목숨 걸 필요는 없다. 궁합은 옛날 남녀칠세부동석이던 시절 배우자를 미리 만나보지도 못하고 건너 마을 최 진사 댁 둘째 딸과 혼사가 오갈 때 둘이 만나서 잘 살 수 있을지 궁금할 때 보는 것이지 현대처럼 마주보며 차 마시고, 노래 불러보고, 오랜 기간 사귈 수 있는 상황에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본인들이 다 알아보는데 궁금한 게 뭐가 있겠는가? 간단하게 말하면 2년 정도 사귀었는데도 문제가 없으면 고정 조화도는 매우 높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랑을 유지하는 데에는 고정 조화도의 문제보다 그때그때 밀려오는 파도의 힘이 더 크게 작용한다. 즉 관계 변화성의 문제이다. 원래 물의 깊이가 깊은 커플이 있고 얕은 커플도 있는데 수심이 깊든 얕든 사람들이 당장 느끼는 것은 현재의 파도 높이이다. 수영하는 것이 힘들다고 느끼는 것은 현재 일고 있는 파도 때문이고 사람들은 이 인스턴트 한 변화에 더 민감하다. 현재 사랑의 감정은 파도의 문제인데 수심 이야기만 해 보았자 별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순간적인 파도의 흐름에서 보면 네 가지 현상이 나온다. 둘 다 좋거나, 상대는 좋고 나는 나쁘거나, 나는 나쁘고 상대는 좋거나, 둘 다 나쁘거나.


둘 다 나쁜 경우라면 상황이 많이 눌려진(depressed) 상태이다. 이때 당장 뭔가 결론을 내고 수습하려면 좋은 결론은 하나도 없다. 무조건 안 되고 나쁜 것이다. 이때는 당장의 판단을 유보하고 답답하지만 이 시기를 견뎌 지내보고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나 결론을 내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래야 후회 없고 감정적이지 않은 정확한 판단이 나온다.


궁합을 따질 때 크게 아우르려면 정태(靜態) 분석(static analysis)과 동태(動態) 분석(dynamic analysis)을 동시에 해야 한다. 서구식 방법은 동태 분석을 위주로 하는데 환경의 변화에 따른 상태의 변화를 주로 연구했다. 동양에서는 사람의 命(명)에 대한 분석에 치중했는데 이것은 정태 분석에 해당한다. 부연 설명을 하면 정태 분석은 상대방이 운명적으로 나와 맞고 좋은 사람이거나, 안 맞고 나쁜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반면 동태 분석은 인연도 사랑도 흥망성쇠의 흐름이 있다고 본다. 나의 시기와 상대의 시기가 있다. 둘이 각자 살고 있는 운명의 계절이 있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좋은 시기가 합쳐지게 되면 불같고 치명적인 사랑을 하기도 하고, 다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엇갈리게 되면 헤어지게 되거나 그때부터 원수로 사는 것이다. 사실은 굉장히 좋은 사람이었는데 잘못된 때에 만나서 인연이 없게 되는 경우도 많다.


가장 좋은 예가 첫사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미친 듯이 끌리는 상대가 있었을 때 이루어지지 못했다면 우리는 상당히 미화된 환상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다시 첫사랑을 봤을 때 이전과 같은 끌림이 사라져 허탈함이나 실망을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왜 쟤를 좋아했지? 확인하고는 실망한다. 어릴 적 ‘그때는’ 꽂혔던 운명적인 사람도 지금 ‘이때는’ 꽂히지 않는 운명적 인연이 된다. 이것이 동태적인 분석인 것이다.


흐름은 돌고 도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이렇다 하여 앞으로도 계속 그러한 것은 아니고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관계 유지는 물의 깊이도 중요하지만 파도의 움직임이 어떠하며 앞으로 어떠할 것이니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고정적인 정보와 변화의 정보 두 가지 모두를 알아야 관계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좋은 짝을 찾는 이유를 시적으로 표현하면 ‘그대는 내 운명’이다. 어떤 짝을 만나느냐에 따라 사는 내용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 기운적인 면, 정신적 소통, 육체적인 밸런스까지 모두 영향을 받는다. 좋고 오래가는 인연이란 한 가지만 좋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궁합이 맞는 사람을 적절한 시기에 만나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하는 패턴에 잘 대처하며 관계를 유지해 나갈 때 만들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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