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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 시계와 스마트워치의 경계를 허물다

조회수 2018. 7. 6. 09: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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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Canalys)에 의하면 2017년 4분기 애플 워치의 판매량은 800만개로 집계된 반면 스위스 시계는 680만개에 그쳤습니다. 애플이 스위스를 누르고 세계 최대의 시계 왕국으로 올라선 겁니다. 전자 기기이자 패션 아이템으로써 스마트워치의 파급력은 상당했습니다. 스마트폰과 함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한 스마트워치는 현대인의 일상 속으로 빠르게 파고들었고, 그 파장은 시계 업계에까지 번졌습니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상반된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했습니다. 한쪽에서는 스마트워치가 커다란 위협이 될 거라고 주장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스마트워치는 기계식 시계의 감성과 예술적 가치를 결코 대체하지 못할 거라고 했습니다. 극명하게 갈린 주장처럼 대응 방안을 놓고도 뚜렷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기존 노선을 고수한 브랜드가 대부분이었지만 진취적인 모험가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스마트워치 제작에 뛰어들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전략을 선회한 경우도 있는가 하면 미지의 영역에 안착한 곳도 하나 둘 씩 생겨났습니다.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후자를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2015년 바젤월드를 통해 첫 번째 스마트워치를 공개했습니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로는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시계의 명칭은 ‘시계의’ 또는 ‘시계에 관한’이라는 뜻의 오롤로지컬(Horological)과 스마트워치(Smartwatch)를 합성한 오롤로지컬 스마트워치였습니다. 오롤로지컬 스마트워치는 일반적인 스마트워치의 틀에서 탈피한 시계였습니다.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터치 스크린 대신 다이얼과 바늘을 채택한 겁니다. 이런 아날로그 방식은 다양한 기능을 활용하는 데 있어 상당한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텍스트나 이미지를 표시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거니와 기껏해야 바늘로 숫자를 가리키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한계가 명확한 정보 전달 방식을 굳이 택한 이유는 스마트워치를 전자 기기가 아닌 시간을 확인하는 도구라는 전통적 관점에서 바라봤기 때문입니다. 매뉴팩처의 길을 걷고 있는 프레드릭 콘스탄트로서는 스위스 워치메이킹의 가치를 놓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그 결과 전통과 최신 기술을 동시에 투영한 시계가 탄생한 겁니다. 

오롤로지컬 스마트워치를 통해 가능성을 타진한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2017년 오롤로지컬 스마트워치 2세대인 노티피(NOTIFY)를 발표합니다. 전작에서 다양한 기능을 표시했던 6시 방향의 서브 다이얼을 없애고 간결한 디자인을 강조했습니다. 새로운 무브먼트를 개발해 성능을 보완한 건 물론이고 배터리 수명도 약 2년에서 4년까지 늘렸습니다. 워치메이커의 시선으로 스마트워치를 바라보는 기조를 유지한 채 개선을 선택한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여성용 모델까지 추가하며 스마트워치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높이려 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올해 세 번째 스마트워치를 출시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존의 공식을 뒤집었습니다.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하이브리드 매뉴팩처를 세계 최초의 3.0 워치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숫자 3.0은 세 가지 기술, 다시 말해 기계식 무브먼트와 스마트워치 그리고 기계식 무브먼트 분석 기능을 의미합니다. 오롤로지컬 스마트워치와 노티피의 뒤를 잇는 3세대 제품임을 암시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시계는이전 세대와는 무관한 제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새로워졌습니다. 스마트워치의 기능을 수행하는 전자 모듈과 기계식 무브먼트를 혼합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세이코의 스프링 드라이브와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스프링 드라이브가 쿼츠 무브먼트의 정확성을 기계식 무브먼트에 이식했다면 하이브리드 매뉴팩처는 두 주체가 각각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이원화에 해당합니다.

- 매뉴팩처 칼리버 FC-750

회로, 코일, 건전지를 포함해 각종 센서, 블루투스 안테나, 인쇄 회로 기판(PCB) 등의 전자 모듈은 다이얼 아래에 숨어있습니다. 반대편에는 기어트레인, 밸런스 휠, 메인스프링 배럴 등 기계식 무브먼트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자리합니다. 이쯤에서 한 가지 의구심이 생깁니다. 전자 장치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에 기계식 무브먼트가 노출됨으로써 성능에 이상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자기장이 발생하는 기어박스를 차폐용 케이스로 덮어 문제를 손쉽게 해결했습니다. 

- 기계식 무브먼트를 자기장으로부터 보호하는 차폐용 케이스의 구조

칼리버 FC-750의 기계식 부분은 시, 분, 초 그리고 날짜 기능을 갖춘 매뉴팩처 셀프와인딩 칼리버 FC-710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시간당 진동수는 28,800vph, 파워리저브는 42시간입니다. 전자 부분에 동력을 공급하는 배터리는 교체식에서 충전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완전히 충전한 배터리의 지속시간은 약 7일입니다.

시계의 외관은 브랜드의 간판인 매뉴팩처 컬렉션의 양식을 따릅니다. 지름 42mm의 케이스로부터 봉긋하게 솟아오른 베젤은 풍성한 입체감의 근원입니다.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를 사용했고, 방수는 수심 50m까지 가능합니다. 바닥을 향해 구부려 손목에 밀착시킨 러그는 착용감을 높여줍니다. 

