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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이 세 번 취한 인생 막걸리, 11만 원이 겸손한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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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창주조장 오병인 주인장 인터뷰

해장 18도 출고가 11만 원에도 잘 팔려

“막걸리는 대한민국 대표 술, 국격에 맞아야”

애칭으로 붙인 롤스로이스 도용 논란엔

“쓰지 말래서 이제 안 쓴다. 판매량과 무관”

정용진 부회장이 세 번 취한 ‘#인생막걸리’

세 가지는 ‘맛’과 ‘역사’와 ‘주인장의 환대와 정’

정용진이 세 번 취한 인생막걸리는?


주인공은 해창막걸리다. 정확하게는 해창 18도다. 전남 해남의 해창주조장에서 내놓은 6도, 9도, 12도, 15도, 18도 중 최고가인 출고가 11만 원짜리 막걸리다. 이는 막걸리 한 병 가격으로 최고가이다. 서울 장수막걸리가 마트에서 1300원인 점을 고려하면 일반 막걸리 84병 가격인 셈이다. 해창주조장의 오병인 주인장은 18도짜리에 아버지께 물려받은 애마 ‘롤스로이스’라는 애청을 붙였다. 막걸리병에는 롤스로이스라는 문구와 그림이 붙어있었다. 그림은 식객 허영만 화백이 그렸다. 고향이 전남 여수인 허영만 화백도 해창막걸리의 팬이다.

해창주조장이 내놓은 해창 18도는 9월 출시 이후 고가 논란과 상표 도용 문제 제기가 뒤따랐다. 그러다 지난달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인생막걸리’라고 소개해 다시 주목을 받았다. 정용진이 고르면 히트상품인지, 히트상품만 그가 손을 대는 건지 아리송하지만, 정용진과 히트상품은 떼려야 뗄 수가 없다.

도대체 뭐길래, 정용진 부회장의 목을 타고 내려가 “#인생막걸리”라는 칭호를 받았을까. 서울 충무로에 전통주 전문판매점 ‘술술상점’에도 비치되어 있어 거금 12만 원을 내고 집에 가져왔다. 사실, 결재하기까지 며칠을 망설이며 지갑에서 카드를 꺼냈다가 다시 넣기를 반복했다. 

집에 오자마자 소주잔을 꺼냈다. 도수가 18도이니 소주와도 알코올 도수 차이는 거의 없었다. 소주잔에 따르면서도 한잔에 얼마일까 떠올려봤다. 소주잔에 50ml 정도 술이 담기니 900ml인 막걸리는 한 병에 18잔이 나온다. 대략 계산했더니 한잔에 6000원이 넘는다.

맛은 꿀맛이었다. 재료에 혹시라도 꿀이 있는지 보았으나, 재료는 딱 맵쌀, 찹쌀, 입국, 곡재(밀) 네 가지뿐이었다. 꿀은 없었다. ‘술술상점’에서 판매원이 ‘오직 이 막걸리를 구매하기 위해 땅끝마을 근처 전남 해남의 해창주조장까지 차를 몰고 오는 이들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던 것이 이해되었다.

기차 타고 서울에서 광주로, 광주에서 해남까지는 시외버스로, 다시 마을버스를 타고 해창주조장에 갔다. 새벽 댓바람을 맞으며 집을 나서 점심이 지나서야 주조장에 도착했다. 오병인 주인장은 위스키를 개발하느라 분주했다. 잠시 후 연구소에서 만난 그는 여러 가지 질문 공세에 담담했다. 가끔은 너털웃음을 뿜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해창주조장 입구.

해창주조장 연구소.

- 먼저 논란이 있었느니 짚고 넘어가야 겠다. 해창 18도에 롤스로이스라는 애칭을 붙었는데, 상표권 도용인가.


롤스로이스에서 내용증명을 보내줬다. 상표권 경쟁으로 영업비밀, 보호, 부정경쟁방지법, 파리조약에 뭐 아주 복잡해.

- 그래서?


파리조약이 아주 중요하구만. 하하하하하. 뒷장에는 영국 본사 주소까지 다 나왔더라고. 

