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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해외여행 떠나고픈 이들이 찾는다는 ‘뚝섬공항’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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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언스플래쉬

그 어느 때보다도 여행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게 되는 요즘. 비행기가 땅을 구르며 하늘로 날아오를 때의 감각도, 지난해 훌쩍 떠난 여행지에서 느낀 감정도 점점 흐려지는 듯하다. 비행기에서 내다보던 구름은 여전히 아름다운지, 안녕한지도 궁금해진다.

제주 상공으로 관광 비행을 떠나는 상품도 나오는 시대. 일상도 여행도 낯설어졌지만, 계속해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소개하고자 이 계절에 잘 어울리는 실내 전시회 세 곳을 골랐다. 여행을 주제로 한 전시부터 여행의 기억을 작은 병에 담아 간직할 수 있는 체험 전시까지 모두 만나 보자.

여행갈까요 / After All This Time / 무민 오리지널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01

여행갈까요

여행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전 이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약 1년 반 만에 여권을 손에 들고 비행기 티켓을 발권해 탑승을 기다리고 있자니 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출발지는 뚝섬공항. 언제부터 뚝섬에 공항이 있었냐며 검색해봐도 나오진 않는다. 정확하게는 뚝섬미술관이니.

뚝섬역 3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보이는 이곳 뚝섬미술관에서는 지난 9월 26일부터 여행 콘셉트의 전시회 ‘여행갈까요’를 진행하고 있다. 입구의 스피커에서 공항을 옮겨온 듯한 소리가 나오고 있어 여행을 떠나는 듯한 느낌이 물씬 났다. 여행이 큰 주제지만 정확하게는 ‘여행과 환경’을 주제로 한다. “답답한 현실로 지쳐있는 여러분들에게 작은 위로가, 환경오염으로 지쳐 있는 지구에게 작은 회복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소개 문구로부터 기획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티켓 발권 후 비행기 모양의 입구로 들어서면 객실 형태의 첫 번째 전시공간이 나온다. 입장 시 “즐거운 여행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하는 직원의 안내 멘트도 깨알 같다. 하늘이 보이는 창문, 푹신한 의자는 ‘여행갈까요’ 전시를 대표하는 포토존이다. 반대편 창문 밖으로는 ‘여행의 시작 그리고 설렘’을 전하는 박수지 작가의 아기자기한 일러스트가 눈에 들어온다. 

객실 공간을 나서면 마치 비행기가 착륙해 여행지에 도착한 듯, 여행지 콘셉트로 꾸민 공간들과 여행지에서의 추억이 담긴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500일 동안 연인과 여행하며 찍은 영상과 사진으로 만든 작품부터 어느 평일 낮 4시 파리의 한 공원에서 마주한 여행의 순간을 기록한 그림까지. 전시에 참여한 작가와 작품이 적지 않아 다양한 여행 경험이 가능하다.

전시공간 곳곳에 세계 여러 국가를 콘셉트로 한 포토존과 소품이 있어 사진도 얼마든지 찍을 수 있다.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따뜻한 가을 톤의 색, 남프랑스의 파스텔톤 문과 창문을 그대로 구현해 여행지의 평온한 일상을 느끼기에도 무리 없다.

또 이곳은 지난 여행을 떠올리며 현재의 아쉬움을 달래는 공간으로도 작용한다. 전시공간 한 편에 마련된 큼지막한 세계지도 위에 붙어있는 수십 장의 포스트잇. 각자가 바라는 나라 위에는 ‘내년 출국하게 해주세요’, ‘다시 가자’ 등의 소망이 자리하고 있었다. 

전시 주제 중 하나인 ‘환경’에 대한 메시지는 다음 전시공간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그토록 가고 싶고, 그리운 여행지들이 환경오염으로 파괴되고 있다는 문구와 사진이 눈길을 끌며 쓰레기가 나뒹구는 해변과 쓰레기 섬을 구현한 작품들도 갖춰져 있다.

