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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發 '화폐전쟁' 2탄이 시작됐다

조회수 2018. 1. 24. 11: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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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Times=김신회 기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세계 기축통화 경쟁 판도에 새 변수로 부상했다. 중국 위안화와 유럽 주요국이 쓰는 유로화가 달러의 패권을 넘보던 구도에 가상통화가 끼어들면서 각국 통화당국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1. 암호화폐 부상에 달러·유로·위안 '화폐전쟁' 새 국면

지금까지 세계 기축통화 위상을 둘러싼 '화폐전쟁'은 패권을 쥐고 있던 달러와 이에 도전한 위안, 유로화의 싸움이었다. 후발주자인 중국의 공세가 특히 돋보였다. 덕분에 위안화는 2016년 국제통화기금(IMF) 준비통화인 특별인출권(SDR)의 5번째 구성통화가 됐다. 달러, 유로, 파운드, 엔에 이어 세계 5대 통화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그 사이 신흥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은 눈치껏 유로와 위안화 등의 보유 비중을 높이며 '탈달러화'(dedollarization) 시대에 대비했다.

암호화폐는 기존 화폐전쟁 구도를 흔들어놨다. 암호화폐가 미국의 달러 패권뿐 아니라 중앙집권형 통화질서 자체를 부정하기 때문이다. 암호화폐는 직거래가 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중앙은행을 비롯한 통제기관은 물론 은행 같은 중개기관 없이 모든 거래가 가능한 구조다. 

암호화폐의 대표격인 비트코인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물려 등장한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융위기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온 세계 경제 질서에 경종을 울렸다. 이는 달러 패권이 흔들리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아울러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통화질서의 왜곡은 기존 체제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켰다. 

한 예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제로(0)로 낮추고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통해 시중에 수조 달러를 풀었다. 유례없는 조치에 승승장구하던 달러가 약세로 기울었다. 신흥국 진영에선 미국이 일방적으로 달러 값을 낮춰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암호화폐의 탈중앙·분권화 매력이 주목받게 된 이유다.


2. 발권력 위협 암호화폐 '공공의 적'…법정화폐 vs 암호화폐

기존 통화질서에서 본 암호화폐는 '공공의 적'이다. 암호화폐가 유사 이래 각국 정부가 행사해온 최대 권력이라는 평가를 받는 발권력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통화 패권 경쟁 구도에서도 마찬가지다. 달러가 그럭저럭 세계 기축통화 위상을 유지하든, 유로나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하든,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가 세를 불리면 기존 통화질서 내의 패권은 힘을 잃기 쉽다. 사이버 보안업계 거물인 존 맥아피는 이런 이유로 각국 정부와 암호화폐 사이에 이미 '전선'이 그어졌다고 진단했다.

다만 지금까지 드러난 각국 정부의 입장은 엇갈린다. 일본은 암호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인정했지만 중국은 강력한 규제를 들이댔다. 한국을 비롯해 아직 뚜렷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채 관망하는 나라도 상당수다.

저서 <화폐전쟁> 시리즈로 유명한 중국계 경제학자 쑹훙빙은 각국 정부가 결국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를 제도권에 편입해 통제할 것으로 예상했다. 암호화폐가 돈세탁, 조세회피, 테러 자금 조달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명분에서다. 

G20(주요 20개국) 차원에서도 조만간 암호화폐에 대한 첫 규제 논의가 있을 전망이다. 독일과 프랑스가 오는 3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가상통화 규제를 촉구하기로 하면서다. 양국 정부는 이번에 암호화폐 규제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3. 중앙은행도 암호화폐 발행…법적 암호화폐 vs 무국적 암호화폐

주목할 건 각국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다. 상당수 국가가 국적이 없는 비트코인은 경계하면서 이미 자체적으로 암호화폐 발행에 나섰거나 그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했다. 통제권 밖에서 발권력을 위협하는 가상통화는 경계하면서도 암호화폐 시대를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015년 에콰도르가 세계 최초의 암호화폐 발행국이 된 데 이어 튀니지, 세네갈 등이 같은 결정을 내렸고 스웨덴, 중국, 영국, 네덜란드, 캐나다, 싱가포르 중앙은행은 물론 FRB까지 암호화폐 발행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무국적 암호화폐와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자국 통화의 사용 점유율이 낮아져 통화정책의 효과가 제한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법정 암호화폐를 도입하면 통화정책의 여지가 비약적으로 커지는 이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 예로 데이터를 조작해 통화 가치를 낮추면 이론적으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행(BOJ)은 최근 장기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례적인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했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오히려 수수료를 내야 하는 셈이 됐다. BOJ는 이 정책으로 시중에 돈이 돌길 기대했지만 은행에서 인출된 현금이 집안에 쌓이면서 경기부양에 힘을 쓰지 못했다. 현금 없는 사회를 예고하는 암호화폐의 도입과 데이터 조작으로 돈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


4. 암호화폐로 달러 패권에 맞서는 나라들…달러 vs 신흥국 암호화폐

화폐전쟁 구도가 달러와 위안, 유로화의 싸움에서 기존 통화질서와 무국적 암호화폐의 대립으로 재편된 듯하지만 암호화폐는 현재진행형인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에도 힘을 실어줬다.

베네수엘라가 대표적이다. 반미 성향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최근 '페트로커런시'라는 이름의 암호화폐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통화주권을 지키고 미국의 금융봉쇄를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제재 위협 아래 있는 중국과 러시아, 북한도 가상통화로 달러에 맞설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지적한다.

신흥국 대표주자인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는 지난해 중국 샤먼에서 열린 정상회의 때 공동 암호화폐인 '브릭스코인'을 만드는 방안을 논의했다. 러시아는 최근 은밀하게 중국과 유럽 당국에서 규제 압력에 직면한 암호화폐 채굴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비트코인 정보업체인 코인데스크는 최근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에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를 담기 시작할 날이 머지않았다며 올해가 그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급격히 불어나고 있는 암호화폐 시가총액이 IMF의 SDR 발행액을 넘어서면 암호화폐가 G7(주요 7개국) 통화 위상에 도달했다고 보고 중앙은행들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을 사들이기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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