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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국에 파리행? 女전용 여행앱 대표의 결기

조회수 2021. 1. 15.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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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rt Tourism] 노매드헐 김효정 대표

여성 전용 여행 앱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

”호랑이 잡으려면 호랑이 굴 들어가야“

코로나 19 와중에 프랑스 파리로 출국


여성 혼자 떠나는 여행 기하급수적 급증

안전한 네트워크 구축해 시장 선점할 것

글로벌 벤처투자사, 볼보까지 투자 유치


집 밖을 나서기도 무서운데, 프랑스 파리로 출국한다는 스타트업 대표를 만났다. 분야는 여행. 그중에서도 여성 전용 여행 앱이다

대표는 1992년생 김효정 씨다. 그녀는 대기업 입사 문턱에서 창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당시 회사 상사로부터 “10년 전 배낭여행을 가서 여자 혼자 여행하는 일을 본 적이 없다”라는 말을 들었다. 친한 사이였지만 ‘라떼’는 식의 발언에 반발심이 생겼다. 여성 경영자로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강렬해졌다. 당시 인턴에서 정규직으로 전환 제의를 받았지만, 박차고 나왔다. 2019년 9월 노매드헐을 창업, 2020년 1월 볼보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앱을 출시할 때까지만 해도 장밋빛 미래가 눈앞에 선했다. 그러나 코로나가 닥쳤다.


출처: 김효정 노매드헐 대표.

코로나로 인해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안 그런 업종이 있냐”라고 되묻는다. 그녀는 곧 프랑스의 파리 오피스로 간다. 42개국을 여행한 여행 광인데, 전 세계 여행자 1000명 이상을 인터뷰해서 노매드헐에 활용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라며 13일 인천공항에서 이륙하는 프랑스행 항공편에 탑승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력이 흥미롭다. 42개국을 혼자 여행했다고?

어쩌다 보니 혼자 여행을 하게 됐다. 처음 시작은 파리에서 한국까지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이어진 여정이었다. 뜻하지 않게 시작된 도전이었다. 파리에서 처음 교환학생을 했었는데 모든 게 낯설고 신기했다.

그렇게 궁금증이 시작해서 어떻게 세다 보니 지금까지 약 42개국을 혼자 여행한 것 같다. 사실 여행한 국가의 숫자는 큰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 다만 혼자 여행하면서 나를 더 사랑하게 된 것 같다. 자존감이 더 높아졌다고나 할까. 어떤 어려운 일이 있어도 슬기롭게 해결해서 돌아올 사람으로 믿고 싶다. 여행은 내게 더 크게 생각하고, 더 궁금증을 남겨 준 것 같다.


- 80개국 1000여 명의 여성 여행자들을 파리에서 1년 동안 직접 인터뷰했다고?

파리에는 국제개발 석사를 공부하기 위해 갔었다. 파리에 살면서 신기했던 점이, 정말 도시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이라는 점이었고 또 여행자들이 끊임없이 온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혼자 여행하는 여성들을 마주하게 되면서 ‘여성 여행자’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혼자 여행한 경험을 토대로, 내 인생에 이렇게 큰 변화를 준 경험을 다른 여행자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1년 동안 30여 개의 작고 큰 이벤트를 개최하며 직접 여성 여행자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또 정말 여름 방학 동안은 매일 같이 파리의 호스텔, 호텔, 또 관광 명소를 가서 혼자 여행하는 여성이 보이면 내 취지를 설명하고, 경험을 듣거나 힘든 점, 또 좋은 점을 듣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실제로 우연히 호텔 로비에서 내 설문에 응답해 주다가 지금은 노매드헐의 열렬한 응원자가 된 친구들도 세계 곳곳에 많다. 다들 꼭 필요한 서비스라고 말하며 크라우드 펀딩 때부터 응원해 주었다.


김효정 노매드헐 대표가 파리에서 노매드헐 멤버들과 만나서 소규모 미팅을 하고 있다.

- 노매드헐은 그때 얻은 문제의식에서 나온 앱인가?

문제의식이자 어쩌면 깨달음일 수도 있다. 파리 유학을 위해 석사 지원서를 쓰면서 “어떤 일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꼭 창업하고 싶고, 특히 ‘여성’과 ‘소셜 임팩트’”를 접목한 분야에서 소셜 벤처를 창업하고 싶다.”라고 당당하게 인터뷰에서도, 지원서에도 적었었다.


- 노매드헐은 무엇이며, 장점은 어떤 것이 있는가.

