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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크래프트' 크리에이터, 그 성공 뒤에 숨어있는 것들

조회수 2019. 8. 30. 10: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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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박스네트워크 스튜디오 리드 황호찬, 크리에이터 최케빈을 만나다
※ 본 기사는 TIG 게임연구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작성됐습니다. 게임연구소는 게임이나 개발, 산업 등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한때는 유튜브 콘텐츠 시장도 ‘블루 오션’이었다. 당시엔 사람들이 콘텐츠를 보고 싶을 때 ‘게임 이름’을 검색했다. ‘마인크래프트’라고 검색하면, 거기서 나오는 영상의 썸네일이나 제목을 보고 끌리는 걸 클릭해서 봤다. 

 

선점효과만으로도 어느 정도 성장이 가능했다. “<마인크래프트>가 잘 된다더라”하면, <마인크래프트>를 플레이하기만 해도 어느 정도 조회수가 나왔다. 소재만으로 승부가 나는 일도 꽤 있었고,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지금보다 적었다.

 

하지만 요즘은 워낙 공급이 많다. “그때처럼 시작하면 성공하기 어려운 시대”라고도 한다. 당시만 해도 한 채널에 별도의 ‘편집자’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하지만 지금은 영상 편집자는 물론이고 작가, 기술자, PD 등 역할을 나눠 일하는 것이 당연하다. 전문화/분업화가 진행된 것이다.

 

상투적이지만 어쩔 수 없다. ‘백조’의 비유보다 잘 어울리는 말을 찾기가 힘들다. 한 편의 <마인크래프트> 영상 콘텐츠 뒤에는 적지 않은 노력과 전문성이, 그러니까 수많은 ‘백조의 발길질’,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면 그 노력과 전문성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일까? 또 이들과 크리에이터는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스튜디오 리드 황호찬, <마인크래프트> 크리에이터 최케빈을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이준호 기자

 

 

 

샌드박스 네트워크 D 스튜디오 리드 황호찬. PD로서 도티(샌드박스 네트워크의 창립자이자 유명 <마인크래프트> 크리에이터)와 오랜 기간 함께 일했고, 현재는 도도한 친구들의 매니지먼트를 맡은 조직 D 스튜디오를 이끌고 있다.

<마인크래프트> 크리에이터 최케빈. 현재 구독자가 40 만 명이 넘는 유튜브 채널과 '마피아 크루'를 운영하고 있다.


# 제목과 썸네일을 먼저, 중요한 건 기획과 속도

 

한 편의 <마인크래프트> 영상 콘텐츠는 어떤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올까?

 

전문 팀의 <마인크래프트> 영상 콘텐츠의 제작 파이프라인은 아이디어 선정 - 대본 작성 - 무대, 의상, 커맨드 등 제작 준비 - 촬영 - 편집의 단계를 따른다. 팀의 규모나 자본금 등에 따라서 다소 달라질 수는 있지만 큰 틀에서는 비슷하다.

 

일반적인 방송국의 방송 프로그램 제작 과정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특히 다른 건 기획 단계가 매우 신속하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유튜브 콘텐츠는 TV 방송 프로그램보다 유행에 더 민감하다. 기성 방송처럼 제작하면 느릴뿐더러, 콘텐츠가 올라갔을 때 이미 유행이 끝나 있을 수도 있다. 2주 뒤를 예측해 콘텐츠를 만드는, 이른바 ‘레거시 문법’이 유튜브 콘텐츠의 세계에서는 잘 통하지 않는다.

 

물론, 빨라야 한다고 기획을 날림으로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가장 큰 공을 들이는 부분이 기획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착수하는 부분은 ‘키워드 선정’이다. 어떤 키워드가 유행하고 있는지, 즉 현재 콘텐츠 시장의 트렌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첫 번째다.

 

키워드를 선정할 때는 어느 정도 검증된 근거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다. 각종 검색어 추이를 보여주는 구글 트렌드가 좋은 예다. 구글 트렌드를 사용하면 현재 유행 중인 키워드, 해당 키워드의 연관 키워드, 현재 급상승 중인 키워드 등 다양한 키워드를 쉽게 추출할 수 있다.

