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2M'이 멀티 클래스, 클래스 뽑기로 얻은 것과 잃은 것

조회수 2019. 12. 20. 13: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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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TIG 게임연구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작성됐습니다. 게임연구소는 게임이나 개발, 산업 등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리니지2M>이 여러 의미에서 화제다. 지난 11월 27일 출시된 게임은 전작인 <리니지M>이 2년여 간 차지하던 매출 1위라는 왕좌를 출시 1주일도 안 돼 빼앗았다. 게임은 보름 넘게 이 자리를 유지하며 왕위 계승을 공고히 했다.

 

하지만 이런 상업적인 성공 이면에는 많은 논란이 함께하고 있다. 원작 <리니지2>완 다른 게임성, <리니지M>식 유료 모델 등 많은 논란이 있지만, 가장 논란이 큰 것은 클래스 뽑기로 대표되는 '멀티 클래스' 시스템이다.

 

RPG, 특히 내가 주인공이 되는 방식의 RPG에서 클래스와 전직은 내 플레이 경험을 좌우하는 틀이자 내 노력의 성과, 나를 증명하는 상징과도 같다. 이런 상징이 언제든 바꿀 수 있고, 이를 유료 뽑기로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유저들이 거부감을 표했다. 특히 이 시스템은 <리니지2M>이 오픈한 뒤에야 밝혀져 충격이 더 컸다. 

 

RPG를 20년 넘게 만든 엔씨소프트도 이런 위험성을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엔씨소프트는 이런 반발을 무릅쓰고 이런 시스템을 만든 것일까? 이걸로 뭘 얻으려 했고, 이로 인해 뭘 잃게 됐을까? <리니지2M> 멀티 클래스 시스템으로 인한 득과 실을 정리했다. 

 

 

시스템을 잘 모르는 이들을 위해 간단 설명. <리니지2M>의 클래스는 일반적인 RPG처럼 유저가 특정 클래스나 계열에 종속되는 방식이 아니다. 

 

물론 유저가 처음에 특정 클래스를 선택하고 캐릭터가 성장함에 따라 해당 클래스의 상위직이 해금되긴 하지만, 이와 별개로 유저는 유료/게임머니 뽑기를 통해 다양한 클래스를 얻을 수 있고, 언제든 자유롭게 전직할 수 있다. 한손검 계열 직업을 키우던 유저가 지팡이 계열로 바꿀 수 있고, 운 좋게 상위직을 얻었다면 초반부터 이걸로 전직해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전투 중에도 전직이 가능할 정도로 클래스 변경이 자유롭다. 

 

각 클래스는 저마다 고유한 추가 능력치와 공격/시전속도 보정, (희귀 등급 이상부턴) 특화 스킬을 가지고 있다. 전직을 하면 해당 클래스의 능력이 캐릭터의 고유 능력치에 덧씌워지는 방식이다. 클래스가 바뀌더라도 캐릭터의 기본 능력치나 아이템은 바뀌지 않는다. (단, 클래스마다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다르고, 영향받는 능력치가 다를 순 있다)

 

전직의 형태를 띄고 있긴 하지만, 시스템적으로 보면 캐릭터에게 덮어 씌우는 장비나 스킨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만약 <리니지M>을 해 본 유저라면 '변신 시스템'이 멀티 클래스로 변주됐다고 이해되면 편하다. (실제로 게임에서 주는 효과도 변신 시스템과 상당부분 겹친다)

 

이 시스템이 오픈과 함께 공개되자 많은 유저들이 반발했다.

 

 

 

# 대중의 '감성'을 저버리다. 멀티 클래스를 통해 잃은 것

 

1. 클래스라는 성역에 좌판(BM)이 깔리다

 

처음에 짧게 말했지만, RPG 유저에게 클래스는 내가 게임을 하며 얻는 경험을 정의하는 틀이자, 나와 나의 역할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또한 보통 수직적인 성장을 지향하는 RPG에서 전직·상위직은 나 자신의 노력을 통해 쟁취하는 요소고, 그렇기에 나의 노력과 위치를 알리는 증명과도 같다. 이것은 전통적인 RPG 유저라면 대부분이 가지고 있을 인식이다.

 

이런 장치에 '유료 뽑기'라는 게임 외적인 요소, 너무도 현실적인 요소가 침범했다. 스포츠에 비유하자면 나는 갖은 노력 끝에 몸 만들어 링 위에 올라갔는데, 앞에 온갖 시술로 몸을 '만들어낸' 사람이 링에 올라온 것과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링 위에서의 결과는 십중팔구 시술 받은 측이 이기는 그림이고. 모바일 RPG에서 비슷한 그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ex: 장비 뽑기, VIP 등), 이게 '클래스'에까지 확대된 것은 <리니지2M>이 처음이다. 

