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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니오 모리꼬네가 남긴 음악 그리고 여행지 3選

조회수 2020. 7. 9. 08: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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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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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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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가 지난 5일 역사의 뒤안길로 떠났습니다. 


주요 외신은 그가 최근 낙상 사고로 대퇴부 골절상을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눈을 감은 것으로 전했습니다. 1928년생인 그는 향년 92세.


사진 = Flickr

그는 원래 클래식 전공자였습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라페니체 극장에서 협주곡 지휘를 맡아 활동을 벌였죠. 하지만 생계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결국 그의 나이 33세인 1961년 돈을 벌기 위해 대중음악에 뛰어들었죠. 클래식 음악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그는 가명으로 활동하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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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1964년 영화 ‘황야의 무법자’ 음악을 담당하며 유명세를 탔습니다. 이때부터 엔니오 모리꼬네라는 본명을 쓰기 시작하고, 생에 무려 520여편의 음악을 우리에게 선물했습니다. 대표작은 워낙 많지만 고르고 골라 나열해본다면 1984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1986년 ‘미션’, 1988년 ‘시네마 천국’, 1991년 ‘벅시’, 1994년 ‘러브 어페어’ 등 손으로 꼽는 것이 무의미 할 정도로 명작 속 음악을 도맡았습니다. 

사진 = 9엔터테인먼트

이런 공로로 영국 아카데미는 엔니오 모리꼬네에게 7번이나 안소니 아스퀴스상을 안겼습니다. 1987년에는 영화 ‘미션’으로, 2000년에는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로 골든글로브 음악상을 수상했고, 2007년에는 아카데미영화상 평생공로상, 2008년에는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아마 이쯤되면 고개를 갸웃할 수 있습니다. 아카데미상이 음악상이 아니라 공로상이라는 점에서 일텐데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수상소식을 알려오기 전까지만해도 미국 할리우드 텃세 때문에 어렵지 않나란 얘기가 있었죠. 무려 2019년이었는데도 말이죠. 엔니오 모리꼬네 역시 그런 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명곡을, 또 대가를 인정하는 순간은 찾아왔었습니다. 2016년이었는데요. 거장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 ‘헤이트풀8’의 음악으로 골든글로브와 생애 첫 아카데미 음악상인 오스카상을 동시에 거머쥐었습니다.


사진 = Flickr

대중이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는 내러티브 또는 스토리텔링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영상 속 배우나 장면이 말해주지 않는 감정에 고개가 끄덕여지는데요. 어떤 때는 뭉클해지고, 어떤 때는 격해지기도 차분해지기도 벅차기도 합니다. 다음 장면이나 전(前) 장면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영상이 그려낸 감정선에 불을 지피는 부싯돌 같은 존재가 바로 엔니오 모리꼬네표 음악인 셈입니다.


음악은 때론 영상을 뛰어넘어 여행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감명 깊게 본 인상적인 장면 또는 음악을 듣고 실제 촬영지를 직접 가보고 싶게 하는 묘한 마력이 있으니 말이죠. 엔니오 모리꼬네의 수많은 작품도 당연히 포함입니다. 


그를 보내기 아쉬운 마음을 담아 그의 주옥같은 음악과 함께 사랑받은 여행지 3곳을 소개합니다.

‘러브 어페어’ Sentimental walk … 타히티

따사로운 햇살이 거실 안쪽으로 빼꼼 내려앉습니다. 피아노 앞에 백발의 여인(캐서린 햅번 분)이 앉아 있습니다. 한 음, 한 음 떨리는 손가락이 건반을 두드립니다. 


아름다운 선율 위로 한 젊은 여인(아네트 베닝 분)이 콧노래를 얹습니다. 이 모습을 지긋이 바라보는 한 남성(워렌 비티 분)의 눈빛에서 뭔지 모를 애절함이 보입니다. 


허밍이 이어지는 내내 영상은, 아니 음악은 아련하고, 감미롭고, 고혹적이기까지 합니다. 영화 ‘러브 어페어’의 한 장면입니다. 영상의 아름다움을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이 더욱 빛나게 만든 순간입니다.

영화 속 감동의 선율이 울려 퍼진 곳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화산섬 타히티인데요. 주된 촬영이 이뤄진 곳은 타히티섬 서쪽에 있는 또 다른 작은 섬인 모레아 입니다. 약 200만년 전 화산으로 형성된 곳으로,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하트 모양으로 보여 더욱 로맨틱하죠. 이 섬은 세계 최대의 산호초 군락을 지니고 있어 수상레포츠의 천국으로도 불립니다. 

‘미션’ Gabriel's Oboe...이과수 폭포

“신부들은 죽고 저는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죽은 자는 나고 산 자는 그들입니다. 왜냐하면 언제나 그렇듯 죽은 자의 정신은 산자의 기억 속에 남기 때문입니다.” 


영화 ‘미션’의 한 대사입니다. 오지 속 원주민을 선교하기 위해 겪는 기적 같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스런 작품이죠. 


우리에게는 한 예능에 등장해 ‘넬라 판타지아’로 귀에 익은 음악인 ‘가브리엘 오보에’가 바로 ‘미션’의 대표 음악입니다. 


주인공인 선교사(제레미 아이언스 분)가 원주민의 마음을 열기 위해 오보에로 이곡을 연주하는 순간, 주위에 펼쳐지는 폭포가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했죠.

그 장면은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파라과이에 걸쳐 있는 이과수 폭포에서 촬영했는데요. 275개의 폭포가 떨어지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 감동을 받습니다. 특히 브라질 쪽 이과수 폭포가 관광객에게 인기인데요. 마치 파노라마처럼 폭포수가 내려와 유난히 절경을 펼쳐보이기 때문입니다. 

‘시네마 천국’ Main theme to Cinema Paradiso ...체팔루

2차대전으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살던 토토는 동네 소극장 ‘시네마 천국’에 가는 게 유일한 낙이었죠. 영사기사 알프레도 아저씨에게 영사기 조작법도 배우고, 영화도 실컷 보면서 하루 하루를 즐겁게 보냅니다. 


인기 있는 영화의 상영이 있을 때는 극장 밖 광장 건물 벽을 스크린 삼아 영화를 틀어주기도 했는데요. 심성이 고운 알프레도 아저씨 덕에 동네 사람들은 영화를 볼 수 있었죠. 


바로 이때 흘렀던 음악이 ‘시네마 파라디소’인데요. 이 영화가 대중에 알려진 후 영화음악의 대명사로 일컬어질 만큼 우리에게도 익숙합니다.

‘시네마 천국’의 촬영이 이뤄진 곳은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해안마을 체팔루입니다. UN이 선정한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마을이기도 한데요. 에메랄드 빛 바다를 터 삼아 산이 함께 어우러져 제대로 힐링하기에 좋은 곳입니다. 


체팔루 마을과 대성당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로카 디 체팔루 절벽은 꼭 들러봐야 하는데요. 여기서 보는 마을 전경은 으뜸으로 꼽힙니다. 아울러 영화 속 광장에서 보내는 망중한 역시 잊지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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