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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M' 따라붙은 'V4'의 흥행이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

조회수 2019. 11. 25. 12: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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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들여다봐야 알 수 있는 이 게임의 진짜 노림수

출시 2주째, <V4>는 이제는 얼마나 유지되고 있는지 세는 것도 지겨운 1위 <리니지M>을 바싹 뒤쫓고 있다. 순위에 반영되지 않았을 뿐 <리니지M>의 매출을 순간적으로 넘겼거나, 사실상 근접하다는 소문도 간간히 들려온다. 소문과 무관하게, <V4>는 어쨌든 양대 마켓 매출 순위 2위를 며칠째 지키며 넥슨이 그토록 기다려왔던 ‘대박’의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많은 업계인들이 <V4>의 흥행에 조심스러웠다. ‘커맨더 모드’나 ‘인터서버’ 같이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가 있기는 했지만,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각종 행사를 통해 보여준 모습도 이른바 ‘양산형 모바일 MMORPG’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고, 무엇보다, 그 뒤에는 <리니지2M>이라는 대형 신인(?)이 데뷔를 기다리고(11월 27일)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V4>는 달랐다. 달랐기에 2위를 찍었고, 열흘 가까이 그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V4>의 노림수, 그 키워드는 바로 ‘흡수’였다.

 


 

 

# <V4>에게서 익숙한 게임의 향기가 난다

 

넷게임즈의 <V4>는 넥슨에게 꽤나 중요한 게임이다. 회사는 안팎으로 시끄러웠고, 이런 현상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라는 것이 있다. 분위기는 적당히 매출을 내는 평범한 게임, ‘안타’로는 반전되지 않는다. <V4>의 ‘대박’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V4>홍보 영상 캡처.

 

하지만 <리니지M>으로 역사에 남을 대박을 친 엔씨소프트의 신작, <리니지2M>이 떡하니 기다리고 있는 상황. <V4>는 ‘같은’ 모바일 MMORPG로서 <리니지2M>과 경쟁하게 될 것이 뻔했고, 그 흥행에 대해선 누구라도 입이 조심스러워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약 한 달의 시차에 불과하긴 했지만, 트레일러 공개, 사전 예약 등 마케팅 단계에서도 <V4>는 항상 <리니지2M>보다 (의도한 것처럼) 앞서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공개된 <V4>에서, 우리는 익숙한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탈것, 소환수, 동료 등 각종 ‘뽑기’ 요소가 있었고, 이들은 캐릭터 성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 가장 좋은 탈것인 ‘황혼의 고룡’은 공격속도 100%, 치명타 1000, 치명타 피해 30%라는 강력한 효과로 무장하고 있었고, 스트리머들은 뽑기 방송을 했다. 거기에 무제한 PvP를 암시하는 ‘무법지대’의 존재까지, <V4>가 만들어내는 풍경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았다. 

 

<V4>의 탈것 소환(뽑기). 

 

길게 말할 것 없이, <V4>는 <리니지M>의 과금 모델을 가지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금액과 구조였다. <V4>의 ‘탈 것 소환’은 <리니지M>의 ‘변신 뽑기’에 해당한다. 변신 뽑기는 2가지 차원에서 플레이어 캐릭터를 강화하는데, 하나는 일정한 카드의 모음(컬렉션)을 보유하는 것만으로 적용되는 효과, 또 하나는 카드를 사용해 변신을 해서 얻는 효과다. 그런데 <V4>에는 전자가 없다. 뿐만 아니라 탈것의 등록 효과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최초 공개된 것에 비해 약화된 상태로 나왔다. 마치 <리니지M>의 상대적 염가 버전처럼 보이는 <V4>의 과금 모델, 도대체 무슨 의도일까?

 

 

# ‘리니지류’ 게임과 ‘순한 맛’들 

 

이른바 ‘리니지류’ 게임에서 중요한 것은 2가지다. ‘강한 자’가 이긴다. 그리고 ‘더 쓴 자’가 강하다. 이런 단순한 구조는 경쟁을 유도하는 게임 내 시스템(고정된 사냥터 효율, 한정된 재화, 영지로 대변되는 소수 집단 특권 등), 그리고 그런 성향을 가진 다수의 유저들로 구성된 마초적인 커뮤니티와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리니지M>의 거래소. 