 

RPG 유저들 입장에선 얼마 남지 않은 성장과 노력의 상징에 돈·현실이 침범한 데다가, 하필이면 그게 '클래스'라는 상징성 큰 요소였다. 유저들의 반발이 없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상황이다. 

 

물론 개발진은 처음 선택한 클래스에 한해 특정 레벨에 다다를 때마다 상위 전직이 해금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넣긴 했다. 하지만 이 부분은 클래스 뽑기가 준 충격성, 그리고 전직 트리보다 클래스 뽑기가 더 부각되는 UX 때문에 여론에 의미 있는 변화를 주진 못했다. 

 

그리고 이것은 <리니지2M>을 대중에게 '클래스도 뽑아야 하는 게임'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2. '리니지' 시리즈와 '클래스 뽑기'가 만나 더 커진 스트레스

 

클래스와 뽑기, 리니지 시리즈의 만남은 유저(특히 다수의 무·소과금 유저들)의 스트레스를 더 높였다.

 

일단 클래스와 뽑기의 만남 자체가 스트레스가 클 수밖에 없는 조합이다. RPG 장르에서 클래스는 내가 그 게임을 하며 겪을 '경험'을 정하는 틀이다. 즉, 유저들이 보기에 클래스 뽑기라는 시스템은 뽑기 결과에 따라 원치 않는 플레이 경험을 강요받을 수도 있다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처음 선택한 클래스에 한해 상위 전직이 해금되는 안전장치가 있긴 하지만, 이것 만으론 뽑기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나 피해 의식을 100% 케어하긴 힘들다. 예를 들어 나는 이도류 영웅·전설 클래스를 얻고 싶어 뽑기를 했는데 원하는 등급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어차피 레벨 올려 얻을 수 있으니까 괜찮아'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영웅·전설 등급 클래스를 얻었는데, 그게 내가 원치 않는 계열일 때도 문제다. 멀티 클래스 시스템 덕에 유저가 언제든 다른 직업으로 바꿀 수 있다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경험하고 싶은 클래스를 포기할 사람은 많지 않다. 단검 계열을 키우고 싶은 유저가 오브(사제) 계열 영웅 직업을 얻었다고 그걸 좋아할 수 있을까? 오브 계열로 전환하면 내가 플레이하고 싶은 경험과 멀어지고, 그렇다고 선택 안하면 영웅 클래스가 날아간 것 같은 기분일 것이다.

 

이런 딜레마는 필드 PK가 자유롭고 승자 독식이 자연스러운 '리니지' 시리즈이기에 더욱 커진다. 유저는 자기가 강한 것을 가지고 시작하는게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이런 '현실' 때문에 자신의 취향을 포기해야 한다고 느낄 수도 있으니까.

 

마법사를 하고 싶었는데, 뽑기에서 칼 든 까까머리 남캐가 나왔다면…?

 

조금 다른 얘기지만, 클래스 뽑기 관련 반감은 클래스를 상품으로 만들었다는 것 외에도 <리니지M>의 변신 시스템이 '또' 나왔다는 것 때문에 생긴 것도 존재한다. 리니지 시리즈(주로 리니지M)를 잘 아는 이들이 가지는 반감이다.

 

<리니지M>의 변신 시스템은 게임을 2년여간 구글 매출 1위를 차지하게 한 주요 동력이지만, 유저 입장에선 그만큼 피로도 높은 유료 모델이었다. 제대로 된 변신이 없으면 게임을 쾌적하게 하기 힘든 반면, 이것을 얻기엔 너무도 낮은 확률을 뚫어야 했기 때문이다. 설사 높은 등급을 얻어도 내 클래스와 맞지 않으면 효율이 크게 떨어지기까지 했고.

 

이런 경험을 한 사람에게 멀티 클래스 시스템은 이게 이후 게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와 별개로, <리니지M> 변신 시스템의 변주라는 것만으로도 반감을 표하기 충분했다. 전작에서 스트레스 받았던 요소가 다시 한 번 부활한 셈이니까.

 

<리니지M>의 흥행과 비판(…)을 같이 책임졌던 변신 뽑기

 

 

3. 클래스 개성이 핵심인 리니지2 IP와 만났기에 나올 수밖에 없었던 반발

 

클래스가 전통적인 의미보단 (언제든 다른 직업으로 바꿀 수 있어) 장비(?)에 가깝다 보니 클래스 자체에 대한 애착이 떨어진다는 것도 단점 중 하나다. 물론 이 반대 급부로 계정, 캐릭터 자체에 대한 애착은 올라갔지만, 문제는 이 게임의 원작이 <리니지2>라는 점이었다.

