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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기? 여행? 한국인 유학생들은 유럽서 어떻게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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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 없이 찾아온 바이러스로 모든 게 낯설고 혼란스러웠던 1년 전. ‘아무것도 못 하는 것’이 당연해진 요즘은 외출하러 나갔다가 마스크를 깜빡해 돌아오는 일도, 집에 가만히 있는 게 어색했던 이들이 모여 유행시킨 ‘달고나 라떼’를 만들며 공유하는 일도 없다. 이제는 일상이 돼버린 코로나19. 좀처럼 그 기세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지만, 지인들과 화상 채팅으로 만남을 갖고, 집에서 새로운 취미활동을 즐기는 등 자신만의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게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 같다. 마치 마스크를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것처럼.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유진·김세린·장현태·장하은

Q. 학교생활 등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유럽에 남겠다고 결정한 이유가 있다면?


봉쇄기간 프랑스 리모주.

출처<제공= 김유진씨>

A. 김유진/프랑스(작년 여름부터 프랑스 거주 중): 온라인 수업을 듣고 산책 혹은 장을 보러 가는 것 외에는 기숙사에서 나가지 않고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프랑스어 공부를 하기도 하고, 해보지 않았던 요리도 시도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가끔은 빨리 귀국을 해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프랑스어 자격증 시험은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사실과 무엇 하나라도 얻어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포부였습니다. 비록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점원들과 하는 대화가 전부이기는 하나, 그렇게라도 언어를 접한다면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더 남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더 버티기로 결정했습니다.


장하은/스페인(작년 여름부터 스페인 거주 중): 저는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교환학생 생활을 꿈꿔왔고, 모든 준비를 마친 상황이었기에 소중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비록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지만,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친구들과 대화하는 것이 언어 학습에 도움이 됐습니다. ‘이곳에서 안전 수칙을 잘 지키며 조금이라도 더 배워가자’라는 다짐으로 스페인에 남았습니다.


한 잔의 음료를 시키고 음식을 맛보며 여러 타파스 바를 방문하는 'Ir de tapas'. 여러 가지 스페인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출처<제공= 장하은씨>

한 잔의 음료를 시키고 음식을 맛보며 여러 타파스 바를 방문하는 'Ir de tapas'. 여러 가지 스페인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출처<제공= 장하은씨>

한 잔의 음료를 시키고 음식을 맛보며 여러 타파스 바를 방문하는 'Ir de tapas'. 여러 가지 스페인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출처<제공= 장하은씨>

‘후회하지 말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자’라는 신념을 지키며 이곳에서 나름의 콘텐츠를 만들어 시간을 보냈습니다. ‘Ir de tapas(tapas tour: 음료를 한 잔 시키면 무료로 작은 음식을 제공하는 스페인 남부의 식문화) 즐기기’라는 콘텐츠로 집 주변의 한적한 타파스 집을 찾아다니며 스페인의 타파스 문화를 체험했습니다. 또 와인 테이스팅 노트를 작성하며 스페인의 와인을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조기 귀국을 했더라면 배우지 못했을 것들을 많이 경험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와인 테이스팅 노트.

출처<제공= 장하은씨>

와인 테이스팅 노트.

출처<제공= 장하은씨>

장현태/영국(영국 거주 중): 런던에서 요즘 제 일상은 마트에서 장본 것으로 식사하기, 홈 트레이닝, 온라인 업무- 이게 전부네요. 하지만 그만큼 여러 언론의 뉴스를 본다거나, 미뤘던 책을 읽는 등 저만을 위해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늘어 좋은 점도 있습니다.


