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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젠틀맨을 위한 쇼파드의 선택

조회수 2019. 9. 25. 18: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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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파드 플러리에 에보슈 매뉴팩처 내부

쇼파드(Chopard)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키워드가 있습니다. 업계에 흔치 않은 독립 가족 경영 시계 & 주얼리 회사라는 점, 무브먼트와 케이스 등 시계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부품을 자체 개발, 제작할 수 있는 진정한 매뉴팩처(Manufacture)라는 점, 해피 다이아몬드(Happy Diamonds), 아이스큐브(Ice Cube)와 같은 아이코닉 주얼리 컬렉션으로 주얼러로서도 확고한 입지를 자랑한다는 점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쇼파드라는 이름을 듣고 가장 먼저 엘유씨(L.U.C)를 떠올렸다면 당신은 십중팔구 시계애호가일 것입니다. 

- 쇼파드 공동대표 칼-프리드리히 & 캐롤라인 슈펠레

쇼파드 공동대표 칼-프리드리히 슈펠레(Karl-Friedrich Scheufele) 회장이 1996년 런칭한 L.U.C는 쇼파드의 창립자 루이-율리스 쇼파드(Louis-Ulysse Chopard, 1836-1915)의 풀네임 이니셜에서 따온 것으로, 루이-율리스 쇼파드의 업적을 기리는 동시에 워치메이커로 출발한 브랜드의 뿌리를 기억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3대에 걸친 쇼파드 가문에서 1960년대 독일계 슈펠레 가문으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면서 쇼파드는 눈에 띄는 성장을 거듭하게 됩니다. 칼 슈펠레(Karl-Scheufele)의 두 자녀인 캐롤라인 슈펠레(Caroline Scheufele)와 칼-프리드리히 슈펠레는 탁월한 리더십으로 브랜드를 현 반석 위에 올려 놓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들로, 주얼리와 시계 양 분야 모두에서 대단한 성취를 자랑합니다. 캐롤라인 슈펠레가 칸 국제 영화제와의 파트너십 등을 기반으로 파인 주얼러로서의 쇼파드를 다듬어왔다면, 칼-프리드리히 슈펠레는 L.U.C를 통해 파인 워치메이커로서의 쇼파드의 위상을 드높였습니다. 

- L.U.C 96.01-L 칼리버

칼-프리드리히 슈펠레가 완전한 수직통합형 매뉴팩처를 꾸리고자 결심한 시점은 1993년부터입니다. 이후 2년이 넘는 연구 개발 끝에 1996년 시판 모델에 탑재한 마이크로 로터 타입의 첫 인하우스 자동 칼리버 L.U.C 1.96을 기점으로 슈펠레의 비전은 이윽고 현실이 되었습니다. 안정적인 설계를 기반으로 크로노미터급 성능과 제네바 실을 받을 만큼 수려한 피니싱을 자랑하는 L.U.C 1.96 칼리버는 데뷔와 동시에 쇼파드의 파인 워치메이킹을 향한 꺼지지 않는 열정을 상징하는 시그니처가 되었습니다. 훗날 96.01-L로 이름을 변경한 96 시리즈 칼리버는 이후 여러 기능의 베리에이션으로 이어질 만큼 매뉴팩처 쇼파드의 든든한 주춧돌이 되었는데요. 올해 새롭게 선보인 L.U.C 플라잉 T 트윈(L.U.C Flying T Twin)은 96 시리즈 칼리버의 진화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2019년 신제품, L.U.C 플라잉 T 트윈 (50피스 한정)

이번 타임포럼 스페셜 리뷰를 통해서는 브랜드 최초로 자동 플라잉 투르비용 무브먼트를 탑재한 화제작, L.U.C 플라잉 T 트윈을 중심으로 올해 바젤월드에서 화제를 모은 주요 신제품 2종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L.U.C Flying T Twin

단 50피스 한정으로 선보인 L.U.C 플라잉 T 트윈은 매뉴팩처 쇼파드의 현주소를 알 수 있는 마스터피스입니다. 이 시계의 특별함은 몇 가지 측면에서 언급할 수 있는데요. 우선 오토매틱(자동) 투르비용 모델임에도 얇은 두께를 실현한 울트라-씬(Ultra-thin) 사양을 들 수 있습니다. 

