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따지는 20개국 여행자가 경험한 최악 VS 최고의 호텔

조회수 2021. 4. 29. 1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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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게, 하지만 더 싸게."





가성비를 생각한 여행을 하면 항상 숙소가 가장 고민이다. 숙소에서 상당히 많은 경비를 줄일 수 있는 반면, 너무 질이 떨어지는 숙소에서의 하룻밤은 여행의 피로를 더 쌓을 뿐 풀어주지 않는다.





유럽, 북미, 남미, 아시아 등 20개국을 여행한 필자가 숙소를 고르는 기준은 딱 3가지다.




1. 위치
숙소가 주요 관광지 혹은 역과 가까운가
2. 청결도
벌레가 나오지 않는 깨끗한 숙소인가
3. 가격
상대적으로 가성비 좋은 숙소인가
이 세 가지를 따져보며 숙소를 예약하면 보통 실패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디서나 예외는 있는 법. 미대륙에서 마주한 최악의 호텔과 최고의 호텔 경험을 공유한다.

 자본주의 성지, 호텔 천국 라스베이거스


라스베이거스는 사실 럭셔리한 호텔의 성지다. 분수쇼로 유명한 벨라지오 호텔부터 화산쇼를 하는 미라지 호텔, 서커스가 펼쳐지는 MGM 호텔, 뉴욕을 축소시켜놓은 뉴욕뉴욕 호텔, 클럽이 유명한 아리아 호텔과 코스모폴리탄 호텔, 로마제국 콘셉트의 시저스 팰리스,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옮겨놓은 듯한 베네시안 호텔까지. 하지만 라스베이거스 여행의 중심지인 '스트립'에 위치한 호텔들은 혼자 여행하는 자들에게 턱없이 높은 가격을 제시한다.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을 즐기고는 싶지만 지갑은 가벼웠던 필자는 중심지에서 도보로 10분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았다. 1박에 약 5만 원 정도 하는 매우 저렴한 호텔이었다. 한국인들의 후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지만 예약사이트의 후기들을 보니 청결하게 유지되는 호텔 같아 보였다. 심지어 스위트룸까지 있으니 믿을 만하다는 생각에 모험을 감행했다.
그렇게 지옥으로의 티켓을 끊게 됐다.

호화로운 호텔 가득한
라스베이거스에서 경험한
 최악의 호텔

사람들을 유혹하는 라운지
호텔 외관

중심지에서 도보로 10분이라는 매력적인 위치 때문에 혹했으나, 호텔의 입구를 보자마자 두려워졌다. 외부 인테리어부터 굉장히 낡은 분위기가 풍겼다. 5060년대 영화에나 나올 법한 낡은 미국 여관(Inn) 같은 외관이었다.





밤이 되면 호텔 1층 라운지에 위와 같이 계단에 불이 켜지며 호화로운 호텔을 빙자한다. 하지만 이는 호텔의 처음이자 마지막 럭셔리함이라는 것을 체크인하고 나서 깨달았다.


의외로(?) 굉장히 친절한 카운터 직원에게 체크인을 받고 방으로 향했다. 타면 내리지 못할 것 같이 생긴 엘리베이터를 거쳐 방 현관문에 도착했다.






"끼이이이이이익"






소름 끼치는 소리가 나며 문이 열리고, 100년 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듯한 호텔 내부가 펼쳐졌다.






우선 침대 왼쪽에 있는 전등은 고장 나 켜지지 않았다. 침대는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어서 미관상 괜찮아 보였지만, 도대체 언제 정돈을 한 건지 얇은 먼지가 깔려있었다. 방음은 거의 0%에 가까워서 옆방 라틴계 손님들의 근황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었다.


호텔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뚱뚱한 박스 모양 TV가 있었다. 틀어지는지 여부는 무서워서 확인하지 못했다. 가방거치대는 줄 하나가 떨어져서 달랑거리고 있었다. 그마저도 위에 소복이 먼지가 쌓여있는 걸 보니 언제부터 떨어져 있었는지는 미지수다.






전혀 작동되지 않을 것 같은 낡은 라디에이터도 있었다. 안에는 온갖 벌레들이 살림을 차렸을 것 같아서 가까이 가지 않았다. 절정을 보여준 것은 바로 창문이었다. 날씨가 우중충해 침울한 바깥 풍경을 더러운 자국이 흐르는 창문으로 보고 있자니, 라스베이거스에서 전 재산을 잃어 이 호텔로 쫓겨난 것만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켰다.



