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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126마리와 피크닉? 비밀 정원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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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고양이 마을’로 유명한 대만의 허우통에 가보고 싶단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길고양이들에게 먹이와 집을 마련해주며 CNN이 선정한 세계 6대 고양이 마을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리기도 한 허우통. 주민과 길고양이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며 여행객을 맞이하는 고양이 마을, 한국에는 없을까?  


마을은 아니지만, 한국에도 100마리가 넘는 고양이들과 산책하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길을 걷다 고양이를 한 마리만 마주쳐도 로또라도 맞은 듯 신이 나서 핸드폰을 꺼내 드는 사람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곳. 바로 서울 강서구 개화동의 ‘고양이정원’이다.

출처고양이정원 인스타그램

우연히 SNS를 통해 알게된 이곳. 가봐야지, 가봐야지 생각하다 날씨가 선선하던 어느 날 오후, 조용하고 평화로운 동네의 길을 걸어 고양이정원에 도착했다. 입구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는데, 도심에서 조금 멀어졌을 뿐이지만 다른 세상에 온 듯했다. 고양이 정원이 아니라 고양이 마을로 여행을 떠나 온 것만 같은 기분.

언어능력을 상실한 사람처럼 연신 '귀여워'만 외치며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햇살을 만끽하는 고양이들을 사진으로 남기기에 바빴다. 겨우 정신을 차린 뒤, 입장료를 내면 별도의 추가 요금 없이 제공되는 음료와 돗자리를 챙겨 자리를 잡았다. 다른 고양이카페들과는 달리 자연에서 고양이들을 기르는 이곳은 넓은 마당과 테라스 형태의 카페로 구성돼 있다. 계단을 올라가면 보이는 2층에는 작은 정원과 폭포도 조성되어 있어 적당한 곳에 돗자리를 펴고 앉으니 마치 소풍을 온 것만 같았다.

이렇게 순하고 귀여운 고양이들은 어디서 어떻게 오게 된 걸까. 미처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아 보이는 총 몇 마리의 고양이들이 살고 있을까? 이 사랑스러운 공간을 가득 메운 궁금증들을 해소하기 위해, 고양이정원를 운영하는 박서영 대표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각자의 사연을 안고 온 고양이 126마리와 삽니다

- 현재 총 몇 마리의 고양이들이 이곳에 살고 있는 건가요?

"현재 126마리의 고양이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70%가 넘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한 가정에서 키워지다가 여러 가지 사연을 가지고 파양되어 온 아이들인데요. 그 외에도 길에서 유기되어 직접 구조하거나, 캣맘으로부터 구조되어 온 아이들, 재개발 단지에 위험에 처한 길냥이들, 번식장에서 용도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방출된 아이들 등이 함께 모여 살고 있어요."

"10년 전 아버지께서 우연히 유기묘를 집으로 데려오시게 되었고, 저도 그때부터 고양이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어요. 아버지께서 고양이들은 자연 속에서 햇빛을 받으며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고 집 앞 정원에 풀어 놓고 키우셨어요. 거실 앞의 베란다를 개조해서 고양이 집을 만들고, 집 안과 정원으로 마음대로 오갈 수 있게 창문도 만드셨고요. 신기하게도 고양이들이 도망을 가지 않고 실내와 정원을 오가면서 잔디밭에서 나무도 타고, 잠자리도 물어다 놓고 너무나도 잘 놀더라고요."

그 이후로 계속 누군가가 키우다가 파양되는 고양이들과 유기된 고양이들을 받아 키우게 되었다는 박서영 대표. 오랜 시간 동안 새로운 고양이들이 정원에 오고, 고양이들 스스로가 적응을 하며 말 그대로 '고양이정원'인 이곳이 만들어졌다. 

- 이 공간을 운영하며 가장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다면요?

"이곳을 만들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부터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아이들이 본래의 가지고 있는 습성을 최대한 살려주고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 것이었는데요. 아이들을 정원에 자유롭게 풀어키운다 하여 방치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집에서 1마리를 키우는 것만큼의 완벽한 케어는 아닐지라도 저희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케어로 한 마리 한 마리 모두 신경 쓰고 관리하고 있어요. 평상시에 사료를 잘 먹지 않거나, 관리를 따로 해줘야 하는 아이들은 격리되어 영양식을 챙겨주기도 하며,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간식시간은 일주일에 2번 정도 급여를 합니다."


'묘권'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이 공간에 머무는 고양이들은 모두 1년 365일 24시간 내내 스스로가 원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다니며 생활한다. 사료 또한 자율 급식 형태로 정원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 식사도 자유롭게 하며, 각자 좋아하는 낮잠 자리도 있단다. 그러나 모든 고양이들이 이곳에 온 처음부터 나무도 타고, 사냥도 하며 햇빛에 늘어져 낮잠을 즐기는 것만은 아니다. 

- '적응실'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어떤 공간인가요?

"적응실에는 새로 파양되어 오거나, 구조되어 오는 고양이들이 들어가게 됩니다. 정원에 오게 되면 오자마자 정원에 풀어두지는 않아요. 파양되어 온 아이들의 경우 오랜 기간 동안 실내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다 어느 날 이곳에 갑자기 오게 된 것이다 보니 정원 생활에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거든요. 적응실에서 지내면서 제 손도 타게 하며, 먹는 것도 지켜보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정원에 나와서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아무리 사람이 신경을 쓴다 해도 아이들이 스스로가 적응하는 게 중요해서요."

