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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으로 단장한 세련된 드레스 워치

조회수 2019. 11. 6. 16: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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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리저브라는 기능은 독특한 구석이 있습니다. 보통 시계가 제공하는 기능의 대부분은 보편적 정보 전달에 초점을 맞추는데 반해 파워리저브는 시계의 현재 상태를 나타냅니다. 그래서인지 파워리저브는 유희적인 측면이 부각되곤 합니다.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의 바늘이나 디스크가 움직이는 장면은 크라운을 돌려 메인스프링을 감거나 크로노그래프를 작동하는 것처럼 즐거움을 제공합니다. 그렇다고 기능성이 없는 건 아닙니다. 에너지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부지런히 움직이거나 메인스프링을 감으라는, 자동차로 따지면 계기판의 경고등 같은 역할을 수행합니다. 21세기를 기점으로 파워리저브는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롱 파워리저브를 과시하는 기술력의 척도로, 다이얼 여백을 효과적으로 메우고 개성을 살리는 데 일조하는 디자인 요소로 쓰이고 있습니다.

프레드릭 콘스탄트(Frederique Constant)는 고급 드레스 워치의 장벽을 낮추는 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 드레스 워치의 디자인을 연구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자사 무브먼트와 컴플리케이션을 꾸준히 개발했습니다. 한결같은 노력 끝에 지금의 위치에 올라선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올해 열린 바젤월드에서도 자체 개발한 신형 무브먼트를 담은 시계를 출시하며 묵묵히 제 갈 길을 걸었습니다. 이들은 어느새 30번째 인하우스 무브먼트 제작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베이스 무브먼트를 다각화하는 제한적인 전략으로 치부하기에는 이제까지 쌓아 올린 탑이 그리 허술하지 않습니다. 프레드릭 콘스탄트가 20세기 후반에 태동한 브랜드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탑은 더 빛나 보입니다. 이번 리뷰에서 소개할 슬림라인 파워리저브 매뉴팩처(Slimline Power Reserve Manufacture)는 파워리저브를 주연으로 삼은 비대칭 디자인과 28번째 인하우스 무브먼트로 엮어낸 신제품입니다. 

전체를 폴리시드 가공한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의 지름은 40mm입니다. 매뉴팩처 무브먼트를 탑재한 모델의 상당수가 지름 42mm 케이스를 적용해서 못내 아쉬웠는데 이 제품은 그 점을 말끔히 해소합니다. 손목에 올려보면 차이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이마저도 성에 차지 않을 수 있지만 대중적인 타협점을 찾았다고 생각합니다. 짧은 러그와 좁은 베젤로 인해 풍성한 느낌은 비교적 덜합니다. 대신 간결하고 정숙한 드레스 워치로서의 매력이 두드러집니다. 두께가 얇아 셔츠 소매 안에 얌전히 숨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양파처럼 생긴 특유의 크라운과 가운데가 봉긋하게 솟은 돔형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가 부족한 볼륨감을 채워줍니다. 방수는 30m입니다.

선레이 네이비 블루 다이얼은 얼핏 검은색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빛을 비추면 원래의 색을 드러냅니다. 극적인 효과는 미약하나 다이얼 가장자리를 살짝 굽이지게 만들어 묘한 입체감을 제공합니다. 얇고 길게 뻗은 흰색 리프 핸즈는 고상하고 우아한 드레스 워치의 맛을 살려주지만 가벼운 느낌도 없지 않습니다. 다이얼을 둥글게 감싸는 로만 인덱스는 고전적인 분위기를 고취시킵니다. 로마 숫자의 폭이 좁은 편이어서 다이얼에 여백이 많습니다. 사이사이에는 별도의 인덱스가 없어 시간을 정확히 읽을 수는 없습니다. 이 시계에 초침을 위한 자리는 없습니다. 무브먼트의 구조상 초침은 다이얼 중앙에 꽂히는데 만약 초침이 있다면 번잡했을 겁니다. 초침이 없어서 역동성은 다소 떨어집니다.