- 쇼파드 첫 자동 플라잉 투르비용 칼리버 L.U.C 96.24-L

울트라-씬 사양의 비결은 사실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마이크로 로터 타입의 자동 베이스 칼리버(L.U.C 96.01-L)의 두께가 워낙 얇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데요. 흥미로운 점은 베이스 칼리버의 두께(3.3mm)와 새로운 플라잉 투르비용 칼리버 L.U.C 96.24-L의 두께가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입니다. 베이스 칼리버에서 직경(27.4mm)과 두께(3.3mm) 변화 없이 레귤레이팅 부품(Regulating organ)으로 분당 1회전하는 원-미닛 플라잉 투르비용 설계를 더했다는 점이 새삼 매뉴팩처 쇼파드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베이스 칼리버(L.U.C 96.01-L)에서 캘린더(날짜) 디스크를 제거함으로써 약간의 여유 공간을 확보했을 것으로 예상되며, 케이지 상단부를 지탱하는 브릿지를 제거하면서 플라잉 투르비용 케이지의 폭을 넓혀 회전 공간을 확보한 영리한 설계도 돋보입니다. 오픈-워크 다이얼 6시 방향으로 플라잉 투르비용의 박진감 넘치는 움직임을 감상할 수 있으며, 케이지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부품을 하이 폴리시드 마감해 미감(美感)을 더합니다. 

L.U.C 96.24-L 칼리버의 또 다른 숨은 특징은 스톱-세컨드 디바이스를 갖춰 투르비용 무브먼트로는 보기 드문 일명 '핵 기능(Hack mechanism)'을 지원합니다. 베이스 칼리버에서 해당 부품을 제거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겠지만, 제너럴한 관점에서 보면 분명 투르비용 무브먼트로는 진일보한 조건을 갖춘 셈입니다. 케이지 한쪽에 별도의 추와 핸드를 달아 다이얼 면에서도 스몰 세컨드를 대신한 초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고, 12시 방향에 핸드 끝이 위치할 때 크라운을 잡아 당기면 보다 정확하게 시간을 세팅할 수 있어 실용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물론 독일의 랑에 운트 죄네(A. Lange & Söhne)처럼 독자적인 캠 부품과 특허 받은 제로-리셋(Zero-Reset) 메커니즘을 통해 투르비용 무브먼트임에도 크라운을 잡아 당겼을 때 영점으로 세컨드 핸드가 점핑하는 사례도 있긴 하지만, 이는 특수한 예일 뿐, 대다수의 투르비용 무브먼트는 크라운을 잡아 당겨도 계속 케이지가 회전합니다. 

총 190개의 부품과 25개의 주얼로 구성된 L.U.C 96.24-L 칼리버는 시간당 25,200회 진동하고(3.5헤르츠), 파워리저브는 쇼파드 특유의 트윈 테크놀로지((Twin® technology, 2겹으로 포개진 배럴)를 통해 65시간의 넉넉한 파워리저브를 보장합니다. 이는 베이스 칼리버부터 이어진 96 시리즈 칼리버를 관통하는 특징이기도 한데요. 여기에 22캐럿 골드로 제작한 마이크로 로터가 투르비용 케이지를 건드리지 않고 회전하며 동력을 공급합니다. 투명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 독자적인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고요. 

L.U.C 96.24-L 칼리버의 플레이트 상단은 페를라주 마감하고, 브릿지 상단은 코트 드 제네브(Côtes de Genève, 제네바 스트라이프) 마감했으며, 각 브릿지 테두리는 사면 가공 후 단면을 미러 폴리시드(일명 앵글라주) 마감해 하이엔드 무브먼트의 격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이쯤 되면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제네바산 고급 무브먼트임을 공인하는 푸와송 드 제네브(Poinçon de Genève, 제네바 실)를 받았습니다.

