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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강원랜드 딜러가 밝히는 카지노 뒷 이야기

조회수 2020. 11. 19. 2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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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유튜브 '까레라이스' 캡쳐

띵동

지인 여럿이 있는 단체채팅창에 알람이 울렸다. 한번 알람 뒤로 연달아 울리는 채팅창. 무슨 일인가 싶어 창을 열었다. 동영상 링크와 밑에 줄줄이 달리는 수십 개의 말풍선. 뭐지? 

영상은 유튜버 ‘까레라이스’가 업로드 한 강원랜드 딜러에 대한 내용이었다. 3회에 걸쳐 편집된 강원랜드 전직 딜러와의 인터뷰에서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쉽사리 갈 수 없는 그곳’ 카지노 강원랜드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10년 전 첫 연봉 3600만원…

딜러만 1200명

출처: 유튜브 '까레라이스' 캡쳐

첫 질문은 어떻게 입사했는지부터 시작됐다. 일명 ‘호구딜러’는 10년 전 당시 23살에 군 제대 직후 강원랜드에 취직해 4년 동안 딜러로 일했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딜러가 되는 과정은 이렇다. 호구딜러가 채용됐을 당시 경쟁률은 43:1. 일단 채용되면 3개월 합숙 교육과정을 거친다. 합격자는 나이도 다양하고 배경도 다양하다. 게임을 아예 몰라도 뽑힐 수 있다. 지역 출신 할당제가 있다. 합숙 교육에서는 룰 배우고 고객응대와 멘탈훈련도 한다. 심한 폭언과 욕설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도 배운다. 

매일 오던 사람이 보이지 않는 건

‘출입정지 아니면 자살’

출처: 유튜브 '까레라이스' 캡쳐

사람들이 처음에 어떤 마음으로 강원랜드를 찾을까. 호구딜러에 따르면 손님 대부분 ‘호기심으로’ 시작한다. 초심자의 행운으로 돈을 따면 그때부터 시작이다. 잠을 자려고 누우면 머릿속에서 계속 룰렛이 돌아가고 결국 다시 한번 카지노를 찾는다. 손님은 다양하다. 선생님 배관공 교수 스님까지, 실제로 호구딜러가 다녔던 대학교 교수님도 만났다고 한다. 스키장이 생기고 난 후부터는 젊은 사람들도 카지노를 많이 찾는다. 유학비를 카지노에서 모두 탕진한 유학생도 있었다고 했다. 

일단 발을 들이면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매일 보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건 둘 중 하나, “출입정지 아니면 자살”이라고 호구딜러는 말한다. 

세계에서 가장 악독한 카지노,

강원랜드?

출처: 유튜브 '까레라이스' 캡쳐
출처: 유튜브 '까레라이스' 캡쳐

구딜러에 따르면 강원랜드는 전세계 카지노 중에 가장 악랄하게 시스템되어 있다고 한다. 호구 딜러의 설명은 이렇다. 게임에서는 1만원 2만원 4만원 16만원 32만원 기하급수로 걸게끔 돼 있는데, 강원랜드는 한도를 30만원으로 잡아놨다. 배팅 액수를 무한정으로 두면 언젠가는 본전을 찾게 되는데 강원랜드는 그 텀이 짧기 때문에 본전을 찾을 확률이 적다. 

출처: 유튜브 '까레라이스' 캡쳐

영화처럼 하룻밤 안에 일확천금을 하는 일이 실제로도 일어날까.

“하루에 6~7억 딴 손님도 있었어요. Vvip죠. 경상도에서 돈 가장 많은 분이라고 알고 있어요. 잃을 때도 어마어마하게 잃죠. 하이원스키장이 vvip 회장이 잃은 돈으로 지은 거나 마찬가지예요.” 

기본 판돈 5000만~1억이라는 vvip

출처: 유튜브 '까레라이스' 캡쳐

그렇다면 vvip는 어떻게 정해질까. vip가 되는 기준은 예치금이다. 3000만-5000만원 정도 예치금을 내면 심사를 거쳐 vip 권한을 준다. 돈만 가지고도 안된다. 연예인이거나 전국구 조폭 등 vip는 다양하다. vip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vvip 예치금은 호구딜러도 얼만지 모른다. 다만 “1판에 5000만에서 1억 정도 배팅하니까 디파짓이 어마어마 할 거다”라고만 언급했다.

경쟁률 43:1 뚫고 들어간 직장,

그만둔 이유는?

딜러는 ‘극한직업’이다. 20~21살 딜러들이 원형탈모로 고생을 한단다. 호구딜러는 강원랜드에서 4년 일했다고 한다. (10년 전) 정직원 되고 받은 첫 연봉이 3600만원. “지금 제 동기들은 연봉 7000만~8000만원 된다”고 말한다. 그는 “한 사람이 몰락하는 과정을 지켜보니까. 저 사람이 망가지는 게 나의 소득이 된다고 생각하니 힘들었다”고 그만둔 이유를 밝혔다. 

