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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포럼

IWC의 영원한 베스트셀러, 포르투기저 오토매틱 시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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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중에는 호기심을 자아내는 이름이 있죠. 그 하나가 IWC의 포르투기저입(Portugieser)니다. 시계와 무관한 포르투갈 사람이라는 뜻을 지닌 독일어로 이름 지었기 때문인데요. 이제는 IWC를 대표하는 라인이 된 포르투기저의 탄생계기는 흥미롭게도 포르투갈 상인에 의해서입니다. 1930년대 후반, 바다가 없는 스위스 샤프하우젠에 두 명의 포르투갈 상인이 찾아와 IWC의 문을 두드립니다. 비행기가 막 걸음마를 떼고 날개를 펼칠 무렵이라 여전히 대륙에서 대륙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배가 가장 유효한 수단이었고, 특히 교역을 위해 물류를 이동시켜야 하는 상인들에게는 배, 항해는 더욱 중요한 수단이었을 것입니다. 때문에 안전하고 정확한 항해를 위해 예로부터 길잡이 도구였던 정확한 시계가 필요로 했습니다. 상인들은 손목에 착용하여 쉽게 시간을 확인할 수 있으면서 정확성에서는 마린 크로노미터에 필적하는 시계를 만들어 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손목시계 역시 걸음마를 뗀 때라 그들의 요구를 충족할 만큼의 정확성을 지닌 손목시계 무브먼트가 아직 없었습니다. IWC는 완성형이었던 회중시계의 무브먼트를 사용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시계가 당시로서는 오버사이즈 워치인 포르투기저로 시간을 쉽게 확인하기 위한 간결한 다이얼과 정확성을 함께 지니고 있었죠. 

IWC 창립 125주년 포르투기즈 쥬빌리

스몰 포르투기저 Ref. 3531이 실린 당시의 카탈로그

포르투기즈 2000 Ref. 5000
지금과 달리 데이트 윈도우가 없다

어떤 의미에서 별주품 혹은 리미티드 에디션이었던 초기의 포르투기저는 IWC의 정식 라인업에 포함되지 않았다가 1993년 125주년을 맞이하며 부활합니다. 포르투기저 주빌리 에디션으로 부르는 모델로 오리지날을 온전히 재현해냈습니다. 이제 IWC의 팬이라면 꼭 수집해야 할 시계의 하나가 되었는데요. 당시의 뜨거운 반응 덕분인지 1990년대 후반 무렵에 이르러 정식 라인업으로 자리잡습니다. 스몰 포르투기저로 부르는 타임 온리의 Ref. 3531, 라트라팡테인 Ref. 3712와 지금까지 라인업을 지키고 있는 Ref. 3714가 초기 라인업의 일원이었죠. 


새로운 밀레니엄인 2000년을 맞이하며 IWC는 앞으로 펼쳐질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합니다. 인 하우스 무브먼트로 진정한 개성과 매뉴팩처링 능력을 발휘하던 과거를 다시 구축하는 일이죠. 그 시작은 칼리버 5000을 탑재한 포르투기저 5000 Ref. 5000이었습니다. 7일의 파워리저브를 지닌 자동 무브먼트에는 IWC의 독자적인 와인딩 메커니즘인 펠라톤 와인딩 시스템이 부활해 들어있었고, 포르투갈 상인들이 요구에 응해 탑재했던 회중시계처럼 커다란 지름의 엔지니어링에 기반한 남성적인 시계였습니다. Ref. 5000의 등장은 2000년대에 접어들며 시작된 매뉴팩처 부활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고 있었다는 반증이었고,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발표되었던 Ref. 5000은 데이트 기능을 더해 실용성을 강화한 Ref. 5001이 되어 정식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왼쪽 Ref. 5001, 오른쪽 Ref. 5007

2015년 제네바에서 개최된 고급시계 박람회 SIHH에서 그간의 노하우를 축적해 최적화를 이룬 포르투기저 오토매틱 Ref. 5007이 발표됩니다. 다이얼 구성은 최초의 레귤러 모델인 Ref. 5001과 다르지 않습니다. 다이얼 12시 방향에 프린트된 ‘IWC’와 ‘Schaffhausen’의 폰트와 크기 정도를 제외하면 달라진 점을 찾기 어려운데요. 그만큼 최초 디자인의 완성도가 높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3시 방향은 알파벳 C를 시계 반대방향으로 90도 돌려놓은 모양의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 9시 방향은 영구초침이 위치해 대칭을 이루는 구성입니다. 또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와 영구초침의 지름이 비교적 큰 편이기도 한데요. 그래서 부엉이의 얼굴을 연상시켜 부엉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하죠. 6시 방향은 날짜 창으로 다이얼 가장자리에 가깝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들 세 개의 정보 창은 위치가 매우 적절하며 균형있습니다. 이것은 42.3mm의 케이스 지름에 38.2mm에 달하는 커다란 자동 무브먼트를 탑재했기 때문입니다. 케이스 지름 대비 무브먼트의 지름이 작다면 여러 정보가 중심축으로 쏠려있는 배치가 되곤 하죠. 인덱스는 현 포르투기저 라인업에서 두 종류를 사용 중입니다. 하나는 포르투기저 크로노그래프 Ref. 3714의 도트 인덱스와 리뷰의 Ref. 5007을 포함한 다른 포르투기저는 레일웨이(Railway) 인덱스입니다. 도트 혹은 레일웨이 중 하나가 다이얼 가장자리에 배치되어 분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게 해줍니다. 그 안쪽으로는 입체적인 아라빅 인덱스를 배치하며, 숫자 4같은 특징적인 폰트를 사용하고 있어 인덱스만으로도 이 시계가 포르투기저임을 쉽게 드러냅니다. 다이얼은 실버로 빛에 따라 표정 변화가 드러납니다. 매우 강한 광원 아래에서는 하얀색에 가까운 빛깔을 띄다가 어두워지면 회색에 가까운 색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칼리버 52010