 

먼저 강조하자면, 이 글의 목적은 이들의 판매/구매 행위가 윤리적으로 정당한가 아닌가에 대해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독자 여러분이 그들을 뭐라고 부르든, 그저 그러한 시장, 타겟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산업 전체에서 큰 지분을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지적하고자 함이다.

 

사실 <리니지M> 형태의 과금 모델을 가진 게임은 <V4>가 처음이 아니다. <에오스 레드>나 <로한M> 등도 ‘리니지류’ 게임을 지향했다. 실제로 <리니지M>을 주로 방송하는 스트리머들이 위 두 게임을 같이 하는 광경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본진’인 <리니지M>을 두고 탈출을 꿈꾸는가?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바로 ‘유지비’다.

 

아프리카TV 게임 카테고리 캡처. 

  

Pay-to-Win(이하 P2W) 구조를 가진 MMORPG의 특징 중 하나는 게임 내 경제 인플레이션을 조절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같이 전통적인 과금 모델(정액제, 패키지 등)을 가진 게임의 경우 ‘확장팩’이나 ‘시즌패스’ 같은 형태로 경제를 ‘초기화’해 상대적으로 쉽게 인플레이션을 해소할 수 있다. 이러한 경제 초기화/인플레이션 해소가 중요한 이유는 크게 2가지로, 하나는 이미 고착화된 상위권 유저들에게 플레이 동기를 불어넣고 새 ‘놀잇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며, 또 하나는 후발 주자(신규, 복귀 유저)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P2W 게임에서는 이게 쉽지 않다. 초기화의 대상이 될 게임 내 재화가 실제 고객들의 현금에서 비롯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게임들의 추가 콘텐츠에는 언제나 ‘더 비싼 상품’이나 새로운 성장 구조(필연적으로 현금 지불로 연결되는)가 포함될 수밖에 없다.

 

각종 패키지 상품은 결국 캐릭터의 스펙과 연결된다.

 

여전히 ‘더 지불해’ 강해지고 싶은 사람들은 추가로 상품을 구매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떠나겠지만, 어쨌든 매출은 발생한다. 게임의 유저 수는 곧 수명과 직결되므로, 이런 식의 콘텐츠 추가가 도를 넘어서면 ‘배를 갈랐다’라는 표현도 쓰인다.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듯, 미래를 팔아 수익을 얻는다는 뜻이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유저간 경쟁이 핵심이다보니, 많은 비용을 지불해 강해진 유저들, 특정 길드가 일반 유저들의 플레이를 과도하게 방해하는 경우도 종종 일어나며, 게임이 이를 조장하는(과금 동기 부여를 위해) 일도 없지 않다. 물론 갈등이 일정 수준에서 조절된다면 그것은 게임의 재미라는 차원에 머물겠지만, 티어스 포 피어스의 노래 제목처럼, “모두가 세상을 지배하고 싶어한다.”(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

 

때문에 극한의 (과금) 경쟁에서 도태된, 혹은 그 압박을 버티기 어려워진 ‘리니지류’ 게임 유저들 역시 결국에는 탈출을 꿈꾸게 된다. 중요한 건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취향이 바뀐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여전히 경쟁의 재미, 타인에 대한 상대적 우월감과 끈끈한 커뮤니티(“오셨습니까, 형님!”)를 즐기고 싶지만, <리니지M>의 과금은 버틸 수 없게 된 사람들. <에오스 레드>나 <로한M>, 그리고 무엇보다 <V4> 같은 게임들은 이런 이들에게 ‘순한 맛’ <리니지M>으로 소비된다. 훨씬 더 저렴한 가격으로 ‘랭커’가, 형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순한 맛 리니지’를 넘어, 롱런을 위한 <V4>의 ‘진짜’ 차별화 전략

 

<V4>는 ‘리니지류’ 게임의 이탈 유저를 타겟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에오스 레드>나 <로한M>과 다르지 않지만, 구체적인 전략과 방향성의 차원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앞의 두 사례는 <리니지M>을 ‘순한 맛’이긴 하지만 충실하게 옮기는데 주력했다. 하나의 서버는 그 자체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는 홉스의 명제를 실현하고 있었고, 그것이 ‘리니지류’ 게임 유저들의 기대에도 가까웠다. 그렇기 때문에 두 게임은 ‘하락’도 빨랐다.

