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가 배그 모바일을 버렸다? 배그를 둘러싼 펍지와 텐센트의 '원만한 합의'

조회수 2019. 5. 16. 17: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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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그 모바일과 비슷하지만 배그는 절대 아닌 '화평정영', 합의 내용 알 수 없지만..

죽으면 "빠이빠이" 하고 사라지는 중국산 모바일 배틀로얄 게임 <화평정영>(和平精英)이 화제입니다. 아직 못 보셨다면 함께 보시죠.

이 게임은 중국의 텐센트가 제작, 유통하는 게임입니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합니다. 죽을 때 방식을 제외하고는 중국판 모바일 <배그>인 <절지구생: 자극전장>(绝地求生: 刺激战场)과 많은 것이 비슷합니다. 그래픽, UI는 사실상 <배그 모바일>을 빼다 박았습니다. 텐센트에게 <배그 모바일>의 개발 이력이 없었더라면 표절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입니다. 100명 동시 전투, 파밍 구조, 사용 무기와 방어구도 모두 똑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텐센트는 <화평정영>의 오픈 직전에 <배그 모바일>의 서비스를 접었습니다. 문 닫기 직전에 <배그 모바일> 유저들의 데이터를 <화평정영>으로 옮겼습니다. <배그 모바일> 유저들은 별도의 번거로운 과정 없이 닉네임부터 레벨, 아이템까지 모두 <화평정영>으로 이전된 상태로 게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배그 모바일>을 버리고 <화평정영>을 서비스했다고 보기에 무리가 없는 대목입니다.

 

두 회사가 공동 개발한<배그 모바일>은 이렇게 버림받은 걸까요? 펍지에게 물어본 결과, 펍지가 운영 주체인 한국과 일본 <배그 모바일>은 계속 서비스될 계획입니다. 텐센트는 중국 시장에서만 <배그 모바일>을 포기하고 원래 유지하던 글로벌 서비스를 계속 할 것으로 보입니다.

 

펍지에 따르면,​ <배그 모바일>과 <화평정영>은 공식적으로 무관한 게임입니다. 텐센트가 <배틀그라운드>의 중국 판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화평정영>은 완전히 별개의 게임이라는 것입니다.

 

펍지는 디스이즈게임에 "양사가 원만한 합의 하에 <배그 모바일>의 서비스를 종료했다. 펍지에서 서비스하는 한국 <배그 모바일>은 정상적으로 서비스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두 회사가 함께 품을 들여 게임을 만들었는데, 한 회사는 게임 서비스를 종료한 뒤 유사한 게임을 서비스하고, 다른 한 회사는 그걸 보고 '우리 게임과 연관 없다'고 말하는 거죠. 일반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화평정영>

 

# 한국산 배틀로얄 게임을 텐센트가 서비스하겠다고?! <배틀그라운드>의 특수한 상황

 

하지만 <배그>가 중국에서 처한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사건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국 게임은 2017년 2월부터 약 2년 3개월째 판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드 배치 이후 시작된 '한한령'이 게임업계에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 정부나 공기관은 한한령의 실체를 부정했지만(정확히는 긍정하지 않았지만), 게임을 비롯한 한국산 콘텐츠의 중국 진출은 대부분 중단됐습니다. 

 

미국, 일본, 독일, 러시아, 말레이시아, 아일랜드, 핀란드에서 만든 게임이 외자판호를 발급받았지만 한국 게임만 판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배그>를 비롯해 <리니지2: 레볼루션>, <검은사막> 등 경쟁력 있는 국산 게임이 당국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죠.

 

중국 당국의 판호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검은사막>

 

게다가 중국 정부의 <배그>에 대한 입장은 확고합니다. 2017년 10월 27일, 중국 시청각디지털출판협회 게임위원회(GPC)는 <배그>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습니다. GPC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배그>의 폭력성과 혈흔 묘사가 중화민족의 전통문화습관과 도덕 규범을 해친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래서 "<배그>가 청소년들의 심신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 우려된다"는 진단을 내렸죠.

 

같은 입장문을 통해 GPC는 "최근 배틀로얄 장르가 중국 내 개발자들에게 많은 주목받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라며 "다른 플레이어를 죽이는 행위가 핵심이 되는 장르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에 배틀로얄 장르의 게임 개발을 비권장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배틀로얄 게임은 아직 판호가 나오고 있지 않지만, 다른 배틀로얄 게임은 판호가 나왔습니다. 대표적으로 <포트나이트>의 핵심 기믹인 액션 빌딩, 카툰풍 그래픽 등을 차용한 넷이즈의 모바일 배틀로얄 <포트크래프트>는 판호를 발급받아서 현재 중국에서 사전예약을 받고 있습니다. <배그>를 표절했다는 시비가 붙었던 넷이즈의 <황야행동>도 판호를 받아 정상적으로 인 앱 결제를 적용, 작년 한 해 중국에서 8,100만 달러(약 92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습니다.