 

원작 <리니지2>는 출시 당시 국내엔 흔치 않은 파티플레이 위주 게임이었다. 탱커/딜러/버퍼/소환/제작 등 클래스의 개성이 다양하고 또 확고했다. 여기에 더해 같은 클래스라도 종족 별로 성능이 달라 굉장히 다양한 조합이 가능했고 각 결과물(종족+클래스)에 대한 유저들의 애정도 강한 게임이었다. (최소한 각성 클래스 업데이트 전까진)

 

원작 팬들은 이런 요소를 기대했지만, 오픈 이후 드러난 것은 원작보다 클래스 판타지는 약화되고, 다른 계열로 전직할 수도 있고, 클래스가 유료 상품까지 된 후속작이었다. 원작에 대한 애착이 강할수록 거부감이 들기 쉬운 상황이다. 

 

중간 정리를 하면 <리니지2M>의 멀티 클래스 시스템은 개발진의 의도와 별개로 RPG 유저나 <리니지2> 팬들의 반감을 사기 좋은 이슈였다. 이게 대부분의 유저들이 싫어하는 유료 모델인 '뽑기'와 결합됐다는 면에서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게임사는 이 과정에서 유저들의 감성적인 면을 케어하지 않았거나 못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막대한 반발과 비난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는 <리니지2>에 대한 분석 같은 기회조차 날리고, 게임 자체를 일종의 악(惡)으로 못박는 효과까지 만들었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리니지2>의 클래스와 지금 <리니지2M> 클래스 사이에서는 너무나 큰 간극이 있다. 이미지는 <리니지2> 메인 아트 중 하나.

 

 

# 개발진은 멀티 클래스를 통해 뭘 얻으려 한 것일까?

 

게임에 어떤 시스템을 추가한다는 것은 그로 인해 뭘 얻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말과 같다. 그게 기존에 없거나 보기 힘든 시스템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리니지2M> 개발진은 멀티 클래스라는 기존에 보기 힘들었던 시스템을 통해 어떤 효과를 얻고자 한 것일까?

 

뽑기 같은 상업적인 요소를 제외하고, 멀티 클래스라는 시스템 자체에 집중하면 아래와 같이 정리된다.

 

 

1. 자유로운 전직이 만들 수 있는 스킬 조합의 다양성

 

가장 먼저 연상할 수 있는 것은 유저가 모든 직업 스킬을 배울 수 있게 돼 가능한 '다양한 스킬 조합'이다. 유저는 <리니지2M>에서 클레스 제약 없이, (구할 수만 있으면) 모든 직업 스킬을 전투에 사용할 수 있다. 이론상 한 캐릭터가 모든 계열의 직업을 가지고 모든 직업 스킬을 배울 수 있는 구조, 전투 중에도 자유롭게 클래스를 바꿀 수 있는 구조 덕에 가능한 이점이다.

 

예를 들어 원거리에서 마법을 쓰던 유저가 적이 다가오자 단검 계열로 바꿔 은신으로 자리를 피하거나, 이도류 클래스의 파티 버프를 자신에게 시전한 후 튼튼한 한손검 클래스로 직업을 바꿔 전선에 뛰어드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상위권 유저들의 PvP에서는 클래스 변경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같은 수준이라도 실제로 발휘할 수 있는 전투력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플레이를 용이하게 하기 위함인지, 게임의 능력치/아이템 구조도 유사한 계열 간에는 큰 손해 없이 활용할 수 있게끔 디자인됐다. '근접 캐릭터는 힘, 캐스터 계열은 지능' 같은 식으로 통일된 주요 능력치(궁수 계열은 미해당), 클래스 제한 같은 것 없이 누구나 걸칠 수 있는 방어구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캐릭터의 능력치도 유료 상품이나 (한정된 기회지만) 인게임 퀘스트·이벤트 보상을 통해 초기화하는 게 가능.

 

덕분에 유저는 (해당 계열 직업과 스킬만 가지고 있다면) 부담없이, 자유롭게 직업을 바꿔가며 보다 다양한 선택지를 고를 수 있다. 클래스 구분을 허물려는 시도가 <리니지2M>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한 캐릭터가 모든 계열 스킬을 배울 수 있고 또 전직도 부담 없이 자유롭게 할 정도로 선택의 폭을 넓힌 사례는 거의 없었다.

