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에너지 듬뿍" 봄이 온 서울 플랜테리어 카페 3곳

조회수 2021. 4. 6.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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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 와버렸어 "




코로나19와 더불어 미세먼지까지 기승을 부리는데, 봄은 또 눈치 없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나무에 꽃봉오리가 맺히고 날씨가 포근해지기 시작하면 이 계절을 즐겨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마저 느껴지는 듯하다.





봄은 느끼고 싶은데 어디든 마음껏 떠나지 못하는 상황. 여느 공원 부럽지 않게 봄의 푸르름을 만끽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바로 플랜테리어 카페다. 봄의 기운을 가득 담은 서울 플랜테리어 카페 3곳을 소개한다.




어반플랜트
서울 마포구 독막로4길 3

합정역 근처에 위치한 플랜테리어 카페 어반플랜트. 도심 한가운데 있지만 식물원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카페 전체에 식물이 가득했다. 늦은 오후 따사로운 햇볕 속에 광합성을 하고 있는 초록 생명체들을 보고 있자니 필자 또한 없던 생기가 돌았다.


도심 속 우거진 숲속에서 갖가지 브런치 메뉴들을 맛보았다. 먼저 새콤달콤한 한라봉 주스로 입맛을 확 돋아준다. 제주도에서 직배송 받은 한라봉을 매일 알알이 뜯어서 만드신다고. 브런치라는 이름에 딱 걸맞은, ​부드러워서 사르르 녹아버리는 치즈 아보카도 오믈렛을 조심스럽게 썰어 먹으면 입안에서도 봄이 펼쳐진다.






한 끼 식사로 든든했던 어반 치킨 샌드위치를 먹음직스럽게 반으로 갈라주었다. 손에 들고 먹기엔 듬뿍 담긴 토핑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고로 ‘브런치’는 느긋하게 나이프를 써가며 두툼한 베이컨 한 조각, 진한 치즈가 녹아들어 간 빵 한 조각, 여유롭게 즐기는 것이 정석 아닐까.

생모차렐라 치즈에 토마토를 얹어 카프리제 샐러드도 즐겨본다. 발사믹 소스와 레몬바질드레싱이 곁들여져 담백한 치즈에 풍미를 더한다. 이 조합, 저 조합으로 계속 집어먹다 보니 어느새 그릇이 깨끗해졌다.



식사를 하며 잠시 마스크를 벗으니 그동안 꿈꾸지도 못했던 싱그럽고 상쾌한 공기가 한아름에 다가왔다. 그래 이런 기분이었지. 이맘때쯤 소풍을 떠나 바깥공기를 마스크 없이 마음껏 삼켰었는데, 당연시 여기던 과거가 이제는 소망해야 하는 미래가 되어버렸다.






실내에 작은 정원과 같은 카페에서 맛있는 식사와 푸르른 식물들과 함께한 시간이었다. 야외, 1층, 2층, 그리고 지하공간까지 마련되어 있어 방문 시 다양한 식물과 예쁜 인테리어를 감상할 수 있다.
적당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 29

여기 회색빛 회사 건물들 사이에 싱그러움을 선사하는 카페가 있다.






을지로 입구역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을지로 적당. 동양적인 정갈함과 곳곳을 장식하는 식물들이 마음에 평온을 선물한다.






아기자기한 양갱과 모나카로 잘 알려진 카페다. 팥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카페인만큼 여느 곳과 다른 팥라떼가 인기 있다. 쌉싸름한 아메리카노가 지겨울 때쯤 팥라떼를 한 모금 마시면 특유의 '정제된 달콤함'을 느낄 수 있다.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은 백설기 앙버터. 앙버터가 한참 유행할 당시 여기저기에서 먹어봤던 모든 앙버터 디저트들 중에서도 요런 아이는 보지 못했다. 쫀득한 백설기 속에 팥(앙꼬)과 버터가 야무지게 들어있다. 처음 먹어보는 사람들은 "버터가 너무 많은 거 아니야?" 싶겠지만, 느끼함 없이 팥의 단맛을 잡아준다.






조선시대 양반집 규수가 정원에서 다과를 즐겼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작고 소중한 전통 소반 위에 차려진 전통 디저트를 음미하고 있으면 주변 소음, 사각진 잿빛 건물, 다급했던 마음까지 모두 사라진다.



"적당함의 미학"을 아는 카페 적당. 대나무를 포함한 각종 식물, 둥근 인테리어, 모던한 전통 디저트까지 모두 부담스럽지 않게 잘 어우러진다.






같은 건물 지하에 비슷한 분위기로 꾸며놓은 아크앤북 서점이 있어 마음의 안정을 취하고 싶을 때 두 곳 모두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 매일같이 바쁘고 지치는 하루를 보내는 직장인들에게 평온한 휴식처, 혹은 편안하게 친구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따스한 공간으로 안성맞춤인 플랜테리어 카페다.
벌스가든 & 하우스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23길 44

연남동 경의선숲길을 따라 걸으면 도착하는 세 번째 카페의 이름은 벌스하우스다. 연립주택을 개조한 카페 겸 꽃집이었는데, 필자가 방문했을 때 꽃집은 리모델링 중이었다. 외관은 주택의 모습을 그대로 하고 있어서 마치 지인의 예쁜 집에 초대받아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겉보기에는 식물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 보였지만 큰 오산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흡사 실내 식물원을 연상시킬 만큼 온통 초록빛이 한가득이었다.


틀에 맞춰져있지 않은, 애초에 틀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자유롭게 식물들이 놓여있었다. 그런 자유로움이 벌스하우스 카페 전체의 바이브와 매우 잘 어울렸다. 영화 "콜미 바이 유어 네임" 속 푸르렀던 주인공의 집을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없던 여유도 만들어내는 묘한 힘이 있다.






빈티지한 책장에 어여쁜 책들이 꽂혀있다. 몇 권 골라 테라스로 나가, 햇볕 좋은 자리에 앉아 세상 여유를 다 가진 듯 몇 장 넘겨보았다.


느긋한 음악과 숲의 향기와 함께 레몬에이드와 청포도 주스를 즐겼다. 두 음료 모두 꽃잎이 띄워져있는 것이 꼭 헤집기 전에 사진을 찍어달라 유혹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붉은빛을 띠는 벌스하우스의 레몬에이드는 일반적인 레몬에이드와는 맛이 달랐다. 상큼하면서 끝 맛이 많이 달지 않아 무의식적으로 계속 마시게 되는 맛. 청포도를 갈아만든 청포도 주스도 많이 달기보다는 건강한 맛이었다. 청포도와 허브향이 함께 입안까지 싱그럽게 만든다. 시즌 음료인 수박주스도 인기 있는 카페이니 여름 시즌에는 맛보는 것도 좋겠다.






늘 똑같았던 일상에 초록빛 생기를 불러일으키고 싶을 때 방문을 추천한다. 또한 게으른 주말에 평온한 음악을 들으며 식물들과 광합성을 하고 싶은 날에도 방문을 추천한다.


봄 · 여어어름 · 가을 · 겨어어울.






요즘 한국의 날씨는 자꾸만 여름과 겨울만 길어진다. 늘 교과서에서 볼 수 있었던 "사계절이 뚜렷하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봄은 여운을 남겨둔 체 훌쩍 지나가버릴 것이다.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좋다. 힘들었던 지난겨울을 떠나보내고 따스한 기운을 받을 수 있는 플랜테리어 카페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






글 손지영 여행+ 인턴기자

사진 유신영 여행+ 인턴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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