 

선택한 키워드를 어떻게 자기 채널의 콘텐츠와 녹여낼지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고인물’이라는 표현이 유행하고 있다면, “고인물들이 <마인크래프트> 하는 법”이라는 콘셉트를 가져가는 식이다. 이렇게 유행하고 있는 키워드에서 출발하면 기본적으로 영상의 노출도가 올라가고 시청자들에게 잘 인지된다.

 

 

이미 유행 중인 다른 콘텐츠에서 콘셉트를 차용하기도 한다. “가끔은 크리에이터(창조자)라는 표현이 너무 대단한 말 같기도 해요.” 최케빈은 창조 대신 ‘참고’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고 했다. 황호찬 리드가 옆에서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고 거들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유튜브 채널도 참고 대상이다. 주로 썸네일과 제목을 보고 키워드와 콘셉트를 뽑아내는데, 내용은 보지 않는 경우도 왕왕 있다. 중요한 건 역시 트렌드다.

 

참고 대상은 비단 <마인크래프트> 영상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다른 영역이나 장르의 콘텐츠라도, 그것이 유행하고 있다면 자신의 콘텐츠와 잘 짜맞춰 브랜딩할 수 있는 길은 있다.

 

이렇게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 콘텐츠를 서로 ‘참고’하는 행위는 꽤 일상적이다. 그래서 그 중에도 나름의 ‘상도덕’이 형성되어 있다. 만약 해당 키워드를 해당 채널에서 쓴 제목과 썸네일, 포맷으로만 표현할 수 있다면, 연락해서 허락을 구하는 것이 먼저다.

 

별도로 매니저가 있고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는 ‘대형’ 스트리머들은 이런 준비 작업이 훨씬 수월하다. 하지만 구독자 수가 적고 혼자 모든 일을 해결하는 소규모 스트리머들은 연락하는 것조차도 두려울 수 있다. 이에 최케빈은 “그분들도 다 힘든 시절을 겪었고, 그게 얼마나 힘든지 다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도와주고 싶어할 것”이라며 두려워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 방송국을 방불케 하는 프로덕션, <마인크래프트> ‘전문가들’

 

모은 자료와 키워드를 토대로 아이디어 회의를 거치면 기획이 나온다. 이후에는 대본과 연출을 고민하고, 동시에 제목과 썸네일도 제작한다. 먼저 콘텐츠를 제작한 후 어울리는 제목과 썸네일을 붙이는 전통적인 방식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제작에 필요한 자원을 파악한다. 그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어떤 무대가 필요할 수도 있고, 마치 기성 방송에서 출연자들에게 의상을 입히듯 출연자들이 사용할 ‘캐릭터 스킨’을 추가로 제작해야 할 수도 있다. 

 

심지어, <마인크래프트> 내에서 추가 커맨드를 구현해야 할 때도 있다. 잠뜰 TV에서 진행한 ‘술래잡기’ 콘텐츠가 한 사례다. 각종 초능력을 사용하는 출연자들이 술래잡기를 한다는, 마치 TV 예능 프로그램을 방불케 하는 콘셉트다. TV에 CG와 ‘편집’이 있다면,  <마인크래프트>에서는 ‘모딩’을 통해 같은 효과를 실시간으로 구현할 수 있다.

 

잠뜰 TV에서 진행한 술래잡기 콘텐츠의 초능력 설명. 출처: 잠뜰 TV

 

기획, 건축, 의상(스킨) 제작, 코딩, 그리고 영상 편집 등… 하나의 <마인크래프트> 콘텐츠가 탄생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과 그 분야는 이처럼 각양각색이다. <마인크래프트>가 지닌 높은 확장성 덕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마인크래프트> 콘텐츠 시장의 확장은 각 분야의 ‘전문가’를 탄생시키며 일종의 분업화 현상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가장 직관적인 예는 <마인크래프트> ‘건축가’다. 영문 그대로 ‘빌더’(builder)라고도 부른다. 이들은 게임 내 자원을 활용해 맵과 각종 시설을 건설하는 전문가들이다. 이들이 만든 맵은 대체로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며, 사용하고자 한다면 먼저 허락을 받는 것이 상식이다. 