부채꼴 형태의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는 다이얼 9시에서 11시를 가로지릅니다.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는 네 구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파워리저브가 50시간이니 한 구간 당 12.5시간임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친절하게도 숫자(12½, 25, 37½, 50)를 적어 두었습니다. 잔여 동력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12½시간까지는 빨간색으로 표시했습니다. 빨간색 점은 비축한 동력이 커질수록 점진적으로 작아지는 형태를 취합니다. 고요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한편 사용자로 하여금 동력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파워리저브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시계의 정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이얼 6시 방향에 있는 날짜는 별도의 조작 버튼이 없는 관계로 크라운으로만 조작할 수 있습니다.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날짜 창 대신 바늘로 날짜를 가리키는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시계도 틀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월드타이머, 크로노그래프, 심지어 하이브리드 매뉴팩처도 마찬가지입니다. 날짜와 파워리저브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빈 공간에는 브랜드 이름을 새겨 다이얼을 3등분하는 동시에 안정감과 균형감을 확보했습니다. 

크라운을 돌려 메인스프링을 감으면 파워리저브 바늘이 덩달아 이동합니다. 바늘의 움직임은 느리고 섬세하지만 눈으로 쫓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크라운을 한 칸 빼서 위로 돌리면 날짜가 넘어갑니다. 끝까지 뽑으면 시간을 맞출 수 있습니다. 크라운을 당길 때 손가락에 힘이 꽤 들어갑니다. 와인딩을 할 때 손 끝에 전해지는 감각은 여리지도 거칠지도 않습니다. 셀프와인딩 시계 특유의 서걱거리는 느낌이 있습니다.

프레드릭 콘스탄트가 매뉴팩처 무브먼트를 통해 파워리저브 기능을 소개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미 런어바웃 매뉴팩처 파워리저브 모델을 통해 파워리저브 기능을 추가한 셀프와인딩 칼리버 FC-720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칼리버 FC-720의 시간과 날짜 구성은 FC-723과 동일하지만 파워리저브가 다이얼 12시 방향에 위치한다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파워리저브가 42시간이었습니다. 그에 반해 칼리버 FC-723은 파워리저브 모듈을 다시 설계하고 배럴과 메인스프링을 교체해 파워리저브를 50시간으로 향상시켰습니다. 파워리저브가 이틀이 넘는 시계를 시장에서 접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은 관계로 특별히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비교 대상을 기존의 FC-700이나 FC-900 시리즈로 한정하면 인상적인 성과입니다. 

원형 제네바 스트라이프와 페를라주로 무브먼트를 장식했습니다. 여기저기 눈에 띄는 파란색 나사와 붉은 빛깔의 주얼이 보는 재미를 더합니다. 많은 부분을 덜어낸 로터에는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매뉴팩처 무브먼트임을 증명하는 문구를 새겼습니다. 시간당 진동수는 28,800vph(4Hz)입니다. 

한쪽으로만 열리는 폴딩 버클은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상징을 본떠 만들었습니다. 흰색 스티칭을 넣은 네이비 엘리게이터 악어가죽 스트랩은 동색의 다이얼과 함께 세련된 드레스 워치를 완성하는 데 앞장섭니다. 리뷰 모델을 포함한 실버, 다크 그레이 다이얼 모델의 가격은 480만원대입니다. 로즈골드 도금 버전의 가격은 520만원대입니다. 

드레스 워치를 주력으로 하는 브랜드에게 경우의 수는 많지 않습니다. 디자인은 제한되고 무브먼트는 한정됐기 때문입니다. 간단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은 디테일의 변화를 통한 베리에이션을 출시하는 겁니다.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변칙적인 디자인과 무브먼트 개량이라는 묘수로 새로운 시계를 완성했습니다. 가격은 제법 있는 편이나 개성 있는 드레스 워치를 찾는 분들에게는 또 다른 선택지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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