사실 작년 12월 말에 한국에 귀국할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영국에 변종 코로나가 만연해있고, 영국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분들이 변종 코로나에 걸렸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한국 방역 시스템에 악영향을 끼칠까 봐 자꾸만 귀국을 미루게 되네요. 한국에 계신 모든 분들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김세린/독일(2019년 10월~2020년 8월 독일 거주): 두 학기를 계획하고 출국을 했고, 이제 막 독일 생활에 적응하고 현지 언어도 늘어가고 있는 찰나였는데 여기서 바로 귀국하게 된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았습니다. 잔류를 결정한 데에는 제가 사는 도시가 소도시였고, 나름대로 유럽 내에서는 독일이 대처를 잘하는 편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저도 만약 다른 대도시에 살았거나 다른 국가에 살았다면 지금과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공부한 도시는 작은 도시이기 때문에 공항까지 이동하려면 기차를 두 번이나 환승 해야 했고, 코로나로 단축 운행하는 곳들도 많아서 가는 길도 복잡했습니다. 또 당시 비행기 표는 편도 직항은 최소 250만 원이었고 제일 싼 경유 노선도 150만 원 정도 했습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했을 때 공항까지 이동하다가 감염될 위험도 클 것 같았고, 기내 감염 위험도 클 텐데 비싼 돈 내고 귀국을 하는 것이 맞나 싶었습니다. 있는 곳에서 움직이지 않고 머무르는 것이 가장 안전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숙사에서 베이킹하며 시간 보내는 모습.

출처<제공= 김세린씨>

기숙사에서 베이킹하며 시간 보내는 모습.

출처<제공= 김세린씨>

한창 코로나로 기숙사 안에만 있었을 때는 블로그 글도 쓰고 그동안 못했던 요리와 베이킹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그림 그리는 것도 시작해보고 사람 없는 시간에 마스크 끼고 산책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Q. 일상생활이 궁금합니다. 마트 ‘사재기 현상’ 경험해보셨나요? 그 와중에도 생필품을 구한 본인만의 팁이 있다면?


독일 마트 '사재기 현상'

출처<제공= 김세린씨>

김세린/독일: 네, 한창 심했을 때는 사재기 현상을 직접 눈으로 봤습니다. 독일에서는 파스타 면과 휴지 사재기가 계속됐는데, 저는 아무래도 한국인이라 파스타보다는 쌀을 주로 먹기도 했고 휴지 같은 경우는 기숙사 화장실에 매일 제공돼서 운이 좋게도 사재기로 인해 불편함을 겪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휴지 파스타 면 이외 것의 사재기는 초반에만 잠시 보이고 금방 해결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마스크나 손 소독제, 위생 장갑에 대한 공급은 잘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유럽에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한 지난해 2월, 작은 저희 동네에서는 마스크나 손 소독제를 살 수 없었습니다. 저희 동네에서 1시간 떨어진 프랑크푸르트에 잠시 방문할 일이 있어 최대한 살 수 있는 만큼 손 소독제를 사 왔습니다. 한 사람당 구매할 수 있는 개수는 정해져 있었습니다.


운 좋게 마스크가 잠깐 온라인 스토어에 물량이 풀린 적이 있는데 그때 구매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많이 샀습니다. 그 뒤로 나날이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마스크 공급이 한동안 안 이루어졌고 마스크 의무화 이후에는 가격도 올랐습니다.


프랑스 마트 '사재기 현상'.

출처<제공= 김유진씨>

김유진/프랑스: 저는 두 번째 봉쇄부터 프랑스에서 있었기 때문에 다행히 사재기를 크게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첫 번째 봉쇄 때는 많은 물건, 가령 휴지나 식료품 등이 많이 나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두 번째 봉쇄 첫날 휴지 코너가 비어있었던 것을 제외한다면 사재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모든 사람에게 마트를 나가는 것만이 바깥출입을 위한 유일한 출구였을 것이기 때문에 사재기하기보다는 자주 나가서 필요한 것을 구매하는 식을 택한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해당 국가 코로나 상황 및 여행 등에 관해 남기고 싶은 말씀 있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출처김유진·장하은씨