더불어 스위스 공식 크로노미터 기관(COSC)으로부터 크로노미터 인증까지 받았습니다. 2003년 9일(216시간) 파워리저브 무브먼트와 함께 선보인 L.U.C 콰트로 투르비용(L.U.C Quattro Tourbillon)과 2010년 자동차 엔진 블록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은 L.U.C 엔진 원 투르비용(L.U.C Engine One Tourbillon), 콰트로 베이스에 그랑 컴플리케이션 사양으로 선보인 L.U.C 올-인-원(L.U.C All-in-One)과 같은 쇼파드의 이전 투르비용 무브먼트들도 물론 COSC 인증을 받긴 했지만, 스톱-세컨드를 지원하면서 COSC 인증을 받은 자동 플라잉 투르비용 무브먼트는 올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것입니다. 언뜻 봐서는 기존 베이스 칼리버의 기능 베리에이션처럼 보이지만 이렇듯 면면이 숨겨진 특징들을 살펴 보면 L.U.C 플라잉 T 트윈이 왜 진일보한 시계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강조했듯 이 시계는 일반적인 투르비용 시계들과 달리 7.2mm 정도의 매우 슬림한 케이스 두께를 자랑합니다. 케이지 형태를 갖추고 그 안에 이스케이프먼트 부품을 통합시켜 회전시키는 투르비용 메커니즘의 구조적인 특성상 무브먼트의 두께는 필연적입니다. 그런데 최근 몇몇 시계 제조사들 사이에서 케이지의 회전력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불필요한 부품을 제거해 두께를 가능한 얇게 제작하는 것이 트렌드처럼 확산되고 있는데요. 불가리(Bvlgari)가 2018년 페리페럴 로터(Peripheral rotor) 설계의 자동 무브먼트(두께 1.95mm)를 탑재한 옥토 피니씨모 투르비용 오토매틱(Octo Finissimo Tourbillon Automatic)으로 3.95mm라는 경이적인 케이스 두께로 이 분야의 세계 신기록을 수립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며, 울트라-씬 분야의 전통적인 강자인 피아제(Piaget)를 비롯해, 브레게(Breguet)와 예거 르쿨트르(Jaeger-LeCoultre) 역시 비슷한 해법으로 무브먼트와 케이스 두께를 줄이려는 노력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쇼파드의 신제품, L.U.C 플라잉 T 트윈은 앞서 열거한 메종들과 달리 20년 넘는 세월 동안 충분히 검증된 마이크로 로터 설계의 인하우스 자동 베이스 칼리버를 기반으로 두께 변화 없이 슬림한 플라잉 투르비용 무브먼트를 완성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차이점을 보여줍니다. 혹자는 이를 두고 보수적인 라인업의 확장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명기 반열에 오른 자동 베이스를 현대적이면서도 세련되게 변주하는 쇼파드식 해법에 오히려 명쾌함을 느낄 분도 계실 줄 압니다.


컴플리케이션 모델임에도 케이스 두께가 얇다는 것은 기술력을 반증하는 척도이자 우아한 고급 시계를 만들고자 하는 브랜드의 남다른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케이스 소재는 최근 쇼파드의 모든 골드 제품들(주얼리, 시계 관계 없이)에 적용되는, 윤리적으로 획득한 일명 페어마인드(Fairmined, 공정 채굴) 인증을 받은 18K 로즈 골드를 사용했습니다. 베젤과 러그, 크라운, 케이스백은 폴리시드 마감하고, 케이스 프로파일(측면)은 세로로 결이 느껴지게 버티컬 새틴 브러시드 마감해 유무광의 조화가 돋보입니다. 

- 쇼파드만의 페어마인드 골드 바 제작 과정
- L.U.C 플라잉 T 트윈 스케치

L.U.C 플라잉 T 트윈의 케이스 직경은 40mm로 사이즈 역시 크지 않습니다. 쇼파드가 지난해부터 전개한 '젠틀맨즈 웨이(The Gentleman's Way, 신사의 길)'이라는 캠페인 캐치프레이즈를 통해 상기할 수 있는 것처럼, 현대의 신사들에게 적합한 고급 시계의 제일 조건으로는 적당한 사이즈와 셔츠 안에도 쏙 들어갈 정도로 얇은 두께가 아닐까 싶습니다. 쇼파드의 L.U.C 제품은 바로 이러한 조건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시계입니다. 

다이얼의 디테일 역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솔리드 골드 다이얼(네, 다이얼 소재조차 일반적인 브라스가 아닙니다!) 바탕에 특수한 갈바닉 처리(Galvanic treatment, 아연 도금)를 통해 그레이 루테늄(Grey Ruthenium) 컬러를 입혔습니다. 다이얼 외곽에는 클래식한 레일로드 형태의 미닛 트랙을 프린트하고, 18K 골드 아플리케 아워 마커가 놓여진 챕터링 바탕은 레코트판을 연상시키는 동심원 형태로 스네일 가공했으며, 다이얼 중앙은 벌집 모양에서 착안한 허니콤(Honeycomb) 모티프를 전통 방식 그대로 로즈-엔진 터닝(Rose-engine turning) 기기를 이용해 핸드 기요셰 마감해 시계의 전체적인 인상을 단조롭지 않게 합니다. 언뜻 흔히 접할 수 있는 투르비용 손목시계처럼 보이면서도 뻔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입체적인 다이얼이 주는 효과를 무시할 수 없는 것입니다. 

