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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란겔의 재탄생은 '펍지 유니버스'의 시작일까?

조회수 2019. 8. 1. 11: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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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란겔과 시네마틱 트레일러 속 숨겨진 떡밥 해석

더는 이유 없는 생존자도 없고, 전장(배틀그라운드)도 없다.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가 지난 17일 '에란겔의 첫 생존자'라는 시네마틱 트레일러를 통해 이번 시즌의 이름인 '상흔'과 배틀로얄의 의미를 되새겼다. 


내가 어릴 적, 나는 세상이 폭발하는 것을 보았다. 악몽과도 같았던 화염과 파열 속, 나는 모든 것을 잃은 줄 알았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나에게 찾아온 그 상흔(aftermath)은 나를 일깨웠다.

 

나는 에란겔의 첫 생존자였다. 하지만, 마지막은 아닐 것이다. 그 섬은 한 겁먹은 소년에게 생존자가 될 수 있다고 가르침을 주었다. 그게 바로 내가 당신에게 원하는 것이다. 당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는 것.

 

당신이 누구인지 스스로 찾아낼 것인가, 아니면 지금 모습 그대로가 전부인가? 자신의 두려움을 극복할 힘을 찾을 것인가, 아니면 당신의 한계를 마주하고 최후를 맞이할 것인가. 그렇다네 친구. 모든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찾고 있지. 그 방황은 이곳에서 멈출 것이라네.

 

내가 한때 고향이라 부른 그곳. 나의 배틀그라운드에 온 것을 환영하네.

 

영상을 통해 드러난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배틀그라운드> 첫 번째 맵이자 국민 맵인 '에란겔'에서 펼쳐지는 배틀로얄을 지켜보는 어떤 남자가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남자는 에란겔 주민 출신이자 그들 중 유일한 생존자였다.


현재 <배틀그라운드>는 별도의 스토리 모드가 없다. 개발자 인터뷰와 실제 맵에 구현된 콘텐츠로 추측이 가능할 뿐이다. 이번 시네마틱 트레일러가 공개되기 전까지는 에란겔은 흑해에 위치한 가상의 섬이었을 뿐이다. 1950년대 소련군이 점령했고, 그들이 에란겔을 군사 기지 및 각종 실험 장소로 사용했다. 에란겔 주민들은 저항군을 결성해 소련군과 싸웠지만, 결국 오랜 전투로 에란겔은 누구도 살지 못하는 섬이 됐다. 

지금까지 왜 에란겔에서 배틀로얄이 진행되는지 알려진 바 없지만, 이번 영상을 통해 처음으로 배틀로얄과 관계있는 인물이 등장했다. 2분 남짓한 시네마틱 트레일러였지만, <배틀 그라운드> 스토리에 목 말라 있던 유저들에게는 단비 같았다.

 

 

# '에란겔의 첫 생존자'는 대체 누굴까?

 

여전히 이번 영상을 통해 배틀로얄이 왜 시작했는지 알 수는 없다. 배틀로얄의 배후로 추정되는 인물이 등장했지만, 그마저도 확실하지 않다. 

 

확실한 점은 영상에서 배틀로얄을 지켜보고 있는 남자는 에란겔의 첫 생존자라는 것이다. 또 소년의 독백이 맞다면, 1965년 에란겔 주민들은 소련군에 의해 다 몰살당했다. 기존에는 에란겔이 저항군과 소련군 사이 전투로 황폐해진 섬이라고 알려졌지만, 이번 영상을 통해서 확실하게 정해졌다. 에란겔은 소련군에 의해서 토벌됐다. 이후 소련군은 철수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살아남은 소년이자 지켜보는 남성의 정체는 무엇일까? 

 

소년의 정체는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영상 속 작은 증거를 바탕으로 게이머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다음은 영상을 통해 추측할 수 있는 몇가지 가설들이다. 

