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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어·시노앨리스 만든 요코오 타로 "인간에겐 불행을 추구하는 성질 같은 게 있다"

조회수 2019. 7. 5. 13: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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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오 타로 디렉터의 신작 <시노앨리스>가 오는 18일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마켓에 정식 출시됩니다. 게임은 동화라는 소재와 상반된 어둡고 잔혹한 테마, 그리고 이런 글을 잘 쓰기로 유명한(?) 요코오 타로 디렉터가 이야기와 세계관을 만들어 화제가 된 작품입니다.

 

디스이즈게임은 <시노앨리스> 출시를 맞아, 요코오 타로 디렉터에게 <시노앨리스>와 디렉터의 작품관 등에 대해 서면으로 물어봤습니다. 평소 발언이 거침없는(!) 요코오 타로 디렉터답게, 서면 인터뷰 또한 굉장히 솔직합니다. 유저 분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답변을 거의 만지지 않고 최대한 그대로 실었습니다.

스퀘어에닉스 요코오 타로 디렉터

디스이즈게임: 반갑습니다. 한국에선 <니어 오토마타>를 통해 많이 알려졌지만, <시노앨리스>를 기다리는 유저 분들은 (게임 성격이 달라) 디렉터님이 생소한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간단히 자신을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요코오 타로: 안녕하세요, 요코오 타로입니다. 게임 디렉터 일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작은 <드래그 온 드라군> 시리즈, <니어> 시리즈 등입니다. 

 

스퀘어에닉스라는 엄청 큰 회사의 기생충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꾸준히 씁쓸한 이야기들을 선보였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대해 "자신에게 솔직한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어떤 계기로 이런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하셨나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는 다른 작품에도 많이 있어서, 현실성 있는 다크한 게임이라는 시장에 뛰어들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은 다크한 게임도 늘어나고 있어서, 슬슬 여기서도 도망쳐야 할 것 같습니다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네요. 모르겠어요.

 

 

과거 인터뷰에서 "게임 진행 중 무수히 많은 살인을 저지른 주인공이 동화 같은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신 적 있습니다. 그래서 (요코오 디렉터) 자신만의 해피엔딩이 있는 게임을 만들고 계시고요.

 

그렇다면 만약 전투가 없는 게임을 만드신다면 어떤 이야기·엔딩을 쓰실 것 같나요?

 

‘서로 처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정상일리가 없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어두운 이야기를 써왔습니다만, 현실 세계를 보면 서로 처치하진 않더라도 어두운 사건이나 뉴스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전투가 없는 게임이라도 어두운 이야기를 쓰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이 잘 보지 않으려는 테마로 작품을 많이 만드십니다. 구상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평소 주로 어떤 곳에서 많이 영감(혹은 소재)을 얻으시나요?

 

제가 영감을 얻는 것은 젊을 때 본 명작 애니메이션, 게임 등입니다. 그 감동을 재현하기 위해 시행착오를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몇 번을 해도 그 때의 감동에는 도달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더 이상 명작을 보면 혼란스러워질 것 같아서 최근에는 소설이나 영화, 게임은 별로 즐기지 않습니다.

 

 

게임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왜 그 요소를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스스로가 ‘만들고 싶다고 여겨지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 열정을 잃어버리면 질려서 완성하고 싶지 않아지거든요.

 

 

어두운 이야기를 즐기는 사람은 적습니다. 하지만 요코오 디렉터의 이야기는 독특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점점 많은 사람들이 호평하는데, 이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전혀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개발하고 있을 때 동료들은 한번도 스토리를 칭찬해 준 적이 없어서, ‘요코오 디렉터의 이야기가 호평을 받고 있다’라는 게 가짜 뉴스 같습니다.

요코오 타로 디렉터의 대표작 <니어 오토마타>

요코오 디렉터가 함께 작업한 <시노앨리스>가 곧 한국과 글로벌 마켓에 출시됩니다. 요코오 디렉터가 생각하는 게임의 가장 큰 장점, 특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시노앨리스>의 최고 장점은, 스토리를 탭 한번으로 스킵 가능한 점입니다.

 

 

재미에는 여러 종류가 있고, 장르나 플랫폼, 혹은 타이틀에 따라 주요 재미가 많이 달라집니다. <시노앨리스>는 요코오 타로 디렉터가 참여한 첫 수집형 모바일 RPG인데, 어떤 재미에 중점을 두셨나요?