쇼파드 L.U.C 컬렉션만의 전통과 품격이 느껴지는 L.U.C 플라잉 T 트윈(Ref. 161978-5001)은 단 50피스 한정 제작된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국내 출시 가격은 1억 7천 5백만원으로 책정됐습니다. 물론 매우 고가의 제품임에는 틀림없습니다만, 여타 하이엔드 제조사들의 비슷한 사양의 클래식한 투르비용 제품들(ex. 브레게의 투르비용 엑스트라-플랫 5377나 랑에 운트 죄네의 1815 투르비용 등)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조금 더 낮기 때문에 나름대로 경쟁력도 있는 셈입니다. 무엇보다 L.U.C 컬렉션의 꾸준한 진화를 지켜봐 온 팬이라면 L.U.C 플라잉 T 트윈의 특별한 가치를 단번에 알아볼 것이라 확신합니다.



L.U.C XPS Twist QF

다음으로 자세히 살펴볼 신제품은 L.U.C XPS 트위스트 QF입니다. 그런데 L.U.C XPS 트위스트 QF라는 시계명이 그리 낯설지가 않은데요. 지난 2017년 동명의 로즈 골드 케이스로 첫 선을 보인데 이어, 올해는 화이트 골드 케이스로 선보입니다. 

- 2017년 버전 L.U.C XPS 트위스트 QF (250피스 한정)
- 2019년 버전 L.U.C XPS 트위스트 QF (250피스 한정)

전작 로즈 골드 버전(Ref. 161945-5001)과 눈에 띄는 차이는 케이스 소재뿐만 아니라 다이얼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용돌이 치는 듯한 절묘한 곡선형 패턴과 함께 독자적인 갈바닉 프로세스를 통해 슬레이트 그레이-브라운 컬러 다이얼을 선보인 전작과 달리, 새로운 화이트 골드 버전(Ref. 161945-1001)은 레코드판을 연상시키는 동심원 패턴의 선버스트 다이얼에 아연 도금 처리를 통해 특유의 깊고 그윽한 블루-그레이 컬러를 입혔습니다.


L.U.C XPS 트위스트 QF 시리즈는 이렇듯 다이얼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 포인트입니다. 사실 다이얼 디자인을 고려할 때, 특히 고급 시계 제조사들은 시도할 수 있는 옵션이 그리 많지 않은데요. 왜냐하면 다이얼 컬러가 일반적이지 않거나 소위 너무 튀는 스타일이면 클래식함을 추구하는 고급 시계의 디자인과는 갭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패턴 역시 너무 요란스럽거나 혹은 반대로 너무 단순해도 고급 시계만의 차별화된 느낌을 전달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특정 다이얼 디자인만으로 해당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을 만한 시계가 많지 않은 현실에서 천편일률적이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또 너무 튀지도 않는 쇼파드 L.U.C 라인의 다이얼 디자인은 좋은 참고 사례로 언급할 만합니다.


L.U.C XPS 트위스트 QF의 다이얼은 앞서 보신 투르비용 모델처럼 골드 소재는 아닙니다. 솔리드 골드 다이얼은 일부 컴플리케이션/그랑 컴플리케이션 사양의 모델에만 적용되고, 나머지는 일반 브라스 플레이트에 각종 처리를 통해 다이얼을 완성합니다. 양면으로 각면 처리한 아플리케 타입 아워 마커는 로듐 도금 마감한 스틸 소재를 사용하고, L.U.C 컬렉션 특유의 도핀 퓨제 타입(Dauphine fusée-type) 핸즈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야광도료인 수퍼루미노바 코팅을 생략한 대신, 각 아워 마커와 핸즈는 폴리시드 가공해 가독성을 고려했습니다. 

다이얼 중앙에서 살짝 옆으로 빗겨나 6시~8시 방향 사이에 위치한, 오프-센터 스몰 세컨드 다이얼 역시 L.U.C XPS 트위스트 QF의 유니크한 다이얼 디자인에 한 몫 합니다. 만약 해당 스몰 세컨드 다이얼이 정확히 6시나 9시 방향에 위치했다면 지금과는 또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을 겁니다. 또한 바탕 다이얼과 마찬가지로 동심원 형태를 띠지만 요철이 있게 스네일 마감함으로써 미묘하지만 확실하게 차이를 드러냅니다. 한편 3시 방향의 어퍼처(창)로는 날짜를 표시하는데 데이트 디스크 바탕을 다이얼과 동일하게 블루-그레이 컬러 처리해 너무 날짜창이 도드라져 보이지 않도록 했습니다. 크게 드러나진 않지만 고급 시계다운 섬세한 디테일입니다. 그리고 12시 방향에는 어김없이 L.U.Chopard 로고가 스탬핑 되어 있습니다. 바로 밑에는 퀄리테 플러리에(Qualité Fleurier)가 함께 프린트 되었는데요. 이는 이 시계가 받은 인증 실로, 시계명에 병기한 QF 또한 퀄리테 플러리에를 뜻합니다. 