무브먼트는 이번 포르투기저 라인의 가장 큰 변화입니다. Ref. 5007은 새로운 칼리버 넘버를 받은 52010를 탑재하며 그 시초인 칼리버 5000(이후 수정된 버전은 50000 시리즈)의 기본을 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부터 싱글 배럴이 아닌 더블 배럴을 사용한 7일 파워리저브로 변경된 점이 도드라집니다. 진동수나 밸런스의 타입 등은 싱글 배럴일 때부터 계속 수정을 가해왔고, 수정된 내용은 칼리버 52010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즉 클래시컬한 스크류 밸런스와 레귤레이터 대신 스크류 타입 웨이트를 단 프리스프렁 방식으로 변했고, 최초 18,000vph의 진동수는 이제 28,800vph로 수직 상승했습니다. 로우 비트(Low Beat)의 느긋함 대신 정확함을 보다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는 효율성을 추구한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또 싱글 배럴에서 더블 배럴을 사용한 이유 역시 이와 같은 측면이라고 하겠습니다.

5000시리즈 무브먼트의 특징 중 하나인 펠라톤 와인딩 시스템. IWC의 아이콘과 같은 두 명의 엔지니어를 칭할 때, 그 중 한명인 알버트 펠라톤이 고안한 독자적인 와인딩 시스템입니다. 로터가 어떤 방향으로 회전하건 관계없이 늘 와인딩 할 수 있는 양방향 와인딩 방식이죠. 로터에 연결된 두 개의 갈고리로 와인딩 휠을 잡아 돌려 태엽을 감으며, 커다란 로터와 어울려 높은 와인딩 효율을 보여줍니다. 이번 칼리버 52010은 갈고리(Pawl), 그와 접촉하는 와인딩 휠을 세라믹 소재로 만들었습니다. 싱글 배럴의 최종버전에서도 갈고리는 화이트 세라믹으로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위치를 변경하고 블랙 세라믹으로 만들어 눈에 띕니다. 이는 갈고리가 휠에 수시로 접촉하는 방식인 것을 고려해 내마모성 향상을 꾀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외에 로터 베어링 역할을 하는 튜브를 세라믹으로 성형해 내마모성과 효율 향상을 추구했습니다. 이렇듯 구성 요소에서 적지 않은 변화가 있지만 고집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브레게 오버코일(헤어스프링)입니다. 플랫 헤어스프링을 기본으로 사용하는 메이커가 많은 요즘이라 비교되는 요소로, 두께를 살짝 증가시키는 것 이외에는 플랫 스프링에 비해 장점만을 가집니다. 특히 아래로 꼬아 내린 형태는 포지션 변화에 더욱 강하며 이것은 좋은 정확성으로 직결되기 때문이죠. 

무브먼트의 디자인은 더블 배럴 사용에 따라 전체가 달라졌습니다. 시스루 백으로 체감할 수 있는 요소는 브릿지 분할을 포함한 브릿지 디자인에 있는데요. 이전 칼리버 5000 시리즈에 비해 달라진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브릿지 없이 일부 부품을 그대로 드러낸 이전 무브먼트와 달리 브릿지로 덮어 분명하게 구획 짓습니다. 또 펠라톤 와인딩 시스템을 덮는 브릿지, 더블 배럴을 덮는 브릿지는 모두 면을 도려내 그 아래의 부품을 일부 드러내 시각적 재미를 주죠. 골드 메달리온을 끼운 로터도 입체적인 디자인을 꾀했고, 무브먼트 전체로 본다면 곡선이 많았던 전과 달리 직선이 도드라집니다. 브릿지의 모서리는 가벼운 앵글라주 처리를 했습니다. 크지 않은 변화라고 할 수 도 있겠지만 이는 이전의 IWC, 그 훨씬 이전과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이기도 합니다. IWC는 설계나 작동하는 부분의 피니시 같은 기능성을 중시했지 코스메틱 피니시를 중시하는 메이커가 아니었으니까요.  