-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변리사한테 물어봤는데, 그냥 말 들으라고 하더라.

- 자세히 얘기해달라.


해창 18도에 롤스로이스라고 애칭을 붙일 때 이런 시빗거리가 생길까 봐 아는 변리사와 상의했더니 변리사가 ‘아, 그 회사 큰 회사에요.’ ‘아무 상관 없어요’ 이러고 마는 거야. 그래서 이번에 롤스로이스가 국내 법무법인을 통해서 보낸 내용증명 팩스로 보내줬더니 ‘아, 그냥 그 사람들 하자는 대로 하세요’라는 거야. 한 마디로 “쓰지 마세요”.

해창 18도 라벨에 롤스로이스라고 적혀 있던 부분에 검은색으로 스티커를 붙였다. 참고로 해창 15도의 애칭은 '해창 블루'다.

(그러더니 그는 크게 웃었다. 그는 롤스로이스를 탄다. 그에게 롤스로이스는 최고를 뜻하는 대명사다. 막걸리 판매에 롤스로이스를 이용하려는 목적이 아니었고, 결과적으로 노이즈 마케팅이 되었을지언정 롤스로이스엔 미련이 없어 보였다. 라벨이나 병도 조금 개선할 생각이라고 했다.)

- 스티커 붙여 롤스로이스 문구를 없앤 다음에 판매에 차이가?


전혀 없어. 그것 때문에 팔리는 게 아니야. 해창 18도 막걸리이기 때문에 팔리는 거지. 이름이 그게 뭐가 대단하다고. 상표 등록도 해창 18도로 했어.

- 주로 누가 사 가는가.


단골들도 많고, 아 얼마 전에는 국내 대표 막걸리 업체에서 7병 주문했고, 어제는 충무로 술술상점에서 6병 주문했네. 우리에게는 아주 두터운 팬들이 있어.

- 해창 18도는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도 있다.


출고가 11만 원이지. 근데 이게 일반 막걸리랑은 완전히 달라. 해창 18도는 2개월간 네 번 덧술을 해 발효하는 거야. 110만 원은 받아야 하는데, 이건 아주 겸손한 가격이다. 

- 110만 원이요?


그건 아니고, 막걸리는 우리나라 대표 술인데 100달러는 받아야 하지 않겠냐, 하는 생각에 11만 원으로 정한 거지. 우리나라 국격이나 경제 수준으로 봤을 때 격에 맞도록 술의 품질과 가격도 뒷받침되어야지. 그래야 술이 인정받는 거야. 아무리 좋아도 술이 1달러면, 즉 천 원짜리면 대한민국 최고라고 대한민국을 대표한다고 볼 수 없다는 거지.

와인이나 위스키가 100달러면 좋은 술에 들어가나. 일반적으로 막걸리니까 시장 형성이 낮게 되어 있으니까. 우린 유기농이니까 더 비싼 거야. 다른 일반적인 막걸리는 수입 밀가루에 감미료로 하잖아.

(그는 농담 삼아 110만 원은 받아야 한다고 했지만, 자부심이 대단했다. 실제로 잘 팔리고 있는데, 구체적인 숫자는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근처에 토지를 매입해서 추가 주조시설을 지을 계획이라고 했다.)

- 어쨌든 해창 18도 가격은 11만 원으로 국내 최고가이자 세계 최고가 막걸리이다. 맛도 최고인가?


맛도 세계 최고지. 돈이 11만 원인데 맛이 실망스러우면 되겠어? 위스키 30년산도 건강 측면에서 해창막걸리를 따라올 수가 없어. 무감미료니까 몸에 해롭지 않지. 단백질 칼슘 또 유산균이 많지. 향과 알코올 말고 있는 거지. 식사 대용으로도 돼.