 

특히 <로한M>이 그랬다. 핵과금으로 랭커가 된 유저들은 금방 다른 유저들을 괴롭히기 시작했고, 유저들은 이탈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게임은 계속해서 새로운 과금 상품을 선보였다. ‘너무 빨리 배를 갈랐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로한M> 캡처.

그런데 <V4>는 이 부분에서 차이를 보였다. 우선 과금 모델에 있어서, <리니지M>의 ‘컬렉션’에 해당하는 부분, 다시 말해 여러 개의 카드를 수집해 캐릭터의 성능을 ‘누적’해서 올려주는 요소는 ‘동료’ 수집 시스템으로 분산되어 있다.

 

때문에 <V4>의 과금 모델에서 성능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탈것 소환’은 “바닥을 깐다”는 개념이 없다. <리니지M>의 변신 뽑기는 원하는 카드를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카드를 보유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양한 카드의 ‘컬렉션’이 주는 추가 효과가 누적되면 무시할 수 없는 차이가 되기 때문이다

 

<V4>최고의 탈것 '황혼의 고룡' 

 

그러나 <V4>의 탈것 소환에는 컬렉션 효과가 없으며, 같은 등급 탈것 사이에는 큰 성능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일종의 계단식 성장 구조인 셈이다. <리니지M>의 컬렉션 효과를 가지고 있는 동료 소환의 경우 과금 모델에서 제외되어 있어, 과금의 누적이 만들어내는 스펙의 격차가 크지 않다. 100만원을 쓴 사람과 1000만원을 쓴 사람 사이의 격차가 그다지 없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물론 사업적 측면에서 이런 방식에는 장단이 있지만,(‘핵과금’ 유저의 만족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점에서) 이런 구조가 후발 주자, 신규/복귀 유저의 과금 부담을 확실하게 줄이는 것도 사실이다.

 

또 하나의 핵심은 바로 ‘인터서버’였다. 처음 ‘인터서버’라는 개념이 소개됐을 때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드물었다. 그저 ‘사냥 효율이 높은 필드’가 서버당 하나씩 준비되어 있고, 서버간 경쟁이 가능하다는 정도의 느낌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게임이 출시되고 며칠이 지나자, ‘인터서버’의 역할은 명확해졌다. 유저간 경쟁의 스트레스를 분산시키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리니지류’ 게임은 사실상 필드 전체가 무법 지대다. 하나의 서버는 전쟁터고, 그 안의 수많은 집단이 싸우고 화해하기를 반복한다. 이런 구조 자체가 ‘경쟁의 재미’를 만들어내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자체로 큰 스트레스를 주는 것도 분명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터서버’의 존재는 단순히 “여기서만 싸워라!”가 아니라, 일종의 RvR 전장 역할을 하면서 유저들의 갈등을 ‘외부와의 갈등’으로 만들어낸다. 서버 당 하나가 존재하는 고효율 사냥터인 루나트라(인터서버)는 일종의 ‘영토’처럼 기능한다. 루나트라는 언제라도 ‘다른 서버’의 유저들에게 침범당할 수 있으며, 역도 성립한다. 한 서버 안의 유저들은 경쟁자이지만 동시에 동일한 이익집단에 속한 잠재적 동료로서 서로를 인식하게 된다.

 

이러한 인터서버의 존재는 아이템 파밍이나 성장 구조와도 맞물려 유저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기여한다. 여타 ‘리니지류’ 게임에서 중과금 랭커들의 존재는 하위권 유저들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이들은 언제라도 자기 캐릭터를 죽이고 플레이를 방해할 수 있는, 피해야하는 무서운 존재들이다.

 

그런데 <V4>의 랭커들은 서버 내 강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서버라는 큰 가족의 ‘맏형’이기도 하다. 마초 커뮤니티의 리더(군주, ‘길마’ 등)로서의 역할이 만들어내는 재미는 ‘리니지류’ 게임의 핵심 중 하나지만, 그러한 역할은 그동안 혈맹, 길드등 좁은 범위 안에서만 작동해왔다. <V4>는 RvR적인(명확히 RvR이라고 하긴 어렵다) 요소인 인터서버를 통해 이러한 역할 범위를 서버 전체로 확대한다. 랭커는 단순히 서버의 상위 포식자가 아니라, 서버를 대표해 다른 서버와 싸워야하는 대표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런 ‘형님 역할’은 단순한 파워 게임에서 머물지 않는다. 상위 사냥터에 먼저 도달한 형님들은 해당 사냥터에서 드랍되는 각종 상위 무기들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유통한다. 자신의 강함도 중요하지만, 결국 다대다 싸움인 서버간 대전에서는 서버 전체의 평균적인 수준이 높아야 유리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상위 랭커들이 일종의 ‘낙수 효과’를 일으키는 셈이다.

