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민스님의 인생을 바꾼 여행지 '퀘렌시아'를 아세요?

조회수 2019. 12. 17. 15: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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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혹시 자신만의 안식처가 있나요?
삶이 지치고 힘들때, 그래서 본연의 자기모습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 혼자 조용히 찾아가 숨을 고르며 치유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 말입니다.
스페인어로는 이렇게 다시 기운을 찾는 곳을 퀘렌시아(Querencia)라고 합니다.
혜민스님/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삶의 안식처 같은 곳을 퀘렌시라아 부른다 *사진=픽사베이

뜬금없이 든 생각. 나에겐 과연 '퀘렌시아' 포인트가 있을까. 곰곰 생각해 보니, 있다. 하지만 지면을 통해 공개, 절대 안해드린다. 왜냐? 나만 알고 있어야 하니까. 소문나면 붐비니까. 


퀘렌시아. 스페인에서 온 이 말의 원래 뜻은 조금 살벌하다. 피 튀기는 스페인의 투우 경기에서 투우사와 목숨을 걸고 싸우다 지친 소가 숨을 고르며, 잠시 휴식을 취하는, 그 포인트, 즉 잠깐 쉬며 '기력을 회복하는 장소'라는 의미다. 살짝 틀어 삶에 퀘렌시아를 투영해 본다면 의미는 더 와 닿는다. 하루하루가 피말리는 전쟁터인 초고속의 삶. 냉혹한 이 삶의 정글에서 유일하게 조용히 찾가가 치유할 수 있는 피난처 정도가 된다.

혜민스님 공식사이트 화면 캡쳐

혜민스님은 조곤조곤 말한다. 행복은 멀리있지 않다고. 불안하고 힘든 삶 속에서 버티려면 자기 주변의 '퀘렌시아'를 여러 곳 찾아내라고. 사실 혜민스님의 인생을 바꾼 여행 포인트도, 알고보면 멀리 있지 않았다. '어'하며 코앞에 수없이 떨어져 있는 게 행복인 것 처럼, 인생을 바꾼 여행지, 가까운 곳에 있었던 게다.


혜민스님은 한 칼럼(나만의 소확행)에서 행복을 이렇게 정의한다. 


"행복은 집이나 자동차 같이 비싸고 갖기 어려운 대상들을 소유하고 나서 느끼는 감정이 결코 아니다. 지금 현재 시간을 내가 어떻게 온전히 쓰는가, 자연의 변화를 감상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스스로에게 부여했는가가 관건이 된다"고. 


뉴욕에 있을 때, 그의 퀘렌시아는 그의 멘토스님이 기거했던 '불광선원'이었다. 20년전 행자승 생활을 시작한 곳도 여기니, 그에겐 제법 큰 덩치의 퀘렌시아인 셈이다. 뉴욕의 마지막 자락 테판(Tappan)에 둥지를 트고 있는 불광선원. 뉴욕에 사찰이 있는 것도 특이한데, 이곳 미국 독립전쟁 사령부 부지로 사용된 역사적인 곳이다. 사찰도 혜민스님을 쏙 빼닮아 소박하다. 지난 2009년 개원 20주년 때 건립한 범종, 부처 진신사리를 모신 탑, 관음전 정도가 다다. 뉴욕 뉴저지 인근 사찰 중에선 유일하게 한국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마음치유학교를 꾸려가는 한국엔 '퀘렌시아'가 여러 곳이다. 그는 말한다. 


"행복은 빈도다. 어떤 것이든 퀘렌시아가 될 수 있다. 굳이 장소가 아니어도 된다. 여러 개의 퀘렌시아를 만들 수록 행복감은 높아진다. (나에겐)차를 마시며 좋아하는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을 듣는 시간도 퀘렌시아가 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새로운 음악을 만날 땐, 우연히 길에서 보물을 주은 느낌이다." 


혜민스님은 강조한다. 퀘렌시아의 존재는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대충 어떤 카페가 좋다' 정도로는 안된다. '그 카페의 어떤 구석, 어떤 자리가 좋다'는 식으로 명확해야 한다는 거다. 

땅끝마을 미황사. *사진=한국관광공사

마음의 요동이 클 때, 그가 습관처럼 찾는 곳은 해남 땅끝마을 미황사다. 개인적으론 필자 역시 힐링여행지 1순위로 꼽는 곳이 땅끝 미황사다. 이유가 있다. 새벽 안개가 걷히면 드러나는 흰 빛의 수직 암봉 풍광 때문만이 아니다. 그 힘들다는 '삼천배', 이곳에선 딱 3초만에 이룰 수 있다. 어떻게. 미황사 대웅전엔 천불 벽화가 있다. 1000개의 불상. 그러니 딱 절 세 번만 하면 삼천배다. 혜민스님이 이곳을 찾는 이유, 당연히 초고속 삼천배 때문이 아닐 터.

인생 바닥을 칠 때 찾게되는 땅끝마을 모노레일. *사진 = 한국관광공사제공

사실 땅끝은 인생에서 바닥을 쳤을 때 찾는 여행지다. 희망을 잃어 이곳에 오는데, 묘하게 그 땅의 끝에서 희망을 찾아 다들 돌아간다. 땅끝탑 아래엔 방명록이 놓여 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땅끝탑에서 인증샷만 찍고 돌아가지만, 기자는 늘 이 방명록을 읽어보라고 권한다. 핵심 내용들은 이렇다. '끝에서 다시 희망을 보고 간다. 끝은 또다른 시작이다. 극과 극은 통한다. 인생 지하 3층 바닥은 지하 4층 입장에선 꼭대기다, 상대적으로 나음을 알고 간다' 등. 혜민 스님도 이 의미를 느끼며 전파하고 싶으셨으리라.


그에겐 '작은' 퀘렌시아도 여럿이다. 뜬금없이 머리가 복잡할 때 찾는 곳은 삼청공원이다.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삼청공원. 사진 =한국관광공사
더불어 나만의 퀘렌시아, 쉼의 공간인 삼청공원을 걷고있을때도 참 행복하다.
삼청공원 안에는 나무 다섯 그루 아래 물소리를 들으며
쉴 수 있는 예쁜 벤치가 하나 있는데
그곳에 잠시 않아
새소리를 들으며 햇빛에 반짝이는 나뭇잎을 보고있으면
마음은 지극한 평화에 가 닿는다.

자그마한 동네 공원도 그에겐 퀘렌시아다. 이때 중요한 게 있다. 공원에서 행복감을 찾을 땐, 그의 생각의 중심은 철저히, 타자다. 본인 중심이 아닌, 타자 중심으로 슬쩍 돌려 생각을 해 보는거다.


"새소리, 너무 좋고, 햇살 비치고, 단풍지고, 새소리 나는, 이런 자연이 너무 좋다. (내가 특별히 잘한 것도 없는데) 이렇게 자연들이 나를 위해 꽃을 피워주고, 단풍을 만들어준 거 같고, 지저귀고, 그늘을 만들어 주고, 소리까지 내 준다. 사랑을 받는 나, 여기서 행복감과 평온함이 느껴진다" 


당신 만의 퀘렌시아 찾기. 행복사냥의 단초로 퀘렌시라 찾기를 강조할 때 그는 자주 괴테의 말을 언급한다. '신선한 공기와 빛나는 태양, 친구들의 사랑만 있다면 삶을 낙담할 이유가 없다'고 말이다.

여행하는 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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