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훗날 2020년을 기억할 단 10장의 사진(+ Death to 2020)
지난 주말 넷플릭스 추천 목록에 희한한 콘텐츠가 하나 떴습니다. 제목은 ‘가버려라 2020!Death To 2020’. 간단명료한 설명문구가 마음에 들어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미치도록 지겨웠다. 이대로 보내기는 억울하다.
1년간 울적했으니, 이제 한번 웃어나 볼까.
<블랙 미러> 제작자들이 준비한 사상 최고의 황당한 논평. 잘 가라, 2020년
첫 줄, 둘째 줄이 딱 내 마음. 2020년은 지겨웠고 또 억울했습니다. 일단, 소개글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 드라마 ‘블랙 미러’도 재밌게 봤기 때문에 기대를 하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어요. 재생시간은 1시간 10분. 모큐멘터리,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70분 동안 ‘역사상 가장 역사적인 해’ 2020년을 휩쓴 이슈들을 이야기합니다.
호주 산불, 미국 대선, 흑인인권운동 등 다양한 이슈가 소개됐지만 2020년의 주인공은 역시나 코로나 바이러스. 정치적인 내용은 미국과 영국에서 벌어진 이슈들로 흘러가고 미국과 영국 정부가 코로나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또 서양 국가 국민들의 초기 반응(펜데믹은 안중에도 없는 서양 사람들이라고 대놓고 저격합니다) 등 자세한 이야기들이 나와 눈과 귀를 쫑긋하고 봤네요.
다시 봐도 또 놀랍고 벅찬 장면도 나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는 장면인데요. 이 부분 킬링포인트는 바로 ‘지극히 평범한 시민’이 등장해 심지어 제목부터 영어가 아니라고 지적질을 하는 인터뷰하는 부분입니다.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을 당시 일부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실제로 저런 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거 같아요. 제작진이 페러사이트Parasite가 영어가 맞다고 고쳐주지만 고집을 꺾지 않고 “영어처럼 말하니까 그렇겠죠”라고 말합니다. (이 평범한 시민은 모든 사회적 이슈에 대해 ‘무식함’을 자랑스럽게 드러냅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야기를 할 때는 “그게 2020년의 일이었어?”라고 반문하기도...)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점점 세상이 양분화되고 있다는 거였는데요. “양극화는 이 시대의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주제가 트럼프든, 브렉시트든, 과학, 성별 나아가 현실 그 자체든 양쪽 진영은 합의하지 않고 타협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양극화 문제가 심각한가봅니다. 또 하나는 “평범했던 사람도 SNS에 6개월만 노출되면 답 없는 극단주의자로 변한다고 하더군요”라는 대사였는데요. 이것도 너무나 공감이 됐습니다.
굵직굵직한 이슈들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비판이 모두 지나가고 쇼는 마지막 질문을 던집니다.
2020년에 무얼 배우셨나요?
다사다난했던 2020년을 단 10컷의 이미지로 정리한 것도 있습니다. 바로 이미지 판매 웹사이트, 크리에이티브 플랫폼 기업 셔터스톡Shutterstock이 공개한 '2020년 리뷰(Year in Review)' 이미지 컬렉션입니다.
‘2020년 리뷰’ 컬렉션은 역사책에 영원히 남을 사건과 이야기 그리고 인물을 다루고 있습니다. 셔터스톡이 말한 2020년 키워드는 첫째로 ‘코로나바이러스’입니다. “2020년을 가장 잘 나타내는 코로나바이러스 팬더믹의 비주얼은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평했고요. 두 번째로 ‘블랙 라이브즈 매터(Black Lives Matter)’ 캠페인을 꼽았습니다. ‘시상식 시즌’도 키워드에 들어갔습니다. “2020년 오스카 어워드 시상식에서는 비영어권 영화로는 최초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외로 ‘미국 대선’ 그리고 ‘무관중 스포츠 경기장’ 등이 2020년 주요 순간들로 거론됐습니다.
2020년 셔터스톡 에디토리얼이 발간한 수백만 장의 사진 중 2020년을 상징하는 최고 사진 컬렉션을 공개합니다.
이 사진을 찍은 셔터스톡 사진작가 데이비드 피셔(David Fisher)는 “올해 가장 좋아하는 사진 중 하나는 미국영화배우조합(SGA) 프레스룸에서 찍은 기생충 감독과 출연 배우들의 단체 사진이다. 그날 봉준호 감독과 5명의 배우들이 수상한 어워드를 들고 있었는데 보통 두세 명이 동시에 카메라 렌즈를 보게 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특히 40~50명의 사진가가 모두 같은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소리를 지르고 있는 상황에서는 말이다. 6명 모두 한 번에 보게 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지만 한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급하게 구글에서 ‘축하합니다’를 한국어로 찾아보았고 몇 번 발음을 연습했다. 다행히 잘 들어맞아서 배우들이 모두 카메라에 시선을 고정해 멋진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한 배우가 한국어로 얘기를 건넸는데 미소로 밖에 답을 못하니 금세 내 한국어 실력이 드러났다. 그러나 봉준호 감독과 배우진들이 한국어를 잘 모르는 나의 이러한 노력을 좋게 봐준 것 같다”고 소감과 그날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홍지연 여행+ 기자
사진=넷플릭스 캡처, 셔터스톡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