 

'영광' 접두사가 달린 희귀 아이템이 10젬에 거래되고 있는 모습.

 

이는 단순히 PvP 스트레스를 줄일 뿐 아니라,‘무과금’, ‘중소과금’ 유저의 만족도 향상에도 기여한다. 게임의 구조상 거래소에 올라오는 아이템의 가격은 계속해서 떨어질 수밖에 없고, 무과금 유저도 50레벨이 넘으면 거래소에서 ‘강화 주문서’ 같은 기초 소비재를 판매해 유료 재화 ‘젬’을 수급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당수 유저들이 상급 사냥터에 진입한 이후, 희귀 등급 아이템 중 최하위 라인업인 ‘영광’ 아이템의 가격은 거래소 최저가인 개당 10젬까지 떨어졌다. 11월 21일 오후 기준으로 ‘무기 강화 주문서’의 개당 가격이 4~5젬 사이인 것을 생각하면, ‘몽환의 틈’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강화 주문서를 2~3개만 팔아도 희귀 등급 아이템을 손쉽게 수급할 수 있는 것이다. ‘스타터팩’(33,000원 상당)을 구입하면 주는 1000젬만 있어도 ‘만수르’가 가능한 수준으로, 희귀 등급 아이템으로 완전무장한 상태로 게임을 시작할 수도 있다. 앞서 말한 변형된 <리니지M>식 과금 모델과 함께 후발 주자, 신규/복귀 유저의 리텐션 확보에 유용한 모델이라는 점에서 맥락을 같이 한다. 

 

물론 이처럼 갈등 요소를 분산시키면 그만큼 ‘단결’할 이유도 희미해지는 법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V4>는 길드 보상을 강화했다. 아이템 부위 중 ‘망토’는 오직 길드를 통해서만 획득할 수 있어, 길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다. 아직 길드 간 경쟁을 강화할 뚜렷한 콘텐츠는 없지만, 같은 서버의 주민으로서 동료라는 인식과, 한 서버 안의 한정된 재화를 공유한다는 경쟁자로서의 인식이 미묘하게 중첩된 상태로 유지되는 것이 <V4>가 만드는 경쟁 구조의 핵심이다.

 

주크5 서버의 길드 순위표. 

 

물론 이것은 나타나는 현상을 바탕으로 한 하나의 해석에 불과하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영지전’ 콘텐츠가 어떤 형태로 등장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V4>의 방향과 전략을 더 확실하게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전쟁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유행하는 일종의 ‘서버 대표 선발전’ 개념이 영지전에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서버 대표 선발전’이란 서버 내 길드간 경쟁 요소가 단순히 서버 내에서의 이권을 놓고 다투는 소수 집단 간의 갈등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다른 서버와 싸울 대표 길드를 뽑는 일종의 내부 경쟁전으로 작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방식은 한 서버 안에서 집단 사이의 경쟁과 갈등을 유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경쟁이 단순히 서버 내 강자로서 다른 유저들을 탄압하는 존재를 뽑는 것이 아닌, 결국에는 서버 전체의 이익을 위해 봉사할 ‘가장 강한 자’를 뽑아야한다는 당위를 바탕으로 일종의 ‘의식’처럼 작동하게 만들어 유저 스트레스를 분산시킨다. 패자(혹은 참여하지 못하는 약자)의 스트레스를 완화하면서 경쟁의 동기를 부여하는 영리한 방법이다.

