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곡 대신 북촌 선택한 '리그 오브 레전드' 소환사들, '독립운동가의 길' 걷다
북촌은 서울시 종로구 계동과 가회동 일원의 한옥 밀집지역을 뜻합니다. 청계천과 종로의 북쪽 동네라서 북촌이라 불리었으며, 조선시대부터 궁궐이나 육조거리에 오가던 양반들이 모여 살던 곳입니다. 하지만 그때의 북촌은 지금의 북촌과 많이 달랐다고 하는데요. 소환사들은 그 이유를 파헤치는 것으로 탐방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면 오늘날의 한옥 밀집지역은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요?
1920년대 충무로와 명동 일대에는 진흙이 가득이라 통행하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고개가 있었습니다. 이곳을 당시 사람들은 진고개라고 불렀는데요. 경성에 들어온 일본인들은 이 고개를 통으로 밀어버리고 일대를 일본식 번화가로 만들었습니다. 드라마 미스터선샤인의 칼잡이 구동매가 바로 이 진고개를 근거지로 활동하죠.
어떤 이들은 정세권 선생을 돈벌이에 매진하는 부동산업자라고 매도했지만, 그는 자신이 번 돈의 대부분을 독립운동에 쾌척했습니다. 그는 신간회와 조선물산장려운동에 필요한 활동자금을 마련했으며,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말모이'로 사람들에게 알려진 조선어학회에 참가해 한글을 지켰습니다. 그는 공간이 필요한 독립운동가들을 위해 회관이나 사무실을 지어 무상으로 넘겨주기도 했습니다.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3.1운동은 신분, 계급, 성별, 종교, 지역을 뛰어넘어 대한의 독립을 외친 비폭력 불복종 운동으로 대한민국 근현대사뿐만 아니라 20세기 세계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100년 전, 우리 독립운동가들은 북촌 인근에서 3.1운동을 준비하고, 기획했습니다.
송계백은 선언서를 비단조각에 써서 이를 학생복 속에 바늘로 꿰매어 숨기고 국내에 잠입했습니다. 그는 지금도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는 중앙학교에 찾아가 1년 선배 현상윤에게 독립선언서를 보여주며 거사 계획을 알렸습니다. 이에 크게 감동한 현상윤은 송진우와 최남선에게 유학생들의 계획을 전파했습니다. 도쿄 유학생들의 거사 계획은 대규모 독립 운동을 조직하던 천도교 계열의 손병희와 최린에게도 알려졌죠.
북촌의 골목 골목을 탐험하며 독립운동의 족적을 따라간 서른 명의 소환사들은 세종대왕 시대의 청백리로 유명한 고불 맹사성의 집터에 위치한 전망대에서 목을 축인 뒤, 그 아래 북촌동양문화박물관의 고불서당에서 오늘 밟은 발도장를 오래도록 기억하자는 뜻을 담아 전각 도장을 새겼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로그인 화면에 나오는 '문화재지킴이' 공지를 보고 덜컥 프로그램 참가를 신청했다는 최승옥 씨는 "대학교 1학년 때는 관광지인 줄 알고 왔는데 이렇게 뜻깊은 이력이 담겨있는 곳이라니 놀랐다"라며 자신의 소감을 전했습니다. "전부 <롤> 하는 사람일 텐데, 이 사람들 티어는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프로그램에서 처음 만나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돌아다녔다는 윤철희 씨와 김태진 씨는 묵묵히 도장을 파면서 기자에게 "재밌다"라며 앞으로도 문화재지킴이 프로그램을 한다면 또 참가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좋아하는 게임을 만드는 회사가 좋은 일 한다고 해서 왔다"는 김희정 씨 역시 앞으로도 긍정적으로 문화재지킴이 프로그램을 지켜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2016년에 문화재지킴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이력이 있는 한 커플은 "예전에 북촌에서 데이트를 한 적 있는데, 그때는 안 보인 것들을 볼 수 있어 뜻깊다", "개인적으로 왔으면 잘 몰랐을 텐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어 좋았다"라고 전했습니다.