 

잘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모바일 게임 경력이 거의 없어서 어떻게 해야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게임 부분은 개발사에 전면적으로 맡기고, 저는 아트 디렉팅과 시나리오(를 스킵 가능하게) 제작에 전력을 다했습니다.

 

 

<시노앨리스>는 저주로 가득찬 공간, 소원을 이루기 위해 다른 주인공들을 없애서라도 '작가'를 부활시켜야 하는 주인공 등 굉장히 독특한 세계를 보여줍니다. 이런 세계를 구상하게 된 계기, 이 세계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동화가 쓰여진 시대는 그 판타지 적인 내용과는 정반대로, 가난함이나 전쟁이 만연한 가혹한 세계였습니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러 지금의 우리가 사는 세계는 풍요로워졌고, 전쟁은 먼 세상의 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들은 행복한가요? 어딘가에 어두운 마음을 품고, 사회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까요? 인간에게는 ‘불행을 추구하는 성질’ 같은 면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완전 상관 없는 이야기입니다만, 시노앨리스의 스토리는 라멘을 먹다가 떠올랐습니다. 라멘 만세!!

<시노앨리스>의 스토리는 모바일에서 글을 잘 안 보는 사람들을 위해 중요한 부분은 큰 글자로 써 잠깐 스쳐봐도 기본적인 이야기 전개는 알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시노앨리스>는 각 캐릭터들의 스토리 뿐만 아니라, 무기마다 볼륨 있는 배경 설명이 있어 화제가 됐습니다. 무기 이야기까지 신경쓰는 게임은 거의 없는데, 왜 이런 요소를 넣었는지 궁금합니다. 

 

일러스트나 동영상을 많이 넣으면 돈이 많이 들지만, 글자를 늘리는 건 저렴하게 먹히니까요.

 

 

그동안 요코오 디렉터가 만든 작품을 보면 게임 시스템적으로 유저들의 허를 찌르는 진행(ex: 플레이 중 전혀 다른 장르의 기믹 등장, 2회차 플레이 시 전혀 다른 이야기 전개 등)을 여러 차례 보여줬습니다. 혹시 <시노앨리스>에서도 이런 요소가 존재할까요? 

 

생각하는 것은 있습니다만, 모바일 게임은 출시하고 한달 만에 서비스가 종료되어 버리는 일도 있어서 그런 요소를 표현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즉 서비스 기간에 따라 엔딩이 바뀐다는 거죠. 슈뢰딩거의 고양이 같죠? 아닌가요? 다르네요, 네.

 

 

<니어 오토마타> 콜라보가 한국 버전에서도 예정돼 있습니다. 원작 주인공들을 유저가 얻을 수 있고 전용 스토리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야기 볼륨이 얼마나 될지 궁금합니다.

 

상당히 예전에 쓴 시나리오라서 잊어버렸습니다…. 하지만 뭐 10글자 이상은 썼던 기억이 납니다.

과거 인터뷰에서 <시노앨리스>의 엔딩을 준비해 뒀다고 얘기했습니다. 요코오 디렉터가 생각하기에 이 엔딩은 해피엔딩일까요, 베드엔딩일까요?

 

해피엔딩인지 배드엔딩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유저 여러분들이 정하는 거니까요.

 

제게 있어서의 해피엔딩은 ‘등장 인물이 자신의 뜻을 관철했는가’에 달려있습니다. 플레이어나 (게임 개발에) 관여한 저희 제작자들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뜻을 관철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저가 느끼는 감정은 개인적이고 주관적이지만, 그래도 게임을 만든 사람으로서 <시노앨리스>가 유저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갔으면 좋겠나요?

 

수 많은 게임 속에서 (시노앨리스를) 선택해주신 만큼, 유저 여러분의 인생에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게임이 되면 좋겠습니다.

 

 

요코오 디렉터의 신작을 기대하는 유저들이 많습니다. 혹시 다음 작품을 준비 중이신게 있을까요? 있다면 간단히 얘기해 주실 수 있나요?

 

이 이야기를 하면 윗분들이 저를 죽이려 들 것 같아서 말하지 않겠습니다. 아, 그래도 먼저 처치하면 되나. 조금 기다려주세요. 지금 해치우고 올게요.

 

 

긴 질문에 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길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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