출처: 유튜브 '까레라이스' 캡쳐
출처: 유튜브 '까레라이스' 캡쳐

카지노 안에는 강원랜드에서 고용한 딜러들만 있는 게 아니다. 그 안에서 자연적으로 파생된 직업이 어마어마하다. 처음으로 소개한 건 ‘자리 파는 사람’. 가진 돈을 전부 탕진하면 카지노를 떠나는 게 아니냐고? 절대 안 그렇다. 모든 걸 다 잃은 사람은 더더욱 떠난다. 호구딜러는 이런 사람들을 ‘지박령’이라고 소개했다. 잃은 돈을 따기 위해, 돈을 잃으면 잃을수록 미련이 남아 못 떠난다. 전재산을 다 잃어 판돈이 없으면 ‘자리팔기’로 돈을 번다. 한 테이블 당 자리는 모두 7석. 급한 사람들은 게임을 하기위해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에게서 30만원을 주고 자리를 산단다. 

만약 A가 게임에서 29만원을 잃었는데, 다른 사람에게 자기 자리를 30만원에 팔면 오늘 하루는 1만원 이득인 거다. 예전에는 자리 배정이 선착순이었다. 개장 전부터 입구에 사람들이 몰려있다가 문을 열자마자 100m 달리기를 하듯 게임장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지금은 추첨제로 바꿨다. 무작위로 추첨을 하는데 추첨 번호를 사람들이 사고판다. (여럿이 모여 아예 회사처럼 움직이는 조직도 있단다. 이런 사람들은 많은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대포폰으로 자리 추첨에 도전한다.)

강원랜드 안에서는 기본적인 음료수만 판다. 어떤 사람들은 박카스랑 껌 같은 걸 밖에서 사들고 와 게임장 안에서 판매도 한다. 시중에는 300원짜리가 게임장 안에서는 1만원, 손님이 돈을 따 기분 좋으면 10만원까지도 준다고 했다. 

수준이 다른 인생

막장 진상들

출처: 유튜브 '까레라이스' 캡쳐

유일하게 보람을 느꼈던 때는

출처: 유튜브 '까레라이스' 캡쳐

호구딜러는 손님 출입정지 시켰을 때 보람을 느꼈다고 말한다. "한 손님에게 상담을 해주고 도박중독센터를 소개해줬다. 그분이 출입정지 신청을 했고, 출입정지는 가족만 해지할 수 있다. 그분이 나중에 가족들이랑 ’방문’ 뱃지를 달고 와서 나에게 눈인사를 했을 때 처음 보람을 느꼈다."

딜러와의 인터뷰는 지난해 8월에 업로드됐고 1편 79만회, 2편 122만회, 3편 63만회 조회수를 기록했다. 

단톡방의 후폭풍은 여기서 시작

출처: 네바다 주 리노

유튜브 영상을 보고 토론이 벌어졌다. 한 지인은 남자친구랑 영상을 같이 보고 싸움을 했다며 열을 냈다. 영상을 보면서 남자친구가 “강원랜드에 3번 갔다”고 고백을 했기 때문이었다. 센 이야기들이 소개된 영상을 보고 난 직후여서 그런지 지인은 꽤나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의 카지노 경험을 떠올려 봤다. 

나의 카지노 경험은 딱 두 번. 물론 전부 해외다. 5년 전 네바다 주 리노에서 그리고 2년 전 라스베거스에서였다. 리노 그리고 라스베가스에서는 카지노가 일상이다. 모든 호텔에 카지노가 있고 심지어 공항에도 있어서 땅에 발을 딛자마자 카지노를 만난다. 어떤 호텔은 체크인 손님에게 선물로 게임머니를 주기도 한다. 게임은 룰을 몰라 슬롯머신만 했다. 처음엔 약간 겁을 먹기도 했는데 생각보다 분위기가 밝아서 놀랐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초췌한 영혼들보다는 그저 게임을 즐기려고 온 관광객들이 많아 보였다. (물론 개중에는 인생 막장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나 또한 그저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슬롯머신을 당겼다. 

출처: 강원랜드 홈페이지 캡쳐

영상을 보며 언젠가 강원랜드 근처를 지나간 기억이 났다. 깜깜한 밤 차를 타고 도로를 달리는데, 별안간 휘황찬란한 불빛이 보였다. 첩첩산중에 수많은 모텔 간판이 번쩍거렸다. 동승자는 “저기가 강원랜드”라고 했다. 순간 씁쓸한 기분이 들었던 게 기억난다.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도 그랬다. 맛깔스럽게 에피소드를 풀어내는 호구딜러의 이야기에 웃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지만 적나라한 실상을 듣 나니 더욱 씁쓸했다. 탄광에서 가장 위험한 갱도 끝을 ‘막장’이라고 불렀다. 목숨 걸고 석탄을 캐 생계를 유지하던 ‘막장 인생’들이 있던 곳에 지금은 휘황찬란 카지노가 생겼다. 폐광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그곳에 옛날과 전혀 다른 ‘막장 인생’들이 몰려든다. 쓴웃음 나는 아이러니하다. ‘10년 전 호구딜러가 일했던 때랑 지금은 많이 달라졌겠지’ ‘3번 가고도 도박에 빠지지 않은 지인의 남자친구 같은 사람도 많겠지’ ‘호기심에라도 가지 말아야겠다’ 등등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끝으로 한국도박문제 관리센터 ‘전화상담 국번없이 1336(24시간)’을 적으며 포스팅 마무리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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