도전이 있는 여행은 인간을 더 성장하게 한다고 믿는다. 노매드헐은 여성들이 혼자 여행을 통해 도전과 성장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여성 전용 여행 커뮤니티 서비스다. 여성들이 여행을 통해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성장을 하는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 간다고 생각한다. 크게 로컬 현지 여성 호스트와 여성 친화 숙소를 추천하는 기능, 여성 동행 찾기,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이루어지는 이벤트 참여 및 영감을 주는 여행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 여행전용 애플리케이션이 남성을 배제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여성을 타게팅 하고 집중한다고 보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여성복, 남성복 시장이 있고, 남성의 머리카락을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들이 생겼다. 우리의 데이터에 따르면 여성과 남성이 여행에 있어서 추구하는 선호도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철저하게 다르다. 그렇다면 여성에게 맞춤화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맞다.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이지 세계시장에서 이미 여성 중점 트렌드는 훨씬 더 앞서 있다. 수백억 대의 투자를 받은 엄마들 간의 네트워크 피넛(Peanut), 여성 C-레벨(Level) 플랫폼 치프(Chief), 여성 종사자 플랫폼 엘파(Elpha)가 그 예이다. 여성 여행자 전용 시장은 매우 크며, 지난 8년 사이 세계적으로 약 980% 정도 성장했다. 한국에도 곧 여성 전용 서비스가 더 많이 보편화 될 것으로 예측한다.


- 여성 여행이 980% 정도 성장했다고?

구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그렇다.


- 안전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여행 여행자와 여성 호스트 흑은 여성 가이드를 연결해준다고 해서 안전문제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노매드헐 고유의 여성 인증 절차 알고리즘을 사용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검증된 사용자만이 노매드헐에 가입할 수 있다. 가입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그만큼 더 믿을 수 있고, 더 신뢰한다는 피드백이 많다. 국내에서는 최초의 여성 전용 여행 앱이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그래도 조심스럽다. 여성 여행자의 안전을 보장할 대비책이 있는가.

말이 통하고, 모든 정보가 익숙하다고 생각하는 같은 대한민국에서도 어떤 일이 통제 밖으로 일어날지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다. 다만 우리는 충분한 정보를 다른 여성 여행자가 같이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점에 중점하고 있다.

일례로 파리에 가서 한 박람회에서 노매드헐 서비스를 소개한 적이 있다. 그때 한 터키분의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터키 여성들은 버스를 타면 무의식적으로 그 버스에는 어떤 다른 여성 승객이 타고 있는지를 서로 확인하고 찾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어떤 일이 일어난다면 나를 가장 먼저 도와주고 지지해 줄 사람이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안다는 것이다. 나도 기차를 타거나, 버스를 타거나, 혹은 내가 호스트의 입장에서도 게스트가 여성이거나, 게스트의 입장에서도 호스트가 여성일 때 조금 더 안심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여성들에게는 글로벌 연대 의식이 존재하는 것 같다.


- 글로벌 벤처투자사와 볼보 같은 자동차 회사에서도 투자를 받았다.

볼보의 경우에는 먼저 우리에게 연락이 왔다. 자동차 회사이다 보니 다양한 모빌리티 (Mobility)에서 의미가 있는 기업을 찾는데, 노매드헐이 여성의 모빌리티를 선두적으로 이끄는 기업이라고 생각한다며 크라우드 펀딩을 제안했다. 펀딩으로 노매드헐이 1유로를 투자받으면 볼보 프랑스에서도 1유로를 같이 투자하는 형태였다. 임팩트 투자사 MYSC와 테크 기반 회사 CNTTECH에서 공동 투자를 받았는데, 투자 이유로 “노매드헐이 여행을 넘어서 여성에 주목하여 다른 서비스로 무한히 확장함과 동시에, 수많은 여성에게 더 큰 세계를 볼 수 있는 점이 인상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 현재는 여성 여행자에게 무료로 배포되고 있다. 주 타깃, 수익모델이 어떻게 되나.

앞으로도 앱은 무료로 배포할 생각이다. 나는 18명이 함께 지내는 호스텔을 전전하는 배낭여행부터 시작했다. 노매드헐을 유료로 전환하게 되었을 때 특정 사용자에게만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앱은 무료로 배포하되, 트렌드에 민감한 글로벌 여성을 타게팅 하고 싶어하는 다양한 관공서, 항공사, 글로벌 브랜드와 지속적으로 제휴하고자 한다.


- 향후 유료화나 세계시장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인가.

