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무이 여행지! 세종시 여행이 앞으로 더 기대되는 이유
순전히 호기심만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8년 전 그리고 지난주에 다녀온 세종시가 그랬다. 2013년 11월 막 개발이 시작된 도시가 궁금해 떠났었고 2021년 4월 이제 절반 정도가 완성됐다는 소식에 마음이 동했다.
8년 전 세종시를 다녀오고 나서 기사에 ‘세종시로 떠나는 여행은 국가적인 변화의 현장을 찾아가는 여행이다. 지금 세종시에 가면 이 유례 없는 도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두 눈으로 지켜볼 수 있다’고 적었다. 내년이면 출범 10년을 맞는다는 세종시는 현재도 개발이 진행 중이다. 하늘엔 타워크레인이 휘적거리고 땅엔 개발을 앞둔 공터가 모자이크처럼 수놓아져 있지만 이 갓 태어난 도시를 여행하는 건 분명히 색다른 경험이었다.
2003년 2월 노무현 대통령이 제 16대 대통령에 당선되고 같은 해 4월 신행정수도 건설 추진기획단이 출범했지만 2004년 헌법재판소에서 신행정수도 특별법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2005년 3월 신행정수도의 후속 대책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에 관한 특별법’이 공포됐고 세종시에 12부4처2청의 행정기관을 옮기는 것으로 결정 났다. 정권이 바뀌고 2010년 이명박 정부의 ‘세종안 수정안’이 나오면서 또 한차례 제동이 걸렸지만 수정안은 국회에서 부결됐다. 결국 2012년 7월 세종특별자치시는 우리나라 17번째 광역자치단체로 출범을 했고, 오는 8월 중소벤처기업부가 대전시에서 세종시로 이전을 하면 총 23개 중앙행정기관(2실 13부 3처 3청 2위원회)과 22개 소속기관이 입주하게 된다.
8년 전 세종시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바로 ‘옥상정원’ 때문이었다. 15개 청사를 구불구불 연결했는데 그 옥상에 일반 시민도 들어갈 수 있는 옥상정원을 짓겠다는 소식을 듣고서였다. 청사 옥상을 개방한다는 것도 신기했고 굽이굽이 이어지는 3.6㎞의 정원도 궁금했다. 청사 입주가 시작되고 옥상정원도 자연스레 개방이 됐지만 일부 구간만 방문이 허용됐다. 정부세종청사 옥상공원은 2016년 ‘세계에서 가장 큰 옥상정원’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정부세종청사는 일명 ‘저밀도 수평 건물’이다. 15개 동 건물이 면적 59만㎡에 걸쳐 구불구불 자리한다. 청사 옥상은 성곽 둘레를 돌며 경치를 즐기는 ‘순성놀이’를 컨셉으로 만들었다. 청사의 옥상은 오르막 내리막으로 연결된 언덕이 굽이굽이 이어지는 모양이다. 옥상정원은 ‘정원’의 기능에 충실하게 꾸며졌다. 식물 187종 108만본이 약용원, 허브원, 유실수원 등 테마별로 보금자리를 달리해 살아가고 있다.
투어 시작점은 6동 종합안내동 1층. 대기장소에서 임재환 해설사를 만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6동 옥상으로 이동했다. “투어는 1.8㎞ 정도를 걷습니다. 처음엔 전 구간을 공개하려고 했는데 보안상 일부만 공개하게 됐어요.” 임재환 해설사가 말했다.
국립세종수목원은 여느 수목원과 분위기가 다르다. 수목원이라면 으레 울창한 숲, 깊은 계곡 안에 숨겨져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국립세종수목원은 도심 한가운데 탁 트인 평지에 있다. 수목원 자리는 본래 논이었다. 가장 밑 1.5m는 돌로 채우고 그 위에 다시 2.5m를 흙으로 채운 다음 부엽토로 30㎝를 깔았다. 그렇게 나무가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땅을 다지고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나무는 전부 심은 지 채 1년이 안 된 어린나무들이다. 대형 나무를 비싼 값 주고 사오는 대신 자원으로서 가치가 있는 어린나무를 심어 키우겠다는 취지다. 이유미 원장은 5년쯤 지나면 나무 그늘 아래로 산책을 할 수 있을 거라 말했다.