 

“써도 된다” 해서 그냥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부분 수정이 필요한 경우엔 따로 ‘수정 권한’을 요청해야 한다. 여기서 거절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만큼 자신의 ‘창작물’에 대해 강한 프라이드를 가진 집단이다.

 

많은 1인 크리에이터들은 콘텐츠 제작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료로 쓸 수 있는 맵을 사용한다. 불가피하게 필요한 경우에만 그때그때 외주를 맡기고 일정량 보수를 지급한다. ‘팬덤’이 있는 크리에이터들의 경우에는 팬카페를 통해 자신의 팬 중에서 건축가를 찾기도 한다.

 

어느 빌더가 재현한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 출처: 마인크래프트 공식 홈페이지.

 

도티와 같은 이른바 ‘기업형’ 크리에이터들은 이런 분야의 전문가들을 정식으로 고용해 ‘빌더 팀’을 꾸린다. 이들은 거의 모든 맵을 자급자족한다. 앞서 말한 크루, 제작팀원들과 합쳐 일종의 프로덕션 전담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촬영 방식도 실제 TV 방송 프로그램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바로 카메라다. 방송국에 촬영용의 실물 카메라가 있다면, <마인크래프트> 콘텐츠에서는 크루들의 개인 화면이 곧 카메라다. 6명의 크루가 참여한다면 6개의 카메라가 있는 것과 같다. 편집자가 직접 보이지 않는 캐릭터로 게임 서버에 들어가 일종의 ‘드론’처럼 날아다니며 영상을 녹화하기도 한다. 방송국에서는 수 십 명의 인력과 돈, 그리고 여러가지 장비가 필요한 작업을 크리에이터들은 <마인크래프트>라는 매체를 이용해 수행하고 있다.

 

 

# ‘그때처럼’은 성공하기 어려운 시대, 그리고 돌고 도는 ‘트렌드’

 

‘1인 크리에이터’라는 용어는 여전히 미디어에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마인크래프트> 성공 신화의 대표처럼 여겨지는 크리에이터 ‘도티’ 팀의 경우만 봐도, 가장 많을 때는 7명까지 콘텐츠 제작에 참여했다. 당연하지만 영상에 등장하는 출연자, 이른바 ‘크루’는 제외한 숫자다.

 

 

“지금 어떤 기술이나 전문성 없이 이 일을 시작하면, 차별화하기가 어렵고, 성공하기가 정말로 쉽지 않습니다.” PD로서 도티와 오랜 기간 함께 일한 황호찬 리드의 말이다. 

 

‘공포 탈출 맵’의 영상을 제작할 때였다. 공포 장르에서는 출연자가 실시간으로 보이는 반응이 재미 포인트다. 요즘이야 스트리머들을 위한 각종 장비가 보편화되어 있지만, 당시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얼굴을 보여주기 위해 핸드폰을 스카치테이프로 모니터 위에 붙여놓고 캠으로 썼다. 조명은 탁상용 스탠드였다.

 

하지만 요즘은 스트리머용 전문 장비가 상당히 보편화되어있다. 웹캠, 조명은 기본이고, 100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 마이크, 오디오 인터페이스, 2대 이상의 컴퓨터, 3대 이상의 모니터를 사용하기도 한다. 스트리머용 방음 부스는 제대로 구비하려면 1,000 만 원이 넘게 들어간다.

 

장비, 인력, 기술력 등 다방면에서 유튜브 콘텐츠 시장의 진입장벽은 높아질 대로 높아졌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모든 크리에이터가 이렇게 전문화, 분업화된 환경을 꾸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지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독자 40만에 달하는 크리에이터 최케빈 역시 여전히 1인 크리에이터 시절의 프로세스를 일정 부분 유지하고 있다. 전문 편집자가 있지만 본인도 직접 편집에 참여한다. 기획은 물론이고, 최종적인 의사결정도 모두 직접 한다. 하지만, 여전히 기술적인 도움이 필요한 경우엔 그때그때 작업이 가능한 팬을 찾아 외주를 맡기고 보수를 지급한다.

 

어떤 형태의 프로덕션(조직형이든, 개인형이든)이 우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유튜브 콘텐츠 시장은 트렌드에 민감하다고 했는데, 이 트렌드라는 것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돌고 돌기 때문이다.

