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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소맥' 있다면 영국엔 이 술이..코로나19로 '홈술'족에 인기

조회수 2021. 3. 20. 1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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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소맥'에 대한 자존심이 있다,라고 말하면 영국인은 '포티파이드 와인'에 대한 자존심이 있다고 말할 거 같다. 포티파이드 와인은 영어로 Fortified wine라고 쓰고, 우리말로 '주정강화 와인'이라고 한다. 소주와 맥주를 적당량 섞은 소맥처럼 와인과 브랜디를 섞어 만든 술이다. 하지만 우리처럼 이미 만들어진 술을 섞는 게 아니라 제조 과정에서 섞어 만든다.


포르투갈 대표 강화와인 '마데이라 와인' / 위키피디아

주정강화 와인은 발효 도중 또는 발효 후 알코올 도수 높은 증류주를 첨가해 와인 최종 도수를 17~21도 정도로 맞춘 것이다. 보통 와인 도수(11~14도)와 비교하면 조금 높은 편이다. 알코올 도수가 높아 개봉 후에도 냉장고에 넣어두면 장기간 저장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확산 이후 '홈술'하는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와인에 브랜디 등 알코올 높은 술을 첨가한 와인이긴 하지만 도수가 대단히 높은 것도 아니고, 바디감도 다양해 인기다. 발효 초기에 첨가하면 포도 당분이 알코올로 전환되기 전이라 달콤하고 발효 후 첨가하면 당분이 사라졌기 때문에 드라이한 느낌이 강하다. 스페인 셰리, 포르투갈 포트, 마데이라 와인, 그리고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서 생산되는 마르살라 등이 대표적이다. 프랑스 남부 뱅 두 나튀렐(VDN), 호주 루더글렌뮈스카도 등도 주정강화 와인에 포함된다.


스페인 셰리 와인중 하나인 아몬티야도 / 위키피디아

강화와인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셰리다. 단맛에서 드라이한 것까지 다양하다. 주로 팔로미노 포도로 생산되는 화이트 와인을 강화해 만든다. 오래 숙성시킨 와인과 새 와인을 블렌딩해 독특한 맛을 내는 스페인의 전통적 방식인 '솔레라 시스템'으로 만든다. 드라이한 맛에는 피노, 만자니야, 아몬티야도 등이 있고, 단맛에는 히메네즈, 모스카텔 등이 있다.






포트 와인은 포르투갈 북부 도우루강 상류 지대에서 생산된다. 제조 방법이 독특하다. 라거라는 통에 포토를 넣어 발로 밟아 으깬 다음 2~3일 지나 알코올 77도 브랜디를 첨가해 숙성시킨다. 포도밭이나 숙성 연도에 따라 등급이 정해진다. 검은 포도 품종으로 3년 숙성 후 출하되는 것이 루비 포트다. 이를 몇 년 더 오래 숙성시키면 타니 포트, 병 속에서 최소 8~10년 이상 숙성시킨 고급 와인인 빈티지 포트 등이 있다.


스페인 전통적 셰리 생산 시스템인 솔레라 / 위키피디아

마지막으로 포르투갈 남서부 마데이라 섬에서 생산된 강화와인이 마데이라다. 선적한 와인이 적도를 통과하면서 온도가 45도 이상 상승하며 독특한 맛을 지니게 되었는데, 이게 마데이라 와인이다. 현재는 에스투파라는 저장실에서 온도를 45도 이상 올려 숙성시킨다. 알코올 96도 이상 증류주를 첨가해 알코올 함유량을 18~20도로 높이고 오크통에서 3년 동안 숙성시킨다.






어쩌다 이런 와인이 등장했을까? 주정강화 와인은 영국인들이 개발했다. 대영제국 시절 영국인들은 세계 곳곳에서 재배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와인을 본국에 보내기도 했는데, 적도를 지나면서 고온으로 변질되곤 했던 게 골칫거리였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궁리하다 알코올 도수 높은 술을 첨가하면 발효가 중지되고 와인 품질도 유지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영국인들이 이 와인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가 자신들이 개발한 와인이기 때문이었을까. 실제 영국의 셰리 수입량은 세계 1위다. 포트는 프랑스에 이어 2위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탓인지 소비량이 더 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탄생한 와인이건만 이름은 왜 이렇게 지었는지 안타깝다. 번역한 명칭도 그렇지만 원래 이름도 조금 더 세련되게 지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요새화한 와인'이라니.






최용성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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