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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시계업계의 자성을 촉구하는 한 독립 시계 브랜드의 사자후

조회수 2018. 1. 11. 17: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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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독립 시계제조사 H. 모저 앤 씨(H. Moser & Cie.)가 제네바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 개막을 앞두고 전혀 예상치 못한 뜻밖의 신제품을 공개했습니다. 다소 거창한 이름이 붙은 스위스 아이콘스 워치(Swiss Icons Watch)가 그것인데요.


2016년 애플 워치를 저격한 스위스 알프 워치(Swiss Alp Watch)를 필두로, 2017년 스위스 치즈를 케이스 소재로 활용한 스위스 매드 워치(Swiss Mad Watch)에 이어, 2018년에는 스위스 시계업계의 역사적인 선견자들에 헌정하는 의미를 담은 스위스 아이콘스 워치를 선보인 것입니다. 

그런데 시계의 외관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오데마 피게의 로열 오크를 연상시키는 팔각형 베젤에, 롤렉스의 GMT-마스터 II와 흡사한 '펩시' 스타일 베젤 인서트, 위블로의 빅뱅을 떠올리게 하는 케이스 디자인과 H-스크류, 파네라이의 루미노르 혹은 까르띠에의 발롱 블루를 연상시키는 크라운 가드, 파텍필립의 노틸러스를 닮은 블루 버티컬 스탬핑 다이얼에 IWC를 연상시키는 이니셜 로고와 샤프하우젠 프린트, 더불어 샌드위치 구조는 영락없이 파네라이를 연상시키며, 블루 핸즈는 브레게를, 다이얼 6시 방향에 위치한 투르비용 브릿지 형태는 또 지라드 페리고의 골든 브릿지를 닮았습니다. 이 기괴한(?) 조합만 보더라도 이 시계가 일반적인 종류는 아님을 간파할 수 있는데요. 여러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디테일을 조합해 역으로 현 시계업계의 현실을 의도적으로 비꼬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관련해 H. 모저 앤 씨 CEO 에드워드 메일란(Edouard Meylan)은 “작금의 여러 브랜드들, 심지어 역사적인 브랜드들조차 새로운 제품을 창조하려는 노력보다는 인공적인 과대 광고로 대체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거창한 행사를 열어 그들의 노력을 강화하고 시계 제조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홍보대사들에게 막대한 돈을 지불하는 것, 이러한 전략들은 교묘한 속임수 역할을 하는 술책일 뿐이다. 이 모든 것은 누가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지, 누가 가장 유명한 연예인 홍보대사를 갖고 있는지, 누가 가장 많은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는지 등을 경쟁하는 것으로 소급되지만, 결국 이러한 노력들은 허사가 되고, 본질적인 것은 제품과 관련된 다른 곳에 있게 마련이다. 우리는 우리의 창의성을 보여줘야 하고 제품에 다시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다시금 현실로 돌아와서, 소매를 걷어 올리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들을 창출해야만 한다. 이것이야말로 ‘스위스 메이드’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H. 모저 앤 씨는 ‘Make Swiss Made great again(스위스 메이드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를 브랜드 슬로건처럼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이얼에 브랜드 로고, 하다 못해 스위스 메이드 프린트를 넣지 않아도 자신들의 시계는 100% 스위스 메이드로 제작된다는 자부심이 담긴 마케팅적 표현이자, 겉으로는(또는 법적으로는) 스위스 메이드로 포장하지만 기실 대다수의 부품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비양심적인 브랜드들에 일종의 경각심을 주기 위한 모저식의 위트를 엿볼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발표한 스위스 매드 워치와 올해 선보인 스위스 아이콘스 워치는 제품 개발과 관련한 창조적인 노력은 게을리하면서 유명 브랜드의 역사적인 창조물을 간단히 카피하고, 오로지 마케팅에만 열을 올리는 현 시계업계의 풍토를 이례적인 유니크 피스를 통해 비판하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하겠습니다. H. 모저 앤 씨가 사전 공개한 관련 영상 속에서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 한스 빌스도르프, 제랄드 젠타와 같은 시계사에 길이 남을 선구적인 인물들을 먼저 소개한 것도 이들이 추구한 독창성과 창의성이 현 세대에는 부족하다는 자성과 함께, H. 모저 앤 씨가 그러한 창조의 DNA를 잇겠다는 의지를 나름대로 표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 브랜드의 특징적인 디테일을 한데 조합한 이색적인 신작 스위스 아이콘스 워치(Ref. 3804-1200)에는 한편, ‘프랑켄슈타인 오마주 워치’라는 부제도 뒤따르고 있습니다. 19세기 괴기소설 속에 등장하는 프랑켄슈타인처럼 여러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결합했지만 정통적이지 않은 사생아와 같은 결실임을 자인하고 있는 셈입니다. 케이스 및 브레이슬릿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되었으며, 케이스 지름은 43mm, 두께는 12.6mm, 무브먼트는 분당 1회전하는 플라잉 투르비용을 갖춘 인하우스 자동 HMC 804 칼리버를 탑재했습니다(진동수 3헤르츠, 파워리저브 약 3일). 앞서 강조했듯 스위스 아이콘스 워치는 단 1피스 제작된 유니크 피스이며, 오는 SIHH 2018 현장에서 처음으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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