수목원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따금 철조망이 보인다. “초반에 고라니 때문에 애를 먹었어요. 여기에 살고있는 고라니가 10마리, 그리고 밤마다 이곳으로 출몰하는 고라니가 20마리 정도였어요. 서식지로 돌려보내기 위해 고라니 몰이를 했어요. 전담팀을 꾸려 드론을 띄우고 위치추적도 했어요.” 이곳에 살고 있던 건 고라니뿐만
워낙 규모가 방대해 동선을 잘 짜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 나무들이 작아 그늘이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유미 원장에게 ‘여기는 놓치지 마세요! 꼭 봐야 할 3곳’을 꼽아 달라고 했다. 먼저 사계절 전시온실이다. 사계절 전시온실은 온대중부권역을 대표하는 붓꽃을 모티브로 디자인했다. 국내 최대 규모로 최고 높이 32m, 축구장 면적의 1.5배인 1ha 크기다. 가운데 입구를 중심으로 꽃잎 모양 온실 각각 지중해 온실, 열대 온실, 특별전시 온실로 구분된다. 알함브라궁전을 모티브로 꾸민 지중해온실에는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바오밥나무‘와 2억년 전 중생기 쥐라기 시대부터 지구에 서식했다는 ’울레미소나무‘ 등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의 다양한 식물을 볼 수 있다. 또 지중해온실에는 전망대 시설도 있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볼 수 있다.
열대온실은 들어가자마자 후끈하다. 적도 근처를 서식지로 하는 식물들을 위해 내부 온도를 20도 안팎으로 유지한다. 초입에 전시된 ’다윈난‘은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의 이름을 딴 것이다. 다윈의 진화론 연구에 실마리를 제공했다 하여 ’다윈난‘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얼마 전 개화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마트에서 보는 것과 달리 나무에 달린 바나나와 파파야 같은 열대 과일과 곤충을 먹고 사는 식충식물 파리지옥도 신기하다.
특별전시 온실에서는 6월 13일까지 ’오늘의 기분은 행복: 이상한 꽃나라의 앨리스‘ 특별전이 열린다. 트럼프 카드와 체스, 대형 컵 등 앨리스에 등장하는 소품들로 공간을 꾸미고 군데군데 봄꽃을 전시했다. 특별전시 온실 중정에는 ’Nonsense&Fantasy: 평범하지 않은 상상의 세계‘ 미디어아트 특별전도 진행된다. 꽃 장식에 화려한 디지털아트가 더해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두 번째로 추천한 곳은 한국전통정원이다. 궁궐정원, 별서정원, 민가정원으로 나뉘는데, 궁궐정원은 창덕궁 주합루와 부용정을 실제크기로 만들었고 별서정원은 담양의 소새원을 주제로 꾸몄다. 마지막으로 꼭 봐야 할 곳은 희귀특산식물 온실. 자생지를 잃고 점점 사라져가는 희귀식물과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산식물을 전시한다
“수목원은 일반 공원과 달리 수목유전 자원의 보전 및 자원화라는 목적을 가지고 있어요. 나무 하나마다 출처가 명확하게 있지요. 이력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정원에서 국민의 삶을 식물과 함께 가꿀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자 합니다. 공부하고 체험하는 과정에서 국민 삶에도 초록 물이 들도록 하는 것이 목표예요. 당장 완성형 수목원이 아니라 지금은 그 바탕을 까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많이 노력하고 있으니까 잘 지켜봐주세요.”
세종시에도 강북과 강남이 있다. 기준이 되는 건 바로 금강. 금강 이남에는 세종특별자치시청이, 강 위로는 세종중앙공원, 호수공원과 국립세종수목원을 넘어 정부세종청사가 위치한다. 올해 세종시청과 세종중앙공원을 잇는 다리가 개통될 예정이다. 계획대로였다면 올해 7월 완공이었는데 지난해 수해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현재 공사 진행률은 86%다. 올 10월 말 완공 예정이다.
금강보행교는 작정하고 튄다. 건너다니는 다리의 기능보다는 랜드마크로서의 기능에 더 욕심을 낸 것 같다. 금강 한 가운데 지름 460m의 커다란 원형 다리가 놓여있다. 2층 구조로 1층엔 사람, 2층엔 자전거로 동선을 완전히 분리했다. 직선으로 길을 내면 더 빠르게 오고가는 것을 왜 이런 비효율적인 선택을 했을까, 별 기대 없이 다리 위로 올랐는데 직접 걸어본 보행교는 의외로 좋았다. 걷기 전엔 효율성을 이야기했는데 걷고 나니 별 의미가 없어졌다. 둥근 원을 따라 금강 이곳저곳을 눈에 담으며 걷는 맛이 생각보다 좋더라. 다리가 완공되고 주변 정비가 되면 세종시를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잡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