 

영지전과 관련된 업데이트 계획은 아직 밝혀진 바가 없지만, 아마도 내년 초 공개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V4>의 의미있는 성공, 그리고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

 

‘리니지류’ 게임 유저를 정확하게 타게팅하면서도 유저 스트레스를 확실하게 줄인다는 <V4>의 전략은 결론적으로 그 효과를 증명했다. 양대마켓에서 매출 순위 2위를 달성, 이를 열흘 넘게 유지하며 순항하고 있다. 물론 초기 많은 과금(뽑기)을 유도하는 ‘리니지식’ 과금 모델이 여기에 큰 역할을 한 것도 분명하다. 실제로 요즘 게임의 초기 매출 순위는 그 자체로 하나의 마케팅 수단이 되기도 한다. ‘대세 게임’으로 포지셔닝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게임이 보여준 전체적인 방향성을 보았을 때 앞선 ‘리니지 순한 맛’들의 사례처럼 급하게 ‘배를 가르는’ 일은 아마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V4>의 성공이 의미있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하나는 <V4>가 보여준 홍보 전략이다. <V4>는 요즘 다하는, 심지어 앞서 출시된 <트라하> 때도 했던 ‘연예인 광고’를 안했다. 관련 소식이 공개될 때마다 <V4>는 우직하게 콘텐츠로만 승부했고, 결과적으로 성공 사례를 남겼다. 비록 ‘인터서버’가 어떤 의미인지는 게임이 공개되는 그 순간까지도 잘 전달되지 않았지만, 게임의 구조가 밝혀지고 나니 그토록 ‘인터서버’를 강조했던 이유도 명확해졌다. 어쩌면 <V4>의 성공에 힘입어 우리는 연예인 광고보다는 콘텐츠에 집중하는 광고를 더 보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영화배우 크리스 햄스워스를 기용해 제작한 <트라하> 광고.

 

또 하나는 ‘유저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식의 과금 모델이 ‘먹힌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점이다. 비록 아이템 하나를 얻기 위해 수백, 수천만원을 쏟아 부어야 하는(거꾸로 말해, 그만큼의 돈이 없는 사람은 얻을 수 없는 아이템, 즐길 수 없는 콘텐츠가 존재하는) 구조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러한 구조의 ‘완화’ 자체가 시장에서 먹힌다는 사실이 결과로서 증명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별다른 일이 없으면 세상은 갑자기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조금씩은 분명히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V4>의 성공 전략과 그 의미에 대해서 썼다. 그렇다고 <V4>의 전망이 아주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여전히 해결해야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바로 PvP의 재미다. <V4>의 PvP 콘텐츠는 아직까지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공격하고자 하는 상대방이 작정하고 도망치면 그 누구도 킬을 따낼 수 없다. 상태 이상기의 효율이 낮고, 스킬들의 재사용시간이 전반적으로 긴 탓이다.

 

물론 아직 다대다 대전 콘텐츠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지 않았고, 강력한 상태 이상 효과를 가진 스킬들이 아직 해금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V4>의 PvP에서 아직은 ‘깊이’를 느낄 수 없다는 점이다. 이후 콘텐츠가 해금됨에 따라서, 또 패치를 통해서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V4> 개발진의 노력과는 별개로 외부 위험 요소는 여전히 남아있다. 바로 11월 27일 <리니지2M>의 출시다. 물론 <V4>는 아직 나오지도 않은 게임인 <리니지2M>과 경쟁하기 위해 만들었다기보단, <리니지M>의 이탈 유저를 확실히 붙잡기 위해 만든 게임인 것은 분명하다. 허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리니지2M>이 어떤 전략을 들고 나오는가가 중요하다.

 

<리니지2M>은 11월 27일 서비스를 시작한다.

 

엔씨소프트는 이전에 <리니지>의 유저층을 <리니지M>으로 흡수해 매출을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한 바 있다. <리니지2>의 유저층이 <리니지>와 확연하게 구분됐던 것과 별개로, 같은 모바일 플랫폼이라는 특수성을 공유하는 <리니지2M>이 <리니지M>의 유저층을 흡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만약 그렇다면, <V4>는 불가피하게 <리니지2M>과 경쟁해야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V4>에 있어 최선의 형태는 <리니지M>, <리니지2M>과 함께 매출 최상위권에 안착하는 그림일 것이다. 무엇보다 그것이 유저들에게 있어서도 최고의 그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서로 경쟁하며 “언제 배를 가를 것인가”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콘텐츠와 과금 모델’에 대해서 고민해야만, 유저들 역시 최상의 경험을 소비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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