‘여행갈까요’는 여행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며 여행이 어려워진 이유가 무엇인지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여행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환경오염으로 사라져 가는 여행지를 이대로 지켜만 봐야 하는 것일까? 자연의 회복을 위해 필요한 건 우리의 작은 실천이 아닐까? 등의 질문들. 이는 전시의 마지막 순서에서 마주하는 거대 미디어아트 속 오로라 앞에서 되새길 수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의미도 남다르지만, 굿즈 사는 재미도 남다른 전시 ‘여행갈까요’에서는 여행의 기억과 감정을 고스란히 담은 각종 소품과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 용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언젠가 오로라를 보러 갈 그날까지 ‘여행갈까요’가 던지는 물음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 전시장소 : 뚝섬미술관

- 전시기간 : 2020.09.26.(토)~2020.12.27.(일)

- 관림시간 : 11:00~19:00(18:20 입장마감)


- 티켓예매 : 네이버, 인터파크

02

After All This Time

여행의 기억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색으로

지난 여행의 기억을 색으로 표현해 병에 담을 수 있다면 어떨까. 다소 동화 속 이야기처럼 들리는 말이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가능하다. 여행의 기억을 담기도 하고,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다녀온 기억을 담기도 하고. 하여튼 별의별 기억과 감정을 모두 담아 간직할 수 있다고 SNS에서 화제였던 전시를 나도 한 번 가보겠노라고 비가 오던 어느 평일 오후, 선유도역을 찾았다. 선유도역 7번 출구로 나와 3분 남짓 걸으면 천영환 작가의 전시 ‘After All This Time’ 전시가 진행되는 퓨처스리빙랩 건물에 다다른다.

‘After All This Time’은 체험형 전시로, 감정을 색으로 만들어 작은 병에 담는 ‘랜덤 다이버시티’ 실험 체험을 할 수 있다. 랜덤 다이버시티란 사람들의 감정(뇌파)과 색상(가시광선)의 반응 관계를 분석하는 감성 컴퓨팅(Emotion AI) 알고리즘 작품이다. 이를 주축으로 하여 개인의 감정과 기억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색깔로 실체화하고 작은 병(이모션 백신)에 담아 간직할 수 있게 하는 전시로 이해하면 되겠다.


전시공간이 크지는 않지만, 군데군데 배치된 작품들을 구경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흐른다. 전시공간 벽면 하나를 꽉 채운 마스크들이 눈길을 끌었는데, 모두 사람들의 감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색상들로 채색된 것이라 한다. 이 시기를 견디고 버텨내기 위해 우리가 지키고 간직해야 할 기억과 감정은 무엇일지 함께 생각해보자는 기획 의도도 흥미롭다.

실험 체험에 앞서 간직하고 싶은 감정을 연상시킬 수 있는 이미지를 이메일로 보내야 하기에 방문 전 미리 사진을 골라가면 좋다. 이모션 백신 병에 쓰일 타이틀 문구를 정하고 사진과 함께 전달하면 체험이 시작된다. 뇌파분석 장치가 탑재되어 있는 VR 기기를 머리에 착용하면 이메일로 전송한 이미지가 화면에 보이고, 그때 체험자가 떠올린 특정 감정으로부터 색상 좌표를 추출하는 원리다.

수많은 여행의 기억 중 어떤 기억을 병에 담을까 고민했지만 결국 가장 최근의 여행을 담아보기로 했다. 작년 여름 떠났던 멜버른에서의 기억. 해 질 무렵 멜버른 박물관을 나서며 저녁 장을 보러 가던 기억이 좋았던 터라 머리에 괴상한 VR 기기를 착용한 채로 첫 번째 사진을 바라보며 그때의 감정을 떠올리려 애썼다.

뇌파 분석에는 약 2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며, AI가 체험자의 감정으로부터 추출한 세 가지 색상의 비율로 구성된 좌표를 혼합 장치로 전송하면 색상 혼합이 시작된다.

그렇게 2019년 멜버른의 기억은 초록색에 가까운 푸른색으로 작은 병에 담겼다. 여행의 추억을 사진에 남기고, 현지에서 구매한 기념품으로 간직해본 적은 있어도 색으로 담아보는 건 처음이라. 신기하면서도 이 또한 새로운 추억이 될 듯하다.