 

스킬창 인터페이스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한 캐릭터가 모든 직업 스킬을 익힐 수 있다

 

 

2. 자유로운 클래스 변경이 만든 성장/파티플레이의 용이성

 

클래스 변경이 자유로운 시스템은 성장 과정에서 일부 파티플레이 지향 클래스가 겪을 어려움을 줄이고, 또 유저 간 협력을 보다 유연하게 만드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게임에서 사냥 속도가 느린 오브 계열 직업을 선택한 유저들이 솔로잉을 할 때는 주요 능력치가 비슷한 지팡이(마법사) 계열로 전직해 사냥하고, 보스 사냥 같이 협동이 필요할 때는 메인 직업을 플레이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어떤 근접 클래스 유저들은 사냥터에 사람이 너무 많을 때, (주요 능력치가 호환되지 않는데도) 활 계열 클래스로 직업을 바꿔 퀘스트 조건만 빨리 완료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직업 변경이 자유로운 덕에, 유저들이 직업을 바꾸며 특정 직업의 약점은 보완하고 각 직업의 강점만 취할 수 있는 구조다.

 

만약 다른 클래스에도 투자한 유저라면, 동료들과 파티플레이를 할 때 파티 상태에 따라 클래스를 유연하게 맞춰 가는 것도 가능하다. 파티에 오브 계열이 필요하다면 다른 유저를 찾거나 부캐릭터로 접속하는 게 아니라, 그룹 힐이나 아케인 실드 같은 오브 계열의 핵심 스킬을 익힌 유저가 그 자리에서 바로 전직해 그 역할을 대신하는 식이다. 

 

물론 지금은 이렇게 할 수 있는 유저가 많진 않겠지만, 게임이 조금 더 오래 서비스되거나 이미 게임에 투자를 많이 한 유저가 있다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광경이다. 

 

이런 효과들은 클래스 경험 자체를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거부감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이지만, 클래스를 '도구'로 받아들인다면 게임이 보다 편하고 풍부해지는 효과를 가져온다. 

 

근접/마법 계열 직업은 비슷한 능력치를 올리는 경우가 많다. 힘을 올리는 한손검/단검/이도류, 지능 올리는 오브/지팡이 같은 식으로.

 

 

3. 수직적 성장이 힘들어질 때, '수평적 성장'을 추구할 수 있는 구조

 

수직적 성장이 일상적인 RPG 장르에서 멀티 클래스를 활용한 '수평적 성장'을 추구할 수 있게 됐다는 것도 특기할 만하다. 레벨 업이나 능력치 상승 같이 캐릭터 자체의 전투력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계열 직업 스킬이나 그쪽에 맞는 장비를 갖춰 캐릭터의 쓸모를 '넓히는' 방식의 성장 말이다.

 

이것은 리니지 시리즈처럼 수직적인 성장의 한계가 빨리 오는 게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리니지 시리즈는 캐릭터의 전투력 성장이 더디고 필드/몬스터 난이도를 높게 설정한 대신, 수치 하나 하나의 중요성을 높여 유저가 성장했을 때의 쾌감을 극대화하는 유형의 게임이다.

 

이 방식은 기본적으로 힘든 성장과 높은 난이도를 전재로 하기 때문에, 캐릭터가 강할수록 다음 단계에 이르기 힘들어지고 이에 따라 점점 성장의 재미를 느끼기 힘들어지는 부작용이 생기기 쉽다. 특히 리니지 시리즈처럼 아이템 종류가 적어 성장이 강화 같은 '확률'에 좌우되는 게임은 이 위험이 더 크다. 다른 게임이라면 보통 이 단계에서 부캐릭터를 키우기도 하지만, 리니지 시리즈 같은 게임은 성장 과정의 어려움 때문에 이 결정도 스트레스를 감수해야 한다.

 

<리니지M> 스크린샷

 

하지만 멀티 클래스 시스템이 추가됨으로 인해 이런 위험성이 상당 부분 완화됐다. 주력 클래스의 수직적 성장이 답보 상태일 때, 다른 계열로 바꿔 내 캐릭터의 '쓸모'를 넓히는 식의 수평적 성장이 쉬워진 것. 캐릭터의 쓸모가 많아진다는 것은 MMORPG처럼 커뮤니티에서 내 존재를 증명받는 것이 중요한 장르에서 의미 있는 강점이다. 

 

또한 클래스 변경 방식의 수평적 성장은 내 캐릭터의 레벨과 능력치, 장비 등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부캐릭터를 육성하는 것에 비해 유저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강점도 있다. 만약 전직한 직업이 유사한 계열(ex: 오브에서 지팡이, 이도류에서 단검)이라면 이러한 부담은 더 적어지는 편.