한 마리 한 마리 신경 써 케어하고 있다는 말이 떠오르며 고개가 끄덕여졌다. 고양이정원에는 실내, 야외 공간 외에도 안쪽에 여러 개의 방이 있다. 감기가 심한 고양이들, 혹은 배탈이 나 소화기관 문제로 인하여 따로 챙겨줘야 하는 고양이 등 상황이나 질환에 따라 격리와 관리가 이루어진다. 세심한 관리를 받으며 이곳에 적응해나가는 고양이들. 따뜻한 실내에서 손길을 받으며 잠드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아무래도 간식시간이다.

간식을 사랑하는 솜방맹이들, 이렇게 순해도 되나요

고양이들의 건강을 위해 따로 간식을 판매하거나 외부 간식 반입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는 고양이정원. 그 대신 일주일에 두 번 있는 간식 시간이 화제가 됐다. 고양이들이 모두 정원 위쪽에 모여 밥그릇을 하나씩 차지하고 간식을 먹는 '1묘 1접시 플렉스' 시간은 고양이들에게도, 사람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간식시간을 알리는 종소리를 듣고 모여드는 고양이들. 누구 하나 부족하지 않게 밥그릇을 앞에 놔주면 착하게도 간식이 오기까지 앉아 기다린다. 가끔 옆 친구의 밥그릇을 탐내기도 하지만, 바로 옆에 주인 없는 간식 그릇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나면 이내 자기의 간식에 몰두하는 순한 솜방맹이들이다. 간식 시간은 보통 주말 4시에서 5시 사이에 볼 수 있으며, 유동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 고양이들이 정말 순한데, 서로 싸우거나 다치게 하는 경우는 없나요?

"많은 아이들이 같이 지내고 있고, 영역동물이라 알려져 서로 많이 싸우지 않냐고 물어보시긴 해요. 그런데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싸우지 않고 평온하게 지냅니다. 모든 아이들이 중성화가 되어 있기도 하고, 물론 덩치 큰 수컷들 몇 마리가 가끔 투닥거리긴 하지만 거의 모든 아이들은 싸움에 관심없이 다 같이 평온하게 잘 지내는 편이에요. 다들 그 부분을 신기해 하시긴 하는데 아무래도 공간이 주는 특별함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 사람들에게 잘 다가오는 것도 공간의 영향이 있을까요?

"네. 아이들이 그 누구의 방해 혹은 위협 없이 자유롭게 지내고 있고, 귀찮거나 피로할 때에는 숨어있을 공간도 충분하니까요. 사람들과 있기 귀찮다면 숨어서 아무도 없는 풀숲 안이나, 통로같은 곳에 피해 있을 수 있으니 사람 곁에 있고 싶을 때는 언제든 나와서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죠."

실내에 한정되어 지내는 것보다 자유로운 환경이 보장되니 사람들에게 훨씬 친근한 걸까. 처음 보는 무릎에 서스럼없이 올라와 잠을 자는 고양이라니. 입구에서 배를 드러내고 사람이 지나가거나 말거나 자는 아이들만 보아도 그렇다. 대부분의 고양이들이 사람들에게 잘 다가가는 편이고, 소수의 몇몇은 타고난 성격으로 사람을 피하거나 혼자 있는 걸 즐긴다고 한다.

고양이를 최우선으로, 고양이와 함께하는 공간

각자 가지고 있는 사연도, 성격도 제각각인 고양이들이 공존하는 이곳. 덕분에 이렇게 많은 고양이들의 이름을 어떻게 다 외우고 관리하냐는 질문은 단골 질문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이에 박서영 대표는 매일같이 관리하는 아이들의 이름을 모르는 건 무책임하지 않냐고 답했다. 모든 아이들의 이름, 나이, 성별, 습관, 취향과 오게된 경로, 질환 등 모든 것을 다 외우고 있다는 박 대표. 많은 고양이들이 하나같이 다 사연이 있을 테지만, 그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물었다. 

- 잊을 수 없는 묘연, 혹은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최근에 8월의 어느 날 점심쯤 매장 앞에 용달차가 와서 섰어요. 주문하거나 받기로 한 물건이 없는데 갑자기 온 용달차에 의아하던 참에 어디서 왔냐고 여쭤보니 전라도 광주에서 아침에 출발해 왔다고 하시더라고요. 뒤를 보니 케이지가 3개가 들어있었고 그 안에 7마리의 고양이들이 있었어요. 코숏에 5개월 정도밖에 안돼 보이는 아이들이었는데, 키우시던 분이 상황이 열악하여 사전 협의도 없이 광주에서 그 먼 길을 용달에 실어보낸 거죠. 연락조차 되지 않아 용달비도 주지도 받지도 못하는 상황에 경찰 분들도 왔었어요."

결국엔 고양이들을 다시 돌려보내기에도 무리고, 돌려 보낸다 해도 다시 유기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 판단하여 광주에서 온 고양이들을 거두게 됐다. 박서영 대표는 "지금은 정원에서 적응하며 지내고 있지만, 이런 식의 무책임한 유기는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가 저물며 각자 좋아하는 자리를 차지하고 누워 고롱고롱 잠을 청하는 고양이들과, 그 모습을 조심스레 지켜보려는 사람들이 실내로 모였다. 어느새 이토록 평화로운 시간이 이곳의 고양이들에게 일상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아픔이 있는 고양이들이 이곳에 와서 잘 적응해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짠하면서도 마음이 놓이는 순간이었다.

- 고양이정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주의사항이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고양이들도 살아 있는 생명이고, 단순한 흥미나 장난감이 아닌 사람과 똑같이 감정이 있는 아이들입니다. 이곳 또한 고양이와 함께 교감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힐링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심수아 여행+ 인턴기자 

사진= 양현준 여행+ 인턴PD, 고양이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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