출처김유진·장하은씨

A. 김유진/프랑스: 많은 이들이 코로나 상황으로 지쳐 있는 상태며, 코로나가 끝나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이 해외여행이라고 할 만큼 다들 여행에 목말라 있는 상태입니다. 그렇기에 ‘이런 시기에라도 유럽을 다녀올까?’라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더러 계신 것 또한 아주 이해됩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 유럽 여행을 한다면 평소보다 누리지 못하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으며, 한국보다 마스크를 잘 끼지 않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사소한 상황에도 코로나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 편하지 않은 날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다들 조금 힘드시더라도 함께 노력해 코로나를 이겨내고 마음 편히 여행할 수 있었던 예전 같은 세상이 돌아오길 간절히 바랍니다.


장하은/스페인: 처음 스페인에 와서는 너무 무서워서 매일 아침 확진자 수를 확인하고 외식과 만남을 자제하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이곳도 사람들이 사는 곳이고, 다들 현재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주의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교환학생을 꿈꿔왔고, 졸업을 앞두고 마지막 기회였기에 가보지도 않고 후회하는 것이 죽기보다 싫어 강행했습니다. 어쩌면 제겐 필수적인 여정이었던 것인데요, 그래서 이곳에서 더욱 조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최근에 유럽 정보를 교환하는 한 카페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고 유럽 여행을 떠나려 한다는 게시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작성자분은 오래전부터 유럽 여행을 하는 것이 꿈이었고, 시한부 판정을 받고선 자신의 오랜 꿈을 실현하고 싶어 위험을 무릅쓰고 강행하려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 번도 이러한 경우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여행이 가져다주는 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여행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단지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것이라면 부디 조금만 더 인내하여 모두가 걱정 없이 여행할 수 있을 날에 함께하길 바랍니다.


출처김세린·장현태씨

출처김세린·장현태씨

김세린/독일: 코로나가 유행인 가운데 현재 한국에서 유럽으로 여행을 가는 것은 당연히 무모하고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처럼 해당 국가에서 교환학생 등으로 거주하고 있는데 예상보다 일찍 귀국을 고민하고 있다면 제 경험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앞에 말씀드린 이유처럼 대부분 귀국하는 가운데 저는 잔류를 결정했고 결론은 후회하지 않습니다. 물론 코로나 때문에 여행, 어학원, 현장 수업 등 많은 것을 잃게 됐지만, 그로 인해 현재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요즘 유럽은 다시 락다운이 시작되면서 이동에 제한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락다운 기간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도 더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또 조금 나아졌을 때는 독일 내에서는 이동할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유럽 여행을 마음껏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는데요. 저는 오히려 독일 전국을 여행한 것이 아주 소중한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유럽 여행은 언젠가 다시 올 수 있지만, 독일 곳곳을 여행하는 것은 거주하지 않는 이상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독일은 지역마다 분위기가 다르므로 다른 국가를 여행하는 느낌도 났습니다. 오히려 독일에만 머물면서 독일에 더 애착이 생긴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가까운 코로나 검사소는 어디에 있는지, 가지고 있는 보험으로 코로나 검사가 가능한지, 보건소 번호는 몇 번인지, 또 한인회 연락처나 특히 혼자 사시는 분들은 언어가 잘 통하는 한국인 지인과 연락을 이어가는 것을 권장합니다. 집에 머무르고 외출할 때는 마스크 끼는 것만 잘해도 충분히 감염확률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해외에서 생활하고 있다면 안전하시길 바랍니다.


장현태/영국: 요즘 한국 뉴스에서도 영국에서 최초로 보고된 변종 바이러스로 인해 영국 상황이 자주 다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이곳은 3차 전국적 규모의 봉쇄 조치로 인해 팬데믹 초창기와 흡사한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피로감과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곳과 비교하면 한국은 그나마 양호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물론 한국에 계신 분들 또한 장기적인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힘드실 거라는 것은 압니다.


지금까지 한국의 방역에는 시민들의 협조가 8할 이상을 차지했으니, 조금만 더 힘을 내신다면 곧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강예신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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