 

이는 당장은 드러나기 힘들지만, 게임의 서비스가 오래되고 유저들의 성장이 느려졌을 때 빛을 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4. '리니지M에 비해' 적은 뽑기 스트레스

 

상업적인 부분이지만, 멀티 클래스 시스템이 만든 뽑기 스트레스 완화 효과도 짚어볼 만하다. 오해가 있을까봐 덧붙이자면, 어디까지나 <리니지M>에 비해 뽑기 스트레스가 완화됐다는 얘기다.

 

<리니지M>이나 유사한 게임들은 뽑기 자체의 낮은 확률과 별개로, 좋은 것을 얻어도 내 직업에 맞지 않는 게 나오면 사실상 의미가 없는 일이 많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리니지M>에서 기사를 키우는 유저가 마법사에 특화된 변신이나 마법인형(일종의 펫)을 얻는다면 마법사가 그것을 얻었을 때에 비해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부캐릭터로 마법사를 새로 만들지 않는 이상 좋은 것을 뽑은 의미가 없는 셈. 사람에 따라선 돈 쓰고 아무것도 못 얻은 것보다, 이렇게 의미 없는 것 얻은 걸 더 싫어하기도 한다. (이것 때문에 좋은 것 얻을 기회를 날렸다는 심리)

 

<리니지M> 스크린샷

 

<리니지2M>은 이 문제를 멀티 클래스 시스템을 통해 상당부분 완화했다. 일단 마법인형에 해당하는 클래스 뽑기 자체가 전직 개념이기 때문에 아예 계열을 바꿔 이득을 바로 볼 수도 있다. 앞서 얘기했듯이 부캐릭터를 만드는 것보다 투자할 것도 훨씬 적다. 이는 아가시온(리니지M의 마법인형과 같은 개념)이나 무기, 스킬의 경우에도 적용된다. 

 

만약 해당 계열에 대한 니즈가 없더라도, 추후 마음이 변했을 때 부캐릭터를 만들어 처음부터 키우는 것보다 내 레벨이나 자산을 유지한 채 전직만 하면 된다는 편의성도 강점이다.

 

물론 이 요소는 무·소과금 유저나 보스 사냥에 시간을 투자하기 힘든 유저들에겐 큰 의미가 없지만, 반대로 이른바 핵과금 유저들이나 하드코어 유저들에게는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의 투자가 여러 캐릭터(≒ 부캐릭터)에 분산되는 게 아니라 메인 캐릭터 하나에 귀속되고 (리니지M 등에 비해) 다른 클래스를 할 때 부담이 적기 때문에, 오히려 유저들이 지갑을 더 쉽게 열 수 있다는 강점도 존재한다. 

 

적어도 <리니지M>이나 유사한 게임들에게는 비교 우위를 가지는 부분이다. 

 

 

 

# 정리

 

RPG가 부분유료화, 모바일화되며 많은 요소들이 '상품'화됐다. <리니지2M>의 멀티 클래스는 직업을 유료 모델과 결합해(클래스 뽑기) RPG 유저들이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선을 또 한 번 넘은 사례다. 

 

'클래스'가 RPG 유저들, 원작 <리니지2> 유저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리니지2M>의 멀티 클래스는 유저들의 감성적인 면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출시 초기부터 지금까지 <리니지2M>을 둘러싼 대중의 여론이 이를 증명한다.

 

다만 감성적인 면, 그리고 사업적인 면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멀티 클래스' 자체만 본다면 시의적절한 클래스 변경이나, 클래스에 구애받지 않는 스킬 조합 등으로 플레이 편의성과 다양성을 넓히는 장치로 볼 수 있다. (물론 이는 유저가 클래스라는 장치가 가진 네러티브를 염두에 두지 않고, 클래스를 순수하게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다)

 

이러한 면이 드러나지 않는 것은 클래스 뽑기의 충격성과 대중의 감성을 고려하지 않은 시스템 공개, 그리고 이 시스템이 당장은 대다수의 무·소과금 유저가 아니라, 하드코어 유저나 핵과금 유저들에게 (사실상) 먼저 혜택이 제공되기 때문일 것이다. (뽑기 스트레스 뿐만 아니라, 스킬 조합의 다양성이나 유연한 파티 플레이 등 대부분의 강점이 하드코어·핵과금 유저들이 먼저 체험할 수 있는 혜택이다)

 

이러한 것들을 종합하면, <리니지2M>의 멀티 클래스는 시스템이 게임 내에서 작동하는 것과 별개로, 이것을 '전달'하는데 있어선 전통적인 RPG 유저보단 <리니지>나 <리니지M> 등에 익숙한 유저들을 노골적으로 노렸다고 풀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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