 

먼저 세울 수 있는 가설은 에란겔의 첫 생존자이자, <배틀그라운드> 속 배틀로얄의 주최자라는 것이다.  만약에 그가 배틀로얄의 주최자라면, 2004년 개봉한 <쏘우>의 진주인공 직쏘처럼 자신과 같은 경험을 통해 자신과 같은 깨달음을 얻길 바랄지도 모른다. 

▲보면 볼 수록 공포스러운 대사다.

에란겔의 지리적 위치를 고려하면 아무것도 없는 소년이 살아남기 위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까도 추측이 된다. 에란겔은 흑해에 위치하고 있고, 실제 크기는 64㎢보다 작다. 한국으로 가정하면 울릉도(약 73㎢)보다 약간 작은 수준이다. 2015년 기준 울릉도 인구는 약 1만 명이다. 영상에서 밝힌 것처럼 한 명의 소년을 제외한 모든 주민이 몰살됐다면, 그 소년은 어떻게 살아남을까?

 

현실적으로 소년 혼자 흑해를 뚫고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심지어 그런 상황에서 배틀로얄을 개최할 만큼 재력을 모으는 일은 더 불가능하다. 아무것도 남지 않는 소년은 자신의 원수인 소련군에게 붙거나, 이전부터 소련군에게 저항군의 활동을 알려주는 끄나풀이었을지도 모른다. 소련군과 어떤 접점이 있어 살아남을 수 있있던 소년은 아직도 당시 소련군 관계자 아래에서 계속 배틀로얄을 개최하고 있거나, 소련군의 권력을 이용해 크게 성공한 뒤 자신이 개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 흑해와 모스크바는 꽤나 가까운 위치에 있다. 하지만 영상에 나온 1965년에는 흑해 근처에서 큰 전쟁이 펼쳐지진 않았다.

사실 소년의 정체가 무엇인가? 그 자체에 대한 해답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유저들로 하여금 <배틀그라운드>에서 시나리오에 대해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게 '떡밥'을 개발사가 던져줬다는 것에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우리는 <배틀그라운드>의 개발사가 드디어 이 IP를 단순히 '전투만 무한 반복되는' 아무 의미 없는 '배틀 그라운드'가 아닌, 무언가 '이야기가 펼쳐지는' 하나의 무대. 마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같은 세계관을 짜기 시작한 것은 아닌가 하고 추정해볼 수 있다. 시나리오가 있는 <배틀그라운드>라니, <배틀그라운드> 유저라면 기대 안 할 수 있을까?

 

 

# 과거의 흔적이 가득 담긴 에란겔!

 

시즌 4 시작과 함께 찾아온 리마스터 에란겔은 예전보다 더 다양한 과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유저들이 잘 찾아가지 않는 지역을 크게 변화를 줬고, 바람이나 잔디 등에 자연스러운 효과도 추가했다. 하지만 가장 중심에는 <배틀그라운드>의 진정한 재미를 늘릴 수 있는 스토리를 에란겔에 담았다.

 

<배틀그라운드>를 즐기는 유저들은 큰 노력을 하지 않고, 단순히 게임에 집중만 해도 에란겔의 스토리가 직관적으로 예상된다. 어떤 갈등이 있었고, 그 갈등 때문에 에란겔이라는 지역이 폐허가 됐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이해된다. 이번 리마스터를 통해서는 그 갈등이 더 구체적으로 변했고, 입체적으로 그려졌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아래 포스터들이다.

먼저 왼쪽 포스터에 있는 눈 모양의 문양이 시선을 뺏는다. 포스터에는 제일 위 '경고 (BHИMAHИE)'라고 적혀 있으며 아래는 '절대 금지 (KATEГOРИЧECKИ ЗАПРЕЩЕНО)'라고 써있다. 해당 포스터는 야간통행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오른쪽에 있는 두 포스터에는 '자유 (СвободГ)'라고 적혀있다. 오른쪽 포스터 남성 위에 흔히 엑스(X)표가 그어져 있거나 자유라고 쓰여있다. 포스터에 나온 남성은 에란겔 점령 소련군의 최고 사령관으로 추측된다.