두툼한 패드를 집어 넣어 볼륨감을 연출한 악어가죽 스트랩은 소가죽을 사용했던 전작보다 한층 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제공합니다. 한쪽 방향으로만 열리는 폴딩 버클은 브랜드를 상징하는 문장을 모티프로 제작했습니다. 

눈에 띄는 변화는 전자 기능을 담당하는 푸시 버튼을 크라운으로부터 분리시켰다는 겁니다. 전작에서는 푸시 버튼을 크라운에 삽입했습니다. 기능적으로 무의미했던 크라운은 구색을 맞추기 위한 상징적인 장식에 불과했죠. 하지만 기계식 무브먼트가 들어있는 하이브리드 매뉴팩처에서는 크라운으로 메인스프링을 감고, 시간과 날짜를 맞출 수 있습니다. 푸시 버튼은 케이스 10시 방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푸시 버튼으로부터 해방된 크라운은 자연스럽게 매뉴팩처 컬렉션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양파 모양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기계식 시계와 스마트워치의 경계를 허무는 디자인 콘셉트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브레게 핸즈와 힘차게 전진하는 초침을 보노라면 스마트워치는 사라지고 기계식 시계만 남습니다. 입체감과 균형감이 공존하는 다이얼은 공들인 흔적이 역력합니다. 미니트 트랙과 로만 인덱스, 클루 드 파리 패턴은 스마트워치에 대한 선입견을 걷어냅니다. 대칭을 이루는 두 개의 서브 다이얼은 역할은 물론 동력원도 다릅니다. 기계식 무브먼트와 연결된 6시 방향의 서브 다이얼은 날짜를, 12시 방향의 서브 다이얼은 다양한 전자 기능을 표시합니다. 

스마트워치의 정체를 숨기고 있는 건 뒷면도 마찬가지입니다. 금빛 로터와 밸런스 휠로 무장한 칼리버 FC-750은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여느 매뉴팩처 칼리버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 전자 기기의 자취를 찾을 수 없습니다. 

- 앱 스토어 또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Hybrid Manufacture' 로 검색하면 애플리케이션을 찾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워치 기능을 이용하려면 앱 스토어나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해야 합니다.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한 뒤 블루투스를 통해 시계와 동기화하고 개인 정보를 입력하면 사용할 준비가 끝납니다. 하이브리드 매뉴팩처의 다양한 기능 중 활용도가 높은 건 사용자의 활동을 추적하고 수면 패턴을 모니터링한 뒤 제공하는 맞춤 코칭 기능입니다. 이동 거리와 걸음 수, 칼로리 소모량을 측정해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하면 사용자는 목표 활동량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해 나가면 됩니다. 또한 시계를 착용하거나 배게 밑에 둔 상태로 잠을 자면 수면 활동과 시간을 기록하고 숙면과 선잠을 분석해 최적의 기상 시간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여행 및 출장이 잦은 사용자를 위한 24시간 듀얼 타임과 월드타임 기능, 분 단위까지 측정 가능한 스톱워치 기능도 갖췄습니다. 이는 다이얼 12시 방향에 있는 서브 다이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든 기능은 케이스 10시 방향의 푸시 버튼으로 조작합니다. 푸시 버튼을 3초간 누르고 있으면 활동과 수면 상태 전환이 가능하며,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계식 무브먼트의 성능을 분석하는 능력은 다른 스마트워치에서는 볼 수 없는 하이브리드 매뉴팩처만의 차별화된 기능입니다. 매일 새벽 4시가 되면 기계식 무브먼트의 오차를 비롯해 진동각과 비트 에러를 자동으로 감지하고, 결과를 알려줍니다. 사용자는 보고서를 바탕으로 시계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단, 확인이 가능할 뿐 자체적으로 보정을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보통의 시계라면 구성품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지만 이번에는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육중한 크기를 자랑하는 거대한 보관함은 와인더와 충전기 역할을 겸합니다. 시계를 거치대에 고정하면 크라운 위에 있는 단자를 통해 배터리가 충전되고, 보관함 뒤쪽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거치대가 회전하며 메인스프링을 감아줍니다. 작은 구멍에서 점등하는 불빛으로 충전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계의 거치대는 분리할 수도 있습니다. 분리한 거치대에 마이크로 USB 케이블을 연결하면 언제 어디서나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습니다. 구성품에는 미국용 110V 플러그와 유럽용 220V 플러그, 국내용 220V 플러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 (왼쪽부터) 다크 그레이와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FC-750DG4H6), 실버 다이얼과 로즈골드 도금 케이스(FC-750MC4H4), 실버 다이얼과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FC-750MC4H6), 네이비 다이얼과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FC-750MCN4H6)

하이브리드 매뉴팩처는 다크 그레이와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490만원대), 실버 다이얼과 로즈골드 도금 케이스(520만원대), 실버 다이얼과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470만원대), 네이비 다이얼과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470만원대)까지 총 네 가지 버전으로 선보입니다. 이중 다크 그레이 모델은 특별히 888개 한정 생산합니다.

같은 주제라 할지라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스위스 워치메이커가 만든 스마트워치가 애플의 그것과 다르듯이 말입니다.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하이브리드 매뉴팩처에서 개선을 넘어 진화를 이뤄냈습니다. 기계식 무브먼트와 스마트워치의 융합이라는 전인미답의 길을 개척한 겁니다. 스마트워치에 대한 거부감도 어느 정도 해소해 기계식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척에 있는 정통 기계식 시계와 스마트워치. 그 중심에 하이브리드 매뉴팩처가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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