내년 상반기는 프랑스 파리를 중점적으로 다양한 기관들과 제휴를 맺고자 한다. 현재 노매드헐은 다양한 국가에서 온 여성 여행객이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영어로 처음 앱을 출시한 가장 큰 이유가, 문화적 소통이 이뤄지는 글로벌 여성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처음 시작은 조금 더디더라도, 점차 점차 성장할 것이다. 사실 노매드헐이 성장하고, 앞으로 더 어떻게 커 갈지에 대한 방향이 보인다. 실제로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 프랑스 현지에서 세계를 혁신적으로 바꿀 9개의 여성 창업가가 만든 앱 중의 하나로 노매드헐이 선정되기도 했다. 또 록펠러재단이 선정한 9명의 떠오르는 여성 리더로 선정돼 뉴욕에서 노매드헐을 소개했다.


- 프랑스 파리로 출국 후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되는가?

우선 노매드헐이 현재 속해 있는 세계 최대 인큐베이터 스테이션 에프(StationF)로 다시 돌아갈 예정이다. 코로나로 너무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다. 같이 있는 창업가들의 마인드나, 다양한 분야에서 정말 더 크게 생각하고 배우는 부분이 많다.

올 상반기는 프랑스 파리를 중점적으로 다양한 기관들과 파트너 십을 맺고자 한다. 호텔, 항공사, 관광청 등 이미 파트너 십을 논의 중인 곳들이 있다.


- 시도와 방향은 돋보인다고 평가하더라도, 코로나 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다. 당장 여행이 어려운데, 버티기 버겁지는 않나. 다른 돌파구가 있나.

어렵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처음에는 지난해 1월에 앱을 출시했는데 얼마 있지 않아 코로나가 유행했을 때 조금 황당하고 당황했다. 그런데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다. 다들 많이 힘들어한다. 장기전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며 언제 끝날지 모른다고 생각했고, 오히려 이때를 기회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노매드헐 앱을 다운받은 사람들이 “여행을 너무 가고 싶어서, 노매드헐 앱을 다운받았어요”라고 한다. 여행을 가지 못하는데, 다른 여행 이야기를 듣고 소통하고 싶어서 여행 앱을 내려받는다. 지속해서 노매드헐 팀이 온라인으로 더 많은 웨비나와 여행자와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사용자는 더 늘고 있다.


- 한국에서의 활용도 있는가.

한국에서는 서울시, 부산시와 협력하고 있는데 향후 코로나 이후에 글로벌 관광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도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홍보, 마케팅을 같이해 오고 있다. 그리고 사실 코로나 시대에 건실하게 견뎌내고 성장한 스타트 업이라면, 이미 그 집요함과 치열함은 준비됐다고 본다. 에어비엔비가 초기에 투자 받은 이유가 “바퀴벌레 처럼 생존하는 능력을 가져서"라고 한다.


- 서울시에 제출한 자료를 보니까, 2023년도 수익을 억대로 잡았다. 코로나 때문에라도 수정이 불가피할 거 같다. 장기적인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수정하지 않을 거다. 가능한 목표라고 본다. 노매드헐은 향후 가능하다면 여성 전용 호텔과 호스텔, 비즈니스 여성 여행객을 위한 서비스를 포함해서 글로벌 여성의 모빌리티 및 교육과 연관된 더 큰 서비스에 진출하고자 한다. 그리고 우리의 서비스가 성장하면서, 스포츠, 항공사, 자동차 등을 포함해서 다양한 방면에서의 협업이 가능하다. 다만 현재는 수익도 수익이지만 우리 서비스의 핵심을 잃어버리지 않는데 중점이 있다.


- 앞날은 원래 알 수 없다고 하지만, 두렵지 않은가? 프랑스 상황이 더 좋지 않은데, 주변에서 걱정 혹은 반대를 할 것 같다.

현지 상황을 들어보니 오히려 현지인들은 더 담담한 것 같다. 그리고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 국제기구에서 일할 때 동료가 해준 말이 있다. 사막 한복판에 떨어뜨려 놓아도 살아남을 사람이라고.


- 마지막 질문이다. 다소 뜬금없을 수 있지만, 여행이란 무엇인가?’

왠지 멋있는 답변을 하고 싶은데 이 생각밖에 나지 않는다.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 정말 미친 듯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그냥 숨만 쉬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게 하는 순간이다. 대도시보다는 오히려 아직 덜 알려지고, 나만의 여행 장소를 찾아가는 것을 선호한다. 눈빛으로도 인간이 교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율을 느끼며 알게 되는 그 순간. 그리고 정말 우리가 마음이 있다는 것을 느껴서 좋다.


권오균 여행+ 기자

사진 제공 = 노매드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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