After All This Time 전시는 뇌파를 이용해 특정 기억이나 감정을 분석하여 색을 추출하는 ‘랜덤 다이버시티’ 실험 체험과 그 실험의 결과물로 나온 색을 실사용 가능한 잉크로 제작하는 체험 두 가지로 나뉜다. 여행의 기억을 색다르게 간직하고 싶다면 이 신비로운 실험실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 전시장소 : 퓨처스리빙랩

- 전시기간 : 2020.10.24.(토)~2020.12.24.(목)

- 관람시간 : 13:00~17:00

- 티켓예매 : 네이버


03

무민 오리지널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핀란드를 느끼는 법

동글동글하고 선한 눈망울에 크고 통통한 코 아래로 보이는 작은 입. 꼭 안아보고 싶은 몸통과 앙증맞은 손발을 가진 무민을 성수동에서 만났다. ‘무민 오리지널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은 지난 75년간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아온 무민 가족의 이야기를 직접 따라가며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된 전시다.

무민이 가진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도 이번 전시에서는 1946년부터 1970년까지 출간된 총 8편의 무민 연작 소설 시리즈의 내용과 다채로운 원화, 삽화 25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핀란드 관광청에서 소개한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한국에서 핀란드를 만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비행기를 타고 떠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이 겨울 핀란드를 느낄 수 있다니 설레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전시는 무민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림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8편의 무민 연작 소설 시리즈의 내용과 삽화들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또 무민 캐릭터를 활용한 3D 애니메이션과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체험형 전시 콘텐츠도 만나볼 수 있다. 핀란드 본사와 얀손 가로부터 직접 공수한 펜화는 원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진정성과 특별함이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여다보게 된다.

특히 무민 가족의 집, 산골, 정글, 골짜기, 우주 등 무민 소설 속 배경을 테마로 구성한 전시공간에서는 대형 그림책 속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든다. 구멍이 뚫린 그림책 속 무민 파파가 기다리는 포토존에서 사진을 남기는 건 필수. 평일 오후 시간대에 방문했더니 관객이 적고 한산해 사진 찍고 조용히 관람하기에 제격이란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하얗게 만들어버린 눈과 추위 속에 무민이 루티기를 만나 따뜻한 우정을 나누는 ‘무민의 겨울’ 섹션은 전면 프로젝트 맵핑으로 꾸며졌다. 들어서면서부터 압도되는 듯한 이 공간은 전시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무민의 어머니이자 북유럽의 뛰어난 데생 화가인 토베 얀손의 이야기와 원화를 만나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있는데, 사진 촬영은 할 수 없다. 오직 흑백과 선으로만 넘실대는 바다와 하늘의 분위기, 바람의 방향을 표현해낸 원화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는 공간이다.

2019년 핀란드와 영국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3D 애니메이션 <무민밸리> 시리즈의 에피소드 일부를 엿볼 수 있는 공간에서는 한참을 앉아 있었다. 1954년부터 1975년까지 이어진 무민 코믹스트립의 삽화를 볼 수 있는 공간에서도 마찬가지. 공간을 가득 채운 대형 컷툰과 독특한 색감의 컬러 컷툰 등 다채로운 에피소드 속에 있다 보면 꼭 무민밸리에 온 듯한 느낌도 든다. 전시장 마지막에 들릴 수 있는 굿즈존도 빼놓을 수 없는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당장 비행기를 타고 어디론가 떠날 순 없더라도, 지난 여행의 추억을 되새기며 앞으로의 여행을 생각하는 공간을 방문하는 것도 이 시대의 의미 있는 여행법이 되지 않을까. 여행이 그리워지는 올겨울, 떠날 곳을 찾고 있다면 서울에서 방문할 수 있는 이색 전시회 세 곳에 주목해보자.

- 전시장소 : 그라운드시소 성수

- 전시기간 : 2020.11.13.(금)~2021.11.14.(일)

- 관람시간 : 10:00~19:00

- 티켓예매 : 네이버, 그라운드시소


심수아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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