가장 당황했을 때는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지 않았을 때였다. (직접 내려가) 카운터에 문의를 하니 구식이라서 꼭지를 위로 올렸다가 틀어야 한다고 알려줬다. 이쯤 되니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화장실이 고마웠다.





더 많은 곳을 여행하기 위해 경비를 아끼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조식이 포함되어 있는 호텔에 머무는 것. 하지만 이 호텔의 조식은 먹으면 배탈이 날 것 같았다. 미리 삶은 달걀, 미리 구운 식빵과 팬케이크를 줬는데, 신기하게도 매우 맛이 없었다. 진짜 달걀인지, 진짜 밀가루로 만든 팬케이크인지 궁금증이 드는 맛이었다.





결국 사람들이 최고의 호텔을 경험하러 방문하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최악의 밤을 보냈다.



에메랄드빛 바다, 신혼여행지 멕시코 칸쿤


오히려 최고의 호텔 경험을 선사한 곳은 멕시코 칸쿤이었다. 칸쿤은 멕시코 남동부에 있는 해안 도시다. 카리브해의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진 낙원과도 같은 곳이어서 전 세계적으로 신혼여행지로 손꼽힌다.





하지만 신혼여행이 아닌 친구와의 조촐한 우정여행을 목적으로 한 필자는 으리으리한 호텔을 원하지도, 그런 호텔에 머물만한 여유가 있지도 않았다. 유일한 목표는 "올인클루시브", 즉 호텔 내 레스토랑과 수영장 등 모든 시설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패키지의 숙박권이었다.

에메랄드빛 휴양지
칸쿤에서 경험한
 최고의 호텔

검색 끝에 2인 기준 한 명당 1박에 10만 원으로 올인클루시브 호텔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신혼여행용 호텔보다는 당연히 여러 면에서 작고 귀여웠지만 3박 4일간 호캉스를 즐기기에는 전혀 손색이 없었다.






호텔은 적당히 규모가 있었고 어딜 봐도 깨끗이 관리가 돼있었다. 중심지와 위치도 가까웠다.


여러 테마의 수영장에서 수영도 가능했고, 호텔 앞에는 카리브 해안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었다. 해안가에 놓인 해먹이나 파라솔 안에서 유유자적하며 음식 무제한 주문도 가능했다.






"쉬기 딱 좋은" 호텔이라는 말이 알맞을 것 같다.

호텔 직원들도 미소를 머금고 있고, 머무는 사람들도 여유가 넘쳤다. 호캉스라는 말이 생겼을 때부터 '그게 과연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품었는데 이를 체감하게 해준 호텔. 내가 호텔 밖에서 어떤 사람이든 호텔 안에서는 최고의 서비스를 받으며 최선의 휴식을 취하는 것이 호캉스였던 것이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호텔 안 레스토랑의 수준이었다. 멕시코식, 일식, 이탈리아식, 조식으로 각각 다른 곳에 위치해있는 레스토랑이 모두 음식이 남달랐다.





조식은 사람들이 조식에서 추구하는 그림이 무엇인지 잘 아는 듯 기본에 충실했다. 즉석에서 구워주는 에그 스크램블 혹은 달걀 프라이, 바삭 쫄깃한 베이컨, 최신형 드립 커피 머신, 싱싱한 샐러드, 그리고 각종 빵.





일식 레스토랑에서는 한국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일식 메뉴들이 나열돼있었다. 올인클루시브다 보니 아침-점심-저녁 매번 레스토랑을 골라 환상적인 음식들을 맛볼 수 있었다. 주류도 샷부터 형형색색의 칵테일까지 모두 24시간 마련돼있어서 스스로를 자제시켜야 했다.

신기하게도 여행에서 겪은 경험은 곤혹스러웠던 기억까지 시간이 지나면 미화된다. ​우스갯소리로 여행 얘기를 할 때는 오히려 최악의 경험이 더 귀에 쏙쏙 들어올 때도 많다. 그러니 필자처럼 우연히 최악의 여행 경험을 하게 되더라도 크게 상심하지 말자. 시간이 지나면 그마저 추억이 되리라 믿어보자.




손지영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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