크라운 포지션은 0, 1, 2이며 크라운을 당기지 않은 포지션 0에서 수동 와인딩, 한 칸 당긴 1에서 날짜 변경, 한 칸 더 당긴 2에서 시간 조정입니다. 수동 와인딩은 비교적 매끄러운 느낌을 받으나 이전 싱글 배럴버전이 약간 더 매끄럽습니다. 날짜 변경은 특별한 부분을 느낄 수 없지만, 싱글 배럴과 비교하면 날짜와 날짜의 경계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 변경이 이뤄집니다. 시간 조정은 크라운을 돌리는 대로 바늘이 따라오며, 싱글 배럴버전과 비교하면 더블 배럴의 크라운과 바늘 사이의 직결감이 아주 살짝 더 좋습니다. 

위가 Ref. 5007, 아래가 Ref. 5001

무브먼트의 변화와 함께 케이스에서도 변화를 주었지만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러그의 길이를 기존에 비해 짧게 줄여냈고 측면에서 보면 두께는 더 두터워졌습니다. 이로 인해 같은 케이스 지름으로 얇은 손목에서 더욱 잘 어울리게 되었으며, 평균 손목 두께가 얇은 동양권을 의식한 변화라고 생각됩니다. 이 변화는 스트랩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기존 모델은 긴 러그, 러그 바깥쪽에 위치한 러그 홀로 인해 케이스와 스트랩 사이의 틈을 드러냈지만 이번 Ref. 5007은 짧은 러그, 케이스에 가깝게 위치한 러그 홀을 만들었습니다. 이로 인해 케이스와 가까워진 스트랩을 장착하기 위해 커브드 스프링바를 사용했으며 스트랩이 케이스에 보다 밀착되어 좀 더 고급스럽게 보입니다. 포르투기저 오토매틱은 14.5mm에 달하는 다소 두꺼운 두께라는 시각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케이스 측면의 가운데 부분을 헤어라인 피니시로 처리하는 기법을 사용합니다. 러그에서 이어지는 이 부분은 두꺼워진 러그 만큼 면적이 증가했고, 측면에서 볼 수 있는 유광, 무광, 유광의 샌드위치 구성과 각각의 비율에 따른 균형은 전에 비해 나아졌습니다. 그리고 베젤과 케이스 백은 각각의 끝으로 향할수록 조금씩 지름을 줄이는 방법으로 보다 얇게 보이는 효과를 얻어냈습니다. 케이스의 피니시는 무브먼트와 마찬가지로 크게 과하지 않으나 피부에 상처를 입힐 수 있는 모서리 부분에 대한 마무리는 확실합니다. 측면을 제외한 부분은 전부 유광의 폴리시 가공을 했으며 빛을 받을 때의 하이라이트가 분명합니다. 단적이지만 피니시를 잘 했다고 볼 수 있는 요소죠. 

스트랩은 악어가죽 소재이며 리뷰 모델 같은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케이스는 다이얼 색상과 관계 없이 전부 검정색 악어가죽입니다. 이전에는 블루 인덱스는 인덱스 색상에 맞춰 파란색 스트랩을 기본 제공했던 것과 달라진 부분이죠. 레드 골드 케이스는 전부 브라운 색상의 스트랩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 케이스 색상에 스트랩의 색상을 맞추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버클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디플로이언트 방식이나 디자인을 약간 달리합니다. IWC의 이름대신 ‘Probus Scafusia’로고를 넣어 입체적으로 변모했습니다. 디플로이언트 버클은 탱 버클에 비해 탈착의 용이함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으나, 착용자의 손목 두께와 모양에 따라 좋은 상성 반대로 나쁜 상성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포르투기저 오토매틱의 디자인은 레귤러 에디션이 정착한 Ref.5001의 이후로부터 본격적으로 호평을 받아온 터라 위험을 무릅쓰고 바꿔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대신 착용감, 주력 시장의 상황에 따라 전체의 흐름을 깨지 않는 선에서 약간의 프로포션 변화를 꾀했고 특히 짧아진 러그 길이는 국내 시장에서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리라 봅니다. 무브먼트는 그에 비해 변화가 큰데요. 사실 새로운 무브먼트라고 해도 크게 과하지 않습니다. 변화의 핵심은 정확성을 꾀하기 위한 효율적인 방식의 선택입니다. 첫 포르투기즈 오토매틱이 등장한 2000년 초반에 비하면 늘어난 인기만큼 제품의 생산 숫자도 늘었을 테고, 아무래도 생산 효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요. IWC의 포지셔닝에 따른 생산 철학의 변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착용자가 체감하게 될 부분은 정확성과 와인딩 효율 같은 요소로 아마 만족감이 증가하리라 봅니다. 다만 클래시컬한 로우 비트와 클래시컬한 엔지니어링은 효율성에 의해 다소 엷어진 게 아쉽지만, 전반적인 완성도 측면에서는 보다 향상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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