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기만 한 여행 취소, 보상은 받을 수 있을까

조회수 2020. 3. 6. 17: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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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NOW]
억울하기만 한 여행 취소, 보상은 받을 수 있을까

코로나 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지역사회까지 빠르게 확산하면서 위기감이 팽배하다. 국내를 비롯해 세계 곳곳이 코로나 19의 영향권에 들며 항공 및 여행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가 연일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요일인 9일 서울 중구 남대문~서울광장 세종대로가 휑하니 비어 있다. / 사진 = 매경 DB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4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최고 등급인 3단계로 격상했다. 이는 중국 본토를 제외하고 한국이 처음이다. CDC의 여행 경보는 1단계 '주의', 2단계 '경계', 3단계 '경고'로 구분한다. 1단계는 일반적인 보건상의 주의가 필요할 때, 2단계는 좀 더 높은 주의가 필요할 때, 3단계는 질병이 창궐했을 때 발령한다. 


CDC와 별개로 미국은 국무부가 해외여행경보를 공지한다. 미 국무부는 26일 한국 여행경보를 2단계(강화된 주의)에서 3단계(여행 재고)로 격상했다. 미 국무부 해외여행경보는 총 4단계로, 1단계는 '일반적인 주의', 2단계 '강화된 주의', 3단계 '여행 재고', 4단계 '여행 금지'이다.

또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사이트에 게시된 ‘코로나 19 확산 관련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조치 현황’에 따르면 나우루, 마이크로네시아, 모리셔스, 몽골, 바레인, 베트남, 사모아, 사모아(미국령), 세이셸, 솔로몬제도, 싱가포르, 요르단, 이스라엘, 이라크, 일본, 키리바시, 홍콩, 쿠웨이트, 투발루, 피지, 필리핀 등 21개국은 한국으로부터의 입국을 금지했다.


대만, 마카오, 모로코, 모잠비크, 벨라루스, 영국, 오만, 우간다, 인도, 중국, 카자흐스탄, 카타르, 콜롬비아, 키르기즈공화국, 타지키스탄, 태국, 투르크메니스탄, 튀니지, 파나마, 파라과이,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등 21개국은 한국에서 입국한 이들을 일정 기간 격리하거나 건강상태를 관찰하는 등의 입국절차 강화 조치를 취했다. 이른바 ‘코리아 포비아’에 대항하는 움직임이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이런 분위기는 그대로 항공‧여행업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형 및 저비용 항공사 등을 통틀어 최근 3주 동안 환불 금액이 3000억 원을 넘어섰다. 주요 여행사 또한 예약률이 최대 80% 이상 급감한데 이어 3월 여행 예약은 전무한 수준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회사 존폐에 대한 불안감마저 거론될 정도다. 

서울 종로구에서 코로나19 56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20일 종로구 청소행정과 관계자들이 광화문광장에서 물청소와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종로구 확진자는 6명으로 늘어났으며, 서울에서 종로구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 = 매경DB

소비자들도 애타는 상황이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환불 손해 금액이 크거나 특례 조건의 항공권이나 숙박권 등을 구입해 환불 자체가 불가한 경우는 앉은 자리에서 수십 또는 수 백 만원을 날릴 지경이다. 


환불이나 취소가 어렵거나 부담스러워 부득이하게 떠나도 문제다. 최근에는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떠났던 그룹이 입국을 거부당해 되돌아왔고, 모리셔스로 신혼여행을 떠났던 이들 역시 입국하지 못하고 격리 당했다가 돌아왔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본인의 책임이나 선택 때문이 아니라 코로나 19에 따른 상대국의 일방적 취소인 만큼 위약금 없는 전액 환불을 받고 싶지만 규정상 보상 문제는 간단치 않다. 때문에 불가피하게라도 해외를 나가야 하는 이들의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현재 관광업계는 소비자의 피해를 분담하기 위한 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 미국 주요 항공사는 한국행 비행편 예약 일정을 변경하는 고객에게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정책을 연이어 발표했다. 


델타항공은 4월 30일 이전까지 한국행 예약 일정을 조정할 경우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고, 유나이티드항공 역시 4월 30일까지 한국행 비행 일정을 변경하는 고객에게 수수료 및 일정에 따라 상이한 항공권 가격에 대해 추가 요금을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이들 항공사의 수수료 면제 정책은 한국행 비행편의 취소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26일 서울 은평구의 공영차고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시내버스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 사진 = 매경 DB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주요 여행사도 소비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환불정책을 공개했다. 중국 마카오 대만 등 중화권 나라와 이스라엘 등 한국인 입국 금지 국가로 가는 상품의 취소 시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환불 조건은 상황에 따라 다른 만큼 확인이 필요하다.


다만 한국인 입국 금지가 아닌 입국 제한 국가로 방문하는 경우 코로나 19 우려로 인해 취소를 원하면 약관에 따른 취소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국외 여행 표준약관’에 따르면 천재지변, 전란, 정부의 명령 등으로 여행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때에만 여행 계약을 변경(위약금 없는 환불)할 수 있다. 코로나 19 등의 감염병을 천재지변으로 보지 않아서다. 


한국소비자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여행 위약금과 관련해 피해구제를 신청한 접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을 기준으로 12배가 증가한 124건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25일까지 코로나 19 관련한 여행 단순 문의 또한 2072건에 달했다. 국외여행이 1645건, 항공 여객운송서비스가 427건 등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코로나 19의 감염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보니 기존에 예약했던 여행계획 취소로 인한 금전적 피해는 물론 여행사와의 분쟁까지 늘어나고 있다”며 “아직 정부의 가이드라인이나 지침이 없어 여행사와 합의 중재에 나서도록 돕거나 피해구제 신청을 안내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 MBN 화면 갈무리

이에 대해 하나투어 관계자는 “한국인 입국 금지 국가와 외교부가 여행자제 국가로 발령한 지역 상품을 취소하는 경우 소비자에게 위약금을 물리지 않고 있다”며 “다만 세계 각국에서 입국 금지나 입국 제한 조치 정책이 수시로 변화하고 있어 현지에 도착해 금지 또는 제한 조치를 당할 경우에는 환불이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 코로나 19를 천재지변의 범위에 포함시킬지 여부나 근거를 밝혀야 여행사나 항공사 등이 위약금에 대한 대응을 명확히 할 수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여행업계 스스로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소비자에게 최대한 환불을 돕자는 분위기지만 워낙 업계 상황이 어려워 향후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실제 법적 근거는 어떨까.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만 놓고 본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대상이나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 19로 인한 해외여행 취소 위약금 부분은 현재 외교부에서 철수권고(3단계), 여행자제(2단계) 지역으로 분류한 경우(중국 후베이성, 홍콩, 마카오 지역)에는 여행사에서 취소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있으나 그 밖의 동남아 등 여행지는 개인의 선택에 따라 취소수수료를 부담하고 여행을 취소하는 수밖에 없다”며 “이스라엘, 모리셔스 등 한국인이 입국금지를 당했거나 격리 후 귀국한 경우도 여행사에서는 일종의 불가항력적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고 관련 규정도 없어 일부 여행사의 자체적인 보상안을 제외하면 손해배상 처리는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여행사의 귀책사유는 없고 정부에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패키지여행의 경우 남은 여정의 경비 정도는 돌려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행은, 특히 해외여행의 경우 소급 적용을 하기가 쉽지 않다. 피해를 입은 여행자 본인이 한국 정부의 잘못을 입증하거나 코로나 19로 인한 보상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라며 “안타깝지만 코로나 19로 위약금을 문 소비자를 구제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업체와 소비자간 합리적인 수준에서 중재를 하는 게 최선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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