케이스는 다른 쇼파드 골드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책임 있는 광산 동맹(Alliance for Responsible Mining, ARM)'과의 협약을 통해 그들이 후원하는 소규모 광산업 공동체와 광산업자들이 윤리적으로 채굴하고 관련 페어마인드 인증을 획득한 18K 화이트 골드 소재로 제작되었습니다. 케이스 직경은 40mm이며, 두께는 7.7mm로 역시나 슬림합니다. 시계를 수트에 비유하는 건 다소 억지스럽긴 하지만, L.U.C XPS 트위스트 QF의 날렵한 프로파일과 유무광이 조화를 이룬 단정하면서도 똑 떨어지는 실루엣의 케이스를 보고 있노라면 정확하게 재단된 고급 이탈리안 수트를 떠올리게 합니다. 

여기에 3시가 아닌 4시 방향에 위치한, 다소 일반적이지 않은 크라운의 포지션 또한 시계에 위트를 더하는 요소입니다. 일부 제조사의 다이버 워치 디자인에서 볼 수 있는 유형인데, 고급스러운 드레스 워치에 이런 유형을 접목하니 다이얼에서 강조된 시계 특유의 샤프한 개성이 한층 더 살아나는 느낌입니다.


얇은 케이스 두께가 가능한 것은 아시다시피 무브먼트 덕분입니다. 전작 로즈 골드 버전과 마찬가지로 마이크로 로터 타입의 인하우스 자동 칼리버 L.U.C 96.26-L를 탑재했습니다. 두 겹의 배럴로 구성된 일명 트윈 테크놀로지를 적용해 65시간의 파워리저브를 보장하며, 정밀한 시계의 척도가 되는 스위스 공식 크로노미터 기관(COSC) 인증과 함께 쇼파드 매뉴팩처가 위치한 스위스 플러리에 지방의 품질 인증 재단(Fleurier Quality Foundation, FQF)이 공인하는 하이엔드 무브먼트 인증 실인 퀄리테 플러리에까지 받았습니다. 물론 투명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 고유한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으며, 골드 케이스백 한쪽에는 페어마인드 18K 골드임을 뜻하는 문구와 퀄리테 플러리에(QP) 로고 인그레이빙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편 스트랩은 식물성 염료로 물을 들이고 핸드 스티치 마감한 매트한 블루-그레이 컬러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을 매칭해 다이얼 컬러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룹니다. L.U.C 다른 골드 모델들과 마찬가지로 스트랩 내피까지 앨리게이터 가죽을 덧대 럭셔리함을 극대화합니다. 단, 내피 가죽은 외피와 다른 꼬냑 컬러로 염색했습니다. 참고로 버클은 케이스와 동일하게 페어마인드 인증을 받은 화이트 골드 소재의 핀 버클을 장착했습니다. 

L.U.C XPS 트위스트 QF 화이트 골드 버전 신제품(Ref. 161945-1001)은 전작 로즈 골드 버전과 마찬가지로 총 250피스 한정 제작 선보이는 리미티드 에디션입니다. 국내 출시 가격은 3천 10만 원으로 책정됐습니다. 베이직한 데이트 기능의 모델치고는 가격대가 다소 높은 편이지만, 우아하면서도 유니크한 다이얼과 두 개의 품질 인증을 받은 울트라-씬 자동 무브먼트의 성능과 가치를 헤아리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갑니다. 

지금까지 쇼파드가 올해 자랑스럽게 선보인 두 종의 신제품, L.U.C 플라잉 T 트윈과 L.U.C XPS 트위스트 QF를 통해 브랜드가 추구하는 오뜨 오롤로제리(Haute Horlogerie, 파인 워치메이킹)의 경지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매뉴팩처 최초의 자동 플라잉 투르비용 모델인 L.U.C 플라잉 T 트윈으로 L.U.C 컬렉션만의 묵직한 한 방을 느낄 수 있었다면, 심플하면서도 위트가 넘치는 L.U.C XPS 트위스트 QF 모델을 통해서는 현대의 젊은 시계애호가 및 컬렉터들에게 색다르게 어필하고자 하는 노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전자든 후자든 어느 쪽이든 쇼파드는 모던 젠틀맨에게 필요한 특별한 그 ‘무엇’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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