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국에 오픈해 인근 집값까지 올렸다는 이 호텔
호텔이 여행을 대체할 수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호텔은 그 어느 때보다 친숙하다. 위생과 청결에 신경을 쓰면서 펜션이나 민박 대신 호텔 방을 가기 시작했고, 해외여행의 빈자리를 달래려 특급호텔을 찾아 기분을 내기도 한다. 외국인 관광객의 빈자리를 국내 손님들로 채우기 위해 호텔마다 다양한 마케팅 정책을 펴고 있다. 가격대를 조정해 문턱을 낮춘 호텔도 있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눈길을 끄는 곳도 있다. 코로나 시국에 오픈해 방문객 리뷰와 입소문만으로 명소가 된 곳도 있다. 인근 집값까지 오르게 만들었다는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이다.
몬드리안 서울은 화려한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호텔’ ‘어반 엔터테인먼트 호텔’이라는 컨셉을 구현하기 위해 호텔 곳곳을 채우고 꾸몄다. 로비는 1층과 2층 두곳이 있다. 경사도가 있어 정문 쪽으로 들어오면 1층 로비로 호텔 뒤 야외 주차장 쪽으로 들어오면 2층 체크인 데스크가 있는 로비가 바로 보인다. 1층 문을 열고 로비로 들어서자 화려한 분위기에 사로잡힌다. 1·2층을 뚫어 층고를 높이고 2층에서 1층까지 세로로 긴 전광판을 설치하고 예술작품을 늘어뜨렸다. 곡선이 돋보이는 소파 뒤로 SNS에서 숱하게 봤던 몬드리안 대표 사진 스폿 ‘포레스트’가 보인다.
포레스트는 선인장과 각종 나무, 의자와 그네 같은 오브제들로 장식됐다. 중앙에는 유리 천장을 설치해 자연 채광을 들인다. 포레스트 공간 천장에 거울을 붙였는데, 일렁이는 모습이 마치 바닷속 산호초를 보는 듯했다. 이밖에도 2층 로비, 엘리베이터 홀, 프론트 데스크 옆, 객실 복도 등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했다.
1층 로비에 위치한 '클레오'는 지중해 스타일 레스토랑이다. 기간을 정해 지중해 인근 나라들을 컨셉으로 메뉴를 구성한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3월 말까지는 ‘메디테라니안 저니’, 다음으로 준비 중인 프로모션은 이탈리아가 주인공이다. 가격대는 그릭 샐러드 1만9000원, 포크 립 4만2000원, 킹피쉬 세비체 2만4000원, 그리스식 가지 샐러드를 올린 피자 2만5000원 등 이태원에 있는 양식 레스토랑과 비교해 비슷한 수준이거나 약간 비쌌다. 프로모션 메뉴판에는 음식마다 페어링 와인도 함께 소개한다.
음식은 새콤한 것이 봄에 딱 어울리는 메뉴들이었다. 올리브유와 치즈나 후무스, 발효 소스 등 그리스 음식의 기본 재료들과 이국적인 향신료가 어우러져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기분전환이 됐다. 후기를 찾아보니 ‘음식 양이 적다’는 의견도 있는데, 가격대를 생각하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그래도 호텔에서 이 돈 주고 이 정도 음식을 먹는 건 흔치 않다. 그래도 이 정도면 호텔치고는 가성비가 좋다는 생각이다.
앞서 소개한 블라인드 스팟은 와인과 칵테일 같은 술은 물론 차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캐주얼 바다. 2층 로비에 위치한 '럼퍼스 룸‘ 역시 사진 포인트다. 두 벽과 천장 일부에 아치형 유리창을 설치해 낮에는 따스한 볕을 들이고 밤에는 야경을 담는다. 전체적으로 클래식하게 꾸몄지만 컬러풀한 가구를 배치해 이색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5층 야외 수영장 풀사이드에는 '알티튜드 풀 & 라운지'가 있다. 이곳에서는 트로피컬 스타일 시그니처 칵테일과 풀사이드에서 즐기기 좋은 스낵 메뉴를 판다. 아쉽게도 호텔 구경을 갔던 날 야외수영장이 공사중이어서 들여다보지는 못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루프탑에 자리한 '프리빌리지 바'는 이곳은 우리가 상상했던 그런 호텔 바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양한 종류 싱글 몰트 위스키와 와인 셀렉션을 만날 수 있고, 각 잡힌 전문 바텐더가 스페셜티 칵테일을 만들어준다. 같이 간 남자 동행인은 이곳이 호텔 전체에서 가장 이국적인 분위기가 난다고 칭찬했다. 루프탑에는 이글루를 형상화한 ‘더 돔 (The Dome)’ 공간과 냉각탑을 고스란히 살려 만든 구조물도 있다.
제대로 놀려면
5층을 노려라
몬드리안 서울의 객실은 모두 296실. 스탠다드/ 슈페리어/ 프리미어/ 코너 스위트/ 스튜디오 스위트/ 카바나 스위트/ 몬드리안 스위트로 등급이 나눠진다. 다가오는 여름 가장 기대가 되는 건 카바나 스위트. 14평형으로 야외 수영장이 있는 5층에 위치하는데 객실에서 폴딩도어를 이용해 수영장으로 곧장 나갈 수 있다. 객실은 알록달록해 어느 앵글이라도 예쁜 사진이 나온다. 호텔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화려한 가구들과 벽지, 카페트가 배치되어 있어서 어느 작가의 작업실 혹은 가구 쇼룸에 온 듯하다. 폴딩 통유리창으로 쏟아지는 봄볕에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카바나 스위트 객실 가격은 비싸다. 야외 수영장이 오픈하는 5월부터는 100만원부터로 가격이 책정돼 있다.
5층 일부 스탠다드 객실에서는 ‘플레이룸 프로모션’을 진행할 계획이다. 오전 혹은 오후 4시간 동안 수영장과 객실을 이용하는데 스낵과 음료가 제공된다. 이용인원은 최대 6인으로 가격은 아직 미정.
18층에 위치한 몬드리안 스위트(25평)는 욕조가 설치된 넓은 욕실과 발코니 공간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스튜디오 스위트(14평)는 침실과 거실 공간이 구분된다. 욕조는 코너·스튜디오·몬드리안 스위트에만 설치돼있고 스탠다드/ 슈페리어/ 프리미어/ 카바나 스위트엔 레인 샤워를 구비했다.
▶ 아케이드 숍: 사실 호텔이 오픈하고 가장 이슈가 됐던 건 지하 띵굴마켓과 아크앤북 같은 아케이드 공간이었다. 오픈 후 8개월이 지난 지금은 한적하디 한적하다.
▶ 조금 깨는 커피빈: 호텔을 마주하고 가장 먼저 보이는 커피빈. 사라져가는 커피 브랜드를 여기서 만날 줄이야. 세상 힙한 분위기 호텔에 ‘커피빈’ 브랜드는 좀 깬다.
홍지연 여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