 

에란겔 스토리를 고려하면, 에란겔을 점령한 소련군이 시민 탄압을 시작했고, 이에 반발한 시민들이 저항군을 결성하고 거세게 저항을 이어나갔다. 저항군의 거센 반발에 소련군은 결국 모든 시민들의 야간통행을 금지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며 저항군과 소련군의 갈등은 끝없이 이어졌다. 그리고 시네마틱 트레일러에서 나왔듯이, '1965년'에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대대적으로 변경된 '쿼리'에는 비밀 장소가 추가됐다. 이 장소는 저항군의 근거지다. 지하실에 위치한 근거지에는 자유라고 쓰인 대량의 포스터와 함께, 특별 작전을 준비하는 지도가 있다. 지도 옆에는 저항군의 최우선 목표로 보이는 사진들이 함께 있다. 최우선 목표 처리에 성공한 사진에는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가위표가 그려졌다. 대표적으로 '밀타'에 위치한 건물이 저항군의 성공적인 활동으로 파괴됐고 실제로 리마스터 에란겔에서도 반영됐다. 

 

이런 비밀 장소나 포스터는 에란겔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소련군 비밀 기지로 보이는 곳이나, 사령관이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도 있다. 약간의 관심만 둔다면, 리마스터를 통해 과거로 가득 찬 에란겔이 유저들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배틀로얄 최후의 생존자를 꿈꾸는 유저에게는 에란겔 총기와 총기 파츠 드롭률 상승이 더 눈길이 가는 패치 내용이겠지만, 이제 에란겔에는 아이템뿐만이 아니라, 이야기도 생겼다.

▲ 에란겔에서 포스트는 쉽사리 찾아 볼 수 있다. 다만 엑스(X)표 유뮤의 차이가 있다.
▲ 소련군 사령관으로 보이는 남성 위에 '자유를 위해 저항하라'라고 적혀있다.
# 조금 더 입체적으로, 구체적으로 변하고 있는 '펍지 유니버스'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에란겔에 추가된 요소들에 대한 추측은 단순히 '뇌피셜(근거 없는 생각)'로 끝날 수도 있다. 시네마틱 트레일러는 사실 큰 의미 없는 시즌 홍보 영상이고, 에란겔 리마스터는 단순히 에란겔에 변화를 주기 위해 추가했을 수도 있다.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행복한 추측을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6월 26일 PUBG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합류를 발표한 '글렌 스코필드(Glen Schofield)'때문이다.

<데드 스페이스>, <콜 오브 듀티> 시리즈 개발에 참여했던 글렌 스코필드는 이번엔 'PUBG 유니버스(펍지 유니버스)'를 만들 것이라고 말하며 등장했다. 그간 <배틀그라운드>는 배틀로얄이라는 새로운 게임 장르를 정립한 게임성을 인정받았지만, 스토리 모드의 부재나 스토리 존재 자체가 희미한 게임으로 평가받곤 했다. 글렌 스코필드의 합류는 <배틀그라운드>에 '탄탄한 스토리'라는 날개를 더하고, 더 나아가 유저들에게는 싱글 스토리 버전의 <배틀그라운드>를 기대감을 주고 있다. 

 

합류 일정을 고려하면, 이번 시네마틱 트레일러나 에란겔 리마스터가 글렌 스코필드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네마틱 트레일러, 에란겔 리마스터, 그리고 글렌 스코필드의 합류까지 이어지는 <배틀 그라운드>와 펍지의 일관된 행보는 유저들을 행복한 추측에 빠지게 만드는 데 충분하다. 2년 전 에란겔과 함께 큰 성공을 했던 <배틀그라운드>다. 새로 단장한 에란겔과 함께 <배틀그라운드>가 또다시 큰일을 내지 않을까 기대된다.

▲ 새로운 에란겔에 대한 뒷 이야기는 여기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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