 

<황야행동>

 

다른 IP를 도용한 혐의를 받는 배틀로얄 게임이 판호를 받고 영업을 하는데, <배그>는 판호가 나오지 않았던 것입니다. <포트크래프트>​는 판호를 받았지만, 텐센트가 판권을 가지고 있는 <포트나이트>는 판호를 받지 못했습니다. 지난 1월 내자판호 발표 당시 넷이즈는 3D MMORPG <전춘추>의 판호를 발급 받아 현재 사전 예약을 받고 있지만, 텐센트는 교육용 게임만 판호를 받았죠. 일련의 과정에서 텐센트의 경쟁사 넷이즈만 재미를 봤습니다. 때문에 '중국 정부의 텐센트 저격'이라는 생각도 해볼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배그>와 <배그 모바일>은 ⓐ 한한령의 연장선상에서 한국 게임에 판호가 나오지 않고 있고 ⓑ GPC가 배틀로얄 장르에 부정적인 견해를 냈으며 ⓒ 중국 판권을 가진 텐센트가 중국 정부의 '레이더'에 걸렸던 것입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 '아무튼' <배그>와는 다른 <화평정영>

판호를 받지 못했던 <배그 모바일>은 중국에서 테스트 버전으로 서비스됐지만 인 앱 결제를 넣지 못해 수익을 얻지 못했습니다. 중국에 한해선, 돈을 벌지 못한 채 유지비용만 계속 나가고 있었다고 볼 수 있죠. 이러한 상황에서 텐센트는 묘수를 냈습니다. 게임에 애국심 같은 것을 끼얹어 서비스할 수 있게 만든 것입니다. 

 

<배그 모바일>에서 <화평정영>으로의 이전은 아주 매끄럽게 이루어졌습니다. 텐센트는 <화평정영> 서비스를 시작함과 동시에 <배그 모바일>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배그 모바일>을 하던 유저는 자신의 레벨과 소유 아이템을 그대로 가지고 <화평정영>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스토어에 깔려있던 <배그 모바일>을 업데이트하면 <화평정영>이 됐습니다.

 

<화평정영 대기 화면> (출처: 탭탭)

 

<화평정영 플레이 화면> (출처: 탭탭)

하지만 <화평정영>은 <배그 모바일>과는 다른 게임이어야만 했습니다. 총에 맞아도 피를 흘리지 않고, 죽어도 손을 흔들며 사라지는 기믹, 최후의 1인이 아니라 5인이 똑같은 보상을 받고, 이들이 게임의 '고-스톱'을 결정하는 시스템 등은 <화평정영>이 기존의 배틀로얄 게임과 다르다는 몸짓입니다. <화평정영>의 캐릭터들은 '평화를 위한 정예'들로 대테러 훈련 작전을 진행하는 인민해방군들입니다. 

 

이러한 노력(?)의 성과로 <화평정영>은 <배그 모바일>보다 훨씬 쉽게 당국의 판호를 발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 <배그>와 관련 없는 게임이니 중국 게임이고 ⓑ 기존의 배틀로얄 룰을 대폭 감소하고 피를 사용하지 않는 평화적 모습을 갖춰 ⓒ 정부의 레이더를 빗겨나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화평정영>은 현재 <왕자영요>와 <완미세계>를 밀어내고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 매출 1위를 기록했습니다. (1위부터 3위까지 모두 텐센트 게임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황야행동>에도 부적처럼 공산당 선전 구호가 붙었습니다.

 

<황야행동> 캐릭터 생성 화면 (출처: FT)

 

# 아직은 읽을 수 없는 '원만한 합의'와 '비즈니스적 파트너쉽'의 행간

 

펍지는 '양사의 원만한 합의'에 따라 <배그 모바일> 서비스를 중단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중국 현지에 <배그> 브랜드를 잃게 됐습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한다면 희미해지고 있죠. PC 버전 <배그>가 판호 승인을 기다리고 있지만, 그리 희망적이지 않죠. 

 

'완만한 합의'에서 사실 단계로 파악되는 것은 <배그 모바일>의 서비스와 관련된 사항 정도입니다.

 

(1) 중국판 <배그 모바일>은 문을 닫는다.

(2) 펍지가 한국와 일본에서 퍼블리싱하는 <배그 모바일>은 문제 없이 계속 운영된다.

(3) 텐센트가 퍼블리싱하는 <배그 모바일> 글로벌 버전도 계속 운영된다.

 

펍지와 텐센트는 이번 일로 사이가 틀어졌을까요? 펍지 관계자는 "두 회사는 <배그 모바일> 중국 서비스 종료 이후로도 비즈니스적 파트너쉽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텐센트는 펍지 모회사 크래프톤에 5,7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회사 지분 10%를 보유한 2대 주주입니다.

 

'완만한 합의'와 '비즈니스적 파트너쉽'의 행간에 어떤 내용이 녹아있는지 현재로서는 알 길이 없습니다. 스티븐 마(Steven Ma) 텐센트 부총재는 작년 8월 블루홀(현 크래프톤)에 지분을 투자하면서 "양사는 장기적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전 세계 이용자들에게 최고의 게임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죠.

 

'원만한 합의'의 결과로 펍지가 무엇을 얻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일부 매체 보도처럼 펍지가 "IP를 뺏겼는데도 아무 말도 못 하는" 상황인 걸까요? '비즈니스적 파트너쉽'을 강화하기 위해 전략적 선택을 한 걸까요? 일단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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