 

<마인크래프트> 콘텐츠 초창기에는 당연히 연출이나 각본이 없었다. 당시는 이른바 ‘플레이스루’(playthrough.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기만 하는 콘텐츠 형태)만 해도 조회수가 잘 나오기도 했다. 그러다가 도티식의 잘 기획되고 연출된 방송이 나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러한 방송의 시청자들은 마치 TV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듯 콘텐츠를 소비했다.

 

 

하지만 최근 또 하나의 트렌드는 그보다는 날 것의 ‘버라이어티 쇼’다. 요컨대, 기획은 철저하되 보기엔 날 것이어야 한다. 이런 콘텐츠의 시청자들은 쇼 그 자체를 소비한다기보다 어떤 상황 안에서 서로 다르게 반응하는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소비한다. 

 

소비자층도 슬슬 나뉘기 시작했다. 잘 연출된 ‘예능형’ 콘텐츠의 시청자층이 주로 어린 연령대에 포진해있다면, 날 것을 선호하는 시청자들은 10대에서 25세까지 스펙트럼이 더 넓은 편이다. 이들은 <마인크래프트> 초기의 ‘날것형’ 콘텐츠에 향수를 가진 층이기도 하다.

 

이러한 층의 취향을 저격하는 데 성공한 것이 ‘잼잼 서버’ 콘텐츠였다. 유튜브, 트위치 등 각종 플랫폼의 기라성 같은 스트리머들이 참여해 하나의 마을을 만들어나가는 콘텐츠였는데, 철저한 각본과 연출 없이도 스트리머들의 캐릭터와 상황만으로 큰 재미와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러한 흥행이 반영되었는지, 실제로 구글 트렌드를 통해 파악한 결과 <마인크래프트>의 검색량은 해당 콘텐츠가 진행된 6월경 급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출처: 1인 방송 위키.

 

결국, 2019년 하반기인 지금(이 트렌드 역시 이후에 바뀔 수도 있다) <마인크래프트> 콘텐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누가 어떤 캐릭터를 가지고 있느냐다. ‘기업형’의 산 증인 황호찬 리드와, 여전히 ‘1인’의 기본 틀을 고수하는 최케빈 크리에이터가 공통적으로 강조한 부분이다.

 

사실 도티팀은 꽤 이른 시기에 캐릭터화를 진행했다. 황호찬 리드는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TV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캐릭터를 차용해 ‘도도한 친구들’(도티의 크루) 멤버들을 캐릭터화했다고 밝혔다.

 

“‘도도한 친구들’의 캐릭터 작업을 할 때, 이미 검증되어 있는 <무한도전>의 관계를 많이 차용했어요. 도티 같은 경우엔 유재석, 잠뜰은 약간 시크하니까 박명수 같은 성격, 코아는 특이한 발언을 많이 해서 노홍철, 수현은 잘 당하는 캐릭터여서 정준하. 이런 식으로 해서 이미 검증되어 있는 캐릭터 관계를 가지고 오니까, 할 수 있는 콘텐츠가 무궁무진하더라고요.”

 

 

물론 이미 잘 나가는 검증된 캐릭터를 따라하는 것도 한계는 있다. 도도한 친구들이 <무한도전>을 따라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해당 크루원들의 성격이 <무한도전> 출연자들과 어느 정도 유사했기 때문이다. 

 

영상을 위해 자신과 맞지 않는 캐릭터를 억지로 연기하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그런 경우 에너지의 소모량이 다르고 피로도도 크게 쌓인다. 시청자들이 실제 인물과 캐릭터 사이의 괴리를 알아냈을 때 오는 충격도 크다. 따라서, 어느 정도 타협이 되는 수준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최케빈은 강조했다.

 

최케빈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몇몇 유튜버들을 언급했다. 한때는 무조건 텐션이 높고 오디오가 비지 않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러나 요즘 몇몇 유튜버들은 단지 그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게임 영상은 미리 녹화해두고, 나중에 그 위에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차분한 나레이션을 입히는 방식의 콘텐츠도 잘 먹히고 있다. 이처럼 캐릭터의 스펙트럼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자신의 본성에서 나오는 캐릭터를 방송용으로 약간만 고치면, 누구나 재미있어질 수 있어요. 중요한 건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아는 거죠.” 

