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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에서 해변을 뺐더니 진짜 힐링이 보였다

조회수 2020. 7. 7. 14: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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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송이와 오디를 지르밟으며.. 난생처음 해본 맨발 숲 걷기

그립다 그립다… 입버릇처럼 말하다가 정말 그리운 존재가 되어버린 섬이 있다. 지금 가장 뜨거운 섬 제주도다. 사실 제주는 매년 여름 뜨거웠다. '동남아보다 비싸다' '가성비가 떨어진다' '어딜가나 바가지다'… 이래저래 말도 많지만 제주도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여행지다. 올해는 해외로 가는 길이 믹혀 일찌감치 제주를 여름 휴가지로 점찍은 사람들이 많다. 10명에게 물으면 8은 제주로 가겠다고 답한다. 이런 사람들을 말릴 방도는 없다. 다만 모두를 위해 위생에 좀 더 신경 써서 안전하게 제주를 즐겼으면 한다. 제주는 가고 싶지만 북적거리는 인파가 걱정이라면, 대놓고 명소를 피해 보자. 토박이들도 ‘여기 어디냐’고 물어볼 정도로 독특한 제주 여행법을 공개한다.

맨발 걷기 ‣ 족욕 ‣ 낮잠 … 치유의 시간

“제주날씨는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감히 건방진 말을 내뱉었다. 제주에서 일평생을 사신 할망도 제주날씨를 모르는데, 외지인이 감히 날씨 가지고 왈가왈부를 하다니. 장마라고 했는데, 미스트 같은 비가 20분 정도 내리더니 거짓말처럼 날이 갰다. 심지어는 파란 하늘에 한라산까지 보였다. 그러더니 또 급속도로 어두워진다. 한라산 중턱을 넘어갈 땐 자욱한 안개가 사위를 뒤덮었다. 맨눈으로 안개가 지나가는 것이 확연하게 보였다. 도로가 이 정도인데, 나무로 빽빽한 숲속은 얼마나 몽환적일지 치유의 숲으로 가는 내내 기대감에 휩싸였다.

제주는 항상 그랬다. 하루에 적어도 두 가지 날씨를 경험했던 것 같다. 내내 맑았던 적도 내내 비를 뿌리던 날도 없었다. '뭍에선 이런 거 못 봤지?' 맑다가도 곧 어둑해지고 비가 내리다가도 어느새 맑게 갠 하늘을 보여준다. 밀당이라는 말이 생기기 전부터 제주의 하늘은 외지인과 아슬아슬 밀당을 했다. 예전엔 야속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요즘엔 되레 고맙다. 그리고 그냥 받아들인다. 아 제주 하늘은 원래 그렇다. 변덕쟁이다. 당장 비가 내린다고 아쉬워할 것도 없다. 맑으면 당장 바다로 나가 놀아야 한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거니까. 지금을 즐기는 게 답이다. 그게 제주를 대하는 태도다. 이번 여행도 역시나 일기예보는 의미가 없었다. 소회를 적는 동안 또 날이 개었다. 기묘한 동네다.

서귀포시 호근동에 위치한 치유의 숲에서는 양은영 산림치유지도사와 함께했다.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대개 차분하고 심성이 고우신 분들이다. 환경이 사람을 만드는 건지, 본래 그런 성정을 지닌 사람들이 숲에 모이는 건지 모르겠다만 숲에선 항상 좋은 인연만 만난 것 같다.

서귀포 치유의 숲은 해발 320~760m에 위치한다. 평균수령 60년 이상 된 편백나무와 삼나무 등이 숲 전체에 빽빽하다. 총면적 174㏊로 예약제로 운영된다. 주중은 300명, 주말엔 600명으로 제한된다. 숲엔 모두 11개 코스가 있다. 길이를 전부 합하면 모두 15㎞. ‘가멍오멍’ ‘가베또롱’ ‘벤조롱’ 등 정감있는 제주어로 이름 붙여진 코스가 숲 전체에 거미줄처럼 퍼져있다.

양은영 산림치유지도사와 맨발 걷기, 족욕 그리고 낮잠 체험을 진행했다. 앞뒤 일정이 없었으면 반나절을 이곳에서 보내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쏙 들었다. “오늘 하신 건 치유의 숲 전체 프로그램 중 십분의 일도 안 되는 거예요.” 족욕장 앞에 가지런히 신을 벗어 놓고는 양은영 산림치유지도사를 따라 맨발로 숲길을 걷기 시작한다. “지금 걸으시는 길은 ‘노고록’ 무장애숲길입니다. 노고록은 제주말로 ‘편안하다’라는 뜻이에요.” 유모차나 휠체어도 통행할 수 있도록 경사도를 최소화하고 턱을 없앤 배리어프리(Barrier-free) 산책로다. 길 곳곳에 장애인과 보행약자들이 우선적으로 시설을 이용하게끔 양보해달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비를 머금은 흙길을 밟는 기분이 마치 보송한 솜이불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땅에 떨어진 오디를 지르밟는다. 알맹이가 ‘톡’하고 터져 으깨지는 느낌이 발바닥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뜨끈한 히노키탕에 발을 담그자 금세 피로가 싹 가셨다. 금방 온몸에 열기가 퍼져 후끈해졌다. 족욕이 끝나갈 때쯤 저절로 낮잠 생각이 간절해졌다. 벌레가 있으면 어쩌나, 처음엔 멈칫했던 것이 이내 익숙해져서 족욕 이후에도 계속 맨발로 이동했다.

숲 안쪽으로 이동해 나무 침대 여섯 개가 나란히 놓인 공간으로 들었다. 이곳에서 15분간 낮잠 시간이 주어졌다. “혹시 녹음파일 틀어 놓은 거 아니죠?” 공간을 가득 채운 갖가지 새소리에 깜짝 놀란 동행인이 말했다. 눈을 감고 침대에 가만히 누워본다. 날도 흐린데다 잎이 워낙 우거져 시간대가 가늠이 안 된다. 처음엔 거슬리던 새소리도 어느새 자연스러워졌다. 선잠에서 깨 눈을 가늘게 떴더니 잘은 이파리 사이로 빛이 통과한다. 그 모습이 마차 반딧불이가 하늘에 떠다니는 듯했다. 낮잠을 마치고 삼나무차를 마시며 소회를 나누고 체험을 마무리했다. 1만7000원을 내고 예약을 하면 인근 호근동 마을 주민이 직접 만든 치유 밥상을 맛볼 수 있다. 입장료 어른 1000원, 청소년 600원. 주차료 중·소형 2000원, 경형 1000원, 대형 3000원. 산림치유프로그램 어른 2만원, 어린이·청소년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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