- 맛에 대해 여쭙겠다. 해창막걸리는 무감미료 막걸리인데, 특유의 감칠맛이 강렬했다. 6도, 9도, 12도, 15도, 18도가 있는데, 궁금해서 다 마셔보았다. 비싸서 그런 건가. 18도가 가장 맛있었다. 한번 맛보면 낮은 도수로 내려갈 수 없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재료가 네 개인데, 맵쌀, 입국, 곡재(밀) 그리고 핵심인 찹쌀이야. 도수가 높을수록 찹쌀이 많이 숙성되고 남아서 그래. 찹쌀이 영어로 스위트 라이스(sweet rice)거든. 도수가 높을수록 더욱 강렬한 맛은 그 때문이야. 

- 영어로 코리안 트레디셔널 비어(beer)라는 적은 것도 특이하다. 보통 와인(wine)으로 적는다.


와인은 잘못이고 비어가 맞지. 와인은 포도나 과즙으로 생성된 수분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고, 물을 타서 발효하면 비어야. 그것을 다시 증류하면 위스키가 되는 거지. 와인은 증류하면 꼬냑이고. 이건 유엔에서 정한 기준으로, 내가 정한 게 아니야. 근데 아직도 큰 회사도 막걸리를 와인이라고 적은 곳이 있더라.

- 이렇게 잘 될 줄 알았나. 처음 내려올 때는 어땠나.


내려온 지 한 15년 됐는데, 초창기에 한 병에 800원에 팔았다. 한 10년 동안은 고생만 했다.

- 해창막걸리 마니아였다가 인수를 하게 되었다고. 연고도 없는 해남에 오는 거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원래 그렇다. 기분 내키는 대로 사는 편이다.

(오병인 씨는 영등포초등학교를 졸업한 서울 사람이다. 서울에서는 공기업에 다녔다. 완도 출신 지인의 소개로 바람 쐬러 왔다가 반해버린 것. 해창주조장을 인수하고 내려왔다.)

-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운영 어렵지만,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 찾아가는 양조장이다. 그런데 상호는 주조장이다. 


양조장 아니라 주조장이다.

전라도 쪽은 술 주자를 써서 ‘주조장’이라고 한다.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되어 전국적으로 알려지는 데 도움을 받았다.

- 지난달에는 정용진 부회장도 방문했다고?


두 시간 있었다.

- 무슨 말을 나눴나?


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좋은 술 만들어서 국민건강에 이바지한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했다.

- 벽에 붙은 글귀를 보니까, 역사에 취했다는 내용도 있는데.


당연하지. 술 얘기도 하고, 역사 얘기도 했지. 해창주조장은 일본인이 지은 건물이고, 정원도 마찬가지야. 그렇지만 한국 사람이 이어받아서 주인이 세 번 바뀌었지. 우리 창고도 1억 3천 주고 수리한 것도 해남의 재산이야. 안 그러면 다 비 맞고 쓰려진다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해창주조장에 방문하여 남긴 글귀. 오병인 주인장은 같이 찍은 사진도 보여줬다.

(정용진 부회장이 적은 글귀가 남아있었다. 맛에 취하고 역사에 취하고 주인장의 환대와 정에 취한다는 내용이다. 정 부회장이 역사에 취했다는 내용은 100년 가까이 된 주조장 시설과 정원을 보고 느낀 바일 것이다. 오병인 주인장은 단채 신채호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서 미래는 없다'는 문구를 적어 놓고서는 정원에서 발견한 일제 강점기의 비석을 세워두었다.)

- 명함에 영어와 일본어가 있다. 외국 관광객들도 찾아왔나.


일제강점기 때 해창주조장을 건설한 일본인 부부의 피붙이가 다녀간 일도 있었지. 일본인들이 단체로 한 20여 명 와서 닭백숙과 막걸리를 마시기도 했고. 몇 년 전에는 NHK 세계의 창에 8분가량 소개됐어. 한번 찾아봐. 

- 연구 중인 위스키도 출시할 건가.


한 300만 원은 받을 거야. 하하하.

(그는 말을 길게 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두루뭉술하지도 않았다.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에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오병인 주인장이 연구 중인 위스키를 300만 원에 출시하겠다는 말이 농담인지 진담인지를. 잘 가늠이 되지 않았다.)

권오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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