 


 

# 팬과 함께, 그리고 놀면서 일한다는 것

 

도티를 비롯해 많은 초창기 크리에이터들은 <마인크래프트> 콘텐츠 제작을 ‘일’로서 시작했다. 실제로 2013년 즈음 <마인크래프트> 콘텐츠가 한창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 주 소비층은 주로 10대였다. 이들은 ‘팬’으로서 <마인크래프트> 콘텐츠를 보고 자랐다. 그리고 그 중 일부는 벌써 성인이 되어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황호찬은 “(<마인크래프트> 콘텐츠를) 보고 자란 세대의 감성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황호찬 리드와 함께 일하고 있는 기획자 중 한 명은 <마인크래프트> 영상 콘텐츠를 보고 자라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마인크래프트>를 주제로 졸업논문도 썼다. 이처럼 게임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콘텐츠 제작에도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마인크래프트> 콘텐츠의 제작 환경은 더욱 특수해졌다.

 

 

실제로 넓은 팬 베이스를 가진 대형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일하는 팀원들은 그 크리에이터의 팬에서 시작한 경우도 적지 않다. 한 명의 크리에이터로서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는 크루들도 마찬가지다.

 

크루와 크리에이터 사이의 관계는 특히 미묘하다. 모든 크루에는 중심이 되는 크리에이터(최케빈의 경우처럼)가 있고, 팬들은 이를 중심으로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이들은 한 크리에이터의 팬이 될 수도 있고, 크루원 전체의 팬이 될 수도 있다. 각각의 크루원들은 버라이어티 쇼에 나오는 출연자들과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한편으로는 중심이 되는 크리에이터와 이른바 ‘비즈니스 관계’를 맺고 있기도 하다.

 

매일 같이 ‘노는 것’을 촬영하는 것이 ‘일’이다 보니, 일과 사적인 영역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촬영이 끝난 뒤 각자 밤샘 편집을 하며 ‘디스코드’ 채널에서 함께 떠드는 것도 일상이다. 크루원들의 취미 생활이 같은 경우도 꽤 흔하다. 하나의 가상 공간에서 상주하다 보니 생겨난 특수한 관계다.

 

같이 놀면서 생겨난 ‘케미’가 그 자체로 시너지를 일으키기도 한다. 출연자들이 재미있어야 영상도 재미있다. 거꾸로, 서로 감정이 상해 정서적으로 교감이 어려우면 촬영된 영상에도 티가 난다. 그만큼 경계가 모호하다.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재밌는 일, 혹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돈을 버는 일이라는 이유로 선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돈이 벌릴 때’ 성립하는 말이다. 돈이 벌리지 않고 서로에게 불만이 생기면 언젠가는 단순히 ‘재미’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을 계속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크루원중에는 최케빈처럼 ‘전업 유튜버’로 사는 크루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아르바이트나 학업을 병행하면서 촬영에 참여한다. 이른바 ‘나인 투 식스’로 근무 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일이 아닌 데다 계약관계도 불명확하다. 보수를 산정하거나 수익을 나누는 일도 쉽지 않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다 가족 같고, 친동생 같더라고요. 지금은 (크루원들이) 무엇보다 소중해요. 그 친구들이 제 브랜드 가치죠.” 최케빈은 크리에이터 중에는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한다. 크루원들과 나이 차이가 10살이 넘기도 한다. 이 중에는 채널을 시작한 뒤 내내 함께 일한 동료도 있다.

 

그런 크루원들의 대우를 묻자 최케빈 크리에이터는 솔직히 대답했다.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성장하고 싶기도 해요. 적어도 생활비와 집세 정도는 해결해주고 싶어요. 영상 활동에만 집중하고, 용돈은 직접 만들어서 쓸 정도까지는. 그런데 그게 그렇게 어렵더라고요. 쉽지 않죠.” 정확한 금액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현재 수익만으로 각 크루원들이 생계를 유지하긴 쉽지 않다는 간접적인 답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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