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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이즈게임

[기자수첩] 마지막 퍼즐 '보는 맛' 잡은 배그 e스포츠, 이제 시작이다

배그만의 e스포츠 재미 뽐낸 펍지네이션스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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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말 정식 출시된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는 열광적인 인기와 함께, 이듬해 '배그' e스포츠를 시작했다. 하지만 게임과 달리 e스포츠는 흥행에 실패했다. 실패의 원인으로 여러 문제점이 거론됐지만, 특히 '보는 재미'가 부족하다는 점을 가장 많이 지적받았다.

 

백 명에 가까운 인원이 펼치는 배틀로얄이라는 <배틀그라운드>만의 게임 특성이 e스포츠에서는 오히려 독이 됐다. 총기류를 사용해 교전 양상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동시다발적​ 전투가 보는 입장에서 매력적이긴 어려웠다. 여기에 낮은 완성도의 게임 관전 UI도 한몫했다. 자연스럽게 <배틀그라운드>는 '게임성은 최고일지 몰라도, e스포츠에는 적합하지 않다'라는 딱지가 붙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주말 장충체육관을 뜨겁게 달군 '펍지네이션스컵(PUBG Nations Cup)'은 <배틀그라운드>만의 재미를 뽐내며 e스포츠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잡힐 듯 안 잡히던 가시성을 잡으며, 시청자와 현장 관람객 모두에게 '배그만의 보는 재미'를 선사하는 데 성공했다.

 

▲ 펍지네이션스컵의 각 중계방에서는 십만 명이 넘는 시청자가  경기를 지켜봤다. 
결승전이 없는 대회임에도 날이 갈수록 시청자가 늘었다는 것은 '재미'에 대한 입소문이 탔다는 이야기다.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가 펍지네이션스컵에서 뚜렷한 '보는 재미'가 생긴 비밀은 바로 '국가'를 통한 선택과 집중이었다. 

 

펍지네이션스컵은 전 세계 16개국이 참가한 국가대항전 성격을 가진 대회로, 한 팀당 4명씩 64명이 혈전을 펼쳤다. 그리고 이번 펍지네이션스컵에서는 각 나라 중계진들은 자국 대표팀 화면 위주로 중계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한국 중계진은 한국 대표팀이나, 한국 대표팀과 관계가 깊은 대표팀만을 중계했다. 대회 마지막 경기에서는 근소한 차이로 1, 2위를 하고 있던 한국과 러시아만을 집중 중계하기도 했다. 선택과 집중 덕분에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시청자들은 게임 이해도와 관계없이 전장을 차분하게 볼 수 있게 됐다.

 

또 선수 이름 앞에 국기를 달고 있어, 직관적으로 상대 선수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한국 대표팀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관객들은 일장기가 화면에 등장하면 좀 더 집중하는 듯했고, 대회 내내 한국 대표팀이 일본 대표팀을 잡아내면 큰 박수를 보냈다.

 

또 한국 대표팀이 캐나다 대표팀에게 계속 교전에서 패배하자, 캐나다 국기가 시야에만 보여도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기도 했다. 대회 기간 줄곧 1위를 유지하던 한국의 턱밑까지 쫓아온 러시아의 불행에 관중들은 손뼉치기도 했으며, 러시아를 잡은 독일에 큰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펍지네이션스컵이 아니라면 얼굴도 못 봤을 선수임에도 말이다.

 

게다가 국가 간 역사와 상황이 얽히면서 <배틀그라운드>의 '보는 재미'가 배로 늘기도 했다. 첫날 두 번째 경기에선 러시아와 미국이 마지막으로 남자, 중계를 보던 사람들은 '냉전(COLD WAR)'이라고 환호했다. 미국 시청자와 러시아 시청자 사이에서는 "그때 못 쏜 핵 지금 쏜다"라는 등 무시무시한(?) 우스갯소리가 오가곤 했다.

 

▲ 양 끝의 화면으로는 다양한 실시간 순위를, 가운데 화면에선 항상 지도를 보여주며 관객들의 집중도를 높였다.

 

보는 재미뿐만 아니라 '가는 재미'까지도 어느 정도 잡은 모양새다. 이번 펍지네이션스컵에서는 현장에 다양한 스크린을 많이 배치해서 다양한 정보들을 관람객들에게 제공했다. 관람객들은 이를 통해 중계로는 알 수 없는 '현장직관'만의 재미까지도 느낄 수 있었다. 실제 이번 대회에서는 자기장 위치에 따라 모든 관중이 소리 지르며 아쉬워하거나 위치가 괜찮다며 좋아하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었다. 여기에 거대한 전광판으로 맵, 사망, 스코어 등 실시간 상황을 계속해서 알려주는 화면과 실제 전장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음향 효과는 경기장에서만 느낄 수 있었고, 관람객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이번 펍지네이션스컵 흥행에는 한국 대표팀들의 선전도 한몫했다. '이노닉스' 나희주, '아쿠아5' 유상호, '피오' 차승훈, '루키' 박정영로 구성된 대표팀은 PKL 선수들이 직접 뽑은 올스타 중의 올스타였다. 신기할 정도로 대회 내내 자기장이 한국 반대편으로 자주 형성되며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지만, 선수들의 운영과 교전 능력은 관중들의 큰 환호를 끌어내기 충분했다. 특히, 이노닉스와 피오, 소위 '피닉스' 조합은 15경기 동안 돌아가며 최전방에서 팀을 이끌었고, 수많은 킬을 만들어내며 관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성공적으로 펍지네이션스컵을 마친 펍지주식회사의 다음 단계는 국내 <배틀그라운드> 리그인 PKL 페이즈3과 2019년 전 세계 최고의 배틀그라운드 팀을 뽑는 대회인 '펍지글로벌챔피언십(PGC)'​이다. 지난 펍지네이션스컵 미디어데이에 밝힌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5개년 계획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뗐다. ​이어지는 대회에서도 이번 펍지네이션스컵처럼 지혜롭게 '보는 맛'을 살린다면 확실한 e스포츠 종목으로 굳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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